1. 서문.

드디어 프리시즌이 한발짝으로 다가왔음. 프리시즌 때 언제나 패치 내용은 많았지만, 이번 패치는 유독 크지. 시즌 3부터 손보겠다고 한 룬과 특성 시스템을 드디어 완전 개편하게 되었으니까.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말하자면 이제 룬과 특성은 걍 통합됨.

하지만 대규모 개편할 때가 되면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말은 끊이지가 않는다. '너무 복잡하다' '왜 바꾸냐' '롤 망할듯' '진입장벽 어쩔' 등등. 이런 보수주의자들은 정말 끊이지가 않아. 현실은 아무리 바꿔도 그냥 다 적응하는데 말이야. 솔방울탄이니 꿀열매니 수정초니 나왔을 때 반발과, 현재 상황을 보면 도대체 그 비판들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

본인은 라이엇 게임즈가 행하는 리메이크, 개편 등에 95% 이상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사람으로써 이번의 과감한 패치도 당연히 환영함. 그래도 이 패치를 왜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왜 룬특성을 통합하는가? 부터 짚고 넘어가겠음.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라이엇 게임즈의 개발 철학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음.


2. 라이엇 게임즈의 철학

솔직히 말하면 라이엇 게임즈의 개발 철학은 솔직히 시즌 3인가 4? 어쩌면 5까지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가(혹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가) 최근 들어서 정립된 것이긴 함. 그래도 정립된 이후로는 몇몇 실수 빼면 아주 일관적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데 이 철학 원칙은 이거임. 유저들에게 정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아닌데요! 라이엇 게임즈는 특정 챔피언이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가면 왕창 너프해서 답을 강요하는데요!"

라는 비판이 나올 걸 아는데, 저 위의 철학은 2번째고. 2번 철학보다 우선시되는 1번 철학이 모든 것엔 적절한 카운터 플레이가 존재해야한다. 라서 모순되지 않음. 뭐 가장 쉽게 연구되는 AD챔피언 AP챔피언으로 쓰기, 서포터 챔피언 미드로 쓰기/미드 챔피언 서포터로 쓰기, 암살자 챔피언 탱커로 쓰기 플레이는 카운터 플레이라는 게 없어서 너프하고 AD트리, 암살 트리 보상해준 거지 딱히 그게 개발자 의도와 맞지 않아서 너프한 건 아님.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즈리얼이 정글 가는 거야말로 개발 의도와는 100% 상관없는 뜬금없는 트리지만 카운터 플레이가 없는 게 아니라서 그냥 냅두잖아.

말이 샜다. 아무튼 저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라이엇 게임즈의 철학에서 유저에게 정답을 제공하지 않는 건 꽤 중요한 요소임. 물론 가장 효율적인 트리야 있겠지만 조금 비효율적인 트리라도 취향껏 선택할 수 있게끔 말이야. 이 원딜 챔피언으로 치명타-공속 트리를 탈까, 정수약탈자를 기반으로 쿨감-평타 트리를 탈까, 극 공격력 트리를 탈까, 스킬 쿨이 짧은데 트포를 갈까, 아니면 구인수의 격노검을 가서 적중 시 효과를 극대화시켜볼까? 등등. 템트리 말고 다른 연구도 있지. 이 원거리 챔피언은 봇 말고 탑이나 미드, 정글 가도 할만할 것 같은데? 그러면 극후반 말고 초반이나 중반 중심으로 특성과 템트리를 짜볼까? 등등의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하는 거지.

이건 모든 챔피언이 어떤 길을 가도 일정 이상의 효율을 내게 디자인한다는 뜻이 아니라. 챔피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3개 있다면, 적어도 3가지 정도는 그럭저럭 할만하게 해준다는 거임. 왜냐면 모든 유저들이 챔피언 스킬 깡댐 계수 쿨타임 기본스펙 등등을 계산해서 최적의 트리를 찾는 게 아니거든. 그런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어 신챔 나왔네? 원거리 챔이라고? 그럼 한 번 원딜로 써볼까. 템은 그냥 추천 템 사지 뭐' 정도의 사람도 분명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챔피언들을 특정한 역할군으로 묶기 시작한 거임. 돌격형 전사라면 칠흑의 양날도끼 사면 손해는 안 본다. 원딜 챔피언이면 인피-팬댄 공속 치명타 트리 타면 절반은 간다. 수비형 탱커라면 고대유물 방패 사고 서폿템만 사도 그럭저럭 할만하다. 등으로 말이야.

그런 점에서 볼 때 기존의 룬 시스템은 완전 쓰레기였다.


3. 기존 룬 시스템의 문제

사실 기존 룬 시스템이 선택지가 적은가? 라고 물으면 답은 아니다. 야. 분명 선택지는 상당히 많았음. 그야 단순히 룬 종류가 많으니까. 일단 1, 2, 3단계로 같은 능력치를 주는데 성능이 다른 룬들이 존재하지.(이것 자체도 상당히 조잡한 디자인이기도 하지만) 물론 실제로는 상급 룬만 쓰지만 그래도 상급 룬만 몇 십종은 된다. 게다가 룬을 집어넣을 수 있는 칸은 30개나 되고, 그러니 가능한 조합은 몇 만개는 될 거임. 하지만 솔직히 99.99%는 함정이었다. 실제 통계로 유의미하게 잡히는 룬 조합이 몇 개나 될까? 솔직히 난 30개나 될까 싶음.

왜냐면 룬간의 효율이 아주 극명하거든. 기본적으로 공격력 룬은 표식(빨간 룬), 인장(노란 룬), 문양(파란 룬), 정수(큰 룬) 전부 존재하는데 공격력 룬은 기본적으로 표식과 정수 빼면 수치가 낮다. 대놓고 그렇게 설계함. 특정 공간에 특정 룬이 더욱 효과적이도록 말이야.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인장의 고정 방어 룬. 지금은 노랑 룬이 방어력을 1만 주지만 과거엔 노랑 룬이 방어를 1.4 정도나 줬음. 그리고 챔피언들 기본 방어력이 쓰레기였지. 그래서 단순 골드로 환산하면 방어 룬만큼 좋은 게 없었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는 선택지를 조금이라도 늘려주기 위해 모든 챔피언의 방어력을 상향하고 방어 룬을 너프, 그리고 동일 자리에 들어가는 체력 룬을 꽤 상향해주는 등의 패치를 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랑 룬에 고정 방어 룬은 거의 고정이지만 말이야.

그 외에도 롤이란 게임이 초반이 중요하니까 고정 수치를 주는 룬이 성장형 룬보다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이기도 하지. 결국 룬 시스템에 정답은 너무나도 확고했단 말이야. 근데 이 정답이라는 것이 직접 계산기를 두드리거나, 남들이 직접 계산기 두드려서 나온 정답을 보고 베끼지 않는 이상 상당히 알기 힘든 요소였음.

왜냐면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룬이 제공하는 이점이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초보자들의 경우 '난 어차피 극딜 암살자 챔피언을 하는데 노랑 룬에 방어력을 넣을 필요가 있겠어? 그냥 공격력이나 주문력 넣지 뭐. 그게 효율이 좋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기 쉽단 말이야. 결국 게임사가 실제 정답은 하나인 주제에 수많은 함정 선택지로 초보 유저들을 엿먹이고 있었다는 거지. 그것도 롤을 런칭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장장 7~8년 가까이를 말이야.

거기에 최근에 롤 시작한 사람은 모르겠지만 1단계 룬, 2단계 룬은 졸라 쓸모없고 3단계 룬은 엄청나게 비싸서 20레벨까지 1만~2만 IP를 쌓아두고 모아놨다가 3단계 룬을 사지 않으면 같은 게임환경에서 엄청나게 도태되기도 했음. 근데 이걸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아냐고. 라이엇 게임즈가 저단계 룬 가격을 대폭 너프하고, 1단계 룬을 아예 삭제하고, 효율 좋은 3단계 룬들을 조정하긴 했지만 되게 조잡한 해결책이었지. 결국 함정 선택지는 그대로 존재하니까. 룬 조합기(라는 이름의 룬 해체기, 타인 계정 해킹 장려기계) 같은 무의미한 요소도 있었다가 삭제되는 등 룬 시스템은 말 그대로 조잡함의 극치였다.

그래서 이걸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거야! 이후 바뀌는 룬 시스템 복잡하다 어쩌다 하는 사람 많은데. 솔직히 신규 룬 시스템의 선택지는 현재 룬 선택지에 비하면 극도로 적고, 함정도 적고, 가이드 라인도 확실함. 엄밀히 말해 선택지 면에선 오히려 단순해졌어. 복잡해진 건 룬 개개의 효과 뿐인데, 이건 기존 특성을 계승한 것이 많아서 솔직히 난 복잡해졌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듬.

그리고 어차피 롤 유저 중 99%는 남이 한 트리 따라할 텐데 변화에 뭐 그리 열불내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 실제 바뀌는 룬 시스템에 대한 해설을 하겠음.

'무엇이 효율적이냐? 보다는 '라이엇 게임즈는 무슨 의도로 이런 것들을 만들었는가?'를 설명하게 될 것 같음. 말하는 내용이 달라지니 여기서 글을 끊음.

이후 내용은 칼럼보다는 롤 팁에 가까우니 http://www.inven.co.kr/board/lol/2766/45461 에 올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