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중학교 2학년이던 2006년, 당시 친형, 사촌 형과 함께 플스 방에 가서 PES6(위닝10)을 처음 접할 수 있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는데 바로 사촌 형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아드리아누에 '뚜드려' 맞았던 기억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조합은 흔히 '아들탄'(아드리아누+즐라탄)으로 불렸던 PES6 최고의 투톱 조합이었다. 이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골라 좌우 윙으로 박지성과 호날두를 써보기도 했으며, 첼시의 에시앙+발락 중앙 미들을 구성하기도 했었다.

그때부터 플스방은 기자에게 형, 친척, 친구들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중요한 놀이 공간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단연 PES 시리즈(위닝일레븐)가 있었다.


▲ 이 화면이 익숙한 유저들도 많을 것 같다

▲ 굴리트는 그 때도 굴멘이었다


이처럼,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KONAMI의 PES 시리즈(위닝 일레븐)가 EA의 FIFA 시리즈보다 더 높은 인기를 갖고 있었다.

당시 플스방이 온통 초록색 조명 빛으로 물들 정도로 플스방에서도 위닝의 인기는 정말 남달랐었다. '위닝' 때문에 플스방이 생겨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처럼, PES 시리즈는 보통의 남학생들에게 정말 '보통의 게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 당시 위닝일레븐의 인기는 정말 남달랐다 (출처 - 신승철 기자 '게임문화가 바뀐다')


2008년, 두 게임의 분위기가 바뀌다

하지만 그 전성기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위닝일레븐이 마치 스타크래프트처럼 놀이문화에서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던 2007년, 콘솔 게임들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PC게임들의 퀄리티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게이머들의 기대치도 조금씩 상향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EA에서는 피파07,08에 조 부스(Joe Booth) 프로듀서를, 피파09에는 데이비드 루터(David Rutter) 프로듀서를 선임하여 역전을 도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실제 축구의 '현실성'이라는 키워드가 동반되었다.

EA에서는 PES 시리즈보다 더욱 축구의 현실성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을 가했다. 그렇다고 게임에 재미를 더해주는 아케이드성을 완전히 버리지도 않았었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세레모니 직접 조작, 라이브 부스트 등도 당시에 처음 추가된 콘텐츠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피파 시리즈는 점차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실제로 전 세계 게임 잡지들을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메타크리틱에서도 피파08에게는 82점을, 위닝2008은 76점을 부여함으로써 피파의 전체적인 평가가 위닝을 앞선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었다. 또한, 평가에 바탕이 된 게임 잡지들의 리뷰 수도 피파가 48개, 위닝이 29개로 세계적인 집중도도 피파가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조 부스(Joe Booth) PD © FIFPLAY.com

▲ 데이비드 루터(David Rutter) PD © EA TV


그리고 한국에 상륙한 피파온라인 시리즈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피파온라인 시리즈가 첫 발을 내디뎠다. 피파온라인1이 처음 한국에 등장했던 것은 2006년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PES 시리즈의 인기가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하락한 것은 아니었다.

피파온라인1이 PC게임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순전히 플레이함으로써 얻는 재미만 따지면 여전히 콘솔 게임인 PES가 피파온라인1에는 살짝 앞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시간 싸움에 불과할 뿐이었다. 약 1년 뒤인 2007년 10월, 피파온라인2가 출시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 1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던 '피온1'

▲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축덕들의 6년을 책임졌었던 '피온2'


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PES 시리즈보다 호평을 받았던 FIFA07 엔진을 기반으로 했던 피파온라인2는 한국 '축덕' 게이머들은 물론,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유저들까지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단순히 경기 플레이의 재미만이 매력 요소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얻게 되는 카드팩 오픈의 기회나 강화, 그리고 지금 피파온라인4에서 느낄 수 없는 선수 성장과 리그 플레이 등의 요소들은 마치 재미있는 RPG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했었다.

대중성을 확실히 잡아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어떤 선수든 시간을 들여 키우기만 하면 최고 능력치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기에 과금적인 부분에서도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도 않았었다. 당시 기자도 볼튼에서 활약하던 이청용과 아스날 유망주였던 프란 메리다 등의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을 육성하기도 했었다.

또한, 당시 피파온라인2는 지금처럼 PC방 점유율을 의식한 노골적인 PC방 이용 유도 이벤트를 하지 않고도 아이온에 이어 피시방 점유율 2위까지 올라가는 쾌거를 기록하기도 했다.





피망→넥슨,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피파온라인3

그리고 2012년, 피파온라인3가 출시되었다. 피파온라인1,2 배급을 담당했던 피망이 물러나고 넥슨이 피파온라인3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었다.

피파온라인3는 초기부터 플레이 엔진이나 게임 콘텐츠 등 여러모로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그 결과, 피파온라인2 때의 아성을 이어 다시 한 번 확고한 No.1 축구 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후, 트레이드 대란으로 인한 서버 롤백이나 고객센터, 이벤트, 과금 유도 등의 운영상 문제점들이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대중성'이라는 키워드만큼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09 즐라탄을 기억하는가..!


PC방 참여 유도 이벤트의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 피파온라인3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피시방 점유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2vs2, 3vs3 순위 경기나 챌린저스, 3vs3 롤 플레이 등 게임 자체만으로도 유저들을 피시방으로 향하게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았었다.

만약, 이당시 피파온라인3가 예전 위닝일레븐 때와 비교했을 때 어떤 것 같냐고 물어봤다면 기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때가 그렇게 그립지는 않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연승, 상대 유저 정보, 각종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 프로게이머 정재영 유튜브 )

▲ 2vs2 순위 경기, 그리고 3vs3 롤 플레이 순위 경기 등도 있었다

▲ 당시 대학교 친구들과 재밌게 했던 3vs3 롤 플레이



그리고, 피파온라인4

그리고 2018년 5월 17일, 피파온라인4가 오픈했다. 언젠가 피파온라인4가 나올 것이라 생각은 했었지만 예상보다 더 빠른 출시였다. 항간에서는 월드컵 시즌에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조기 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출시한 피파온라인4, 게임 엔진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플레이 자체도 피파온라인3에 비하면 더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게임 내의 콘텐츠는 정말 미약했다.

'이제 오픈한 게임에 뭘 그렇게 바라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 피파온라인3에서 중간에 어떤 텀도 없이 바로 이어졌기 때문에 콘텐츠의 부재는 유저들에게 확실히 실망감을 들게 할 수밖에 없었다. 즉, 그만큼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넥슨과 EA라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들이 게임 오픈 초기라는 변명을 한다는 것도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 오픈 초기에는 경기, 선수팩, 강화가 끝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전 피파온라인4는 1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콘텐츠 부재로 유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여러 콘텐츠들이 추가되긴 했다. 에이전트 시스템, 노룰 모드, 퍼스트 투 모드, 서바이벌 모드, 롱 레인지 모드 등이 그렇다. 그런데 이 콘텐츠들로는 유저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특히, 피파온라인4를 아직 안 해본 유저들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작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은 여전히 그대로인 상황이다. 2vs2, 3vs3 공식 경기, 그리고 클럽 시스템, 친선 경기 채팅 및 음성 채팅 시스템, 리그 모드 개편, 보상 개편, 세부적인 내 정보 시스템, UI 등이 그렇다.


▲피온2 월드투어처럼 일정 인원을 그룹화하면 경쟁을 더 치열하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 PES처럼 순위 경기에서 내 선수들의 득점, 어시 활약도를 알 수있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 이런 재미있는 의견들도 있다 (출처 - 피파온라인4 페이스북 댓글)


사실, 이 부분이 더 비판은 받는 것은 피파온라인3와 비교했을 때 무섭도록 빠르게 추가되고 있는 신규 클래스 카드팩도 한몫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19TOTS 클래스는 TC클래스와 아이콘 클래스가 출시된 지 2달도 되지 않아 출시된 클래스이다.

이렇게 빠르게 신규 클래스 선수들은 추가되고 있지만 오픈부터 지금까지 유저들이 요구하고 있는 부분들의 소식은 너무도 조용하다. 개발적인 측면은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그저 기다리면서 보이는 것만 믿을 수밖에 없는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실망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유저들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 과정에 대한 소통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기존 캐시로 튀기듯이 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게임 내의 콘텐츠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던 아이콘 클래스도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과금을 통해서 획득 가능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내용에 대한 박종민 PD의 의도가 '돈만 써서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희소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라는 마음이었을지 몰라도, 그 자리에 있던 크리에이터들이나 영상을 통해 해당 장면을 시청한 유저들은 '꼭 과금이 아니더라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라는 내용으로 이해되는 늬앙스였던 것이 사실이다.

피파온라인2, 그리고 피파온라인3 당시만해도 '워너비' 선수 획득을 위해서 꼭 과금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과금을 하더라도 그것은 차선책이었고 큰 돈을 지불할 정도도 아니었다.


▲ 이 한 마디, 결국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바란 답변은 아니었다.
(출처 - 두치와뿌꾸 유튜브)

▲ 어린 학생들에게 외면받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현질'이었다
(출처 - 정재영 유튜브)

▲ 피파온라인3때까지만 해도 낮은 확률이리지만 시간만 들여도 전설의 선수를 획득할 기회도 있었다
(출처 - BSG BLOG)


그럼에도 여전히 피파온라인4를 찾고, 또 즐겁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많이 있다. 피파온라인4 인벤이나 페이스북, 공식 홈페이지를 봐도 수많은 유저들이 피파온라인4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토론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관심이 없다면,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모습이다.

분명히 우리가 보지 못하는 모습 속에 개발사와 배급사의 노력들도 숨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소통'이 0순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에 대한 노력이 단순히 설문 조사나 모니터링같은 1차원적인 부분이 아니라, 재빠른 피드백이나 오픈 초기 넥슨에서 직접 말했던 실시간 방송을 통한 유저 간의 소통 등의 방법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자 역시도 그 유저들만큼이나 피파온라인4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게이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파온라인4가 더더욱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다시 이전 시리즈만큼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명성보다도 예전에 친구들끼리 즐겁게 했던 그 축구 게임의 모습이 먼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