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는 각 포메이션이나 전술마다 상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키 밀란의 대표적인 포메이션이었던 4-4-2는 3-5-2에는 강하지만, 4-1-4-1에는 약하다는 것이 통념이다. 또, 안첼로티 밀란의 4-1-2-1-2는 4-4-2에는 강했지만 3-4-3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 축구에서는 경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감독이 주장에게 쪽지를 전달해 선수간의 위치를 스위칭하거나 포메이션을 변경하는 경우도 빈번한 편이다.

물론, 축구 게임인 피파온라인4에서 이런 전술적인 상성이 실제 축구와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축구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대 전술에 따라 자신의 전술을 유동적으로 바꿔주는 것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단, 위에서 예시를 든 것처럼 각 포메이션별 상성을 꼭 모두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상대가 5백을 쓰는 유저라면 무리해서 공격 숫자를 늘리지 않고 오히려 중원을 강화하기 위해 미드필더 배치에 신경 쓰는 등의 방법이나, 상대 스쿼드에 우측 풀백이 느리다면 우리 팀 왼쪽 윙을 빠른 선수를 둔다거나, 상대 센터백의 제공권이 약하다면 얀 콜러같은 장신 공격수를 기용하는 것 등 일반 유저들도 쉽게 유동적인 전술 변화를 고안해낼 수 있다.

하지만, 피파온라인4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실현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오픈 초기, 피파온라인3에 없던 개인 전술 설정까지 추가되면서 유저간의 전술적인 뇌지컬 싸움이 더 빈번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 피파온라인4에는 개인 전술 설정까지 추가되면서 전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해졌다


대기실 없이 상대의 포메이션을 확인하지 않고 시작되는 경기?

피파온라인3 시절에는 순위 경기를 진행하면 곧바로 경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대기실에서 상대의 포메이션과 선발/교체 선수들을 미리 확인하고 경기가 시작됐었다.

또한, 사전에 스쿼드를 A,B,C로 각각 다르게 구성하여 상대에 맞춰 즉각적으로 전술과 선수 구성을 변경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당시에는 프로게이머들을 포함한 다수의 유저들이 상대 유저의 포메이션 형태, 선수 구성에 따라 자신의 포메이션과 스쿼드, 전술 등을 변경하기도 했었다.


▲ 피파온라인3 때는 상대의 포메이션과 선수들을 경기 시작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파온라인4 공식 경기에서는 이같은 대기실의 개념이 사라졌다. 공식 경기 시작 전, 스쿼드를 A,B,C 등으로 변경할 수는 있었지만 상대의 포메이션이나 전술, 구성 선수들을 확인하는 과정은 경기가 시작되는 로딩 화면에서나 가능했다. 그마저도 정말 짧은 5~7초 간의 시간이었다.

즉, 상대 유저의 포메이션, 선발 선수들에 따라 자신의 포메이션, 전술, 선수 구성을 바꾸려면 경기에 들어가서 'ESC'를 입력하고 전술 설정으로 들어가야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문제가 있었다. 우선, 상대의 포메이션, 선수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로딩 화면 창에서의 고작 몇 초밖에 안되다 보니 이것을 모두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 경기 시작 전 로딩 화면에서야 잠깐 확인 가능한 상대의 포메이션


또한, ESC를 누른 후 곧바로 경기가 중단되는 것도 아니었다. 경기가 중단되기 위해서는 공이 바깥으로 나가거나 골키퍼가 공을 잡은 상황 등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경기 시간이 꽤 지난 상황에서야 포메이션 및 전술 설정을 변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경기 중간 ESC를 통한 전술 설정에서는 사전에 설정해둔 스쿼드 A,B,C를 불러올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즉,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선수 하나하나를 직접 옮기고, 또 초기화된 개인 전술 설정까지 모두 다시 만져야 된다는 것이었다.


▲ 경기 중단 요청을 해도 곧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 경기 중간, 스쿼드 A,B,C를 불러올 수 없으며 포지션을 변경하면 개인 전술도 다시 설정해야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유저들은 결국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베스트 포메이션과 전술 한 가지만으로 공식 경기를 진행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상대성과 유동성보다는, 그나마 절대적으로 무난하고 약점이 최소화된 포메이션과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피파온라인3에서도 그랬듯이 경기 시작 전 상대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면 여러 개의 포메이션과 전술을 준비하고 유동적으로 공식 경기를 치르는 유저들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피파온라인3 당시 순위 경기 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서는 카운터 포메이션을 미리 준비하여 전술 싸움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빈번했었다.

사실, '무슨 상대 전술까지 신경 쓰고 게임을 하냐'라는 생각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축구'라는 매개체를 기본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해당 영역에 있어서 더 세분화되고 정확한 적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유저들이 '축구'게임에서 느끼는 재미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서문에서도 말했지만, 상대의 스쿼드를 미리 확인하여 발이 느린 풀백 쪽에 빠른 선수를 배치시켜 집중 공략한다거나, 상대 센터백이 칸나바로처럼 제공권에서 약점이 있다면 후보에 있던 얀 콜러를 투입하는 등, 그리고 나의 이 전략이 딱 들어맞았을 때의 희열은 피파온라인4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FM에서도 경기 전 상대 전술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술을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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