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스토리 9편에서는 길고 길었던 칼페온 지역의 마지막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칼페온 스토리는 총 3가지의 분기로 갈라져 진행되다가 마지막엔 하나의 공통 스토리로 귀결되는데, 이 공통 스토리의 발단은 칼페온 상인 엔리크 엔카로샤가 '엘리언교의 금서'를 찾아내면서 시작된다.

'금서'를 다룬 의미심장한 주제인만큼 본 스토리 라인에서 모험가는 급격히 넓어진 검은사막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단체들을 접하게 되고, 신성한 엘리언교의 비밀, 최초의 발키리, 고대신 등 깊이있는 떡밥들을 상당수 마주하게 된다.

특히 스토리 후반부에는 비밀에 쌓여있던 메디아의 소서러 '일레즈라'가 컷씬으로 등장하면서,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극도로 높여준다. 일레즈라의 경우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에서 잠깐 다룬 적이 있으니 다시 참고하면 좋다.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6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1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7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2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8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3편 바로가기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칼페온 분기 후 공통 - 바람에 실려온 영웅 이야기


칼페온 도시, 에페리아 항구
칼페온의 영웅이 된 모험가, 엔리크 엔카로샤의 은밀한 제안을 받다


그동안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모험가는 칼페온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모험가에 대한 소문은 외침꾼 루빈을 통해 발빠르게 칼페온 전역에 퍼져나갔고, 그 무렵 흑정령은 어디선가 희미한 노랫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분명히 칼페온의 영웅을 주제로 한 찬송가였고, 흑정령은 주민들이 우리 얘기를 하는 것이 틀림없다며 잔뜩 신이 나 모험가를 이끌었다.

흑정령이 이끈 곳에는 한 무리의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험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주변에 은근슬쩍 다가가 조금 떨어져 있는 빈 수레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그들이 뭐라고 자신을 칭송하는지 잔뜩 기대한 채 대화를 엿들었다.

하지만 이게 왠걸, 그 찬송가의 주제는 모험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이 믿는 신인 '엘리언'에 대해 감사를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흑정령은 왜 활약한 것은 우린데 감사인사는 엘리언이 받냐며 노발대발했다. 그리고 이내 토라져서는 당장 의회로 가서 엔리크 엔카로샤를 만나자고 했다. 분명히 그는 시안 상단에서 모험가가 세운 공을 인정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 빈 수레에 기대 주민들의 이야기를 몰래 들어봤다.

흑정령의 예상대로 엔리크는 모험가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하지만 그 미소속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했다. '마침 잘됐다'라는 느낌. 아니나다를까, 엔리크는 모험가에게 긴히 부탁할 것이 있다며 이곳엔 보는 눈이 많으니 의회 뒷편의 정원 관리사와 몰래 접촉해 '파란 장미 꽃잎' 이야기를 꺼내보라고 했다.

엔리크의 의미심장한 제안에 모험가는 호기심이 솟구쳤다. 그래서 의회 뒷편에 얌전히 책을 읽고 있는 정원 관리사 '로루'에게 접근해 파란 장미 꽃잎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로루는 단번에 모험가가 엔리크 엔카로샤의 '손님'임을 알아차리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라며 정원 끝 건물을 가리켰다.

로루가 가리킨 건물로 들어가자 그곳엔 엔리크 엔카로샤가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엔리크는 드디어 인재를 찾았다는 듯 좋아하며 자신의 편지를 갖고 도서관의 '안노리사 로지'를 찾아 그녀가 주는 물건을 가져와달라고 말했다.


▲ 로루는 파란 장미 꽃잎이라는 암호를 듣고 모험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 엔리크 엔카로샤가 이 정도로 은밀히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안노리사 로지는 칼페온 대학의 사서였다. 그녀는 모험가가 가져온 편지에 찍힌 엔카로샤의 인장을 보더니, 주위를 쓱 살피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알고보니 그녀는 엔리크에게 '사라진 금서'를 구해달라고 부탁받았지만, 아직 구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로지는 한숨을 쉬며 그런 책을 가지고 있다간 당장 종교 재판에 회부될 것이라며, 모험가가 가져온 편지를 뜯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엔리크의 조카 '넬라'에게 보내는 편지가 동봉되어 있었고, 로지는 모험가에게 이거라도 그녀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넬라 엔카로샤는 도서관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검술 훈련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넬라는 칼페온 최고의 부자, 엔카로샤의 이름을 단 만큼 눈치가 빨랐다. 편지를 건네받은 그녀는 모험가를 쳐다보더니 엔리크가 어떤 금서를 찾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유추해냈다. 엔리크가 모험가처럼 유명하고 비싼 사람을 고용하면서까지 사서와 접촉시킨 이유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대학에서 검술 훈련을 받고 있는 넬라 엔카로샤

그녀는 모험가에게 자신의 친구 필라베르토 필라시를 소개하며 그가 가진 넓은 유통망이라면 분명 그런 금서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라 에페리아 항구로 향한 모험가는, 필라베르토 필라시를 만나 넬라가 찾고 있는 금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필라시는 그 이야기를 듣더니 화들짝 놀라며 '도와줄 순 있지만 그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엘리언 교의 금서는 단순히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는 최근 트렌트 마을과의 교역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카이아 나루로 가 그 원인을 먼저 해결해달라고 했다.


▲ 필라베르토 필라시. 그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금서를 구해다주겠다고 약속했다.



북 카이아 나루, 루툼 감시초소 등
필라시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금서를 구하다


모험가는 북 카이아 나루에서 '파트레오'라는 병사를 만났다. 현재 칼페온의 엘리언 교는 '메기맨 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는 인간과 말이 통하는 메기맨들을 귀화시켜 서로 공존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이 사업을 맡고 있던 그는 언젠가부터 메기맨들이 난폭해져서 애를 먹고 있다며 이들을 처치하고 안전을 확보해달라고 부탁했다.

모험가는 파트레오의 부탁에 따라 메기맨들의 숫자를 줄였고, 그러다 이미 칼페온으로 귀화한 '만시니'라는 메기맨을 만났다. 그는 모험가에게 다른 메기맨들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모험가는 그의 조언에 따라 메기맨들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준 뒤 그들의 물고기를 빼앗았다. 그러자 난폭했던 메기맨들은 이전보다 훨씬 고분고분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흑정령은 이들이 난폭해졌던 이유로 우두머리 '쿠베'를 꼽았고, 모험가는 흑정령이 인도하는 장소로 가서 쿠베를 불러낸 뒤 그를 쓰러뜨렸다. 이 소식을 들은 파트레오는 이제 엘리언 교의 귀화 사업이 다시 탄력받을테지만, 아직 남쪽의 루툼족이 남았다고 말했다. 루툼족 귀화 사업은 트리나 기사단이 담당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정예 병력은 대부분 사우닐 요새에 파견되어 있어 제법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참이었다.


▲ 메기맨들을 처치하는 모험가

▲ 만시니는 이미 칼페온으로 귀화한 메기맨이었다.

▲ 메기맨 우두머리, 쿠베

모험가는 루툼 감시초소에 가서 지휘관 '엘린케 비사민'을 만났다. 그런데 그는 아주 나이가 많은 노인으로, 휘하에 있는 무능력한 병사들에게 온갖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심지어 처음 당도한 모험가에게까지 호통을 치는 바람에, 모험가는 일단 주변의 병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보초를 서 있던 병사는 '칼페온의 영웅'인 모험가를 알아보고, 드디어 솟아날 구멍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비사민 지휘관님이 과거에 대단한 분이셨던 것은 인정하지만, 이 루툼족은 너무 강하다며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모험가는 이 제안을 기꺼이 수락한 뒤 병사들 대신 루툼족 주둔지를 토벌했고, 비사민에게는 자신과 병사들이 '함께' 루툼족을 처치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비사민 엘린케는 그 보고가 거짓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루툼족을 보면 벌벌 떨기 바빴던 병사들이 갑자기 승리를 거둘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험가에게 아주 뻔뻔하다며 병사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다가, 다음 임무로는 서쪽 숲의 만샤 고블린 족장을 만나보라고 했다. 그는 본래 인간과 말이 통하던 자였는데, 이상하게 최근 만샤 고블린들의 모습도 난폭해졌기 때문이었다.


▲ 모험가에게까지 호통을 치는 엘린케 비사민

▲ 루툼족을 토벌하는 모험가

만샤 숲 고블린 족장 '만샤'는 산속의 한 오두막에 머물러 있었다. 만샤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고블린으로, 에페리아 항구의 필라베르토 팔라시와 샤카투(발렌시아 샤카투 마을에서 등장하게 되는 고블린)와 같이 일명 '성공한 고블린'과도 아는 사이인 듯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만샤는 현재 교만하고 젊은 고블린에게 족장 자리를 빼앗긴 상태였다. 최근 만샤 고블린들의 행태가 난폭해진 이유도 족장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만샤는 모험가에게 젊고 난폭한 고블린들을 혼내달라고 부탁했다. 이 말에 따라 모험가는 '족장 만샤의 이름으로' 젊은 고블린들을 하나씩 응징해나갔고, 이로써 필라시의 교역로를 위협하는 존재들은 모두 정리되었다.

필라베르토 팔라시와의 약속을 모두 이행한 모험가는 에페리아 항구로 돌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팔라시가 직접 만샤 숲에 방문해 온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팔라시는 메기맨과 루툼족 일을 해결했다는 모험가의 소식을 듣고 만샤 고블린과의 중재를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이었다.


▲ 전 만샤 고블린 족장이었던 만샤. 그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고블린이다.

하지만 모험가는 이미 만샤 숲의 일까지 처리해버린 뒤였고, 팔라시는 그런 모험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약속을 지킬 차례라며 트렌트 마을의 릭터라는 사람에게 서신을 보내놓았으니 그녀를 만나보라고 했다.

모험가는 트렌트 마을에서 릭터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새빨간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험가를 보고 당신이 팔라시님이 말한 사람이냐며, 칼페온 한복판에서 엘리언 교단의 금서를 찾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느냐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팔라시님의 부탁이니 찾아보겠지만 대신 이 고생값을 치뤄달라며 마을에 필요한 엔트 목재를 구해올 것을 부탁했다.

본래 엔트 나무는 트렌트 마을의 촌장 세르비안카가 신성히 여기는 '오래된 숲 정령'이었다. 이 때문에 릭터는 벌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마을과 아무 상관없는 모험가는 촌장의 눈을 피해 엔트 나무들을 사냥했다. 그렇게 모험가가 목재를 구해왔을 즈음에는, 이미 릭터가 금서를 구해놓은 상태였다. 모험가는 어렵게 구한 이 금서를 들고 칼페온의 넬라 엔카로샤에게로 돌아갔다.


▲ 엔트는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나무종족이다.

▲ 엔트 목재를 건네받고 금서를 가져다 준 릭터



칼페온 도시
밝혀지는 금서의 내용, 여명 기사단과 엔카로샤 가문의 관계


넬라 엔카로샤는 금서를 들고 돌아온 모험가를 반겼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필라베르토 아저씨의 능력은 역시 대단하지 않나며 금서를 펼쳤다. 꼭 하지 말라면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까? 그런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던 넬라의 표정은 조금씩 일그러졌다.

책을 읽어 본 넬라는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이렇게 허무맹랑한 책은 처음본다며 모험가에게 어서 이 책을 처분해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중얼거리던 혼잣말은 모험가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이...이런 이야기로 착한 백성들을 홀려봤자, 에...엘리언님께서 진리로 인도하실 테니까."

모험가는 오히려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다. 또한 이 의뢰는 본래 넬라가 아닌 엔리크 엔카로샤가 주문한 것이기에, 반드시 처분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모험가는 잠시 책을 버리고 오는 척 넬라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 뒤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서 몰래 책을 펼쳐보았다.

금서 1장. 그림자 기사단의 기원
그림자 기사단은 이제 역사에서 지워진 비밀 조직, '여명 기사단'에 기원한다. 여명 기사단은 고대의 빛의 가르침을 따르던 이들로, 그들은 어느 시대에나 어둠의 힘이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중략)

금서 2장. 벨모른 등장과 여명 기사단
하지만 벨모른의 등장 이후 전 대륙이 위협을 받자 여명 기사단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각국에 협조를 요청하여 연합군을 구성하고 벨모른을 토벌하였다. 하지만 쓰러진 벨모른은 사라지지않고 살아남은 여명 기사단원들에게 큰 영혼의 상처를 남겼으며, 벨모른의 잔재를 봉인하고 지키는 감시탑에 주둔하던 기사단원들은 서서히 호기심을 시작으로 어둠의 힘에 침식되어갔다. (처음엔 그 힘을 연구하고 이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어둠의 힘에 손대기 시작하였으며 이내 소원을 이루는 강한 힘에 매료되었다)

금서 3장. 여명 기사단의 몰락
한편 여명 기사단의 강대한 힘을 본 각 왕국은 세상에 노출된 여명 기사단에 대한 견제와 회유를 시작했다. 여명 기사단의 마지막 단장이 자신들은 공식적으로 어느 국가의 편을 들지도 않는 중립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직후, 칼페온의 기사단 본부에서 국가 전복을 획책하고 있다는 문서가 발견되고 이를 핑계로 기사단은 강제로 해산되었다. 이를 해명하고자 하던 기사단장은 칼페온에서 암살당해 기사단은 완전히 와해되고 피의 숙청이 이어졌다.

금서 4장. 광명의 형체화
하지만 이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일부가 엘리언교로 개종하여 광명의 형제회라는 이름으로 엘리언교에서 강한 세력을 이루었다. 그리고 극소수는 세상을 등지고 원래의 고대 지식을 찾고 수호하는 비밀수호단이 되어 조용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벨모른의 봉인을 지키던 기사단원들은 스스로 그림자 기사단이라 부르며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봉인에서 나오는 속삭임과 싸우며 어둠의 힘을 연구하던 이들은 카마실비아의 추방된 베디르 종족과 접촉하면서 태초의 어둠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며, 스스로 어둠으로 변해 영원한 수명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벨모른의 속삭임을 받아들여 벨모른과 크자카를 숭배하는 무리로 변하였다. 이들은 광명의 형제회와 교류하며 빛과 어둠은 하나라는 비밀 교리를 따르고 있으며, 두 분파 모두 표면적으로는 엘리언과 빛의 신을 숭배하고 있다.

"빛과 어둠은 하나였으며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 문서에 따르면 여명 기사단 중 일부(감시탑에 주둔하던 무리)는 벨모른과의 전투 이후 어둠의 힘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명 기사단은 아직 건재했으며, 이들의 힘을 시기한 왕국은 여명 기사단을 회유하려다 실패하자 국가 전복을 꾀했다는 누명을 씌워 숙청했다. 결국 여명 기사단은 광명의 형제회, 비밀수호단, 그림자 기사단의 세 분파로 나뉘어 뿔뿔히 흩어졌고, 이들 중 엘리언교를 이끌고 있는 광명의 형제회와 그림자 기사단은 표면적으로만 엘리언과 빛의 신을 숭배하면서 실제로는 어둠의 교리를 따르고 있었다.

모험가는 이 문서를 보고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현재 엘리언교가 어둠을 숭배하는 자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고, 둘째는 여명 기사단이 이렇게 된 이유엔 이들을 시기했던 왕국의 숙청도 큰 작용을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렇게 엘리언교와 그림자 기사단의 충격적인 비밀을 확인한 모험가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러 칼페온의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그곳은 과거 여명 기사단이 그들의 힘을 시기한 자들에 의해 고문을 받고, 죽어가던 곳이었다.


▲ 모험가는 이 금서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칼페온의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모험가는 칼페온 지하감옥을 샅샅이 조사하다가 한 고문형틀에서 수상한 문구를 발견했다.

"구원의 상 아래에 단장님이 쓰러졌던 그 날, 이 땅의 마지막 양심도 함께 스러졌다. 너희가 아무리 여명을 막으려 해도, 설령 우리가 모두 죽어 사라진다 해도, 어둠이 떠오르는 태양을 막을 수 없다. 우리의 진실은 결국 승리를 맞이할 것이다."

이 글은 '여명'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억울하게 숙청당하던 여명 기사단원이 기록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모험가와 함께 있던 흑정령은 여기서 '구원의 상'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구원의 상은 현재 칼페온의 한 광장 분수대에 설치되어있는 조각물이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그 말을 듣고 구원의 상으로 달려갔다. 구원의 상 주변에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고아들로 이루어진 합창단이 서서 노래를 하고 있었고, 귀족들은 이를 구경하면서 다소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험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원의 상 아래를 샅샅이 뒤졌고, 마침내 비석 뒤에 아주 작게 새겨져 있는 글씨를 발견했다.

'비열한 잡배 엔카로샤의 칼에 쓰러진 정의롭고 명예로운 칼리오스를 기리며.'

놀라운 일이었다. 이는 과거 여명 기사단장의 억울한 죽음에 엔카로샤 가문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즉, 어찌보면 여명 기사단의 숙청과 타락의 원인 중 하나에는 엔카로샤 가문이 있었다.



▲ 모험가는 과거 여명 기사단이 숙청당한 지하감옥과 구원의 상을 샅샅이 조사했다.

흑정령은 이 사실을 알고선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낄낄거렸다. 엔리크 엔카로샤가 원죄에 이끌리듯 이 금서를 원했던 것이라며 말이다. 모험가는 이 사실을 엔리크 엔카로샤에게 알리기 위해 금서를 그에게 전달해주었고, 엔리크는 자신이 원했던 금서를 손에 넣고 아주 기뻐했다. 그리고는 책을 들어 그 내용을 천천히 확인했다.

모험가는 엔리크가 자신의 조상이 저지른 일을 보고 깜짝 놀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엔리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히려 이런 이단을 척결한 조상들에게 감사를 올렸고, 모험가에게는 책 내용을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여전히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고, 엔리크는 그런 모험가를 보더니 두루마리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이단을 절대 동정하지 말라면서, 이 글을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 했다.

마지막 기사단장 칼리오스의 문서(?)

(전략).. 오랜 수소문과 조사 끝에 우리는 과거 헥세의 마녀를 만날 수 있었다. 헥세 마리라 알려진 그녀는 과거 벨모른을 도와 크자카를 소환하였던 자로, 크자카에게 영원한 생명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우리는 헥세 마리에게 크자카를 소환하기 위해 필요한 의식을 배우고 준비하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남아있다. 크자카에게 바쳐야 할 제물. 우리에겐 크자카를 불러낼 생전의 헥세 마리와 같은 강한 마력을 가진 여성을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후략)



헥세 성역
넬라 엔카로샤를 찾아서


엔리크가 준 문서에 따르면 당시 여명 기사단은 벨모른 뿐만 아니라 부패의 신 '크자카'도 소환하려고 했다. 즉, 이 사실을 알게 된 엔카로샤 가문으로서는 기사단장을 암살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실이든 간에, 모험가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현재 그림자 기사단과 관련된 자들이 칼페온과 엘리언 교에 넘쳐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무렵 넬라 엔카로샤가 대학교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모험가는 조카를 찾아봐달라는 엔리크의 부탁으로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대학 근처의 학생들과 그녀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사제 레오나에게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레오나는 최근 넬라가 헥세 성역의 마녀에 대해서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마녀에 관한 기록은 워낙 오래전의 것이고 사실 여부도 확인할 수도 없어 현재는 다 사라졌다고 대답했지만, 그녀는 계속 믿지 않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모험가는 이 말을 듣고 혹시 그곳에서 넬라를 찾을 수 있을까 하여 헥세 성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레오나에게서 넬라가 헥세 성역으로 갔을 것이라는 단서를 잡았다.

모험가는 헥세 성역 입구에서 '베커'라는 소서러를 만났다. 그녀는 넬라가 자신에게 '헥세 마리'라는 크자카를 불러냈다고 알려진 전설적인 검은 마녀에 대해서 물어봤고, 이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 답했지만 제멋대로 성역 안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헥세 성역은 죽은 해골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소로 일종의 저주받은 지역이었다. 이곳에 넬라가 혼자 벌벌 떨며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모험가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 때 흑정령이 헥세 성역 깊숙한 곳의 오두막에서 사람의 흔적을 느꼈고, 모험가는 흑정령의 안내에 따라 서둘러 그곳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넬라가 아니라 순찰 중 길을 잃은 경비병 한 명이 있었다. 그는 해골들의 눈을 피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오두막 근처 바위 뒤에 숨어 있었는데,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험가를 보고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경비병은 넬라를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이었고, 모험가는 해골을 처치하며 그가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왔다.

경비병은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이 안개 속에서 넬라를 만났을 당시 베어 마을의 '옌센'을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 옌센은 마을 내에서 자기가 진짜 검은 마녀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헥세 성역은 해골들이 들끓는 위험한 장소다.

▲ 길 잃은 경비병을 도와주고 넬라의 행방에 대한 두번째 단서를 찾았다.

모험가가 만난 옌센은 베어마을의 조그만 샤이족이었다. 그런데 그는 모험가에게서 넬라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도움 안되는 발키리 말이야? 걔를 도와주다가 도리어 내 무기만 잃어버렸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기를 찾아주면 입을 열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모험가는 옌센이 정말 마녀를 봤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그런 제안까지 받으니 다소 황당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입을 열기 위해 헥세 성역의 해골들을 처치하고, 그들이 빼앗아간 옌센의 무기와 방패를 되찾아줬다. 그러자 옌센은 그제서야 넬라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경비병의 소개를 받고 베어 마을에 온 넬라는 다짜고짜 옌센에게 거금을 내밀며 검은 마녀를 봤던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과연 철 없고 돈 많은 엔카로샤 가문의 아가씨다웠다. 그런데 옌센 역시 유일하게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넬라의 말에 우쭐해져 함께 마녀의 예배당으로 향했고, 문제는 도중에 해골들에게 포위당해 싸우는 사이에 넬라 혼자 예배당으로 가버렸다는 것이다.


▲ 꼬마 옌센은 정말 검은 마녀를 보았을까?

옌센의 말을 들은 모험가는 있지도 않은 마녀를 가지고 넬라를 속여 위험에 빠뜨렸다며 나무랐다. 하지만 옌센은 내가 정말 그곳에서 마녀를 봤다면서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꽥꽥 질렀다. 그리고 자신도 그냥 도망친게 아니라 촌장에게 말을 해놨으니 지금쯤이면 넬라를 구출했을 것이라 말했다.

모험가는 그 말에 희망을 가지고 베어 마을 촌장 '리케 베어'를 만났다. 하지만 촌장은 마녀 얘기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옌센 말을 듣고 경비병을 보냈더니 죄다 겁만 집어 먹은 채 돌아왔다면서, 설령 마녀 얘기가 진짜라해도 이미 그런 곳에 발키리 소녀가 혼자 들어가 있다면 살아있을리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흑정령이 헥세 성역 깊은 곳에서 강력한 어둠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험가와 흑정령은 그 기운을 따라서 옌센이 말했던 예배당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정말로 아름다운 검은 마녀, 헥세 마리를 만났다. 모험가는 전설로만 듣던 그 광경에 입이 쩍 벌어졌지만, 이내 헥세 마리를 처치하고 근처 나무 뒤에서 벌벌 떨고 있던 넬라를 만났다.

모험가는 넬라가 이제 칼페온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넬라는 그 난리를 겪고도 고집불통이었다. 그녀는 마녀가 진짜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끝까지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며 버려진 수도원의 '바호'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보답을 하고 싶은데 현재 가진 게 없다며 자신을 내팽개치고 도망간 옌센에게 준 의뢰비를 대신 받으라고 했다.


▲ 전설 속의 헥세 마리는 정말로 실존하는 인물이었다.



버려진 수도원
바호 사제의 비밀과 최초의 발키리, 엔슬라


그런데 문제가 또 터졌다. 모험가가 옌센에게서 의뢰비를 돌려받는 와중에 넬라가 사라진 것이다. 또 자기 멋대로 혼자서 버려진 수도원으로 향한 것이 분명했다. '대체 바호 사제가 어떤 사람인줄 알고?' 그렇게 모험가는 넬라를 뒤쫓아 버려진 수도원으로 향했다.

모험가가 찾아간 버려진 수도원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수도원의 낡은 벽은 대부분 허물어져있었고, 흉측한 나무골짜들이 튀어나와 으스스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그곳에서 인기척을 느꼈고, 이내 수상한 사제 한 무리를 만났다. 그 중에는 특이하게도 수인족 사제도 있었는데, 그 자가 바로 넬라가 찾던 '바호 라데리치오 사제'였다.

모험가는 바호 사제에게 빨간 머리 발키리 소녀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바호 사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이곳은 본래 외지인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 했다. 하지만 모험가는 뭔가 그의 행동이 수상하다 생각했고, 흑정령 역시 주변에서 강한 어둠의 냄새를 느꼈다.


▲ 바호 사제는 아무도 본 적이 없다며 잡아뗐다.

흑정령이 말한 곳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물이었다. 그 우물은 현재 사용하지 않는 마른 우물로서 대신 사다리 하나가 놓여져 있었고, 모험가는 그곳에서 반짝거리는 발키리 신성 대학의 장식을 찾아냈다.

모험가는 사제들의 눈을 피해 몰래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엔 놀랍게도 우물 안이라고는 상상할 없을 정도의 거대한 동굴이 펼쳐져 있었고, 몇몇 그림자 기사단들이 까만 두건을 뒤집어 쓴 채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알고보니 버려진 수도원 지하는 바로 그림자 기사단의 은신처였던 것이다.

모험가는 모여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림자 기사단들을 지나 동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이곳 어딘가에 넬라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동굴 반대편 출구까지 향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비'라는 녹색 고블린을 만나게 되었다.


▲ 버려진 수도원에서 수상한 우물을 찾아냈다.

▲ 알고보니 우물 아래는 그림자 기사단의 은신처였다.

다비는 뭔가 불안한듯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는 혹시 빨간 머리 소녀를 봤냐는 모험가의 질문에, 자신이 그녀를 봤다며 알려주는 대신 동굴 안으로 끌려간 친구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모험가는 다시 동굴로 들어가 그곳에서 다비의 친구로 보이는 초록 고블린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었고, 몸 주변에 보이는 온갖 흉측한 상흔들은 그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줬다.

모험가는 나오는 헛구역질을 가까스로 참으며 다비에게 돌아가 친구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러자 다비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흐느꼈고, 사실 빨간 머리 여자애도 본 적이 없다며 사실을 털어놨다. 모험가는 그에게 속은 것을 알았지만 그의 사정을 알기에 뭐라 말 할 수도 없었다.


▲ 다비의 친구는 이미 끔찍하게 제물로 바쳐진 상태였다.

하지만 흑정령은 다비의 친구의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고블린의 끔찍한 상태로 볼 때 단순한 포로가 아닌 무언가 '의식을 치룬 듯한' 느낌이었다. 즉, 이 은신처는 일종의 제물을 가둬놓는 장소였던 것이다. 흑정령은 모험가에게 분명 이 근처에 그림자 기사단의 제단과 같이 중요한 것들이 있을거라며 샅샅이 조사해보자고 했다. 나름대로 일리있는 분석에 모험가는 동굴 내부의 그림자 기사단을 처치해 나갔고, 결국 수상한 문서를 하나 입수할 수 있었다.

그 문서에는 '버려진 수도원에 잠입해 있는 빛의 형제회 사제에게 제물을 인도하라.'라는 문장과 함께 칼페온 신전으로 가는 날짜, 필요한 제물의 수가 적혀있었다. 모험가는 '버려진 수도원에 잠입한 빛의 형제회 사제'라는 단어에 순간적으로 바호 사제를 떠올렸고, 우물 위로 올라가 따짜고짜 문서를 내밀며 그를 추궁했다.

바호 사제는 더 이상 시치미를 뗄 수 없었다. 체념하듯 고개를 떨군 그는 이내 조용히 물 한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슬픈 눈동자로 모험가를 바라보며 '엔슬라'라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아름다운 발키리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발키리, 엔슬라에 대한 기록

발키리 부대는 엘리언의 가호를 받아 창설되었다. 비록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그녀들은 그 어떤 전쟁에서도 늘 돋보이는 존재로 활약해왔다. 최초의 발키리는 엔슬라의 전설로 시작되는데, 칼페온 기사단 소속이던 엔슬라는 길고 풍성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기사였다. 그녀는 어디에 있든 돋보이는 존재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제 몸집만한 창인 랜시아와 커다란 방패를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신성력을 요구하는 낯선 동작의 기술들을 자유로이 구사했다.

엔슬라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않던 엘리언교는 엔슬라의 예명인 발키리스라는 이름을 가져와 발키리 교본을 편찬했으며, 곧 발키리 양성에 집중한 신성 대학을 창립했다. 신성대학은 엘리언교 산하의 기관으로 오직, 완벽한 발키리를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엔슬라는 신성 대학의 지휘관이 되었으나,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발키리로 양성될 소녀들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엘리언교는 매우 까다로운 기본 소양들을 제시했고, 그 어떤 것이든 조금이나마 결여된 자들은 가차 없이 내쳐지고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엔슬라는 엘리언교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결코 전해지지 않았다.

시련을 거쳐 비로소 구색을 갖춘 발키리 부대에 내려진 첫 특명은 칼페온 신전에 나타난 불완전한 크자카를 완벽히 봉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야에 엔슬라에게 은밀히 전해진 바호 라데리치오 대사제의 비밀 지령엔 전혀 다른 지시가 내려졌다. “모든 혼돈이 엘리언을 숭배하리. 발키리의 순수한 피를 제물로 크자카와 현신하라.”

칼페온 크자카 신전에 도착한 발키리 정예가 크자카와 맞서기 시작할 때, 엔슬라의 갈등은 고조되었다. 결국, 엔슬라는 엘리언교도의 뜻을 거스르며, 발키리 정예와 함께 칼페온 신전에 모습을 드러낸 크자카를 완전히 봉인한다. 그리고 엔슬라는 마지막 말을 전하고 사라졌다. “정의는 머리에, 엘리언은 마음에, 이념의 저울은 오직 랜시아의 끝에.”

바호 사제는 당시 엔슬라를 사모했고, 그녀의 그림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최초의 발키리가 될 그녀의 옆에 서고자 교단의 최고 대사제까지 올라갔고, 그녀를 세상의 유일한 빛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그는 엘리언교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고자 혼돈을 불러일으키려 했고, 이에 엔슬라와 발키리들을 이용하여 크자카를 현신시키고자 했다. 당시 바호 사제는 이것이 엔슬라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고, 그녀가 크자카를 무찌르고 완전한 빛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녀는 크자카를 봉인한 그 전투에서 희생되었고, 바호 사제는 수도원에서 평생 참회하려 했으나 그림자 기사단은 그런 그를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현재 버려진 수도원의 제물은 광명의 형제회가 공급하고, 그림자 기사단이 관리하고 있었다. 바호 사제는 그 가운데에서 이용당하고 있는 실패한 사제였다. 아무런 힘도 없는 그는 결코 칼페온 신전으로 향하는 제물들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실토한 그는 결국 모험가에게 '제발 억울한 사람들을 구해달라'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 펄 의상인 엔슬라 세트는 최초의 발키리였던 엔슬라의 이름을 딴 것이다.



칼페온 신전, 세렌디아 신전
크자카를 봉인한 일레즈라, 남아있는 위협


흑정령과 모험가는 자신의 잘못을 아름답게 합리화하려는 바호 사제의 태도에 역겨움을 느꼈다. 그는 빨간 머리를 가진 넬라를 보고 과거의 엔슬라를 떠올렸던 것인지, 그녀에게도 칼페온 신전의 실상에 대해 알려준 듯했다. 이를 알게된 모험가는 칼페온 신전으로 가서 다시 넬라를 찾아보기로 했다.

모험가는 칼페온 신전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넬라 외에도 눈에 익은 몇몇 사람들이 더 있었다. 그들은 이전에 모험가와 만났던 비밀 수호단, 마르타 키옌, 야즈, 라피 베드마운틴이었다. 알고보니 넬라가 그새 그들을 고용했던 것이었다.

넬라를 찾은 모험가는 안도하며 비밀 수호단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마르타 키옌은 칼페온 신전은 크자카가 갇혀있는 '억겁의 어둠'으로 가는 입구 중 하나라고 말했는데, 문제는 현재 봉인석이 있어야 할 자리가 뚫려있다는 사실이었다.


▲ 모험가는 칼페온 신전에서 넬라뿐만 아니라 비밀 수호단과도 재회했다.

고대 기록에 의하면 그 봉인석은 '에다나'라는 고대인이 신전을 봉인하는데 사용한 절대 파괴되지 않는 신비의 돌이었다. 이에 라피 베드마운틴은 이전에 칼페온 신전을 털었던 도적들을 만난 이야기를 하면서, 그 멍청한 도적들이 외눈박이 거인을 만나 훔쳤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달아났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모험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엔트 숲 근처를 떠도는 외눈박이 거인을 무찔렀다. 그리고 외눈박이 거인의 냄새나는 바지를 뒤져 이상한 기운을 내뿜는 돌을 하나 찾아냈고, 그 후엔 마르타 키옌의 안내를 따라 칼페온 신전 깊숙히 자리잡은 '의식의 방'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마르타 키옌이 안내한 곳엔 입구 대신 흉측한 뱀 2마리가 두건 쓴 남자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기분 나쁜 석상이 하나 있었다. 마르타 키옌은 이곳이 입구라면서 그 석상을 조심스레 작동시켰다. 그러자 뱀 석상이 쉭쉭 소리를 내며 거칠게 움직이더니 이내 거대한 광장으로 향하는 입구가 드러났다.


▲ 외눈박이 거인을 무찌르고 칼페온 신전의 사라진 봉인석을 되찾았다.

▲ 칼페온 신전의 숨겨진 의식의 방 입구

광장에는 이미 상당수의 그림자 기사단이 있었고, 피처럼 빨간 의문의 액체로 가득찬 중앙 수조에는 부패의 신 크자카가 이미 절반쯤 현신되어 있었다. 모험가는 가져온 봉인석을 서둘러 제자리에 놓으려 했으나, 이미 그림자 기사단의 눈은 모두 모험가에게 향해 있었다.

모험가는 크자카가 내뿜는 엄청난 기운과 그림자 기사단들의 방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대로라면 봉인석을 돌려놓기는 커녕 목숨만 간신히 부지하여 돌아가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은빛 줄기가 뻗어나와 크자카의 양팔과 가슴, 목을 꿰뚫고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렇게 몸부림치는 크자카 앞에는 흰색 두건 차림을 한 여성이 차원문을 통과해 당당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 놀라운 광경에 지켜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마녀의 힘에 놀란 것은 크자카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흰색 마녀는 그 뒤 손을 뻗어 크자카의 영혼을 흡수했고, 울부짖으며 심연 속으로 사라지는 크자카 위로 거대한 고대 큐브를 떨어뜨려 그가 소환되던 피 웅덩이를 막아버렸다.


▲ 의식의 방 내부. 저 멀리 크자카의 거대한 손이 보인다.

▲ 부패의 신, 크자카

▲ 하얀 마녀(일레즈라)의 등장

▲ 크자카의 영혼을 흡수하는 일레즈라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얼빠져 있는 모험가에게 의문의 마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모험가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한마디 말을 남겼다.

"오랜만이야. 날 기억해? 모든걸 잊어버렸다면 그것도 좋겠지... 기억이 돌아오면 나를 찾아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 마녀는 의문의 말을 남기고 검은 차원문 속으로 사라졌다. 마르타 키옌 역시 갑자기 벌어진 광경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키옌은 사실 자기에게 '봉인석'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바로 저 여인이라면서, 그녀에 대해서는 '메디아에서 온 소서러'라는 정도 밖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방금 그 여인은 어떻게 고대의 신을 상대로 저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영혼을 잃은 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여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리고 모험가는 과거에 그녀와 어떤 관계였던 것일까?


▲ 하얀 마녀는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순식간에 많은 의문들이 생기며 불안감이 올라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엘리언교와 광명의 형제회, 그리고 그림자 기사단의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 순간 마르타 키옌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크자카의 세계로 이어진 통로는 사실 칼페온 신전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렌디아에 위치한 고대 신전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곳의 봉인석도 당장 확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가는 마르타 키옌의 지시대로 세렌디아 신전 근처의 '하콘 사제'를 만났다. 모험가는 그와 함께 세렌디아 신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봉인석의 유무를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세렌디아 신전 역시 봉인석이 있어야 할 자리가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하콘 사제는 이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계의 위협이 오기 전에, 당장 이 사실을 알려야했다. 하콘 사제는 모험가에게 지금 당장 칼리스 의회에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고 말했다.

칼페온에 도착한 모험가는 헐레벌떡 칼리스 의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어찌나 급했던지, 그곳을 삼엄히 경비하고 있던 발크스도 막아내지 못했다. 의회장 헤르만 페레시오는 갑자기 뛰어들어온 모험가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영문인지를 물었다. 이후 모험가의 설명을 들은 그는 세계에 닥친 크자카의 위협을 직감하고 긴급 의회를 소집하기로 마음먹었다.


▲ 세렌디아 신전을 조사하고 결계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하콘 사제

▲ 칼리스 의회장 헤르만 페레시오는 이에 대해 긴급 의회를 소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