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스토리 10편은 메디아 지역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담았다. 모험가는 칼페온 신전에서 마주쳤던 '의문의 마녀'를 조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메디아를 여행하게 되는데, 그곳에 사무친 어둠을 조사하던 중 바리즈 왕가와 섭정 네루다 셴이라는 다소 대립적인 두 조직 사이에 놓이게 된다.

이번 편은 본격적인 사건이 진행되기 전 여러 의문점들을 흩뿌려놓는 프롤로그다. 특히 대도시 알티노바의 예언가 '시라레'가 불길한 예언들을 선포하는 장면에서는 이런 의문들이 더욱 심화된다. 모험가는 이런 상황 안에서 메디아를 주름잡고 있는 상인들과 어딘가 꺼림칙한 야만족의 존재를 알아가며 전반적인 메디아의 모습을 하나씩 익혀나가게 된다.

메디아 지역 역시 본편 이후로 2가지로 갈라지는 분기편이 준비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게재할 스토리 11편과 12편은 각각의 분기 내용들을 정리해 볼 것이고, 이후 13편에서는 분기 후 다시 공통적으로 전개되는 메디아 지역 마지막 편을 기록해 볼 예정이다.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6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1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7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2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8 - 칼페온 지역 여정 분기3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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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메디아 프롤로그 - 메디아를 위협하는 검은 기운


메디아, 카바실브 사원
의회장 페레시오의 부탁으로 의문의 마녀를 조사하기 위해 떠나다


칼리스 의회장 헤르만 페레시오는 악신 크자카의 위협을 막기 위해 긴급 의회를 소집하는 한편, 모험가가 칼페온 신전에서 마주친 '검은 기운의 여인'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페레시오는 그 여인을 메디아의 유명한 마녀일 것이라 추측하면서, '메디아 지방은 별 볼일 없는 황폐한 곳이지만 상상할 수 없는 사악한 주술과 야만족들이 넘쳐나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최근 카마실비아의 가넬들도(연대기 하편 참조) 하이델 동쪽에 '카마실브 사원'을 짓고 수상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외교적인 마찰을 고려했을 때 칼페온이 이를 직접 조사하기는 어려웠고, 따라서 페레시오는 비교적 자유로운 신분인 '모험가'를 이용하기로 했다.


▲ 외교적인 문제를 고려한 칼리스 의회장은 자유로운 신분의 모험가를 메디아 땅으로 보낸다.

메디아는 과거 칼페온과 발렌시아의 전쟁에서 중개무역을 통해 큰 부를 쌓았던 지역으로, 세렌디아 동쪽에 위치하여 현재는 '수도 알티노바'를 중심으로 강력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대신 이곳은 넓은 평야와 비옥한 토지를 가진 세렌디아와 달리, 지역 대부분이 높은 산과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대농장이 그리 발달하지 못했다.

모험가는 이런 메디아 지역으로 향하던 도중 의회장 페레시오가 말했던 카마실브 사원을 발견했다. 카마실브 사원은 마치 '여기부터는 메디아입니다'라고 쓰여진 이정표처럼 메디아 지역으로 향하는 길목 입구에 바로 위치해 있었다. 그곳에 우뚝 솟아있는 아름다운 하얀색 나무는 모험가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는데, 그 나무 아래에는 어딘가 낯익은 얼굴의 가넬족이 한 명 서 있었다.


▲ 카마실브 사원은 세렌디아와 메디아 지역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 카마실브 사원 전경

모험가는 비밀 수호단의 일원인 '오로엔'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건넸다. 오로엔 역시 갑작스레 찾아온 모험가의 모습에 잠깐 놀랐으나 이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오로엔은 카마실비아 사원의 설립목적에 대해 묻는 모험가에게 '최근 메디아 지역에 스며든 검은 기운을 경계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미리 알아챈 '헤라웬'님을 만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헤라웬은 긴 금발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가넬족으로, 현재 카마실브 사원의 사원장을 맡고 있었다. 겉보기에 헤라웬은 2,30대 젊은 인간 여성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지만, 사실 그녀는 훨씬 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세계의 사건들을 경험하고 지식을 쌓아온 가넬이었다. 그런 지혜로운 가넬답게 그녀는 모험가가 찾아온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느꼈고, 모험가에게 이곳을 찾아온 진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런 헤라웬의 질문에 정곡을 찔린 모험가는 그녀 앞에서 솔직한 세가지 질문을 던졌고, 헤라웬은 자애로운 미소를 띤 채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첫번째 질문. 검은 기운의 마녀는 누구인가?
모험가가 크자카 신전에서 본 그 마녀는 '일레즈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악행을 저지르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확실한 것은 그녀로 인해 가족과 꿈을 잃고 고통받는 자들이 생겨났다.

두번째 질문. 메디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과거 건재하던 메디아 왕국에 일레즈라가 '삼일의 어둠'을 불러일으켰다. 이 삼일의 어둠은 메디아 왕국을 파멸로 이끌었고, 온 대지를 검은 기운으로 물들였다. 현재의 메디아는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세번째 질문. 카마실브 사원의 목적은?
카마실브 사원은 메디아의 이변을 감지하고 대지를 정화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카마실비아의 성스러운 신단수 가지를 가져와 메디아 땅에 심고 정화하려 했으나, 이미 검은 기운에 깊게 잠식된 메디아 땅은 신단수조차 자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현재 이곳 카마실브 사원이 세워진 장소는 카마실브가 자랄 수 있는 일종의 '한계점'이다.


▲ 모험가의 질문에 답을 하고 조언을 해주는 지혜로운 헤라웬

헤라웬은 모험가가 만약 일레즈라를 쫓고 있는 것이라면 그 어둠을 먼저 추적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답해주었다. 그리곤 용암 동굴 관리자 '하칸 데르크'를 언급하며, 분명히 그가 이 여정에 도움이 될테니 찾아가 볼 것을 당부했다.



오마르 용암동굴
용암 동굴에서 어둠의 기운을 추적하다


모험가는 헤라웬이 알려준 '오마르 용암 동굴'로 향하며 본격적인 메디아 여정을 시작했다. 오마르 용암 동굴은 과거 메디아가 자랑하던 천연 용광로로서, 대륙의 내로라하는 대장장이라면 모두 이곳에 모여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들을 만들어냈었다.

그런데 일레즈라가 일으킨 '삼일의 어둠' 사건 이후 오마르 용암동굴에 영문 모를 폭발이 일어났고, 용암을 뒤집어 쓴 사나운 고블린들이 출몰하며 동굴 내부가 미친듯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는 거의 모든 대장장이들이 이곳을 떠났고, 하칸 데르크를 비롯한 몇몇 인부들만이 남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황폐해진 동굴에 대해 하소연하는 하칸 데르크

모험가는 자신에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하칸을 위해서 용암 동굴 내부의 불꽃 고블린, '페리드족'을 어느정도 처치해보기로 했다. 용암 동굴은 입구부터 이미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모험가는 그런 숨통을 죄어오는 열기 속에서도 페리드족을 하나하나 처치해 나갔다.

하칸 데르크는 그런 모험가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그동안 저 동굴의 열기를 뚫고 페리드족을 처치할 수 있었던 자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페리드족의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동굴의 살인적인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여전히 인부들이 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하칸 데르크는 모험가에게 동굴 온도를 낮출 방법에 대해 물었다.


▲ 페리드족을 처치해보는 모험가

▲ 하지만 동굴의 뜨거운 열기는 가시지 않았고, 인부들은 계속 고통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모험가도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모험가는 일단 주먹구구식으로 동굴 안에 물을 부어보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동굴에 이런 무식한 방법이 통할 리 없었다. 흑정령은 이런 모험가의 행동이 한심해보였는지 킥킥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모험가를 한참 비웃던 흑정령은 '넌 동굴 안에 검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냐'며 그 존재가 용암 동굴을 이렇게 만든 원흉임을 말해주었다. 이를 알게 된 모험가는 이제 동굴 깊숙한 곳, '우두머리 페리드'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 보다못한 흑정령은 모험가에게 우두머리 페리드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모험가는 우두머리 페리드의 모습을 보고 잠시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페레시오가 '메디아 지역은 야만스럽고 황폐한 곳'이라고 말했던 것일까? 그동안 수없이 검은 존재들을 처치해왔던 모험가지만, 페리드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모험가의 키는 겨우 페리드의 발목에 닿았고, 페리드의 몸은 온갖 화염과 용암으로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페리드가 내뿜는 열기에 숨이 멎을 듯했다. 페리드가 움직이며 괴성을 지를 때마다 뜨거운 화염이 모험가를 휘감았고, 모험가는 흑정령이 가진 어둠의 힘을 이용해 겨우겨우 이를 막아냈다. 그렇게 꽤나 오랜 사투를 벌인 끝에야, 페리드는 결국 쓰러지며 땅 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 우두머리 페리드의 크기. 자세히 보면 오른쪽 발에 아주 조그만 모험가의 모습이 보인다.

하칸은 동굴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무사히 살아 돌아온 모험가를 보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칸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연구목적으로 수집했던 검은 장막의 무기를 모험가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거대한 용암족에서 느껴졌던 '검은 기운'에 수상함을 느끼고 과거 자신이 사막에서 발견했던 흑결정이 원인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거 칼페온과 발렌시아 전쟁 당시 하칸 데르크와 그의 친구 '메보 무라난'은 오마르 용암동굴에서 최고급 무기를 만들어 그것으로 장사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장사를 하며 사막을 오가던 와중 사막 아래에 묻힌 검은 돌을 발견했고, 하칸과 무라난은 이를 단순한 '가공 첨가제'로 사용할 수 있을까하여 용암 동굴로 가져왔다. 그런데 그들은 이후 실험을 통해서 흑결정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화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하칸은 흑결정을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여 멀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무라난은 하칸의 생각과 달랐다. 그는 자신이 흑결정의 힘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이제 이 천연 용광로도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중에 그는 결국 용암 동굴을 구시대의 흔적 정도로 생각하며 다른곳으로 떠났고, 하칸은 이 당시 '무라난이 흑결정 실험을 위해 동굴 내부에 흑결정을 쏟아부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이에 하칸은 무라난이 현재 알티노바에서 무기와 방어구를 제조하고 있으니, 이를 확실히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던 모험가는 이렇게 검은 기운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메디아 마녀'의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겸사겸사 알티노바로 향했다.


▲ 이제 모험가는 메디아의 대도시 알티노바로 향한다.



대도시 알티노바
야만족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시라레의 불길한 예언


알티노바의 대장장이 메보 무라난은 모험가가 하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흑결정은 용암 동굴에 쏟아붓기에 너무귀한 재료였다. 그는 당장에 그런 허튼소리를 한 녀석을 찾아 당장에라도 쥐어패고 싶었다. 무라난은 만약 자신의 말을 못 믿겠으면 '네루다 셴'이라는 자를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네루다 셴은 과거 칼페온과 발렌시아의 전쟁 사이에서 물자 조달 협상을 따낸 결정적인 인물로, 당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통해 현재의 알티노바를 건설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모험가는 그런 네루다 셴에게 용암 동굴에서 느낀 어둠의 기운을 비롯해 하칸과 무라난의 다툼에 대해 이야기했다. 네루다 셴은 곰곰히 모험가의 말을 들어보더니 용암 동굴의 어둠은 흑결정의 기운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오히려 과거에 메디아가 겪었던 '삼일의 어둠' 사건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 자신이 용암 동굴에 흑결정을 쏟아부었다는 터무늬 없는 말을 듣고 분노하는 무라난

▲ 메디아의 어둠은 흑결정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을 말해주는 네루다 셴

네루다 셴은 일단 모험가에게 알티노바를 둘러보며 생각을 정리해 볼 것을 권했다. 이에 모험가는 알티노바를 돌아다니며 여러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혹시 '검은 기운의 마녀'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봤으나, 그 누구도 시원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메디아의 거래소장 '루시 벤쿰'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검은 마녀나 수상한 자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이상한 말'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단순한 말이라기보단 일종의 동요같은 형태로 유행을 타고 있었는데, 그 음율을 듣다보면 온몸에 털이 쭈뼛 서게 될 정도로 불길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마녀에 대한 일말의 단서라도 찾을까 싶어 일단 이 곡을 알고 있는 아이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 루시 벤쿰에게 알티노바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수상한 동요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모험가는 알티노바 도시를 헤집고 다니다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한 골목으로 진입했다. 그곳엔 3명의 아이들이 둘러모여 알 수 없는 말로 노래를 부르며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모험가는 그 중 '아유르 벤쿰'이라는 아이에게 이게 무슨 노래인지 물었다. 그 아이는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자기도 무슨 뜻인진 모르나 저 위의 시커만 야만족들을 따라 부른 것'이라 답했다.

모험가는 아이가 가리킨 방향에서 시커먼 철제 갑옷을 두른 야만족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정말 그들은 벤쿰의 말대로 뭔가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모험가가 아무리 유심히 들어봐도 도저히 그 뜻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모험가는 벤쿰에게서 야만족 언어를 할 줄 아는 '압둘 자움'이라는 자를 소개받았다.


▲ 무언가를 흥얼거리는 야만족을 몰래 엿보았다.

압둘 자움은 메디아 왕가의 병사 출신으로, 삼일의 어둠이 있던 날 재빠르게 도망쳐 살아남은 트롤족이었다. 현재 메디아의 기술교관을 맡고 있는 그는 갑자기 무턱대고 자신을 찾아와 야만족의 언어를 해석해달라는 모험가가 탐탁치 않았다. 하지만 모험가의 모습이 일반 어중이떠중이같진 않았기에 그는 결국 툴툴거리면서 노래를 해석해 주었다.

메디아 야만족이 부른 노래 해석본 (시라레의 예언)
검은 여신이 돌아오네, 검은 여신이 돌아오네...
하늘의 태양이 검게 변한 그날, 우리 모두의 손은 하늘을 향해.
과거의 지배자가 바닥을 기네. 저기 죽음이 기어가네...
어른이든 아이든 결국 모두 죽는다. 저기 죽음이 기어가네.
네 절망의 이름은 내 희망이야. 내 희망의 이름은 네 절망이야.


▲ 야만족의 노래를 해석해주는 압둘 자움

압둘 자움은 노래를 해석하다가 이 노랫가락이 '시라레의 예언'에서 따온 것임을 알아차렸다. 시라레는 야만족들 사이에서 신의 대언자 취급을 받고 있는 예언가였고, 이에 모험가는 압둘의 안내를 받아 시라레가 있는 장소로 향할 수 있었다.

시라레는 알티노바의 입구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런 시라레에게 다가가 야만족의 예언과 검은 마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시라레는 대답 대신 주문인지 노래인지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검은 마녀를 따라 검은 그림자가 돌아온다.
하늘의 태양이 검게 변한 그 날, 지배받던 자들이 팔을 뻗어.
죽음이 밤처럼 모두를 찾아오면 누가 왕인지 어떻게 알지?
낮이 밤처럼 뒤집히면 어른과 아이를 어떻게 알지?
어쩌면 희망이 올지도 몰라. 어쩌면 절망이 올지도 몰라.


▲ 대답 대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예언가 시라레

말을 마친 시라레는 이 말 외엔 당신에게 해줄 것이 없다며,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빛을 그대로 따라가라는 알 수 없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품고 있는 어둠에게 굴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입을 굳게 닫았다.

모험가는 이 예언을 듣고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낮이 밤처럼 뒤집힌다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흑정령은 이런 헛소리는 신경 쓰지 말라며, 아마도 야만족이 무슨 반란을 꾸미는 것 같으니 혼자 고상한 척하는 네루다 셴을 다시 한번 찾아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네루다 셴은 모험가에게서 시라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시라레의 예언과 관련된 것이냐'며 몹시 불쾌해 했다. 그러면서 현재 메디아의 속사정을 알려주었는데, 과거 삼일의 어둠 사건 이후로 메디아의 바리즈 왕가는 몰락했고, 왕이 되어야 할 바리즈3세는 아직 어려서 네루다 셴이 섭정을 맡고 있다고 했다.

네루다 셴은 시라레가 섭정인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야만족의 반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며, 그 증거로 '폐철광산'을 들었다. 셴의 말에 따르면 현재 시라레의 예언에 영향을 받은 야만족들은 폐철광산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주민들을 강제로 노역시키고 있었다. 이를 두고 셴은 야만족 노래에 나오는 '검은 여신'이 시라레 본인을 지칭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 네루다 셴은 시라레가 야만족의 반란을 부추긴다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아분마을, 폐철광산
폐철광산에서 발견된 흑결정과 싹트는 의심


모험가는 네루다 셴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가 말한 '아분 마을'과 '폐철광산' 일대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마을은 정말 한산했고 대장장이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이미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그들 중 '네피 티냐'라는 여인은 자신의 오빠 '호리오 티냐'가 폐철광산에 잡혀갔다며, 만약 그곳으로 갈 생각이 있거든 오빠를 만나서 실마리를 얻어보라고 했다.

모험가는 그녀의 말을 따라 아분 마을 근처에 있는 폐철광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엔 수많은 야만족들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모험가는 먼저 근처 언덕에 올라가 광산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 수많은 야만족들 사이로 노역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목표를 확인한 모험가는 자신을 가로막는 야만족들을 무참히 짓밟고 주민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험가는 그곳에서 까무잡잡한 피부에 곡괭이를 들고 있는 네피의 오빠, 호리오 티냐를 만날 수 있었다.


▲ 아분 마을의 주민들은 이미 야만족들을 피해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여동생 네피 티냐를 그리워하는 호리오 티냐

호리오 티냐는 이곳에 거의 보름 넘게 갇혀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모험가에게 야만족들이 '어떤 특별한 광석'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이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야만족들은 주민들이 뭔가 진귀한 것을 캐낼 때마다 이를 확인하기도 전에 바로 가져가버렸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문득 야만족을 처치하다가 우연히 얻게 된 광석 하나가 생각났다. 그것은 바로 '흑결정'이었다. 호리오는 모험가가 꺼낸 그 광석의 자태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야만족들이 찾는 광석이 바로 흑결정이었다니. 이 사실은 호리오에게 아주 큰 단서가 되었다.


▲ 폐철광산에서 발견된 흑결정으로 인해 본격적인 의심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호리오 티냐는 이제서야 '왜 네루다 셴이 야만족을 눈감아 주고 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네루다 셴 정도의 권력을 가진 자라면 자신의 군대를 이용해서 폐철광산의 야만족을 몰아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야만족의 횡포를 눈감아 주고 있다는 것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한편으론 이곳의 야만족들이 네루다 셴과 거래를 통해 자치권을 인정 받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이렇게 된 이상 마을 주민들의 희망은 이제 '옛 바리즈 왕가를 섬기는 슈라우드 기사단'에게 있었다. 호리오는 모험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지금 당장 '사르마 아닌' 군장님을 찾아뵈라고 당부했다. 이제 야만족을 용납하면서 주민들을 고통에 몰아넣는 네루다 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흑정령의 생각은 달랐다. 흑정령은 우리가 칼페온에서 학습해왔듯이 '한쪽 말만 들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말 네루다 셴은 흑결정과 돈 밖에 모르는 나쁜 놈이었던 것일까? 모험가는 이제 이 중간에서 무조건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바리즈 왕가와 네루다 셴, 둘 중 누구를 따라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