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만에 성사된 EPL 팀 간의 챔스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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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을 대표하는 두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만났던 07-08 챔피언스리그 결승. 당시 8강과 4강에서 모두 좋은 폼을 보여주었던 박지성이 명단 제외되며 한국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웠던 결승전이기도 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EPL의 두 팀이, 그리고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4강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를 완성시키며 결승에 안착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팀 토트넘과 리버풀. 11-12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었던 첼시 이후 7년 만에 빅이어를 들어 올릴 EPL팀은 과연 누가 될까.


리버풀 FC: 이스탄불의 기적 이후 없던 챔스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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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위르겐 클롭
* 주요선수: 무하마드 살라, 사디오 마네, 피르미누, 버질 반 다이크, 알리송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 5회 (1976-77, 1977-78, 1980-81, 1983-84, 2004-05)
* 이전 시즌 국제 대회 성적: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vs 레알마드리드 1-3 패)

리버풀의 분위기는 정말 좋지 않았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우승컵이 기울었었고, 4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게 0:3으로 패배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진을 책임지는 두 에이스 살라와 피르미누도 부상으로 2차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리버풀 팬들마저도 이 상황을 뒤집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야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2차전, 전반 7분 오리기의 빠른 선제골이 있었지만 이후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골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바르셀로나의 위협적인 공격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3골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칫 바르셀로나가 1골이라도 더 넣어버리면 4골을 넣어야 했다. 멘탈을 유지하기 쉽지 않던 순간, 로버트슨 대신 들어온 베이날둠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놀드의 땅볼 크로스와 샤키리의 크로스까지 모두 골로 연결하면서 멀티골을 완성시켰다. 3:0, 1차전 합산 스코어는 3:3이 된 순간이었다.


▲ 랜'둠'박스가 제대로 터졌던 이 날, 아직 그에겐 결승이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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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54분, 56분에 연달아 터진 골. 덕분에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반대로 바르셀로나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게 필요한 것도 단 한 골이었다.

하지만 이미 경기의 분위기는 리버풀에게 기울었던 것 같다. 알렉산더 아놀드의 눈부신 집중력과 센스의 코너킥으로 오리기의 2번째 골이 터졌고 경기는 4:0이 되었다.

리버풀은 마지막 10분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수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가는 값진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 올 시즌 리그에서는 토트넘을 상대로 2경기 모두 2-1로 승리를 따냈던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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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은 토트넘과의 결승이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토트넘과의 2번 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던 경험이 있다. 전력상으로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결승에서는 피르미누와 살라 모두 복귀가 가능하다.

수비진은 반 다이크를 필두로 최근 기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마팁과 아놀드, 로버트슨까지 만만치 않으며, 중원에서는 굳은 일을 책임지고 있는 헨더슨, 밀너, 파비뉴 등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위르겐 클롭 감독이 선수들에게 막대한 자신감이 되어줄 것이다.

리버풀 팬들이라면 이스탄불의 기적 당시 스티븐 제라드가 빅이어를 들어 올리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번 결승이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토트넘 핫스퍼: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 꼭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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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마우리시노 포체티노
* 주요선수: 손흥민, 헤리 케인, 에릭센, 델레 알리, 토비 알더웨이럴트, 얀 베르통언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 0회 (최고 성적 18-19시즌 결승)
* 이전 시즌 국제 대회 성적: 챔피언스리그 16강 (vs 유벤투스 2-2, 1-2 탈락)


시즌 초반만 해도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시즌 전, 이적 시장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았을(혹은 못했을) 정도로 선수단의 뎁스가 얕았었다.

사실, 조별 리그에서도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테르 대신 2위를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했었다. 더군다나 중반에는 해리 케인마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다행히 16강과 8강에서는 손흥민의 활약으로 극적 4강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난 상대는 마찬가지로 기적을 쓰고 있는 아약스였다.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 쟁쟁한 강팀을 모두 제치고 올라오며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팀이었다.


▲ 암스테르담에서 기적을 쓴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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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마저 경고 누적으로 1차전에 나오지 못했고, 결국 토트넘은 홈에서 0:1로 패배했다. 그렇게 시작된 2차전, 상대 홈 경기장이라는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토트넘은 아약스에게 먼저 2골을 내주며 희망의 끈과 점점 멀어져 갔다.

손흥민도 아약스 선수들의 집중 마크에 고생하며 공간을 만들지 못했다. 그 순간, 빛난 것은 모우라의 발끝이었다. 모우라는 특유의 민첩성을 발휘하여 후반 55분, 59분에 멀티골을 만들어냈다.

아약스도 하킴 지예흐를 필두로 역전골을 노렸지만 요리스와 골대가 선전하여 아약스의 역전골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추가시간까지 흐른 시간, 경기 종료 직전 루카스 모우라가 다시 한 번 왼발로 골을 기록하였고 결국 토트넘은 결승전으로 진출했다. 구단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는 순간이었다.


▲ 역사의 주인공이 된 모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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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토트넘이 리버풀에 약간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케인이 결승전에서는 복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긴 부상에서 아직은 100%의 몸 상태가 아닐 수도 있으며, 팀원들 간의 조화, 그리고 단점으로 뽑히는 골 욕심 등에 대한 팬들에 우려도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케인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EPL 최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선수인 만큼 결승에 나설 수 있다면 출전하여 그 능력을 200% 발휘하는 것이 팀을 위한 선택일 것이다.

손흥민에 대한 리버풀 선수들의 경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미 EPL 내에서 능력을 보여온 손흥민을 클롭 감독이 원맨 마크로 두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소코나 완야마의 활약, 그리고 에릭센과 알리가 폼을 더 올릴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 출범 이후 아직 단 한 번도 우승이 없는 토트넘.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인 만큼, 토트넘 선수들은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