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대륙에 온지 약 4년째다
대륙 이름이 참 신기했다. 검은사막이라는데 검은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이 칼페온이라는 나라에 산지도 언 1년째다..

1년째 살면서 느낀걸로는 내가 전에 있던 펄어비스라는 나라가 칼페온이랑 똑 닮았다.
그들은 우리의 뜻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눈닫고 귀를 닫은 채
자기들이 유리하고 원하는대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겉은 민주공화정이지만 속은 과두정이다.

이것이 현재 칼페온을 굴리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다.

현 칼리스 의회장 - 대일만 페레시오
칼리스 의원 바시안가 - 테오필르 제이안
칼리스 의원 시안 상단 - 엔리크 재석로샤
칼리스 의원 군사 대표 - 델파드 재상틸리온
칼리스 의원 시민 대표 - 죠반 한결린

이 중 우리가 믿을만한 인물은 죠반 한결린이다.
그는 우리의 뜻을 열심히 전하던 전서구이자, 우리의 지원자였다...
허나, 그 희망도 4개월 전에 없어졌다.

나는 그가 사라지기 약 한 달 전 그러니까.. 7월 31일
칼페온 시장거리 3-4번지에 있는 허바주점에서 보았다.
그때 아마.. 다니엘레 시은미와 바스케안 최릭이랑 2차를 온 모양이었다.
죠반 한결린은 이미 술에 잠겨 꽐라가 된 상태였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그들이 온지 한 1시간 쯤 흘렀을 때
갑자기 그가 "나는 허수아비야"라는 큰 소리와 함께 펑펑 울었다.
역시나 귀족 놈들 구색만 맞추려고 억지로 앉혀놓은 모양인가 보다.
한 10분 쯤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그가 잠이 들면서 겨우 조용해졌다.
일행들은 너무 민망했는지 그를 포대자루처럼 둘러업고 후다닥 나갔다.

그 후 그는 8월 31일 공식 석상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귀족놈들이 거슬려서 암살당했다는 소문도 있고, 
이 나라는 진절머리 난다며 다른 나라로 이민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나는 후자였으면 좋겠다.

아무튼 결론은 칼페온은 썩었다. 이미 한쪽에선 시위대가 시위를 열심히 하고 있고
의회는 시위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식량 공급을 차단하면서까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만한 곳이다. 이 대륙에서 그나마 도시다운 도시 중 하나이다.
이렇게나 많은 종족을 본 것도 처음인데 다같이 살아도 별 문제없는 듯 하다.
그리고 다른 마을이나 도시가면 당신을 반기지 않거나 당신이 반기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 괴물이 얼마나 많은지 아직도 북부 밀농장은 괴물을 잡으려고 고생 중이다.

아 참고로 도시 남쪽으로 가면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용이 간혹 보인다고 한다..
나는 용이 너무 무서워서 남쪽은 아직 가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올해도 축제를 한다는데 다들 기대하는 것같지는 않다.
그래도 작년 축제는 사람들이 즐거워했었는데.. 뭐 또 귀족놈들이 나온다나 뭐라나..

아마 죠반 한결린도 사라지고, 귀족놈들은 우리 위하는 척 한다고 몇 번 튀어나와서 
미안하다고 어떤 점에서 화가났냐고 그러는데 말해주면 뭐하나..
말해준 사안들에 대해서 자기들 이득이 없는거는 넘겨버리니까.

그래서 다들 기대를 안하는 것같다 작년처럼 이번에도 귀족훈화말씀만 있을텐데 
나는 그냥 에페리아나 가서 밤낚시나 즐기러 가야겠다..


- 모험이 일평생 로맨스여도 상관없는 한 모험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