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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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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소설] 향신료전쟁의 베니스 (9)"여기야!"
아그네스가 신나해하며 말했다. 흔히들 대학이라고 불리우는 학회기관에 도착한 것이다. 어느 시대의 회관으로 사용되었을 그리스식 건물을 투르크처럼 섬세하고 조잡하게 꾸며놓았다. 아그네스는 그곳에 들어가기 전에 좁은 골목길에서 머리를 묶은 뒤 위로 따아올린 후 머리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썼다. 당최 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뭐 하는거야?" "여자는 출입 금지거든." "어째서?" "사고와 지식은 남성의 전유물이다. 지식보다 감성이 앞서는 여성에게 지식이란 그저 사치일 뿐이고 지식을 탐구하는 남편의 내조를 잘 하는 것이 신이 내려준 올바른 여성상이다. 하지만 잠자리는 멀리해야한다. 침대에서 만큼은 아무리 내조를 잘하는 여자라도 남자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어놓기 때문에." "들어본 적 있는 말인데." "학생 출신의 상인이 했던 말 일거야. 인정하긴 싫지만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남자니까 그렇게 떠들어대도 어쩔 수 없는거지." "우리가 들어가도 되는 자리인가 모르겠네." "확실히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야. 교수와 조교,학자들로 넘쳐나는 곳이니까.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항상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게 되잖아? 대학은 그런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관이야. 학자들은 자기들만 잘나서 일반인들의 생각은 궁금하지 않아해. 해결책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야. 그 외에도 세상의 곳곳의 진귀한 유적, 생물, 지리, 의학 등을 연구하기도 하지. 맨날 어떠한 주제를 놓고서 회의를 하는데 회의가 막바지에 이를 때 쯤에는 항상 여성과 남성의 가치관과 차이에 대해서 토론하곤 해. 모두 남자들 뿐이니까 여자는 그저 묻히는 수밖에." 그 말을 하면서 아그네스는 남자처럼 옷을 고쳐입고 가짜 수염까지 붙이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이었다. "너 그거.." "신경쓰지 마. 들어가자 오빠." 대학 안으로 들어오니 콜로세움처럼 동그란 구조의 회의장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학자들이 앉아서 준비해 온 자료들을 인용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 문제는 흑사병을 걸리지 않게 하는 법에 대해서다. 내가 보기론 흑반점이 얼굴까지 올라와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학자들도 몇몇 있었지만 죽음보다 지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그러러니 하고 생각했다. 아그네스는 회의장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많이 없네." 정말로 회관처럼 넓은 곳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난 빨리 나갔으면 좋겠어. 금방이라도 병이 옮을 것 같아." "그래, 어서 논문을 제출하자." 안내를 받으며 2층의 총무실까지 무사히 들어갔다. 누군가가 길을 막고서 우리의 신원을 물을 때면 아테네의 조르지오씨가 보냈다고 하면 쉽게 해결됐다. 어떤 사람은 조르지오씨를 극찬하는 말로 칭찬해주기도 했다. 그런 사이코 의사따위를... 거의 죽어가는 것 처럼 보이는 백발노인의 학회장에게 조르지오씨의 논문을 건냈다. 그것만 내고 갔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학회장은 엄청난 문서들을 전해주며 조르지오씨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조르지오씨가 그 동안 학회에 발표했던 논문에 관한 의견이나 개인적인 편지 따위였다. 꽤나 묵직했다. 학회 밖으로 나왔을 때 그 묵직한 문서들은 모두 내가 들고 있었다. 아그네스는 흡족해하며 말했다. "조르지오씨는 아테네 근방에선 유명한 학자야. 의학계의 손꼽히는 거물이지." "시끄러워. 사이비 의사야 그 사람은." 아그네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던 상관 없더는 듯 미소지으며 앞장서서 걸었다. 우리는 비교적 깨끗해보이는 여관에 방을 잡았다. 사람도 별로 없는지 선원들을 재울 방까지 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여관의 주인이 우리의 몸을 이상이 없나 지나치게 살펴본 것 빼고는 흠잡을 게 없는 곳이었다. 아그네스는 여관에 남겨두고 나 혼자 선원들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평소같으면 그녀도 따라가겠다고 했겠지만 거리에는 흑사병이 돌고 있고 조르지오의 논문을 읽는 것에 더 흥미가 있었는지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올 때 사과를 사오라는 말도 했다. 방황하고 있을 선원들을 찾아 거리로 나왔을 때 이미 해는 저물어져가고 있었다. 거리에는 낮보다 사람이 현저히 줄어있었다. 흑사병은 악마의 숨결이라 주로 밤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거리에 듬성듬성 죽은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악마가.... 숨을..... 막아야....." 엉금엉금 기면서 죽어가는 노인이 혼잣말했다. "그런 미신을 믿다니." 하지만 적막할 정도로 사람이 줄고 거리의 창문마다 나무 판자가 박혀있는 것을 보니 약간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선원들이 있을 법한 여러 음식점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문이 닫혀있었다. 마지막 남은 것이라곤 항구에 있는 음식점이었다. 하지만 그곳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머리 회전이 빠른 상인들은 낮부터 술을 판다며 대놓고 광고를 하고 다녔으므로 도시에서 술을 팔지 못한다면 그 물건이 모두 항구에 묶여있을 터. 말 그대로 술판이 벌어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슬림들은 술을 먹는 게 금기시 되어 있지만 타지의 선원들은 다르다. 거의 술 중독자 수준으로 왕창 먹어대야 직성이 풀리니 무슬림의 정권이 끝난 아테네에 주류가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것 당연한 것이다. 아직 도시에는 풀리지 않았지만. 항구에 도착해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우리 배가 정박해 있는 곳에 와보니 갑판 위에서 호화로운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배 아래 있는대도 바로 옆에서 부르는 것 처럼 그들의 노랫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었다. "망할 놈들!" 낮에는 흑사병때문에 상륙을 거부하더니만 이런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화가나서 선원들을 혼내기 위해 화물칸을 통하여 배에 탑승했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거쳐 갑판 위로 올라오니 말 그대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흥겨운 음악과 뱃노래. 그리고 열정적인 춤... 그 모든 게 나의 월급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분한 느낌이 들었다. 대장은 자칫 죽을지도 모르는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선원들은 놀고 먹다니! 한 두명씩 나의 존재를 알아채자 흥겨운 노래를 멈추기 시작했다. 곧 춤 추는 것도 멈추고 악기 연주도 꺼졌다. 이 중에는 낮에 이얀 토마스를 찾으라고 돈을 쥐어 보냈던 6명의 선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난 파티 중에 나타난 불청객이었다. 모두들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은 나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끝까지 힘차게 뱃노래를 불렀다. 그 소리는 예비돛 밑에서 들려왔다. 곧 노래를 멈추고 눈치 없는 주인공이 예비돛 밖으로 기어나왔다. 나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남자였다. "뭐야~ 도대체 무슨 문제야?" 혀가 꼬인 목소리로 예비돛에서 기어나온 인물은 아그네스가 그토록 찾아해맸던 남자. "이얀 토마스." "마르코 베르티..." 날 보며 적지않게 놀란 듯이 보였다. 순간 배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나를 보며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표정들이었다. 내 허락도 없이 이렇게 놀고 먹은 것은 분하긴 했지만 그래도 파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까 심부름을 시켰던 선원 중 한 명을 지시하며 말했다. "감히 나에게 보고도 없이 이얀 토마스를 빼돌려?!" 잔뜩 화가난 듯 그에게로 다가가자 그는 설명을 하기위해 나에게로 다가왔다. "함장님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그게 아니고...." "변명은 필요 없어!" 다짜고짜 멱살을 움켜쥐자 그는 면 몫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난 자네들의 행동에 무척이나 실망했어. 내 배에서 허락도 없이 멋대로 놀고 먹다니!" "죄송합니다..." "잘 들어.. 다음부터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너희들 모두에게 처벌을 내리겠어." 눈 앞의 선원을 포함한 모든 선원들이 잔뜩 기죽은 듯이 보였다. "이얀 토마스는 내가 데려가겠다. 그 대신..." 그의 눈앞에 50실링쯤 담겨있는 주머니를 보여주었다. "이얀 토마스를 찾아 온 댓가다. 이 돈으로 선원들과 신나게 놀아라. 명령이야." 그러자 눈 앞의 선원은 미소를 되찾았고 선원들은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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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하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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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