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삐걱삐걱대며 돌아가는 세상...

오늘은 현철이가 다시 군대로 복귀하는 날이다...

왠지모를 섭섭함이 밀려와.. 눈물이 났다...

언제돌아올지 모르는 그 기약없는 기다림 앞에.. 내가 서 있는 건지도..

현철이는 돌아가기 전날밤 

나에게 이런말을 했다..

“서연아..”

“응??”

“너두 조심해...”

“뭘?”

“사람이 사람을 사귀는데.. 가장 힘든 시기가.. 100일이라더라..”

“100일??”

“응.. 100일만 잘 넘기면.. 오랫동안 사귈수 있데...쿡쿡..”

“나랑 오빠랑 며칠뒤면 100일이얌... 그럼 걱정 없겠네..^-^”

“그래?.. 너 만큼은 잘 넘기고.. 오래오래 사귀었음 한다..^-^”

“걱정하지마... 나랑 오빠는 그런일 없으니까..”

“^-^”


일단은 그렇게 확고하게 말은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건 사실이었다...

어째서 100일일까?...


오빠는 오늘도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둘러.. 나의 손을 잡고.. 백화점으로 향한다..

“갑자기.. 백화점은 왜요??”

“응??^-^ 글쎄.. 가보면 알아..”

알수 없는 미소를 지은채.. 난 오빠와 함께.. 근처의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대체.. 뭘까..?’

오빠는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거리다가...

악세사리 코너에서 가던 길을 멈췄다...

“여긴 왜요??”

“응?.. 잠깐만..”


“요즘.. 반지 얼마나 하나요??”

“음.. 손님이 끼신 반지가.. 제일 잘나가는 상품인데.. 한쪽에 4만 8처넌입니다”


문득 오빠의 손에 껴져있는 반지를 보았다..

‘꽤 오래전부터 끼고다녔던거 같은데..’

사실 오빠 손에 껴진 반지를 거진 반년 전부터 봤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도 물어본적도...

그 얘기를 들어본적도 없었다...


“서연아.. 골라봐... 어떤게 이뻐?”

“전.. 아무거나 상관 엄는데요..”

“음... 이거 어때??”

오빠가.. 가리킨 것은 나와 취향이 다르게.. 심플한 디자인의 것이었다..

물론.. 나두 호화스러운걸 바라고.. 그런걸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_- 너무 단순한 것들 역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간단하면서도.. 무언가 의미를 담을수 있는.. 그런것들...

난 그런걸 좋아한다..

조금 어려운 얘기겠지만 말이다...


“저거 어때요?...”

내 눈에 띈... 한 반지를 가리켰다...

“음.. 이쁘긴 한데.. 너무 무늬가 많지 않아??..”

“........”

“뭐.. 너가 정 저게 맘에들면 그거루 하지 모..^-^”

“아뇨.. 오빠가 하고싶은거로 해요..전 괜찮아여...”

“흐음.. 어떡할까?...”

“이건 얼마구 저건 얼마에요??”

오빠는 가격이 내심 불안한지.. 가격을 물어보았다..

“음.. 남자분이 고르신건 2개에 8만5천원에 드릴수 있구요..”

“다른건요??”

“여자분이 고르신건.. 13만9천원까지 해드릴께요...”

“후우.. 그래요??”

난 아무말 하지 않았다...

오빠가 어떤걸 고르든.. 난 반지가 중요한게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빠의 말을 천천히 기다렸다..

“아무래도..^-^;; 생각좀 하고 다시 올께요...”

“그러세요..^-^”


오빤 나의 손을 잡고.. 돌아서서 백화점 밖으로 빠져나왔다..

“후아.. 역시 반지값도 만만치가 않아.. 그치??”

“..............”

“왜.. 말이 없어?”

“아뇨.. 그냥.. 오늘 조금 피곤해서요..”

“어...? 그래?.. 그럼 가서 좀 쉴래?”

“네.. 오늘 집에좀 일찍 들어가 볼께요...”

“어쩔수 없지.. 그래.. 그럼 조심히 들어가구.. 바래다 줄게..”

“아뇨.. 괜차나요.. 혼자 갈께요..가다 들릴곳이 있어서요..”

“그래?... 괜찮겠어?”

“네...제가 어린앤가요...”

“그래.. 그럼 가서 연락하구...아라찌?”

“네.. 오빠두 조심히 가요...”

“^-^응”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을 휘이 젓는.. 오빠를 뒤로 하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섰다..

오늘 내가 왜이럴까...

무언가.. 괜히 짜증스럽다....

‘아까.. 그 반지가... 더 이뻤는데...’

괜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왕이면.. 남들보다 더 좋은것들을 하고 싶은것도...

여자의 마음중에 하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자랑하는.. 그런.. 마음도 없지않아 있던것도.. 사실이고..

오늘은 너무 우울했다...

비라도 내렸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하늘은.. 무성하게 햇빛만 내리쬐고 있었을 뿐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난 잠에 들었다....





벨소리에 잠이 살짝 깼지만.....

난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84- 착각속의 나

“여보세요??”

“어.. 오빤데...”

“네...”

“일어 났네?? 어제 왜 전화 안받았어??”

“몸이 조금 피곤해서요.. 죄송해요..”

“아니.. 죄송할건 없고... 괜찮아??”

“네.. 조금 쉬면 괜찮아 질 것 같아요..”

“미안해.. 아무것도 도움이 못 되어 주네..”

“오빠가 왜 미안해요.. 휴우... 저 몸이 좀 피곤해서...”

“응??”

“끊을께요...”

“.............”

“오빠??”

“응?? 아.. 그래...하핫.. 몸조리 잘하고.. 쉬어..”

“네..”


전화기를 침대 옆에 두고는.. 감기지 않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상하다...

예전엔.. 오빠 목소리만 들어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었는데...

이젠.. 이렇게 쉽게 끊어 버리게 되다니...

방안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안 아픈 몸도.. 정말 아픈 것 같았다...

거짓말로 내 뱉은 말이었는데..

정말로 아프게 될 줄이야...

손을 이마에 올려 보았다..

불덩이처럼 뜨거운 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거실...

불어오는 바람에.. 소름이 돋는다...

“아.. 추워...”

.. 물 한잔 마시는 일 조차.. 너무 힘들게만 느껴졌다..

캐비넷을 열어.. 감기약을 두어개 꺼내어 먹고는..

다시 침대위로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그래도 몸의 떨림은 멈출줄 모른다...

‘천벌을 받는건가?..후후..’

어깨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 채로 있으니.. 조금은.. 따뜻해졌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하다 못해.. 이내 곧 더워졌다...

몸은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

“아...아파...”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생겼다... 누구라도 좋으니..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내 머릿속을 번개 같이 스쳐지나가는 사람은..



[임마~ 아프지 말고.. 형이랑 잘 사귀고... 가끔 연락도 하고...흐흐]

[아프면 언제든지 나한테 와.. 내가 의사는 아니어도.. 너 어디 아픈지 정도는 아니까..훗..]

[넌.. 내 영원한 연인이잖아....]


“현철아....”

이불속에서.. 엉금 엉금 기어나와.. 핸드폰을 가지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현철이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부대에 다시 들어간 현철이가.. 받을리는 없었다..

“받아!! 바보야!! 받으라고!!

이렇게.. 아픈데... 아프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했으면서... 뭐야....

나.. 정말 많이 아프단 말야.... 근데.. 왜 받지를 않는거야.....“


그립다.. 그 녀석의 품이..

눈물은.. 내 볼을 타고 흘렀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현철이의 생각을 하면서.. 잠에 들었다... 꿈에서라도.. 

나를 간호해 줄거라 믿으며...그렇게 눈을 감았다..







[띠리리링...띠리리리링.....]

잠에든 나로썬 알 턱이 없었다...

벌써 5번째 전화가 오는건지 조차도...

[발신자 : 스댕오빠♡]



-85- I Believe..(1)

요새 부쩍..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치 우울증 환자 처럼.. 

오빠는.. 이런 나에게 아무말 하지 않는다..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지을뿐..

나에게 화를 내지도.. 

나를 다그치지도... 않는다...

마치.. 내가 이럴거란걸 알기라도 했다는 듯한.. 그 말투와.. 행동들...

나 자신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저렇게 나에게 잘해주는 오빠....

대체 무엇일까.. 이 답답한 가슴은....

언제부터일까?.. 내가 이렇게 된게...

차분히 가슴을 쓸어 내리고... 생각을 해보았다..

‘현철이...’

현철이 때문이었을까?.. 현철이와 만난 이후부터.. 난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현철이는 친구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건... 언제나 오빠... 한 사람 뿐이었다..

그럼.. 현철이가 말하던 그게...

이런건가?...



[100일을.. 앞뒤로 헤어지는 사람이 많더라.....]

[너두 조심해...]



인터넷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문득 그런 한구절을 읽었다...

“권태기”

그 곳에선 권태기란걸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이성간의 믿음이 깨어질 때 벌어지는 현상..

이성에게 무료함을 느끼고.. 함께있어도 즐겁지가 않다..

새로운 이성이 눈에띄고.. 이성의 소중함에 대해 잃어버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사소한것에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새로운것들을 찾게되는..시기



나에게도 권태기란 시간이 찾아온걸까?..

인터넷을 끄고.. 베게속에 얼굴을 묻었다...

“때르르르르릉...”

전화??


“여보세요?”

“언니.. 뭐해요??”

“아.. 세화니?”

“네.. 언니 뭐해요?”

“그냥.. 집에 있어.. 왜?”

“지금 그러고 있을때가 아닌데....언니두 알죠....예진언니..”

“응.. 잘알지.. 왜??”

“예진언니.. 한국 왔어요...”

“뭐??”

“예진언니 한국왔다구요... 아까.. 스댕오빠 기다리는거 같던데..”

“지금 어딨는데?”

“모르겠어요.. 만난지는 모르겠는데..”


‘예진이가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순간.. 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듯이..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지러웠다..

옛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듯...

손까지 부르르 떨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스댕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저 서연이요..”

“아... 응...어쩐일이야??”

“음.. 그게.. 그냥 전화한번 해봤어요..”

“그래...”

“어디에요?”

“나?.. 지금 커피숍...”

“누구랑 있는데요?”

“응??... 그냥 후배랑 잠깐 왔어...”

“네에.. 그럼 이따가 전화할께요..”

“그래...”


뭔가 어색한 말투... 어눌한 목소리... 분명했다...

예진이와 함께 있는 것이...

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갑자기 왜 이렇게 또 꼬이는걸까...

며칠전까지만 해도..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는데.. 왜 또 갑자기...이런 일들이...

오빠에게 배신감마저 들었다...

잡고있던 베개로 내 머리를 덮고선..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땐.. 이미 해가 지고.. 하늘엔 둥그런 달이 어두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가.. 3통이 있었다...

처음보는 번호..

직감적으로 예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보세요??”

“예.. 모르는 번혼데.. 전화하셨길래..”

“서연이니??”

“네.. 누구세요?..”

“나야~~ 예진이... 잘지냈어? 까르르~ 진짜 방갑다..”

역시.. 내 직감은 정확했다...

“그래.. 잘지냈니?..”

“응.. 잠시 시간이 비길래.. 한국에 왔거든.. 조만간 갈꺼야..”

“아.. 그래..”

“어디니?? 얼굴이나 한번 보자..”

“어?.. 나 집인데..”

“그래?? 나올래??”

“아니.. 오늘 내가 좀 몸이 안좋아서..내일 보자..”

“그럴래?.. 그럼 내일보자.. 푹 쉬고..”

“응...”



입장이 바뀌었다면...

나도 예진이에게 전화를 했겠지....

불길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