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페놀은 그의 아버지 유르스 이플과는 아는 사이였다. 레오니아 이플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어떤 슬픈 사건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

 

 유르스 이플은 페놀의 절친이자, 에스파냐 왕실치안소속 대장인 스파르타국수의 숙적이었다. 스파르타국수는 지난 10년간 그 도둑을 잡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번번히 놓치고 말았다. 하루는 스파르타국수가 친구 페놀에게 하소연 하듯 말했다.

 

그 녀석은 전생에 나랑 어떤 인연이었길래,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는 그 녀석이 얄미워 미치겠다고!! 게다가 메뚜기를 닮은 그 외모도 맘에 들지 않아.”

 

페놀은 유르스 이플에 대한 소문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녀석,. 깐죽대는 버릇이 고약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지 않던가? 자네의 속을 긁어놓는데 아주 탁월한 재능이 있는 놈이지.”

 

스파르타국수는 유르스에 대한 혐오감에 탁자를 내리치고는, 분을 삭히려 애쓰고 있었다.

맞아. 고 약아빠진 녀석!!”

 

그러더니 이내 페놀에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얼마 전 세비야의 대상인 집에서 값비싼 보석잔이 없어졌다고 하더군. 수법이 왠지 이플놈 같은데, 지난 3년간 그녀석의 행방이 묘연했어. 다시 활동을 시작한게 틀림없다고...3년이면 돈이 떨어질 때가 되었잖나?”

 

...녀석이 다시 개시하였다면, 자네 맘이 심란하겠어. 피말리는 추격전을 다시 시작하겠구만. 나도 자네를 따라다니면서, 유르스 이플을 내 눈 앞에서 몇 번 보았지만, 그 녀석의 도주스킬은 혀를 내두를 정도 였다고! 한번은 그 녀석이 자네에게 쫒기는 와중에 내 눈을 떡하니 쳐다보더니, 느끼한 윙크를 날리는거지 뭔가?? 그때 그의 얼굴을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네.

 

(말하자면 이런 윙크?)

 

 

 

스파르타국수는 술잔을 거칠게 들이킨 후, 한쪽 주먹을 불끈쥔 채, 앞에 앉은 페놀이 마치 이플이라도 되는 냥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생각만해도 소름끼치는구만. 페놀!!! 두고보라구. 이번에 난 그 녀석을 반드시 잡고 말테니까!!!”

 

 그의 다짐이 헛되지 않아 마침내, 스파르타국수는 유르스 이플을 일대일 상황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했다. 그런데...지붕 위 추격과정에서 유르스는 그만 낙사하고 말았다. 현장에 있었던 페놀과 스파르타국수는 망연자실했다. 더욱이 진상조사 결과 유르스 이플은 그 사건에 뚜렷한 혐의가 없고, 무고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르스 이플은 3년전 이미 과거의 일을 깨끗이 손씻고, 그의 유일한 혈육인 외동딸과 오붓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스파르타국수는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남몰래 유르스의 외동딸을 양녀로 삼고, 그녀가 남부럽지 않게 학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해주었다. 그녀는 파리 대학에 들어가 역사학 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지금의 레오니아 이플인 것이다.

 

 페놀은 레오니아 이플의 처음 모습을 떠올렸다. 꼬장꼬장한 피부에 넝마같이 지저분한 치마를 걸치고, 조용히 울고 있던 여자아이...말을 걸어도 번번히 대답 없던 그 아이...때로는 원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창문에 비친 세비야의 화려한 거리를 말없이 쏘아보던 소녀...그녀는 슬픔을 침묵으로 삼키다가, 1년 후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스파르타국수가 어찌나 기뻐했던가!!! 입이 귀에 걸린 그 친구가 세비야의 주점에서 밤새 나를 붙들어놓고, 그녀 자랑을 어찌나 해대던지!!

 

-------------------세비야 주점-------------------------

 

페놀, 오늘 레오니아가 나에게 뭐라 했는지 아는가?

 글쎄...나보고 아버지라고 했다고!!! 이 얼마나 기쁜 일이야. 난 평생 못 들을 줄 알았어.”

허허...이 친구, 그렇게 기쁜가? 자네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걸

레오니아가 얼마나 예쁘고 똑똑한지 몰라. 그 아이의 금발머리와 서글서글한 눈매하며...(다행히 그녀는 어머니쪽을 닮았나 보다) 그 애가 크면 남자 여럿 울릴 만큼 매력적인 여성이 될 거야. 또 공부는 어찌나 잘하는지, 중등학교에서도 우수 장학금을 휩쓸고 있지.”

자네 완전 팔불출일세. 그 근육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큭큭

허허, 난 내 근육보다 레오니아가 더 자랑스럽다네. 네 녀석이 질투나도록 더 떠들어 줄테닷!!”

스파르타국수... 그럼 그 애는 이제 말을 잘 하는 겐가?”

오우, 페놀!! 넌 상상도 못할 거야. 그 애는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을 많이 해. 늘 나를 즐겁게 해준다고~ 유창하고 조리있게 말을 참 잘하지.”

그렇군. 밝은 모습의 그녀라...꼭 한번 보고 싶어지는군.”

그래, 언제 우리 집에 놀러오라고~”

 

그렇게 말하고서는 스파르타국수의 눈빛이 약간 침울해지더니, 그가 입을 열었다.

난 죽은 유르스에게 참 미안하네. 그 친구도 이렇게 기뻐하고, 딸자식 자랑하며 살고 싶었을테지 않았겠나...내가 지금 그의 자리에 들어 앉아, 거짓 아빠 노릇하며 그가 누릴 행복을 내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네.”

그렇치 않아. 괴로워 말게나, 친구! 유르스의 죽음은 사고였네. 아마 유르스 이플도 자네의 처사를 원망하지 않을 걸세. 자네가 그 아이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고, 잘 대해주는지 이플도 하늘에서 보고 있을 거야. 자네가 아니었다면 그 아이는 시설에 맡겨지거나, 하녀로 팔려 갔을거야. 똑똑한 그 애의 재능도 발휘되지 못한 채...”

그게 옳은 걸까? 나중에 레오니아가 자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알면, 괴로워할까봐 걱정이 된다네. 그 일로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나는 괜찮지만, 그 아이가 자신의 마음에 상처받을까봐 더 걱정이라네.”

오오, 스파르타국수, 자네는 정말...그 아이 생각 뿐이구만. 걱정하지 말게......그 사실을 아는 것은 우리 둘 뿐이니까,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겠네.

 

 안타깝게도 그날이 스파르타국수를 만난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 페놀은 장기 모험선단에 들어가, 신대륙 조사를 위해 5년간 해외로 파견되었고, 그 기간 동안 스파르타국수는 허리 지병이 악화되어 죽고 말았다. 물론 그의 집을 꼭 방문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스파르타국수가 죽은 지금까지도, 레오니아는 스파르타국수를 친아버지의 먼 친척이라고만 믿고 있다. 스파르타국수가 그녀를 너무나도 잘 대해주고, 아껴주었기 때문에...그녀는 의심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 비밀은 스파르타국수와 페놀만이 아는 비밀로 남아 있다.

 

 

 

스파르타국수가 죽은 후, 페놀은 한동안 그녀의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얼마 전 모험가 대회 만찬에서 그녀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다. 그 때 만남이 인연이 되어, 레오니아 이플은 페놀의 사무소에서 일하게 되었고, 열 명의 직원 안부러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 (그녀와 페놀의 재회사건은 나중에 다시 다루기로 한다)

 

페놀은 흐뭇한 얼굴로 그녀를 찬찬히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았다;  

    '참, 잘 성장해 주었구나!'

그녀는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로, 보기만해도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훈녀로 성장해 있었다. 페놀은 절대 외모로 인재를 뽑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빛나는 외모는 분명 그의 일에도 도움이 되긴 했다. 게다가 변장술에도 능하지, 오랜기간 정보를 다루는 훈련으로 정보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능력도 탁월하지, 레오니아는 뭐 하나 빠지는게 없었다.

 

    '그녀는 우리 사무소에 완벽한 직원이야~!!그럼 그럼, 절대 외모만 보고 뽑은 게 아니지. ~'

 

 

 레오니아는 책을 꽂다가, 문득 뒤에서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다. 페놀씨가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눈빛이 왠지 응큼해보였다.

    

     ‘어휴, 머야~~저 눈빛!! 변태 같아

 

 

  레오니아는 몸서리 치며, 애써 시선을 피하였다. <1화 끝>

 

 

 

* 말도 안되는 패러디가 다소 포함되어있습니다

* 유재석, 유희열씨 팬입니다. 악감정 없어요^^재미를 위해서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본인이 알아서 손끝, 발끝에 힘줘서 펴시길... 전 모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