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3기 모자이크씬 신나게 굴리다가 역시나 손도 마음도 좀 피곤해서
마음 편히 느긋하게 파밍할 용도로 조폭네크를 하나 만들어 줬습니다
근데 막상 스탠에 있는 캐릭터를 또 하려니 영 재미가 없어서
이번에는 조넥용병의 정석세팅으로 알려진 무공 대신 다른 무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비주류 무기들을 죽 둘러봐도 다 거기서 거기고... 결국 기승전무공인가 싶어지던 그때
불현듯 가성비 똥망룬워드로 손가락질받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파괴가 떠오르더군요
무공보다 룬이 외려 더 들어가는 것을 보며 없는 살림살이에 많이 망설여졌지만
싱글 세팅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냅다 박아봤는데요

실제로 써보니 결과가 의외로 썩 만족스러워서 공유를 해볼까 합니다




파괴 룬워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옵션이 고정이다
베르가 두 개씩이나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유동옵이 커서 부담스러운 무공과 달리 옵션 유동이 없습니다.
좋은 뼈대를 구할 수 있다면 뼈대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룬워드인 셈입니다

2. 무공보다 증뎀이 높다
풀옵기준 25%차이밖에 안 되지 않나 싶지만 이게 사실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무공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300%옵 뽑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고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다루겠습니다

3. 강타가 낮은 대신 치타가 붙어있다
강타가 20% 빠지는 대신 치타가 20% 붙어있습니다. 조넥은 어차피 기승전 강타 아니냐 하시겠지만
의외로 이게 많이 쏠쏠합니다. 마찬가지로 아래에서 자세히 다루어볼게요

4. 눈이 즐겁다
화산 노바 정신없이 터지고 간간히 몰튼보울러도 굴러다닙니다. (준영이가 죽으면 메테오도 떨어지고요)
단조로워지기 일쑤인 조넥 플레이에 활기를 더해주는 괜찮은 눈요기거리입니다.


그럼 파괴는 무공에 비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장점1. 높은 데미지와 치타
일반적인 무공세팅의 경우 안뚜에 인내를 입혀서 일반몹들을 상대하거나, 
반대로 길뚜에 맨캐쳐를 넣고 극공속 극강타를 노리곤 합니다만
이게 사실 약간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위 사진은 카생 베놈로드에게 앰플을 먹인 상태에서의 길뚜명굴 자쓰무공 준영이의 공격력입니다
325작무공의 최대대미지가 떠도 9730, 즉 테러존이 아닌 카생에서도 원킬이 불가능합니다
15증 뼈대에 최상옵이 떠서 340증뎀이 되면 아슬아슬하게 비테러존 베놈로드 원킬 턱걸이 각이 섭니다
(비테러존 베놈로드 피통 유동값 9737-11592 / 15증 자쓰 최대공격력 10049)

자쓰보다 공격력이 높은 그폴이라 해도 1만이 약간 넘는 수준으로, 
역시나 15증 자쓰와 마찬가지로 이론상 원킬이 가능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준영이 공격이 최대대미지로, 베놈로드 랜덤 피통이 최소값으로 떠야 가능하다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가능성만을 허락하는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콜불무공이나 크립틱무공이 아닌 이상 베놈로드 솔방 한방컷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면 파괴의 경우 증뎀이 높고, 게다가 고정옵이기 때문에
누가 만들어서 들려주든 간에 원킬 턱걸이 수치를 넘길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15증뼈대 기준이지만, 5증뎀 뼈대부터 최대데미지가 떴을 때
비테러존 카생 확정 원킬각이 나옵니다 (베놈로드 피통 최대 11592 / 그폴 5증뎀시 11601)

물론 최대값을 기준으로 상정하는 이런 계산은 탁상공론에 가깝긴 한데요
하지만 파괴에는 이를 현실화해줄 또 하나의 장점인 높은 치타가 있습니다
길뚜명굴 무공세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치타확률(무공15 / 파괴 35)을 통해
중간값 이상만 뜨면 베놈로드가 원킬이 뜬다는 가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무공에 비해 치타확률도 높을뿐더러, 치타가 터져줘야 하는 데미지 구간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우니
아무래도 한방이 뜨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차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장점2. 눈이 즐거운 사냥



원래 킥씬들이 눈요기용으로 쓰던 사치품 룬워드 출신답게 이펙트가 정신없이 터집니다. 
균열씬만큼은 아니지만 오히려 적절히 적은 빈도 덕분에 밸런스가 맞는 느낌입니다
대체로 몹 한무더기 잡을 때 볼케이노가 한두 번 정도 발동되는 느낌입니다

화산 데미지는 사실 시너지도 없고 렙도 낮아서 볼품없긴 하지만, 이게 의외로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보통 조넥을 멍때리고 굴리다 보면 준영이가 어디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서
시폭 커서를 아무데나 휙휙 돌리게 되는데
파괴를 들려준 준영이의 경우 자기주장이 월등히 강하고 뚜렷하기 때문에
가까이에 커서를 빠릿하게 대주면서 시폭타이밍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아울러 준영이가 창을 대는 순간 거의 화산이 솟아난다는 느낌에 가깝기 때문에
뭔가 이펙트가 비어있다 싶으면 십중팔구 해골 길막에 준영이가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이 됩니다
시폭뿐만아니라 머리찍기 역시 좀 더 빠릿빠릿하게 해줄 수 있다는 뜻이죠
이 두 가지가 모이면 의외로 사냥속도를 꽤나 끌어올려줍니다


장점3. 방어무시

사실 조넥 무공을 파깎용도로 쓴다는 건 보통은 풀방 도전할 때나 어울리는 이야기고
대부분의 경우 파깎보다는 방깎을 통해 명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공을 쓰게 됩니다
컨빅이 묻은 몹의 경우 방어력이 세자리수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방어무시나 다름없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용병 컨빅은 오라가 묻는 게 한 템포 늦곤 합니다
반면 파괴의 경우 컨빅이 없는 대신 자체적으로 자룬효과를 받고 있기 때문에
컨빅이 아직 안 묻었거나 유니크몹 컨빅에 준영이 컨빅이 씹힌 상황에서도 95%명중이 나옵니다
(무공의 경우 컨빅이 묻어야 95%, 묻기 전에는 70%대 후반)
실제 사냥시의 체감은 무공의 경우가 '텔-한박자 쉬고-시체생김'이라면
파괴 준영이의 경우 텔을 뛰자마자 그 자리에 시체가 있는 느낌입니다
볼케이노가 발동되지 않으면 시체가 생겼는지도 모를 때가 가끔 있을 정도입니다


장점4. 버그에서 자유로움

파괴의 경우 풀세팅 준영이 비명횡사의 주요 원인, 컨빅이 씹히는 일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컨빅 버그는 몹의 컨빅오라 레벨이 더 높아서 컨빅이 씹혔다가 몹이 죽어서 풀렸을 때
무공을 들고 있었던 캐릭터나 용병의 레지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현상인데요
파괴의 경우 애초에 컨빅이 씹히지 않으니 이럴 일이 없습니다


장점5. 깨알 매직딜

꼴랑 200언저리로 뭐가 다르냐 하실 수 있겠지만
이뮨이 거의 없다시피한 매직딜인데다 준영이의 연타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귀찮다고 파괴참을 빼고 다니는 세팅인 경우에는 돌가죽+화염면역 상대로 유의미한 차이가 납니다


물론 장점이 있으면 당연히 단점도 있겠죠?


단점1. 선고오라가 없음
선고오라가 없는 것은 장점이긴 하지만 반대로 해골 딜을 생각하면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1인방을 위주로 뛰는 조넥의 특성상 사실 별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이론상으로 평균딜이 밀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나 스켈레톤 메이지를 20주고 쓰실 분이라면 당연히 무공을 쓰는 게 맞습니다


단점2. 룬값이 비싸다
래더 초반에는 보통 너도나도 사신소서부터 하려고 드는 터라 베르가 자보다 월등히 비싼데요
이렇게 베르룬이 자+로+@를 넘나드는 극초반에 만들지 않는 한 파괴는 무공보다 비싼 룬워드가 됩니다


단점3. 보스킬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보스킬 속도가 상대적으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강타가 낮아서가 아닙니다. 
물론 컨빅오라를 대체한 방어무시의 경우 액트보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서
파괴는 에드룬 방깎이 들어간 순종보다도 명중률이 떨어지긴 합니다 (헬바알 무공 88%, 순종69%, 파괴 67%)
하지만 다행히(?) 방어력 문제는 무공 또한 어차피 바알의 괴랄한 블럭율에 막히긴 매한가지라서
오히려 시뮬레이터를 돌려보면 이론상 평균딜은 헛방질 확률과 강타확률을 계산에 넣고 난 후에도 
오히려 파괴쪽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옵니다
강타 75%와 55%가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큰 발동횟수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기도 하거니와
깡딜이 훨씬 높고 치타도 높아서 들어가는 딜 자체가 파괴쪽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진짜 문제는 디아2의 괴상한 시스템인데요
팁게를 자주 눈팅하는 분들이라면 예전에 소개된 오더밥으로 바알 바보만들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보스가 이상하게 한 캐릭터를 자꾸 신경쓰는 이 기현상의 원인은 원소딜이 달린 무기로 판명이 났죠
같은 원리로 앞서 장점으로 이야기했던 깨알 매직딜이 이번에는 파괴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됩니다
준영이가 비단 화산폭발을 여기저기 일으키며 저한테만 자기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몹들의 어그로도 정말 엄청나게 많이 끌고 다닙니다
일반몹의 경우에는 어차피 무공세팅 이상으로 손만 대면 죽는 수준이라 상관이 없는데
딱 하나 디아블로를 잡을 때 이게 정말 많이 거슬립니다.
평소와 다르게 준영이한테 자꾸 아픈 싸다구를 툭툭 치는 바람에
공격도 끊기고 준영이가 죽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해결방법은 (1) 죽든 말든 영혼의 맞다이를 시키거나,
체감상 대략 반반정도의 비율로 싸대기만 열심히 치는 판과 딴짓만 열심히 하는 판이 나뉘는 느낌이므로
(2) 처음 2~3초정도 디아의 행동패턴을 관찰해준 다음 준영이를 자꾸 친다 싶으면 
앰플 대신 디크리를 걸고 잡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죽는다면 살리는 게 귀찮아질 것이고
후자의 경우 아무래도 앰플보다는 디크리가 보스킬 속도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디아의 경우 워낙 만만해서 앰플이나 디크리나 큰 차이가 없고
보스킬 문제의 주범인 피돼지 바알의 경우 편의상 어차피 디크리를 걸고 잡는게 일반적이라 상관이 없습니다
아울러 명굴을 장만하지 못한 단계에서라면 맞다이를 시키기가 많이 부담스럽지만
길뚜 명굴 세팅이 완성되는 시점부터는 카생 열 판에 한두 판 정도 말고는 그냥 냅둬도 되는 편입니다

다만 무공세팅에 비해 준영이가 얻어맞는 빈도가 높은 것은 분명하기에
라흡을 아예 버리고 길뚜인내를 입힌다든지 하는 기존의 극단적인 세팅은 파괴로는 좀 어렵습니다
(수동으로 신경을 써주면 물론 가능하긴 합니다. 카생 한 판에 포도 한두 개 정도 먹여주는 수준입니다)


단점4. 텔레포트가 위험할 수 있다
방어무시 덕분에 빠른 공격적중이 가능한 바람에
자폭꼬맹이가 많은 맵에서 텔레포트가 조금이라도 끊어질 경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무공세팅의 경우에도 어차피 마찬가지긴 하지만
무공의 경우 약 20%확률로 빗나가서 구사일생으로 사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 반면
파괴의 경우에는 그걸 기대할 수 없겠죠






총평은 '생각보다 훨씬 쓸만하다'는 것입니다.
보스킬에서는 조금 밀리나 싶긴 하지만 일반 필드몹의 경우 월등히 우위를 보이는 편이기에
소환물 관리의 귀찮음으로 인해 파밍시 상대적으로 긴 루틴을 주로 돌게 되는 조넥의 특성을 감안해본다면
보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무공보다 우위에 서는 룬워드라고까지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상기한 단점으로 인해 길뚜명굴세팅이 사실상 강제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길뚜를 빼자니 강타치타세팅의 의미가 퇴색되고, 명굴을 빼기엔 생존력이 무공보다 좀 더 필요한 세팅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궁금해하실까 싶어 뼈대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상 공속세팅이 길뚜의 15공속밖에 없기 때문에 15공속에 최적화되어있는 그폴이 가장 무난하지 싶습니다
자쓰의 경우 최대데미지가 약간 모자라서 파괴의 장점인 카생 원킬 기대빈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고
기본적으로 자쓰가 인기인 이유는 안뚜+@세팅이나 배신세팅 등에서 뽑히는 공속인 
20+@이나 45, 60공속에서 효율이 좋기 때문이기에 길뚜명굴 세팅과는 궁합이 상대적으로 별로인 감이 있습니다

극공속 극강타 보스딜에 구애받기보다는
파괴의 장점을 살려서 강타가 충분히 터진 이후의 막판 깡딜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느낌으로
그폴이나 크립틱을 쓰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같은 5소켓 룬워드인 순종을 쓰다가 무난하게 파괴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