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영전 접속하면 '할게 없다', '의욕이 갑자기 상실된다', '싫어도 숙제나 해야지'
라는 길챗들 보면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스펙업, 부캐 키우기, 아인라허, 미탑, 결사대, ... 할거 많은데? 하는 생각이었으니

2. 복귀한지 3년 반이 되자 이젠 오동석의 기획의 특징을 어렴풋이 파악하게 되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저런 길챗들을 유도하게 만들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었다

3. 오동석의 특징은 '자기가 제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시스템을 하나 구축하고, 그 시스템에서
숫자 조금 바꾸는 식으로 최소 노력으로 모든 업데이트와 변화를 이루어 낸다'로 축약할 수 있었다.

4. 생각해 보자, 9랭크 인챈 시스템이 나온 이후로, 4랭크 인챈 시스템까지 결국 숫자만 바꾸지
크, 밸, 방, 공, 속, 크저 시스템의 뼈대는 건드리지 않았다. 
극소수의 예외로 무기 접두만 '혼돈의'를 두어서 크리 특화 길을 선택적으로 주나 싶더니 5랭에서 폐기 되었다.
차분 질주라는 선택지를 주나 싶더니 로드 시스템 안에 편입시켰다
그리고 그 로드 시스템도 이번 시공2를 통해서 앞으로 주~욱 정형화 될 것을 예고했다

5. 무기 방어구 봉힘, 원석 시스템을 90제부터 구축한 이후로, 그 수치만 바꿀 뿐 115제까지 동일 시스템으로
돌려 왔다. 7,8년 이상

6. 듀에아루 이후로 클엘마, 아루셀마단, 밀순, 아르순, 그리고 차기 오르순까지
다음 레이드 나오면 기존 레이드는 격하되고, 그 전의 것은 일던이 된다는 시스템을 7년 넘게 돌려왔다

여기서부터 본론이다

오동석은 이번 시공2 시스템을 통해서 '시공 차기가 나오면 전번 시스템은 폐기하는' 위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여기서 반론이 나올 거다 "안 그런 RPG가 있냐? 언제나 상향 되지 않는가?"라는 말이 바로 귀에 박힐 거 같다.

그런데 운영하기에 따라서 시공1을 갈 이유도 마련해 두고, 시공2를 갈 이유도 마련해 두면

유저들의 선택지는 다양화 된다.

많은 사람들이 추론한 것처럼 시공2에서 목걸이나 브로치 시스템을 키워 나갔다면 그랬을 수도 있다

최소한 시공1의 로드 완성형이 시공 2의 빛나는 로드급이라도 되면 그래도 차선책으로 스펙이 최고까지는

못올리는 사람들에게 '할 거리'는 던져 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계단식 성장'의 중간 단계가 되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일까? 아루셀마단을 생각해 보자

아루셀마단은 그냥 파편 파밍지로 전문던전화 할 수도 있었다

클엘마는 예들 들어서 B급 스각돌 파밍지로 전문던전화 할 수도 있었다

듀라한 4종은 그냥 '중급 강화의 비약' 같은 것을 두어서 50개 모으면 고강비 하나로 교환 가능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동석의 선택은 언제나 '유저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방향을 지향했다

바로 저번에 아루셀마단 파편 칼질하는 걸 보았지 않나

접속하면 딱 기사단 돌고 인연돌고 아르순 밀순 돌면 할 거 없어 석상 하게 되는....

그 형태가 오동석이 원하는 마영전의 이상적인 플레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솔직히 시공 1과 시공 2가 공존하게 하여서 선택을 하게 해 줬으면 어땠을까?

물론 그렇게 하면 '숙제거리 늘어난다'고 볼멘 소리 하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그 숙제가 많아지면 결국 유저 사정에 따라서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의 풀이 넓어져서

'이것저것 자기에게 맞는 노기를 선택해서 진득하게 돌릴' 수 있게 된다

허나 오동석은 그런 형태의 게임을 악으로 보는 거 같다. 딱 레이드 순회, 그 외의 것은 악으로 여기는 거 같다.

지금 시공2가 예고되고 나서 이제 누가 시공1을 돌겠는가? 당장 미조3 빼고 다 똥값 될 최종보상을?
차라리 그 시간에 로메로나 한 바퀴 더 돌고 고강비 먹을 기대값이나 높이는게 훨씬 이득이다

마영전이라는 게임에서 '수평적으로 넓힐' 소재들은 널려 있다.
이제 갓 초록 노랑 하트 뺀 유저들에게도 할 것을, 추피 6600맞추고 순회도 가볼 만한 유저들에게도 할 것을, 시공 가기 직전의 유저들에게도 각각 그 위치에 맞는 반복노기들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동석에 의해서 그 모든 것은 즉시 가지 쳐질 따름이었다.

이번 시공2를 통해서 내린 결론은 '이제 마영전에서 무엇이 나와도 곧 이 패턴을 따를 것이다'라는 절망적인 선고 뿐이다. 제아무리 신박한 컨텐츠 전투 레이드 신캐 보스가 나오든 결국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오동석이 디렉터인 이상은 빠전 기다리고 레이드 순회 모집만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오동석은 겜알못'이라면서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건 잘못된 진단이라고 본다. 
오동석은 겜잘알이다. 다만, 그 겜잘알 식견을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형태의 마영전을 만드는데 사용할 따름이다
부캐들 돌려가면서 로메로 12바퀴가 거기 거슬려 보인다? 
곧 자기 단계 몇단계 위까지만 추출 제한을 걸 것이다.
아니면 하급 레이드의 고강비 드랍율을 떨어뜨리고 오르나 이상 고급 레이드의 고강비 드랍율을 올릴 것이다.
이젠 오동석의 대처 패턴이 보인다.
오동석은 겜잘알이고 현황 파악은 정확하다. 
단지 그 대처의 중심에 있는 핵심 신념이 우리와 많이 다를 뿐이다.

솔직히 근래에 화제가 된 검사나 마비노기처럼 
과감한 한 수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라고 양보한다손 쳐도
그냥 이은석 한재호 때처럼 뭐라도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도 안되냐고 항변하고 싶지만... 
먹히지 않을 것 같다. 

오동석의 고집 역시 현역 한국 온라인 게임 디렉터들 중에서 최상위급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세 줄 요약
오동석은 지금의 레이드 순회돌고 나서 할 거 없이 석상되는 시스템이 제일 완벽하다고 여기는 걸로 추론된다
그리고 그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게임의 모든 것이 희생되었고, 이후로도 그럴 것이다
기대를 접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