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밤새 담배만 피우다가 답답하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서 폰으로 몇 자 적어봐.
글재주 없어도 그냥 한풀이 대충 한다 생각하고 읽어줘라.
​내 나이 올해로 마흔일곱이다.
남들 번듯하게 직장 다니고 가정 꾸릴 때, 나는 기술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서 매일 아침 인력사무소 나가서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았다. 여름엔 쪄 죽고 겨울엔 손가락 잘려 나갈 것 같은 노가다 판에서 무릎 깨져가며 모은 돈이 한 5천만 원 좀 넘게 있었다. 내 나이 마흔일곱에 전 재산 5천이면 진짜 남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나한테는 내 피와 살 같은 돈이었어.
​근데 작년에 리니지 클래식 서버 열린다는 소식 듣고 내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에 밤새가며 피시방에서 리니지 하던 그 향수가 뭐라고... 이번이 내 인생 마지막 낙이겠거니 싶더라. 초반에 기선제압 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혀서, 그 힘들게 모은 돈 통째로 털어서 9검에 7셋 현질부터 박았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니까 짜릿하더라. 노가다 판에서 무시당하던 내가 게임 안에서는 번쩍번쩍하는 장비 차고 있으니까 기가 살았지.
​그게 독약이었던 줄도 모르고.
​장비가 좋으니까 대형 라인 혈맹에서 가입 제의가 오더라고. 처음엔 으쓱해서 들어갔지. 근데 라인 생활이라는 게 사람 피를 말리는 지옥이더라. 통제 구역 지켜야지, 새벽이든 언제든 보스 탐 뜨거나 쟁 터지면 자다 깨서 디스코드 켜고 참전해야지... 하루에 3~4시간도 못 자고 게임에 매달렸다.
​당연히 본업인 일용직은 아예 나가지도 못했어. 하루 안 나가고, 이틀 안 나가다 보니 아예 일감이 끊겼다. 수입은 제로인데 게임 안에서 라인 유지 비용, 물약값, 큐브다 뭐다 해서 매달 들어가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대?
​정신 차려보니 모아둔 돈은 벌써 바닥났고, 장비값은 하루가 다르게 감가상각 처맞아서 반토막, 반의반 토막이 나 있더라.
​"지금 접으면 이 장비 헐값에 넘겨야 하는데? 그동안 꼴아박은 돈이 얼마고 내 무릎 연골 갈아가며 모은 돈이 얼마인데..."
​억울하고 눈물 나서 도저히 장비 싸구려로 처분하고 못 접겠더라고. 본전 생각에 발이 묶인 거지.
​결국 미친놈처럼 제2금융권에 카드론까지 손대서 빚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못 나가니까 레벨 뒤처지면 라인에서 추방당할까 봐, 그 빚낸 돈으로 육성 대리까지 돌렸다. 매달 대리비 지출에, 대출 이자에... 매일 눈뜨면 빚 독촉 문자가 와 있는데, 손은 게임 매크로 확인하고 있고 랭킹 유지되는 거 보면서 안도하는 내 꼬라지가 진짜 대단하다 싶더라.
​어제 새벽에 보탐 하다가 문득 거울을 봤는데, 웬 머리 덥수룩하고 눈은 쾡한 마흔일곱 짜리 늙은 도둑놈 하나가 앉아있더라.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 수천만 원에, 당장 내일 먹을 쌀도 떨어져 가는데 게임 속 캐릭터는 번쩍이는 싸울 들고 보스잡고 있네.
​현타가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감가당한 장비 가격 보면 지금 팔아봤자 빚 잔치도 못 끝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오늘도 대리 기사한테 카톡 보내고 담배만 피우고 있다.
​형들... 나 진짜 어떡하냐. 인생 종친 것 같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 그냥 클래식 처음에 발도 들이지 말걸... 너무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