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주변이 없어서 이하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용~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하자면,
로아는 작년 8월 니나브섭 오픈 즈음에 시작했고, 헬 콘텐츠는 쳐다도 안 보다가 올해 4월 초에 처음 맛 봄
(참고로 본인은 태생이 프로야생러이기에 공팟 외에 다른 팟은 다녀본 적이 없음. 친구/길드 없음. 외길 인생)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칭 빡숙이단 마인드에 취해서 레이드가 재미없었고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했었음

1. 헬탄 (마수군단장 슬레이어 / 무공 칭호 : 마수의 포효)
첫 시작은 무난하게 헬탄부터 시작함
공략 영상 몇 번 보고 트라이 하기 시작함 

내가 알던 소머리국밥이 맞나 싶었으나 존나 재밌었음
2일차에 선클로 마군슬 칭호 따고 근자감 충만해서 마포팟 찾아다니기 시작함

마포팟 분위기는 헤드셋 마이크 냄새에서부터 트팟이나 성불팟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짐 
다같이 으쌰으쌰 해서 마포 따자는 느낌보단 어떤 놈이 먼저 실수하는지 벼르고 있다가 실수한 놈 나왔다 싶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물어뜯어 죽이자는 느낌이었음

2~3일 정도 마포팟 다녀보니 1넴에서 허구한 날 죽어대고 2넴 무사고로 진입하면 8똥에서 9할은 죽어서 결국 쫑 나기 일수였음
'이건 마포를 따기 위한 팟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감

그때부터 마포팟 다니면서 '이 사람 좀 치네' 하면 은근슬쩍 디엠 보내서 하나 둘 씩 모아 공대 꾸림
그렇게 마군슬 8명으로 구성된 공대가 탄생됨
공대 첫 트라이 2시간 합 맞춰보고 그 다음날 첫트에 마포 땀 
마포 따기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됨

2. 헬비아 (욕망군단장 슬레이어 / 무공 칭호 : 쾌락의 탐닉자)
마포 때 고정 공대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헬비아는 초장부터 고정 인원 모집해서 트라이 하기로 계획함
헬비아는 구인 글 자체가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고 유입도 거의 없어서 고정 인원 모집 자체가 난관이었음
어찌어찌 어렵사리 겨우 공대 꾸려서 출발함

헬탄은 '한 대 맞으면 한 번은 봐줄게' 라는 느낌이었다면 헬비아는 그런 거 없이 1넴부터 뒤지게 아픔
그러다 보니 허구한 날 죽어나가고 안 죽으면 딜이 안 밀려서 광폭화되는 상황이 반복됨
예상과는 달리 1넴에서 많은 시간이 할애됐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슬슬 연구하기 시작함
프로야생러였던 나에게 딜각+맞딜+딜몰+시너지 등에 대한 눈이 본격적으로 틔이기 시작함

개인적으로 헬비아부터 서폿의 케어력이 레이드 난도와 클리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봄
헬비아는 해당 공대의 1넴 스왑 시간대를 보면 2, 3넴 클각이 보이는 레이드이고 8명이 각자의 몫을 해줘야 클리어가 가능한 레이드라고 생각함 (헬탄은 한 두 사람의 캐리로 클리어 가능)
모든 관문 통틀어서 클리어까지 1넴이 가장 오래 걸렸음

우여곡절 끝에 2넴에 도착해 비아 눈나와 지지고 볶고 해보니 1넴은 새 발의 피였다는 걸 뼈 저리게 느끼게 됨 
2넴은 패턴 운이 클리어 여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1넴보다 딜이 훨씬 더 빡빡함
거기에 웬만한 패턴에 딜러(특히 사멸)들은 비아 눈나의 날개에 꼬챙이 신세로 전락하기 마련임
(개인적으로 헬탄에서 워로드가 신이었다면, 헬비아에서 워로드는 잡신 정도는 된다고 봄)
그래도 2넴은 다들 경험치가 쌓인 덕이었다랄까 1넴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았음 

그러나 다른 부분이 발목을 잡았음
고정 인원 8명이 온전히 모여서 트라이 하는 날이 없다시피 했었음
매번 트라이 할 때마다 공석이 생겼고 그럴 때마다 공팟에서 보궐해야 했음 
헬비아는 진짜 유입이 적어서 구인하는 데에만 기본 1시간 이상이었고, 몇 시간이고 구인 안 돼서 결국 출발 못하게 된 날도 많았음
겨우 공팟 인원 데리고 출발하면 진도도 다르고 합도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았음
결국 1, 2넴에서 쫑 내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되고 고정이 마냥 좋은 건 아니란 생각이 듦
이대로는 쾌탐은 커녕 욕군슬도 못 따겠다 싶었고 공대 합의하에 해산하게 됨

공대 해산되고 나서 진짜 하루 종일 공팟 구인 글 눈팅하다가 아무 파티나 닥치고 찾아다니면서 경험치 쌓았음
운 좋게 공팟에서 같은 직업 진짜 잘 치는 분 만나서 디코 화공으로 교정 받으며 실력을 갈고 닦음
그걸 바탕으로 공팟에서 뒤지게 구르다 보니 쾌탐 따게 됨
참, 3넴 이야기가 빠졌는데 3넴은 딜이 부족한 관문이 아니라 기믹 싸움이라고 보면 됨
헬비아는 3넴 때문에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1, 2넴에 비해서 훨씬 재미있고 생동감 넘침
대신 10스택 쌓고 나서 맞는 비아 눈나의 패턴이 진짜 이 누나의 본 모습임을 깨닫게 됨

헬비아는 유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망령들이 꽤나 많고 헬탄에 비해 공팟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이고 쾌적했음
대부분 헬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도전하기 때문에 되려 공팟이 낫다고 생각함
쾌탐 따기까지 약 10~12일 정도 소요됨

3. 헬쿠크 (광기군단장 슬레이어 / 무공 칭호 : 광기의 그림자)
4월 말 정도에 시작했고 어느 정도 공략 영상이 나온 뒤였음 (헬쿠크 출시가 3월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됨)
개인적으로 1넴은 딜러들의 시험대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 딜러가 얼마나 잘 하냐 못 하냐가 여기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봄
문제는 2넴부터 찾아 옴(시부랄 것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림)

일단 2넴은 쿠크(작은 놈)의 짤패턴 하나하나가 죽을 듯이 아프고 화상틱뎀+바닥똥과 더불어 맞으면 낙사하게 되는 패턴이 존재함
거기에 제일 시부랠은 세이튼(큰놈)의 패턴임
노말과는 다르게 세이튼의 패턴에 장판 표시가 없기 때문에 잠깐 정신을 놓았다 싶으면 처맞고 낙사해있음
거기다 쿠크와 세이튼의 패턴이 겹칠 때가 많아 두 놈의 패턴 모두를 항시 생각하며 딜을 해야 하기 때문에 2넴의 난도가 제일 높다고 생각함
진짜 허구한 날 쿠크한테 맞아죽고, 안 죽으려고 발악하면 세이튼한테 맞아서 낙사하는 나날이 반복됨

여기서부터 벽을 느끼기 시작함
'내 한계는 결국 여기까지' 인가 의문이 들면서 자책하게 되고 자존감이 서서히 바닥을 치기 시작함

겨우 벨가까지 가는 날이면 혼란 디버프 때문에 벨가 실패해서 리트 나고 공대원의 위로에 되려 더 주눅 듦
참고로 헬쿠크의 벨가는 랜덤 2명에게 혼란 디버프(아브 6관 문양 마우스 반전)가 걸림
이 벨가 혼란 디버프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여럿 봤고, 시작하기 전에 '제가 벨가를 못 해서 그러는데 저한테 혼란 디버프 안 걸리게 기도해주세요' 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음
헬쿠크는 2넴이 워낙 개같기 때문에 헬퍼들도 정말 안 붙고, 3넴 진입한 파티에만 몇몇 헬퍼들이 붙음

2넴 트라이 하면서 이대로 포기할까를 진짜 수천 수만 번 생각했었음
헬탄/헬비아 트라이 할 때는 마포/쾌탐 칭호 달고 있는 사람들이 전혀 대단해 보이지 않았는데 헬쿠크 하면서 악사/광그 달고 있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대단해 보였음
2넴에 투자한 기간만 3주 정도?
처음으로 2넴을 클리어 하고 3넴에서 쫑 났었을 때에는 좆 같은 2넴을 또 깨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혼미했었음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미친 듯이 박다 보니까 슬슬 생존율이 급상승하게 되고 어떤 식으로 동선을 가져가야 안정적으로 딜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됨
2넴이 딜이 부족해서 못 깨는 관문이 아니라는 걸 드디어 깨닫게 되고 눈 감고 소리만 들어도 패턴이 그려지는 경지에 도달하게 됨

끝끝내 넘지 못할 것 같았던 2넴의 벽을 넘고 3넴에 진입한 순간부터 급속도로 진도가 빨라짐
3넴은 마리오 제외 노말과 기믹에 있어서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스무스하게 넘어갔음
클리어가 코앞이라 그런지 다들 뇌정지가 와서 빙고 트라이 하다 몇 번 터짐
어느덧 1, 2, 3넴은 무난하게 넘기는 경지에 도달하게 됐고 빙고에서 긴장하지 않고 노말에서 하던 대로 하니 클리어 하게 됨 (빙고 오더도 하다 보니 자신감 붙어서 먼저 하게 됨)

진짜 길고 길었던 헬쿠크의 벽을 드디어 넘고 그토록 바랐던 악사 칭호를 딱 따는 순간, 
'아! 시발, 내가 이 헬 판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나 봐라!'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음
그리고 나서 그 다음날이 되니 디코 헬 구인방에서 어디 재밌는 팟 없나 기웃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함

4. 마치며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헬 콘텐츠 그거 가지무침이잖아' 라고 얘기하시는 걸 많이 들었습니다.
또, 헬 칭호를 달고 계신 분들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의 글들도 꽤나 많이 보았습니다. 
제 사견으로는 이건 맞는 얘기이기도 하고 틀린 얘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헬 콘텐츠가 보상의 측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컨텐츠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헬 칭호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칭송받아 마땅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헬 칭호를 획득한 분들의 노력은 존중해 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은 pvp에 빠져 헬 콘텐츠는 잠시 내려 놨지만, 
많은 분들이 헬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브헬이 나올 그 날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로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