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때 학교 끝나고 맨날 모험 한다고

내 동생, 나랑 같이 셋이서 붙어다니던 여자애가 있었음.

같이 동네에서 안 가본곳 까지 멀리 걸어가보기도 하고,

뒷산 약수터를 다녀오기도 하고,

눈 많이 온 겨울에는 학교 정문 내리막길에서

눈썰매도 같이 타던 소꿉친구 같은 여자애였음.


그렇게 붙어다니다 초딩 4학년이 되던 해에

그 여자애와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됐고,

주기적으로 하는 자리 바꾸기 날에 그 애와 짝꿍이 됐음.


그 애는 하교시간 선생님이 칠판에 알림장 내용을 적을 때면

맨날 내가 적은걸 보고 베껴적을 정도로 눈이 안좋았음.

내가 다 적은 다음 베끼면 청소 당번 애들이

빨리 의자 올리라고 재촉하니까

내 얼굴 옆에 착 달라붙어서 내가 한줄 적을 때마다

자기 알림장에 옮겨적었음.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알림장을 베끼려고

내 얼굴 옆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달라붙은

그 여자애를 보고선 다른 남자애들이

"ㅇㅇ이는 ㅇㅇ이를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하며

놀리기 시작했음.


그게 너무 창피했던 당시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여자애한테

"야, 너 입냄새나니까 ㅇㅇ이 한테 보여달라그래." 라고 해버렸음.


내가 그 여자애한테 입냄새가 난다고 한 그날 이후로

같이 붙어다니는 일은 더 이상 없었음.


그렇게 나는 5학년이 되면서 전학을 갔고

가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떠올리는 일만 몇 번있을 뿐이었는데,


얼마전 우연히 연락이 닿은 다른 친구의 말로는

중학교 이후로 갑자기 예뻐지면서

지금은 연극영화과로 갔고 소속사도 있으며

조만간 데뷔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음.


지금 떠올려보면 내가 그 여자애한테 느끼던 감정은

'좋아함'이었던거 같은데

그 날 입냄새가 난다고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