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로드 입문한지 이제 2달 조금 넘긴 1445를 갓 넘긴 전태 워로드 입니다.

 
 워로드 그 자체에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즐겁게 게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트레스 받는 요인이 있어 이렇게 푸념글을 써보게 됐습니다. 저는 인터넷에서 반응속도 테스트를 할 때면 항상 50대 이상이 나올정도로 매우... 좋지 않은 반응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일정 주기마다 해당 테스트 링크가 올라올 때마다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시도를 해서 겨우겨우 남들이 처음 시도했을 때에도 나올법한 반응 속도를 맞춰놓고 그 결과를 톡방에 올리거나 하는 식으로 알량한 자존감을 채워넣곤 했지요.

 살면서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 자체를 거의 해보지 않았고, 했던 게임들에서도 항상 컨트롤이 최대한 간단하고 쉬운 캐릭터 위주로 플레이를 해왔는데, 제가 하던 게임이 트럭 시위로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터지고 그 대응과 태도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찰나에 친구의 권유가 있어 자연스럽게 로스트아크를 시작하게 되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그나마 손이 덜 탄다는 워로드를 시작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육성 과정 중에 느낀 워로드 플레이 스타일은 저와 잘 맞다고 생각되었고, 몇몇 단점이라 회자되는 백점프라든가 이속이 느리고 둔중한 캐릭터라든가 하는 점들은 첫 캐릭터라는 점과 배럭들도 워로드로 통일했다는 점 때문인지 역체감을 느낄 새가 없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또한 돌 깎는 운이 좋아 그리 많은 돌을 깎지 않고도 333321 각인까지는 맞출 수 있게 되어 인벤 글을 보고 공부하고 돈을 모으고 조금은 지갑에서 땡겨오기도 하며 원저각바정전 세트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무난히 성장하고 있는 일반 유저 1의 이야기였겠지만, 군단장 레이드를 가기 시작하고서부터 자존감이 크게 깎여나가더라고요.

 아니, 어쩌면 1415를 찍을 때 까지 아르고스 1페이즈만 돌고 있었던 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아르고스는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진행했었거든요.

 쿠크 리허설은 로아를 권유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고정 파티를 짜서 함께 진행했습니다. 타이밍이 맞아 초기에 진행할 수 있었고, 마리오 1페이즈 전담이 되었기에 234페이즈는 전혀 알지 못하고 1415 이전엔 저받을 쓰던 워로드였던 것도 있어서 정령의 회복약을 엄청나게 소비하긴 했지만 그래도 클리어는 가능했었습니다만, 친구들은 점점 기믹을 이해하고 사전에 나타나는 모션만 보고도 공격을 회피하며 서로 시도하는 마리오 페이즈를 바꿔가며 연습해보고 진행하는데 어느순간 저 혼자만 기믹은 다 맞고 변신하고 마리오는 1페이즈만 가면서 물약마저 다 사용하는 소모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 일이 어느정도 트라우마가 되어서 아이템을 맞추고도 군단장 레이드를 클리어 해낼 자신이 없어서 발탄은 버스를 탔고, 비아키스는 사실상 레벨이 높은 친구 여러명의 오더와 캐리로 몇 번 클리어를 했습니다. 열심히 도망만 다니느라 눕클을 하지는 않았지만, 딜링을 제대로 한것은 아니기에 결국 1인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클리어였습니다.

 이런 식의 클리어가 몇 번 반복되다 보니 기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저라는 족쇄를 달고서 열심히 데미지를 넣으며 하드 숙련 파티를 충분히 갈 수 있는 스펙임에도 저를 배려하여 노말 파티에서 함께 클리어 해주는 친구들이 조금씩 지쳐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번주에도 비아키스를 갈 때 유튜브 영상을 엄청나게 쳐다보고 되뇌였고, 몇 번 클리어를 한 상태였기에 1 2페 숙팟을 모집했는데 저는 또 바보같이 1페이즈와 2페이즈 기믹 순서를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1페에 한번 2페에서 2번 터졌을 때쯤 친구에게 1 2페 숙팟으로 모은건데 여기서 실수하면 안된다는 개인 메세지가 날아오더라고요.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죄를 지은 것 같이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어요.

 노파심에 쓰지만 친구가 잘못했다는 말을 하고싶은 것이 아닙니다. 앞 뒤 정황을 아무리 저에게 호의적으로 해석더라도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실수를 한 저에게 있고, 그 이상의 실수가 반복되면 비난의 화살이 저에게 쏟아질 것이 명백한 상황일테니 저를 배려하는 마음 혹은 정말 별것 아닌 의미에서 주의하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가진 이런 긴장감에 대해서 말을 한적도 없으니 잘못이 있다면 오롯이 저에게 있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이번주는 그래도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전태 워로드 시점에서 이루어진 영상을 찾아 봤는데 다들 컨트롤이 정말 화려하더라고요. 실수를 연발했지만 그래도 시도 해온 기간이 있으니 그분들이 어떤 타이밍에 어떤 플레이를 하고 있는지가 눈에 들어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플레이였습니다.

 동시에 제가 따라하기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금씩 이해는 하고 있지만 그걸 머리에서 처리해서 행동으로 옮기기 까지의 시간이 몹시 오래 걸립니다. 느려터진 구형 시스템을 갖추고 고사양 게임을 하는 기분이에요.

 물론 반복 연습을 통한 숙달, 기믹 이해와 캐릭터 이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클리어가 쉬워진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자신이 없어지네요.

 차라리 혼자 게임을 플레이 한다면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공개 트라이 팟 위주로 다니거나 버스를 타거나 하며 하드 보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긴 시간을 쓰며 아이템을 맞출 수 있을테고, 지금껏 그래왔듯 적당히 타협하며 만족하고 지냈을텐데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는 친구들은 궁극적으로 하드 파티를 같이 갈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투자를 해주고 있음이 명백한 상황이기에 저로서는 그 기대가 점점 부담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너희는 도와줄만큼 도와줬으니 충분하고, 너희가 원래 가던 파티로 진행하도록 하고 나는 이제 나 혼자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면서 따로 행동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습니까. 이건 자존심 이전에 염치의 문제니까요.

 이 게임을 하면서 꾸준히 들어오는 골드를 긁어모아 아이템 강화를 한번씩 누르는 재미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데, 이런 재미가 슬슬 제 목을 제 손으로 조르는 행위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공포스럽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합니다.

 친구도 인벤을 하기에 어쩌면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만약 보고 있다면 그냥 안읽은 척 해주길 바랍니다.

 보는 것이 걱정이라면 글을 처음부터 쓰지 않았더라면 됐을 문제였겠지만 누군가에겐 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는데 기대만큼 따라가는 것이 빠르지 못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