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학했던 학교에서 제 진로가 보이지 않아 반수를 결심하고 휴학계를 낸 것이 벌써 2년 전 오늘이네요.

다행히도 가족의 지지를 받아 6월 말부터 재수학원에 다녔었는데, 다른 재수생들보다 공부기간이 짧은만큼 누구보다 독하게 공부했었다고 자부합니다. 집에서 매일 새벽 5시 반에 나와 12시에 귀가하는 힘든 일정을 5달동안 큰 흐트러짐 없이 버티게 해줬던 원동력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귀가하는 버스에서 야구 하이라이트보기,응원하는 팀 두산의 우승.

2. 같은 학원에서 반수/재수 했던 고등학교 친구들. 식사시간에 같이 밖에서 수다 떠는 게 삶의 낙.

3. 집에서 맛난 야식 먹기. 먹기는 허벌나게 잘 먹으면서도 부모님께 괜히 눈치 보여 죄송했던 기억.

4. SNS와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 계정 삭제. 몸소 체감해 본 바, 수험생의 주적은 따봉북과 커뮤니티임을 절실하게 깨닫고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이 판단은 아직까지도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판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SNS와 커뮤니티는 상상 이상으로 공부리듬에 치명적입니다. 뻘글들 읽다보면 1시간 순삭은 물론이요. 남들 놀러댕기고, 연애하고. 자랑하는 글들 읽다보면 "난 지금 여기서 뭐하나"하는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자괴감에 그날 계획은 쫑입니다.

5.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

6. 그중 뭐니뭐니해도 가장 힘이 되준것은 바로 러브라이브, 뮤즈입니다. 하루에 한번 잠깐 스쿠페스 켜서 출석보상 받고 코토리쨩 목소리 듣기, 버스 안에서 노래 듣기, 주말에 쉬는 시간때 애니 한 편씩 재주행.

특히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질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인 <꿈의 문> 은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다만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럽장판이 개봉해버리는 바람에, 학원을 뛰쳐나가 럽장판을 보러 가고 싶은 유혹을 참는 것은 진짜로 힘들었습니다.


어찌됐든, 러브라이브의 힘으로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어느새 수능날. 뮤즈의 가호를 받아 다행히 수능에서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노력했던 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5달정도의 짧은 기간동안이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얻어낸 성과라 더욱 뿌듯했던 기억.



... 이상 야심한 밤에 야심해져 적어버린 회상글이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럽벤의 재수생 분들이나 시험준비 하시는 모든 분께 힘내라고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