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형썹이 : ㅅㄱㅇ]


또 실패다.
아니,이 쯤되면 연패를 위한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듣기 좋을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정신승리를 시전했지만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잠시 고독을 즐기고 싶어졌다.


2016년 2월,아직은 낮차가운 겨울.
고딩시절 문학 1단원,정지용 시인의 춘설을 생각나게 하는 애매한 계절의 이름.

그것은 집구석에서 페북질만 하던 나를 피씨방으로 이끌기에 충분히 신비하고 요망한 것이었다.

마침 휴일충의 신앙심이 가장 깊어지는 설날연휴 나른한 오후 1시.

손에 들린 꾸깃꾸깃한 5000원을 오늘 하루만큼은 피씨방에 꼬라박아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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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피씨방은 싸늘했다.

평소와 같이 소리를 지르며 영혼의 한타를 하다가 뒷싸대기를 쳐맞던 초딩들도,한없이 새된 목소리로 "옵싸잖아 씨1발"을 외치던 중고딩들도,구석에 짜져서 헤드폰을 쓴 채 깨작깨작 블소와 아이온을 하던 군인과 아재들도...

그저 카운터에 있는 점장만이 무료하게 SNS를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 늘 하던 피온3를 켜자 문득 느껴졌다.

오늘은 꼭 전설B를 찍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에 키보드에 샷건을 내리칠 것 같았다.

어제 은카 강화에 성공한 08구르퀴프를 내세운 나의 스쿼드A는 당장 감스트와 1:1 친선전을 해도 개찌바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번 주는 평일 오후 예배와 주말 새벽 예배를 모두 다녀왔고 횡단보도에서도 착실히 왼손을 들고 건넜다.

심지어 길을 해매는 외국인에게 직접 다가가 길을 알려주며 한국의 정을 전파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나를 구원했으면 구원했지 벌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시간 후 승급전 마지막판.

믿었던 08구르퀴프는 상대팀의 월베 람에게
철저히 농락당했고 차봉 다비드 비야는 한낱 월레 칸나바로 따위에게 헤딩을 따이는 것이었다.

마치 대한민국 4대질환을 정교하게 결합시켜놓은 듯한 기분이 느릿느릿 다가오기 시작했다.

왜 세종대왕님께서 창제하신 훌륭한 훈민정음으로 이런 개씨다바리같은 기분을 표현해야 하는지

상당히 세종대왕님께 실례가 되는 행동이 아닌가 싶었다.

"고록바 씨1발것!"

어느새 도를 넘어선 화는 드멘을 모욕하기에 이르렀다.아마 오늘,평소와 같이 중고등피파충들이 있었다면 구석에서 개다구리를 당해 의문사했을 수도 있다.



하염없이 드즐메에게 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하염없이 람의 발바닥에 공을 양보하여 상대를 구원하는 예수 구르퀴프를 발견하며...

고작 1시간.



나의 랭크는 월드클래스A가 되어있었다.
동시에 나의 손은 자연스럽게 키보드 위에서 샷건을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5초 뒤,눈치를 보자마자 느껴진 점장의 따가운 시선이 나의 방자한 손을 공손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하...지져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국수나 먹을겸 교회로 향하려던 찰나

카운터에서 귀여운 토끼가 그려진 티켓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집에 가서 동생 딸감으로나 줄까 싶어 한장을 집어든 그것은 [테라이관쿠폰]

나와 테라의 운명적인 첫만남이었다.






"2011년 출시 치고는 그래픽이 엄청나군..."

"사양을 좀 타기는 하지만 저사양용레이팅을 켜니까 할만하잖아?"

"타격감이 좋은데 왜 하는 사람은 적은거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조용한 충격에 몸이 굳었다.


매일 피파만 하던 피파충이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내 옆에는 동생 딸감으로 주려던 [테라이관쿠폰]이 놓여있었다.

그것은 무려 분리수거하는 날인 금요일에 나와있던 것을 내가 다시 가져온 것이었다.

최후의 일격에 300만씩 뜨는 데미지를 볼 때 마다 나의 잔잔한 내면속에 한방울 은은한 전율이 흘러넘쳤다.

만약 테라가 치명타 유발 2배이벤트를 연다면 불치병 치료의 세계적인 혁신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었다.



신은 나에게 벌을 준 것이 아니라


선물을 주기 위한 준비를 했던 것 뿐이었던 것이다....!



마조히스트새1끼인지 쳐맞쳐맞하면서도 땅을 치며 좋아하던 베르노도 질려가던 찰나...


"전장...? 음...PVP인가?"

포화의 전장 매칭을 눌러본다.
얼핏 듣기로는 포암의 전장이라고들 했었지만


그 뒤로 내가 포화의 전장을 100판씩이나 돌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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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장알림][제가죽여드릴께요]:포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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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장알림][제가죽여드릴께요]:포타라
[공격대장알림][제가죽여드릴께요]:프리


졌다.

"또" 졌다.

50승 54패

패가 승을 누르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80%에 육박하던 승률은 어느새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혐오스러운 수준까지 내려갔다.

어느정도 하다보니 공대를 잡게 되었지만
난 사실 공대를 잘하지 않았던 것이다.
19명의 화면에 패배를 띄운 것이 모두 공대의 책임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이순신,나폴레옹,유릿페...

수많은 위대했던 리더들이 주마등처럼 나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공대 없으면 프리" 라는 소리에 부리나케 "없으면 주세요"를 외쳤을 뿐이었다.

극한직업은 배수구에서 때치우는 배수공도,개똥줍는 약쟁이도,하루종일 공장에서 불량품을 걸러내는 일용직도 아니었다.

포화 공격대장......

게임에서의 지휘관...

고작 그것이 나를 미치게 하다니.

똥크로스를 올려 상대팀에게 골킥을 헌납하던 요한 구르퀴프의 꼬롬한 눈빛이 문득 우리팀 몇몇 공대원들의 눈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이유가 포화의 전장이 PVP의 P자도 모르는 양민의 전장이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PVP가 메이플의 만렙200당시 파풀라투스였다면
포화의 전장은 그저 아이템서리명소였던 헤네시스였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더...더..."






"진정한 상남자의 PVP를 해야한다.....!"






「비검이......




울고있다...!」



19명을 통솔하는 무능한 공격대장이 되기보다

2명과 함께하는 유능한 공격자원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몇 분후,나는 자연스럽게 테라 PVP의 성지인 벨리카 북문 주변을 서성이게 되었다.

화려한 스킬들과 함께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유명쟁길드의 마크를 달고 있는 골수PVP유저들...

화려한 카이락 풀셋을 끼고 있는 길마들도 몇몇 보인다.

나의 템은 베르노템,그러나 나는 지금 "템차가 크잖아요;;" 같은 소릴 지껄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난 풀카이락을 맞춰도 쥐어터지는 개초짜다.
템보다 손꾸락 수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벨리카 북문에서의 결투는 같은 길드끼리만 하거나 평소 같이 하던 사람끼리만 하고 있었고 그곳에 뉴비가 낄 자리는 없어보였다.


공격적인 닉네임의 특성상 무작정 결투를 신청했다가는 가차없는 원콤과 함께 "꺼1져 병@신아"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그렇게...끼기 힘든 숨차는 분위기속에서




조용히 접속종료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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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의 전장 오시는 분이면 한번쯤 보셨을 법한,2월중반 시작한 뉴비입니다.

그냥 혼자서 시원하게 해결할라고 했는데
좀 힘들어서 친구가 버린 아이디로 올립니다.

서론은 앞에 조잡한 소설로 설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절대 혼자 고민하다가 쓴 거 아님)

예상외로 테라PVP가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피온처럼 초중딩이 많아서 일정구간에서 양학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말이죠.

사실 포화를 양민의 전장이라고 디스아닌 디스를 하기는 했지만 그 양민의 전장에서도 다대다 최강이라카는 비거미로 10킬 20킬 따는 킬딸러가 되는데에 2,3주나 걸렸습니다.(소설에 나왔듯이 쓰잘데기 없이 공대를 자주해서 판당 킬은 적습니다.)

피파 전설C이고 롤도 다이아5까지 찍어서(물론 그 이상은 못감) 나름
손가락은 5개구나라고 자부는 했지만
테라하면서 나에게 손은 사치였구나까지 생각했습니다.

갠매는 하고 싶고 손가락은 후달려서리...

사실 제목엔 PVP를 가르쳐달라고 쓰여있지만
투지갠매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기본적인 매너,클래스별 역할,공격과 수비의 개념정도만 가르쳐 주실 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진 알아서 할게요.

욕을 하든 뭘 하든 상관없습니다.
패드립 같은 것만 자제해주시면 새겨듣고 하겠습니다.

평일에는 밤 11시~12시까지밖에 시간이 안됩니다만 주말에는 거의 하루종일 시간이 됩니다.

아쉽지만 톡은 안 깔려있어서 톡은 힘들 것 같네요.

빡세게 같이 결딸같은 거 하면서 가르쳐주실 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북문 가서 철판깔고 결투 걸자니 동네 건달한테 대놓고
시비터는 것 같아서 무서움...ㅠㅠ

거기에 자기랑 수준차나면 더 이상 결투도 안 받아준다는데 그것도 좀 걸려서요.

물론 저땜시 시간 날려먹는 것도 아까우시겠지만

또 제가 뭐 힐러도 아니고 양성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알지만

그냥 암 것도 모르고 헤딩해서 욕 한바가지 쳐먹고 추방당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알고 가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혹시라도 가능하신 분이 있다면
이 아디로 인벤쪽지 보내주시거나
인겜닉 "제가죽여드릴께요"로 위에 제시된 시간에 귓말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포화 할 때 공대로 징징댄거 미안해용 ㅠ


모두 굿밤!

(서버는 아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