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록소나 석화도시의 전초기지에서 보급을 받은 후 잠시 숨을 돌리고, 난 소문의 부랑자를 만나기 위해 기지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악취는 나지않았지만, 잿가루처럼 날리는 먼지들이 골목을 음산하게 만들었다. 골목 사이로 조금 더 들어가자 한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체 앉아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가 고개를 들고 날 보는듯 했다.)

...!!

("보는 듯" 이라 말한 이유는 그가 장님이었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남자는 붕대를 감싼 눈으로 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행객이 무슨 일이신가. 어딘가 불편해 보이지도 않는데 말일세

-...딱 보면 모르겠나. 흔한 부랑자 아닌가. 이런 흉흉한 동네에 어울리는 광경을 만들려 노력중일세.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피난민처럼 보이는 그들 사이에는 어딘가 아픈듯 숨을 헐떡이는 여자아이가 업혀 있었다. 그들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이리저리 돌다가 이 부랑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온듯 했다. 부랑자는 소녀를 자기 앞에 놓으라 말했다.)

...!!!!

(부랑자가 소녀의 이마에 손을 얹고 중얼거리자 밝은 빛이 나오며 소녀의 상태가 나아졌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 나는 부랑자... 아니, 그 성직자에게 물었다.)

-예전에 한 성직자가 있었지. 그는 여신을 극진히 섬겼고 그 정성을 인정받아 고위 사제가 되었네.
근데 언젠가부터 사제 중 누군가가 마족과 내통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네. 이미 눈치 챘겠지만, 그 고위사제가 내통자였다네.

-사실 내통이라고 하기도 웃긴것이, 그는 모두를 돌보란 여신의 계시를 지킨것일 뿐이었네. 그는 투항하거나 어미를 잃은 마족들을 거둬 돌봐주고 있었지.

- 이단 심문관들이 그의 거처를 급습했을때,  그의 주변에는 다치고 어린 마족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고 그 사제는 그들 앞에 서 이단심문관들을 막아섰네.

-그가 시간을 끄는 사이 대부분의 마족들은 도망을 첬지. 그 와중에 웃긴건 말이야. 도망가지 않고 사제를 감싸다 죽은 마족들도 꽤 있었다는거야. 무슨 신파극을 찍는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는 끌려가 엄벌을 받고 추방당했지.

(그때, 광장 쪽이 시끄러워졌다. 원근왜곡을 사용해보니 몬스터들이 전초기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그들은 마치 잘 훈련된 군대처럼 조직적으로 방어선을 뚫으며 전초기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들을 막는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난 광장으로 가 방어선 구축과 피난을 도왔다. 어느새 몬스터들은 전초기지 바로 앞까지 도달했고, 언제 왔는지 모르지만 내 옆에는 부랑자가 서있었다.)

-혹시 저 몬스터들 사이에 목걸이를 한 녀석이 있지 않나?

(있었다. 몬스터들의 선봉에 견고한 갑옷을 입고 깃발을 등에 단 녀석은 여신의 상징을 거꾸로 단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놈이군.

-사실, 난 동료들중에서도 신앙심이 높기로 유명했지.
마족들을 처단하는것이 여신의 이름을 높이는거라 생각하며그들을 토벌했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말일세...

- 그날 사제를 감싸던 마족들, 그들의 모습, 그 더할 나위없이 인간적이던 모습. 그들이 쓰러진 사제를 뒤로하고 도망칠때 난 그들 눈에 비췄던 그 복수심을 보았네. 그 후로 난 의심과 혼돈에 휩싸였네. 토벌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그것들도 우리와 다를바 없다는 사실에...

-그날 도망친 마족들 대부분은 거대한 부대를 이끄는 강한 마족들이 되었네. 만일... 고위사제를 그대로 두었다면 어찌 됬을까 가끔 생각하지.

(그는 방어선 앞으로 걸어나갔다. 난 그를 말리려했지만 그가 베리어를 펼쳐 다가갈 수 없었다.)

- 교단에선 고위 사제를 처단한 이단심문관들의 눈을 인두로 지지고 추방했네. 결론적으로 그들이 마족을 자극해 더 강한 마족군대가 생겼다고 생각 한 것이지.

-인간은 마족을 처단한 인간을 버렸고, 마족은 인간의 복수를 하기위해 인간을 죽인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하지만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네.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이 사람들은 누가 지키겠나?

(말을 하는 그의 주변에 불타는 차륜과 절망의 배가 나타났다.)

-난 저들에게 죽어야 하는 운명이지. 때가 되면 난 저들 앞에 무릎꿇고 내 목숨을 내줄걸세.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네.

(그가 손을 높이 들자 주먹에서 신의 힘이 깃든 듯 강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은 말일세



ㅡ어느 스카웃의 수기 16


PS. 오늘 8랭 소식을 듣고 급하게 적어봅니다.
다시 복귀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