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이런 글 포기하고 안 쓰려고 했는데 정신 개선 계획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고, 그 전에 있었던 베리어 특성 추가를 떠올려보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여러분, 이번에 추가됐던 베리어 특성.. 참 성직자 다운 특성입니다..

 - 보조계 성직자의 변화를 바라며.


1. 



 성직자를 안 해보면 모르는 일이지만, 정신 기반과 지능 기반은 빌드부터가 다르고 스킬 선택부터 다릅니다.

 힘, 민, 지만 올려왔던 분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성직자는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똑같이 파드너를 가져가도 지능은 디서닝 때문이지만, 정신은 마법 방어력 증가 때문이거든요. 정신은 프리 3서클을 가져갈 수 있지만, 지능은 프리 3서클을 잘 가려하지 않습니다.

 팔라딘은 4가지 스탯을 모두 사용하는 괴악한 클래스로 힘, 지능, 정신, 민첩 등 모두 활용합니다. 정신은 베리어의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스마이트의 이득을 덜 받고, 민첩은 그 반대입니다. 클래스 내에서조차도 이렇습니다. 껍데기는 같을 지언정 알맹이는 완전히 다릅니다.

 때문에 지능 기반 성직자와 정신 기반 성직자는 다른 클래스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2. 



 그렇지만 정신 기반 성직자는 현재 몰락했습니다. 확실하게 몰락했지요. 아니 흥한적이.. 있었나 싶네요.

 잠깐 전성기가 있긴 있었습니다. 블레싱 정신 계수 추가되고 그때 정신 프리가 한때 유행을 했었거든요. 이때가 유일한 전성기인데, 이 빌드는 사실 스톤스킨보다 블레싱 15레벨 이거 하나 보고 올리는 빌드였습니다. 그전에는 프리는 2서클까지만 가는게 정석이었어요. 프리 3서클 올정의 스톤스킨으로 아무리 약팔아봐야.. 이때 사람들 대부분이 지능을 찍었거든요. 애초에 스톤스킨까지 필요한 지역도 거의 없었고, 정 필요한 지역이 있으면 베리어를 사다 찢으면 되는 거라서..

 그래서 있었던 빌드가 클클크프프프플이였죠. 여기서 더 보조에 집중하는 빌드가 플 대신 파였고요.
 물방과 마방, 공격을 동시에 보조하는 빌드로 각광 받았었는데, 얼마 못갔습니다. 
 
 왜냐면..
 이렇게 버프를 떡칠해봐야 -
 결국 파티가 찾는 것은 클클프프이기만 하면 이후 클래스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밝혀보기로 하죠.



3. 



 성직자의 버프 마법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1) 상위 호환이 존재하거나, 이미 공공재로 널리 쓰여지고 있는 경우.
 2) 효과는 굉장하지만, 실전에서는 파티가 굳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경우.
 3)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경우.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3-1) 상위 호환이 존재하거나, 이미 공공재로 널리 쓰여지고 있는 경우.

 대표적으로는 베리어가 있을 겁니다. 대탑 초기에 팔라딘 3서클의 베리어는 그 활용으로 팔라딘의 가치 상승의 기대를 받았으나 1주일도 채 못되어 몰락했습니다. 그냥 파드너에게 팔려 버렸으니까요. 뭐 사실 가장 큰 피해자죠. 3서클이 팔리는게 말이 됩니까..

 크리비는 과거에 버프 성직자의 필수 클래스였으나, 현재 290 인던으로 실버가 늘어난 탓에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상향도 너프도 없었는데 일어난 희한한 몰락이었죠. 사실 파드너에게 잘차이와 다이노가 팔릴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합니다만..

 프리는 아스퍼션을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사는게 더 낫거든요. 자유로운 클래스 설계를 지향하는 주제에 완전한 상위 호환의 존재를 만들어둬서 스킬 투자 필요성 자체를 지우는 것은 개발 철학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긴 합니다. 뭐.. 그래서 다른데 더 투자하는게 최근의 풍토가 되었습니다만.. 

 사실 모든 스킬이 다 좋아서 무엇을 투자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맞지, 스킬을 일부러 쓰레기같이 두거나 대놓고 상위 호환을 하위에 둬서 고민의 필요성을 지우는 것은 자유로운 클래스와 스킬 투자로 개인 클래스 설계를 보장하는 게임의 철학과는 배치되는 일입니다. 사두 3서클 프라나 전송을 찍을 필요 없어서 그 자리에 다른 클래스를 넣을 수 있으니 사두 3서클 상향을 반대해야 할까요? 크리비가 이제 스킬에 덜 투자해도 되니 포인트를 다른데 쓸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해야 할까요? 아니잖아요.


3-2) 효과는 굉장하지만, 실전에서는 파티가 굳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경우.



 이 예는 사실 가까이에 있습니다. 바로 베리어의 특성 추가인데요. 이걸로 뭐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팔라딘 3서클 보유자로서 사실 그냥 그렇습니다. 이걸로 파티에 큰 도움이 된다는 느낌도 없고, 이걸 설명해줘도 여기에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는 파티원도 별로 없습니다. 아픈 몹에게는 안이든 밖에든 똑같이 아파서 그냥 베리어에 수감되어 있기 보다 더 움직여서 덜 맞는 쪽을 선택하는게 대부분이거든요.

 성직자 버프 마법들이 대체로 이런 계열입니다.
 사실 잘 이해되지 않으실 텐데요.

 방혈도 이런 쪽입니다. 
 효과만 보면 굉장한 사기스킬이거든요. 어디서는 언플로 써먹는 괴한 스킬인데요. 그런데 지금 방혈은 1개 찍고 넘기는게 추셉니다. 성직자 안 해보면 이해 안 될 텐데요. 왜냐면 난이도가 낮으면 몹이 상태이상을 써도 그냥 피해가면 그만입니다. 217 지역이 상태이상의 성지이지만, 여기 도는데 디스펠러도 안 쓰고 잘만 돌거든요. 그냥 난이도가 낮기 때문이고. 315 지역 막 보스에 필요하긴 하지만 난이도가 높으면 방혈이 힐장판을 깨먹어서 역시 안 씁니다. 힐러는 보통 하나만 데려가고 나머지는 딜러로 채워서 빨리 터뜨리는게 낫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목적으로는 프로퍼시가 더 낫습니다. 힐 장판을 깨먹진 않으니까. 힐러가 둘이면 써봄직도 하지만 사실 접근성이 훨씬 좋고 힐 장판도 안 깨먹는 좋은 대체품이 있잖습니까. 디스펠러라고. 이래서 디스펠러를 켜고 방혈을 안 씀으로써 힐 장판을 온전하게 지키는게 더 낫게 됩니다.
 이러니 방혈 쓸 일이 드뭅니다.

 카운터 스펠도 굉장한 스킬입니다.
 지역내 모든 마법을 차단하는 굉장한 스킬인데요. 이 공간에 있으면 들어오는 모든 마법 피해가 면역!으로 뜹니다. 엄청나죠. 그런데 이걸 꼭 가져가야한다고 말하는 보조 성직자 유저는 별로 없어요. 성능은 필수 같은데 말이에요. 왜냐면 지속보다 쿨이 지나치게 길어서 제대로 유지가 안 되고, 원하는 때에 걸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보조 성직자는 정신 중심으로 가는데 마방을 위한다면 지속도 쉽고 원하는 때에 걸기도 좋은 "마법 주문서 : 베리어"를 사다 찢으면 되요. 정신 비례해서 마방도 무려 500~600이나 오르면서 주변 몹도 밀쳐내니 파티 안전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죠. 카운터스펠에 꿀릴게 없습니다. 무려 공공재 스킬이. 거기에 1렙짜리를 쓰면 되니까 비싸지도 않아요. 저렴하게 200~300장 들고 다니면 됩니다. 결국 디스펠러랑 같은 꼴이라는거죠.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이거 필요 없어요. 과거에 그렇게 몹이 무서웠을 때도 이게 필요해서 오라클 구하는 파티는 없었거든요. 하물며 지금은 어떤가요.

 카발은.. 
 캐릭 자체가 웃으라고 만들어진 것 같아요. 플닥은 딜+보조를 섞어놓은 계열이고 이쪽은 통째로 보조에 특화된 계열인데 도대체 무슨 보조를 받으라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성직자의 보조 능력이 어떤지 왜 버리고 딜을 채우려하는지, 성직자가 어떤 보조 능력을 원하는지에 대한 개발자의 고민이 전혀 없는 카발 2서클의 결과물이거든요, 이게.

 레지스트 엘리멘츠 역시 효과는 굉장합니다.
 해당하는 속성 피해를 아예 무효화할 수 있는 최대 20% 확률(miss가 뜹니다)에 속성 피해를 최대 40%까지 줄여버립니다. 굉장하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카운터스펠처럼 이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걸어도 그냥 무감각. 줄었나보다 미스가 떳네 해도 그냥 버근갑다 물리 공격인갑지 하고 넘어갑니다. 줄어도 이걸 굳이 줄여서까지 해볼만한 지역 역시 드물고요. 필요하면 역시 베리어 찢으면 되죠. 그래서 심지어 팔라딘 3서클 유저도 잘 안 씁니다. 쓰나 안 쓰나 아무 상관 없으니까. 요새 인퀴가 좀 있는데 이걸 꼬박꼬박 쓰는 팔라딘 봤어요? 드물잖아요.

 대충 이해되실 텐데요.
 간단히 요약하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클리어 타임에 별 영향없이 잘 진행되며, 대체품이 있고, 그 대체품은 너무나 구하기 쉽고요. 걸어도 좋긴 하지만 역시 다른 버프가 더 좋아.. 이래버리니 성직자 유저는 버프 마법이 그렇게 많아도 경쟁력이 전혀 없어서 무조건 지고 내주어야 했습니다. 공존 관계도 아니었죠. 그냥 졌습니다. 열심히 걸면 버프 밀지 말라고 욕처먹는건 심심찮게 있었고요.



3-3)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경우.



 성직자의 버프 대부분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플레이에 큰 변화를 주는 능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런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가 있는데요.


 * 대체로 보호에 치중하여 능동적인 효과가 더 크게 발휘되는 이 게임의 환경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

  - 게임 난이도를 높이는 것부터가 게임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개발자님도 아실겁니다. 자유로운 빌드 구성을 근본부터 파괴하게 되어 획일화된 빌드를 강요하게 되며, 그에 따라 육성해왔던 캐릭터가 무용하게 되는 상실감도 안겨줘서 게임에 대한 흥미까지도 박탈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성직자의 버프면 과거 8랭 지역도 파티로 그럭저럭 잘 돌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째서 고난이도 컨텐츠를 간단히 만들어서는 안 되는지 - 그 전에 근본적인 랭크와 서클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 개발자님이 가장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 전투 전, 중, 후 이 3가지 시점에서 어느 시점에 걸어도 플레이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음.

  - 보조 클래스가 보조로서 언제 활약해야 가장 게임에 흥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전투 클래스와 똑같습니다. 보조 클래스도 전투 중입니다. 위기에 빠진 아군을 지켜주거나 순간적으로 강화하여 파티 안정성 및 화력을 끌어올리는 센스를 요구해야, 그래야 비로소 파티원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게임 내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 보조 성직자가 언제 가장 긴장하고 즐거움을 느끼는지 아십니까? 위기에 빠진 파티원 발 밑에 성공적으로 세이프티를 걸거나, 각을 정확히 맞춰서 아군 다수에게 매스힐을 적중 시켰을 때 등입니다. 이럴 때만큼은 보조로서 내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거든요. 그런데.. 이게 답니다.

  - 대부분이 버프 형식이라 전투 전에 거나 중에 거나 똑같습니다. 아니 원래 이런 거라는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버프 절대 다수가 이런 방향인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왜 보조 캐릭터들이 게임이 재미없어 하냐면 전투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세이프티와 매스힐 이 둘 말고 전투 중에 할 수 있는게 대체 뭐가 있습니까? 블레싱 지속 타임에 맞춰서 다시 걸기? 디바인 마이트 쿨 되자마자 다시 쓰기? 아무 의미없이 열심히 평타치기? 이런거.. 재미 없어요. 성직자도 사람입니다.

  - 더군다나 수동적입니다. 능동적으로 나설 수단이 너무나도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파티원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힐 장판 위치 알면 그만인데요, 뭐. 파티에 들어서는 순간 보조 성직자는 파티원이 아니라 움직이는 힐 장판입니다. 플레이 중에 파티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없으니 돌릴 거 다 돌리면 이후에는 무의미한 평타만 치는 겁니다. 채플린의 카펠라도 프리 버프를 쫙 걸어주지만 이거 뭐하러 씁니까. 그냥 전투 전이나 중이나 같으니 계속 버프 유지하기만 하면 카펠라 효과가 나는데. 이거 쓸 이유가 없어요. 거는 버프가 그렇게 많은데 오로지 쓰는 이유가 스톤스킨 유지 뿐이라니 망한 스킬입니다, 이거. 그리고 스톤스킨 유지가 필요한 게임이긴 합니까.

  - 예를 들어서 (그냥 예만 드는 겁니다) 아스퍼션은 물방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아스퍼션에 적중 당한 적의 특정 스탯을 깎아서 파티 효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성직자는 무리해서라도 접근하여 파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아스퍼션을 쓰러 최대한 맞추기 위해 각 잡고 전방에 나가야 할 겁니다. 팔라딘의 레지스트 엘레멘츠도 4~5초 간 주변 적 마방을 0으로 깎는 효과를 부여하거나요. 이런식으로 그냥 버프를 쓰고 끝나는게 아니라 순간적인 효과로 파티의 효율을 올려주는 능력이 있으면 성직자도 고민하면서 버프를 걸겠죠. 어차피 전이나 중이나 어느때나 걸어도 파티원이 그저 그렇게 생각하니 별 상관 없습니다. 

  - 심지어 성능마저도 위에 언급했다시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위 호환 스킬들, 타 클래스와 버프 싸움을 하면 반드시 버프 칸을 내줘야하는 효율 등. 재미 없는 것과 더불어 경쟁력마저도 없습니다. 이렇게 애써서 키우면 파티원에게 핀잔 받기 일쑤입니다. 버프 밀지 말라고요.



4. 



 결국 성직자는 버프를 버리게 됐습니다. 
 소수의 강인한 멘탈을 보유한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이제 상당수 성직자 유저들은 극보조를 때려치게 됐죠. 근성이 부족해서요? 그럴리가요. 정신 계수도 없는 블레싱 평타만으로 무려 틸라 수도원을 몇 시간 동안 호박머리를 쳐가며 퀘스트를 밀어댔던 사람들인데요. 190 되면 우리가 필요해질거야.. 217되면 우리가 필요해질거야.. 라면서요. 사실 결국 힘든 분들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만.. 사실 지금도 여기 평타만으로 호박머리 잡기는 굉장히 빡칩니다.

 하위 버프 중 중요한 버프만 챙기고 딜을 올리는 빌드 구성이 인기를 끌게 됐죠.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성능 자체는 다른 게임의 보조 클래스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혹은 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게임이 외면하게 만드는 어이없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재미도 없고,
 정작 쓸만한 보조계열 마법은 실전엔 필요 없거나 더 좋은 대체품이 있고..

 혹자는 성직자가 어째서 딜을 바라냐고 하지요. 
 하지만 성직자는 이래서 딜을 구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환경이 그렇게 만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