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키우는 남자 vs 고양이 키우는 남자 


    -개와 함께 산책하는 남자에게 말을 거는 건 그 남자와의 시작이다.

     하지만 남자의 고양이를 만나는 건 완성이다. 그 남자의 집에 가는 수 밖에 없으니까.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가 마음에 든다면 그저 이렇게만 말하면 된다. "강아지, 만져도 될까요? 얘 이름은 뭐에요?" 그러고 나면 남자는 개를 만난 이야기부터 지금까지 개와 함께 한 인생을 줄줄이 꺼내놓을 것이다. 개 키우는 남자는 대체로 수다스럽고 목소리가 크다. 그들은 남들과 이야기하는 데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다. 개 키우는 남자들은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연히 만난 낯선 여자와의 대화는 대부분 개로 시작되니까. 심지어 하루에도 수십 번은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너가 점점 세련되어져서, 나중에는 완벽한 어조와 단어 선택, 그리고 매력적인 표정과 시원한 제스처가 섞여 로맨틱 영화의 대본으로 써도 될 만한 신을 만들어낸다. 잘생긴 남자보다 날 웃게 해주는 남자라고 하지 않던가. 깔깔깔 웃게 만드는 개와 그의 에피소드를 듣는 것만ㅇ르ㅗ도 이미 반할 지경이 된다. 내용은 주로 개가 친 사고와 그걸 '아빠미소' 지으며 수습한 자신의 이야기다. 개도 그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저 개가 내 개이곧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아이같은 천진함을 가진 남자 같다. 일주일에 세 번쯤 티셔츠가 흠뻑 땀에 젖도록 개와 조깅을 하거나, 발목에 개 줄을 묶고 펍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유쾌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개 키우는 남자의 팔은 늘 햇볕에 적당히 탄 상태다. 힘이 센 큰 개를 키울수록 팔뚝의 핏줄과 근육도 단단하고, 저 손으로 어린아이에게 하듯 내 머리를 거칠게 쓸어주면 기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언제 개랑 같이 산책해요." 마지막 라인은 이것이 될 게다. 


하지만, 고양이 키우는 남자라면 만남의 첫 부분에서 고양이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예쁜 고양이를 키운다 해도 고양이는 데리고 다닐 수도, 목에 고양이 사진을 걸고 다닐 수도 없으니까. 당신이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남자는 자신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는 뒤로 미룰 것이다. 대신, 차분한 눈빛으로 당신이 더 많이 말하게 하고, 그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간간이 오랫동안 다듬었을 듯한 자신의 이야기를 짧지만 인상 깊게 곁들일 것이다. 가끔 서투르거나 단어를 고르는 데 오래 걸리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대화가 중반쯤 접어들 때 그는 마치 마음을 열 듯이 고양이 사진을 보여준다. 가족을 소개받는 기분이다. 고양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다. 자신의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지, 도도하게 나를 조종하는 이 고양이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고양이에게 조종당하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갑자기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듣던 나까지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싶어질 지경이다. 내가 이 남자의 여자가 되면 나에 대해 말할 때 이런 표정이 되지 않을까 잠깐 생각하게 된다. 컵을 살짝 쥐고 있는 손은 깨질세라 다칠세라 고양이를 부드럽게 만질 것 같은 손이다. 닿을락말락, 천천히 손 끝으로 내 등을 쓸어주는 상상을 해본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자 남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 집에 고양이 보러 갈래요?

 

                   - 글/이주희 <이기적 고양이>저자


-W 8월호, W Eyes, Man vs Man 중










자 여러분 고양이를 키워서 여자를 집으로 초대하는겁니다.

교제의 시작도, 완성도 안되는 분이라면 둘다 키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