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원본을 복사하고, 그 복사본을 또 복사하기를 반복하면 글씨가 점점 흐려집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만든 글로 다시 AI를 가르치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필자는 말합니다. 첫째, 답이 점점 비슷해집니다. 누가 무엇을 물어도 같은 생각과 같은 결론만 돌아옵니다. 둘째, 답의 질이 떨어집니다. 사람이 쓴 더 좋은 답이 있어도 AI가 자기와 닮은 글을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I가 한 번 지어낸 틀린 내용이 다른 AI 글에 인용되면, 나중에는 그것이 사실처럼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AI의 답을 점점 더 그대로 믿는다는 점입니다. 필자가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구글 검색의 68%는 어떤 링크도 누르지 않고 끝납니다. 검색창 위에 뜨는 AI 요약만 읽고 만족하는 것입니다. 원래 글을 찾아가 확인하는 사람이 줄수록, 그 요약이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졌는지 따지는 사람도 줄어듭니다.

필자는 이런 변화가 이미 눈앞에 와 있는 곳으로 직장인 SNS인 링크드인을 꼽습니다. 한 AI 판별 업체는 링크드인 게시물의 45% 가까이가 AI로 작성됐다고 추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어떤 글이 반응이 좋은지 직접 부딪히며 익혔습니다. 그런데 AI로 글을 쓰는 사람이 늘면서, 이제는 AI가 'AI가 쓴 인기 글'을 흉내 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사람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비슷비슷한 글만 남을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결론은 인터넷이 문을 닫는다는 게 아닙니다. 사이트는 그대로 돌아가고 글도 계속 올라오겠지만, 그 글을 쓰던 사람의 생각과 개성이 빠져나간 채 밋밋하고 뻔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