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서 태어난 자 -16(完)- <에필로그>




  일리단이 판테온의 권좌에 남은 이후 카인 선퓨리는 지옥망치호에 남은 악마사냥꾼들을 지휘해왔다. 군단의 패잔병들을 감시했지만 내전이 일어나면서 그들이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헛된 믿음이었다.


  아스타르라는 자가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을 안지 얼마나 지났을까? 군단은 이전보다 세력은 약할지 몰라도 더 예리한 검이 되었다. 카인은 자신의 안일함을 자책하면서 일리단의 부재를 느꼈다. 일리단이었다면 그런 안일함으로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 시도한 염탐은 실패로 끝났다. 아스타르는 주도면밀한 자였다. 모략의 대가인 나스레짐들마저 군단에서 축출했다는 풍문은 허언이 아닌 게 분명했다. 카인은 지금이라도 아제로스에 새 군단 지도자의 위험을 알려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무렵 그는 뜻밖의 마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일리단님. 어떻게 이곳에 계신 것입니까?”

 

  “카인 선퓨리. 내 충실한 일리다리여.”


  뒤틀린 황천에서 찾아낸 일리단은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에게서 방금 악마들의 추격을 피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없었다.


  “네게 해줘야 할 말이 많지만 지금 이곳에서 설명할 시간이 없다. 놈들이 곧 우리의 고향으로 향할 것이다.”


  “?”


  카인은 일리단의 말에 그답지 않게 화들짝 놀랐다. 판테온의 권좌에 남았던 일리단이 뒤틀린 황천에서 발견된 것도 모자라 침공을 경고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일리단은 지금 당장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서둘러라. 아제로스의 용사와 지도자들에게 알려야만 한다. 군단의 새 지도자 아스타르가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놈이 판테온의 권좌에 묶인 살게라스를 해방하려고 했었다.”


  카인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거대한 악마 살게라스를 해방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징후는 느낄 수 없었다. 일리단이 자신을 속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리단님. 살게라스가 해방되었다면 우리가 감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 강대한 악마가 풀려났다면...”


  “아마 놈들은 예전처럼 내 육신을 그릇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비록 그 힘은 살게라스의 일부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 세상이 파멸할지 모른다.”


  일리단이 카인의 멱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일리단의 말대로면 사태는 심각했다. 지난번은 굴단을 막아서 저지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했을 것이다. 일리단의 육신을 그릇으로 강림한 살게라스를 막아내야 한단 말인가? 두려움과 사명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일리다리라면 군단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든 막아야지 않겠는가?


  카인은 서둘렀다. 지옥망치호가 아제로스에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한다. 놈들이 돌아온다. 비록 그때의 강대한 군단은 아닐지라도 더 예리한 검으로서 군단이 돌아올 것이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바칠 각오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때처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만 한 줄기 희망이 있다.




불에서 태어난 자 <끝>




작성자의 감사 인사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단편소설 '불에서 태어난 자'는 2차 창작물로 실제 게임 스토리가 아닙니다. 


군단 확장팩 이후 불타는 군단은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군단을 다시 적대세력으로 다루는 확장팩을 만든다면 어떨까? 킬제덴과 같은 빌런을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상상을 통해 만들어졌고, 어둠땅 이후 확장팩의 도입부 소설을 쓴다는 느낌으로 작성했습니다.


아무래도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스토리에 허점이나 아쉬움도 있겠지만 아마추어가 쓴 것 치고는 흥미로운 이야기였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읽어주셨던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