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할리퀸 관모가 없습니다. 오픈 뒤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파밍을 해왔는데, 이상하게 할리퀸 관모만은 아직 획득하지 못했어요. 이제는 '직득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는 오기가 생겨 구매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안타까워 보인 걸까요? 동료 기자가 저에게 무형(에테리얼) 할리퀸 관모를 하나 던져줬습니다. 흔히 '체험판'이라 부르는 무형이기에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다가 문득 꽤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비의 내구도는 직접 타격, 피격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캐스터 직업군을 플레이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밀리 직업군에 비해 내구도가 잘 떨어지지 않아요. 적과 몸을 직접 부딪히는 일이 적다 보니 내구도 손실이 적은 편이죠. 무형 장비의 생존력이 궁금해진 저는 고민 끝에 동료 기자에게 무형 할리퀸 관모를 받게 됐고 여기에 무형 독사마술사의 가죽까지 갖춰 직접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 이 무형 할리퀸 관모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 무형 장비의 특징 살펴보기

무형 장비는 일반 장비보다 내구도가 적고 수리가 불가능한 대신, 요구 힘, 민첩 수치가 낮아지고 기본 공격력과 방어력이 1.5배 뛰어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구도가 0이 되면 해당 장비는 파괴되고 착용해도 효과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단점이 있어 보통 무형 장비는 용병용으로 활용됩니다. 용병이 착용한 아이템은 내구도 손실이 없기 때문이죠. 주로 용병이 활용하는 안다리엘의 두개골이나 흡혈귀의 눈길은 무형 아이템의 가치가 더 높고 룬워드 통찰, 무공, 긍지, 인내, 돌, 배신 등의 재료도 무형이 더 높은 선호도를 보입니다.

그렇다고 본 캐릭터가 무형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파괴를 막을 수 있는 '파괴 불가' 옵션이나 '내구도 회복' 등이 있는 경우에는 본 캐릭터도 활용할 수 있죠. 룬워드에서는 조드 룬(파괴 불가)이 들어가는 죽어가는 자의 숨결이 파괴 불가 옵션을 가지고 있고 추방에는 내구도 회복 옵션이 있어 해당 룬워드의 재료 아이템은 무형이 쓰이게 됩니다.

이 외에 파괴 불가 옵션을 가지는 룬워드로는 서약, 영원, 죽음이 있습니다. 이 세 룬워드는 조드 룬이 사용되지 않는데도 파괴를 예방할 수 있어 가능하다면 무형 아이템에 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니크 장비에서는 모래폭풍 여로(내구도 자동 회복)나 거인의 복수(수량 자동 회복)를 무형이 더 비싼 아이템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리앗의 얼굴이나 자카룸의 전령 같은 경우에는 무형에 옵션이 으뜸으로 붙는다면 상당한 가치를 지니기도 하는데요. 해당 아이템들은 업그레이드 후 조드 룬을 소켓에 넣어 파괴를 막는 방식으로 활용되곤 합니다.


▲ 용병용 아이템은 무형이 선호됩니다


▲ 내구도 회복이 있는 경우, 무형의 가치가 더 높습니다


◆ 1막부터 5막까지, 풀코스로 돌았습니다

무형 할리퀸 관모와 독사 마술사의 생존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은 눈보라 원소술사로 진행했습니다. 코스는 평소 제가 사용하던 파밍 루트를 그대로 이용했는데요. 1막에서는 비밀의 젖소방을 사냥한 뒤 잊혀진 탑에서 백작을 처치하고 안다리엘까지 사냥했습니다.

2막에서는 잊힌 도시에서 고대 토굴을 쓸어준 뒤 증오의 열쇠 파밍을 위해 소환사까지 잡았고 3막에서는 메피스토만 처치했습니다. 이어, 4막에서는 혼돈의 성역에서 몬스터를 처치하고 디아블로를 사냥했죠. 마지막 5막에서는 핀들스킨, 니흘라탁, 바알을 순서대로 공략했습니다. 저는 이 코스를 기준으로 무형 아이템의 내구도 변화를 체크했습니다.

이렇게 한 코스를 돌면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요. 한 사냥터를 끝낼 때마다 내구도 변화를 체크했고 중간에 튕김 현상 등을 겪었을 때는 횟수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비밀의 젖소방부터 바알까지 풀코스를 끝냈을 때만 횟수를 기록하였으니 참고해주시면 좋겠네요.

보유한 무형 할리퀸 관모와 독사 마술사의 첫 내구도는 각각 7, 13이었습니다. 무형이 아니라면 샤코는 12, 독사 마술사는 24의 내구도를 갖는데 확실히 차이가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할리퀸 관모는 워낙 내구도가 낮다 보니 1씩 깎일 때마다 심장이 철렁일 정도였습니다. 자, 그럼 두 장비의 내구도는 언제 0이 되었을까요?


▲ 특별히 독사마술사의 가죽에는 최상급 토파즈 소켓작도 해줬습니다


먼저 내구도가 떨어진 아이템은 독사마술사의 가죽이었습니다. 2번째 코스를 돌 때 비밀의 젖소방에서 내구도가 1 떨어졌죠. 할리퀸 관모는 5회차까지 잘 버티다가 6회차에 디아블로를 공략하러 가는 과정에서 내구도 손실을 봤습니다. 그리고, 8회차에 비밀의 젖소방에서 또 다시 피해를 보면서 5의 내구도가 남게 되었습니다.

내구도는 주로 텔레포트를 하는 과정에서 깎였습니다. 전투 시에는 눈보라를 사용하고 생존을 위해 이동을 하다보니 적의 공격을 맞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이동하다가 적에게 갇히면 내구도가 자주 떨어지더라고요. 특히, 비밀의 젖소방에서 텔레포트로 이동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 신오브의 순간이동이 발동되었길래 확인해봤더니 내구도가 떨어졌습니다


▲ 할리퀸 관모는 6회차에서 처음으로 내구도가 깎였네요


10회차부터 20회차까지는 독사마술사의 가죽만 내구도 손해를 봤습니다. 세계석 성채와 혼돈의 성역에서 내구도를 잃었어요. 할리퀸 관모는 21회차에 바알을 잡으러 가다가 내구도가 4까지 떨어졌고 26회차에 비밀의 젖소방에서 다시 손실을 봤습니다. 그 사이, 독사마술사의 가죽은 고대 토굴, 증오의 억류지, 혼돈의 성역 등 다양한 지역에서 내구도를 잃어 30회차를 시작할 때는 6까지 내려왔습니다.

31회차부터 40회차를 겪으면서 할리퀸 관모의 내구도는 2가 되었고 독사마술사의 가죽은 4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41회차에 비밀의 젖소방에서 독사마술사의 가죽은 또 다시 손실을 보면서 내구도가 3으로 떨어졌죠. 여기까지 오니 이제 정말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두 아이템 중 먼저 파괴된 것은 할리퀸 관모였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고 생각할 무렵, 44회차에 세계석 성채에서 내구도를 잃었고 바로 다음 방이었던 45회차에 지하 묘지에서 파괴를 당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 샤코를 얻는 것보다 파괴가 빨랐기에 씁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샤코가 파괴되면서 혼자 남은 독사마술사의 가죽은 48회차에 생명을 다했습니다. 47회차에 파괴의 열쇠를 파밍하러 가던 도중, 보트의 전당에서 내구도가 2로 줄었고 다음 회차 비밀의 젖소방에서 내구도 2가 모두 사라졌어요. 50회차는 넘길 줄 알았는데 조금은 방심했던 것 같습니다.


▲ 내구도가 2까지 떨어지니 슬슬 불안하더라고요


▲ 결국, 45회차에 안다리엘을 만나러 가다가 할리퀸 관모가 먼저 파괴됐습니다


▲ 혼자 남은 독사마술사의 가죽은


▲ 48회차 비밀의 젖소방에서 내구도 2가 한번에 날아갔습니다


최종적으로 할리퀸 관모는 45회차에 내구도가 0으로 떨어졌고 독사마술사의 갑옷은 48회차까지 버텼습니다. 한 코스당 30분으로 계산하면 할리퀸 관모는 22시간 30분을 버텼고 독사마술사의 갑옷은 딱 24시간을 쓸 수 있었네요. 저는 11일(월)에 아이템을 받아 16일(토)까지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내구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무형 아이템에 많은 기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조금 더 주의 깊게 움직였다면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것 같은데 편하게 파밍에 나섰기에 예상보다 일찍 파괴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어디까지나 파괴 안됨, 내구도 회복이 없는 무형 아이템은 말 그대로 체험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쓰면서 내구도를 신경 쓰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피로감이 쌓이는 것 같더라고요. 마법 직업군이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일반 아이템을 구해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쓸 곳은 없지만, 왠지 버리기엔 아까워 기념품으로 챙겨둘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