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

정부가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공식화했다. 연장근로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장하는 게 핵심이다. 게임노동조합은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이정식 장관은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공장제 생산방식을 상정하여 주 단위 상한 규제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라며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하였으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날로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게 되었다"라며 "이는 선택권과 건강권이 조화되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 현장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3년만에 급격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 많은 기업이 위법과 적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소위 포괄임금이라는 임금약정 방식을 오남용하여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을 야기하고 있다"라며 '또한, 주 상한 규제에 집중된 제도 운영으로 근로자의 보편적인 건강권과 휴식권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노동정책은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 네 가지 원칙 하에 추진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확대에 따라 현행 1주 외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 선택지를 부여한다. 이어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단위기간에 비례하여 연장근로 총량은 감축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에 게임 노동조합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현장은 정부 예상과 다를 수 있어서다.

▲ (왼쪽부터) 넥슨노조 배수찬 지회장, 스마일게이트노조 차상준 지회장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은 "썩은 고기와 1등급 한우를 번갈아 먹는다고 위장이 중화되지 않는다. 식중독으로 죽는다"라며 근론시간 제도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근로자가 휴식시간 보장으로 얻는 이익보다 근로시간 증가로 얻는 손해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배 지회장은 "회사가 원할 때 일을 시키고 회사가 원할 때 쉬게 만드는 법을 워라밸이라 하지 않는다. 그게 크런치다"라며 "이 법안을 도입한다면, 나쁜 회사를 거르는 기준이 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은 "한마디로 이것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악순환의 연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차 지회장은 "노조가 있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노조가 없다면 개인이 회사와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위해 협상이 근본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라며 "단적인 예로 요즘 많은 IT/게임 쪽에서 재택 등 다양한 노동환경을 노동자들과 긴밀한 이야기가 된 후 바뀌는 것이 아니고 회사의 일방적인 밀어붙임을 통해 바뀌는 것만 봐도 노사 간의 자율성의 결과를 안 봐도 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다.

이어 "과거 게임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연속된 밤샘 작업으로 과로사, 육체적/정신적 피폐함으로 인해 병을 얻거나 극단적 선택 등을 많이 목격했다"라며 "그런 과거의 좋지 않은 모습을 다시 불러온다는 거에 심히 우려가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