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 SCEA 등을 거치며 갓 오브 워, C&C 레드얼럿 등 다양한 타이틀 개발에 참여했던 존 하이트는 2011년 블리자드에 합류해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와 줄곧 함께해왔다. 디아블로3의 콘솔 이식을 담당했던 그는 프로듀서로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을 이끌었고, 2021년부터는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를 총괄하는 GM으로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30주년 워크래프트
그는 30주년을 맞는 워크래프트를 무엇보다 멋지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세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기간 많은 사람을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 안에서 환호하고, 만나며, 수많은 언어와 문화가 포용된 새로운 문화라고도 이야기했다.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는 RTS로의 출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근래 팬들의 쓴소리도 여럿 쏟아졌고, 블리자드의 방향성이 팬들이 바라는 것과 어긋나기도 했다.

존 하이트는 GDC2024를 통해 워크래프트의 30년을 돌아봤다. 그리고 어떻게 프랜차이즈가 팬들과 함께했는지, 왜 팬들이 프랜차이즈를 외면하고 있었는지,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선택했고 다시 팬들이 찾아오고 있는지. 다양한 시선으로 프랜차이즈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 25주년이 어느덧 4년이 훌쩍 넘었다

블리자드, 워크래프트 개발진의 목표는 항상 같았다.

BUILD A FANTASY UNIVERSE THAT DELIGHTS AND CONNECTS EVERYONE EVERYWHERE.

어디서나, 누구나 즐겁게 연결되는 판타지 세계의 구축이다.

판타지 유니버스는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 멋진 이야기,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는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즐거움은 위험천만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어둡지만은 않은, 기발한 엔터테인먼트를 다룬다.
연결은 플레이어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때로는 협력과 소속감을, 때로는 경쟁을 자극한다.
다양한 문화가 포용성은 모든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지역과 플랫폼, 미디어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 접근으로 어디에서든 워크래프트를 즐긴다.

1994년 워크래프트의 등장 이후 30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워크래프트는 이러한 목표로 꾸준히 확장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존 하이트는 첫 작품부터 시리즈별로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구분하고 각각을 설명하며 30년을 돌아봤다.


하이 판타지 RTS에 이야기를 담아, 워크래프트
워크래프트는 오크의 아제로스 침공 이야기로 총 세 편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타이틀을 선보였다. 장르는 막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여기서 RTS라는 장르적 특징 외에도 몇가지 아이디어가 워크래프트의 특별함을 만들었다.

당시 RTS는 SF, 혹은 실제 군대를 조작하는 부류가 중심이었다. 워크래프트는 핵심 설정을 판타지로 만들며 명확한 차별점을 만들었다. 또한, 판타지라는 배경에 가장 어울리는 플레이를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라고 봤다. 초기 워크래프트의 캠페인은 혼자서 즐길 수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결에도 초점을 맞췄다.

스토리텔링도 있었다. 작은 배경 화면에 스크롤링 텍스트가 있었고 세계관의 구축은 큰 성공과 더 큰 이야기의 기반이 됐다.


시대가 변화하고 많은 게임이 2D에서 3D로 넘어갔다. 워크래프트 역시 3편을 통해 그 구성을 3D로 옮겨냈다. 3D로의 변화는 이전과 달리 카메라를 더욱 다양하게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했고 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이야기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존 총괄은 블리자드가 워크래프트를 영화로 옮겨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미 게임 안에서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는 데에서 그 중요함과 구현력을 언급했다.

또 다른 특징은 게임 에디터였다. 플레이어가 창작자가 되어 새로운 게임,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일부는 새로운 게임 진화로의 초석이 됐는데 그 중 하나가 매우 인기있는 모드로 꼽히는 도타였다. 그리고 MOBA 장르, 타워 디펜스라는 장르의 구축을 이끌기도 했다.



MMORPG로 워크래프트의 시대를, WoW
워크래프트의 이야기는 절대자의 시선에서 군대를 지켜보는 형태였다. 블리자드는 '플레이어가 군대 속 인물 하나하나가 된다면 어떨까?'로 워크래프트를 확장했다. 그것이 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고, 플레이어를 워크래프트 세계 안에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MMORPG는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플레이어와의 연결을 그렸다. 이러한 MMO에 대한 접근은 기존 RPG에 대한 확장에서 시작했다. 스토리 캠페인을 모두 끝내면 남은 이야기를 정리하거나 최대 레벨을 올리는 그 자체로 게임이 매조진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진은 스토리 캠페인 이후, 최대 레벨을 올린 이후로도 다양한 상호 작용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플레이어는 이미 최대 레벨을 달성했지만, 레이드와 던전을 플레이한다.


여기에는 항상 수많은 플레이어와의 협동, 혹은 인연이 함께한다. 360도 회전할 수 있는 3D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는 화면 너머의 또 다른 플레이어와 교류할 수 있었다. 함께 싸우고, 정복하고, 랭크에 오르고, 치유하고, 추락하기도 하면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 일부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은 알 수 없었던 확장팩은 큰 성공을 거뒀고 오늘날까지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플레이되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와 확장은 열렬한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힘이 됐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과거의 경험을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전달하기 위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이 제작됐다. 지금 활용할 수 있는 일부 데이터를 잃기도 했지만, 팬들이 바라는 바를 위해 그것을 재현했고, 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새로운 팬 커뮤니티를 만드는 배경이 됐다.



더 많은 플랫폼에서 즐기는 워크래프트, 하스스톤&럼블
RTS, MMO로의 확장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라는 형태로 하스스톤을 만들었다. 페가수스 프로젝트로 출발한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다양한 클래스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개발 초기, 성공을 빗댈 만한 디지털 TCG가 없었기에 이것이 블리자드에게 충분한 이득이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팀은 유연하고 하스스톤만의 카드 패밀리를 만들었고 이는 성공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했지만, 이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몰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됐다.

지난 주 10주년을 맞은 게임은 1억 5천만 명의 플레이어가 즐겼고 185억 시간, 1,580억 게임이 플레이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다양한 확장팩이 꾸준히 선보였다.

여러 성공과 확장이 있었지만,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모바일로 확장했다는 것이 가장 눈여겨볼 성과다. 하스스톤은 처음 PC로 출시됐고 이후 태블릿으로, 그리고 모바일로 확장됐다.

모바일에서의 하스스톤 성공은 플랫폼으로서의 모바일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전통적인 PC 게임 기반의 워크래프트가 하스스톤으로 확장됐고, 이제는 워크래프트 럼블로 이어졌다.

워크래프트 IP 중 가장 최근 출시된 워크래프트 럼블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고 보다 쉽고, 유머러스하게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접할 기회를 만들었다.



성공을 이끈 워크래프트의 철학
30년 동안 프랜차이즈가 이어진, 성공의 기반에는 다섯 가지 결정과 철학이 담겨있다. 크게 설정, 비주얼 스타일, 스토리, 게임 플레이의 진화, 팬 커뮤니티가 그 세부 개념이다.

워크래프트는 SF와 달리 이해하기 쉬운 설정이다. 과학적 지식이나 난생처음 보는 무언가가 아니라 칼과 창을 휘두르고 활을 쏘고, 방패를 드는 법은 거의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요소기 때문이다. 종족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수십 년에 걸쳐 영화, 문화적으로 꾸준히 표현된 중세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이러한 접근성에 장점을 가져왔다.


게임의 비주얼적 특징 역시 워크래프트를 오래도록 사랑받게 만들었다. 세대를 초월한 스타일라이즈된 연출을 통해 지나치게 사실적이지는 않으면서도, 그저 아이들 게임으로만 비춰지는 것도 피했다. 어깨는 떡 벌어지고, 중세 판타지에 어울리는 갑옷을 입었을 때 더 잘 어울린다. 이러한 개성은 워크래프트만이 가지는, 블리자드 룩을 완성했다.

독특한 스타일라이즈 특징 덕에 워크래프트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워크래프트 럼블은 각각의 해석이 들어간 스타일을 구축하면서도 블리자드 게임임을 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또 하나는 강력한 스토리라인이다. 스토리는 플레이어와 게임을 연결하는 것이며 플레이 내내 몰입하고, 끝까지 이를 따라가는 추진력을 만든다. 이미 장르적 틀이 갖춰진 만큼 게임 플레이는 기존 장르, 나아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자신이 보여줬던 것을 반복한다. 대신 다양하고 추가되는 시스템 속에서도 꾸준히 복잡함을 줄이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도 새로운 게임 플레이 방식을 찾아 나갔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성공에서 블리자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커뮤니티다.

결국 게임은 플레이어 없이는 생명을 잃는다. 반대로 탄탄한 플레이어 커뮤니티는 게임과 함께 성장하고, 장기적으로 게임의 일부가 된다. 서로 모여 정보를 나누고, 문화적 차이를 넘어 공동체를 형성한다. 블리자드는 일러한 팬 커뮤니티를 위해 정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로 플레이어에게 신선함을 전하고자 했다.



영원할 줄 알았던 WoW, 그리고 쇠퇴의 신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험은 확장팩과 함께 꾸준히 플레이됐다. 구독자 추이를 보면 첫 출시 이후 스토리, 콘텐츠가 소모되며 점점 감소한다. 하지만 확장팩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면 구독자는 다시 출시 수준으로 복귀한다. 플레이어가 돌아오는 것. 그리고 돌아오지 않은 유저만큼 새로운 플레이어가 합류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확장팩 어둠땅이 출시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여전히 높고, 건강한 구독자 기반 유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드레노어의 군주, 리치 왕의 분노 등 클래식 확장팩이 구독자 감소 추세를 완화시킬 것으로 봤고, 확장팩 용군단에 이르러서는 이전 확장팩 출시 수준의 구독자를 회복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클래식 확장팩 2종 출시 시기의 유저 이탈 수준은 매우 심했다. 용군단 출시 이후 구독자가 회복세를 그렸지만, 그 전에 워낙 많은 구독자가 빠져 이전 수준의 구독자 수를 유지하지 못했다.

팬들은 워크래프트에 대한 관심과 신뢰를 잃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블리자드는 포럼에서 설문조사를 했고, 커뮤니티 위원회를 열어 팬들과 직접 소통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자신들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던 여러 요소를 팬들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러니를 마주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과 설정, 게임플레이, 커뮤니티와의 관계에서 문제점을 다시 찾았다.

▲ 기대치 이하의 성과표를 받아들었던 블리자드

우선 어둠땅의 이야기와 배경은 본질적으로 RTS 세계에서는 표현된 적이 없는 세계이며 플레이어는 이를 낯선 땅, 그곳에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 비슷한 개념이 이미 구현된 적이 있었지만, 한층 더 깊은 차원의 이질감은 팬들이 그다지 방문하고 싶지 않은 장소가 됐다.

또한, 최종적으로 적대하는 간수는 플레이어에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지 못했다. 이전까지 그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 역시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스토리 구조 역시 비판점이었다.

게임플레이에서는 다양함을 주지 못했다. 일부 시스템은 비판받는 신규 시스템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다. 여기에 너무나 긴 신규 콘텐츠 주기, 일관되지 않은 콘텐츠 방향에 투명하게 게임이 운영되지 못한다는 인식을 심었다. 이러한 문제점이 섞이고, 또 고쳐지지 않으며 커뮤니티는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팬의 목소리로 다시 시작하는 워크래프트
블리자드는 다시 워크래프트에 더 깊이있고, 세계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주요 스토리 캐릭터를 다시 작업하고, 활기차고 아름다운 것. 장엄한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

여기에 블리자드의 개발진이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중심으로 콘텐츠 방향을 다시 다잡기 시작했다. 존 하이트는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같은 확장팩 안에서도 더 촘촘한 콘텐츠 업데이트 내용과 함께 업데이트 로드맵을 제공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모두 2024년 로드맵이 공개됐고 일찌감치 세계혼 서사시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3개 확장팩 내부전쟁, 한밤, 그리고 최후의 티탄이 이례적으로 함께 공개됐다.

하이판타지로의 귀환과 더 깊은 이야기, 세계혼 서사시로 다잡은 스토리와 설정. 플레이어 중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계와 드래곤 라이딩 등의 게임 플레이 강화. 더 자주 업데이트하고, 로드맵을 알리고,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는 팬 커뮤니티 기반 확장.

이러한 노력에 구독자 감소 추이는 더뎌졌고 업데이트에 따른 구독자 수 회복도 더 높게 달성했다.


존 하이트는 이날 강연을 통해, 워크래프트가 걸어온 30년을 돌아보며 큰 교훈을 얻었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교훈은 플레이어들이 진화를 원한다는 것이며 그들은 자신들이 즐기고, 사랑했던 게임을 여전히 떠나고 싶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게임을 계속 줄 수 있도록, 그들이 머물 이유를 만들어 주려는 게 지금의 블리자드라고 답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작업 방식을 바꿔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시도해가는 것. 그리고 블리자드는 그걸 바탕으로 워크래프트 프랜차이즈의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