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있는 곳은 지금 필트오버의 거리 한복판이다.어지럽게 늘어서있는 부스때문일까. 그래서 아무도 엘리스에 주목하지 않고다녔다.

"그래, 마법공학이든 아니면 사람구경이든 뭐라도 좀 봐야겠어."

 발 한발짝 움직이기위해 사람들 틈에 끼어가는걸 극복해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부스 체험이 제한적이라고 말할만큼의 인원은 있었다. 엘리스는 사람들이 가장 빈번하게 왕래하는 부스를 찾아다녔고, 끝내는 하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할까, 그녀가 챔피언이기에 느낄 수 없는 흥미를 유발하는 체험이었다.

'챔피언, 그들이 쓰는 아이템.'

 딱봐도 전장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을 전시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들어간지 얼마되지않아 나오는 것일지도...

 

피잉 - 슈르륵 - 탱!

 등을 돌려서 다른 부스를 찾으려하는 그녀를 사로잡은 것은 너무나도 리얼하게 들려온 사용효과음이었다. 단순한 전시용 아이템이 이렇게 가벼운 소리를 낼리는 없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어떤 과녁을 목표로 투사체가 있는 물건을 발사하게하는 모양이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무척이나 끌린다. 엘리스는 재판을 받기 몇 주전부터 전장활동을 하지않았지만 3년동안의 모든 사건을 기억하고있기 때문에 사용소리만 듣고도 저게 어떤 아이템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마법공학 총검.'

 전장 내에서 주문흡혈, 스킬을 사용한 양의 일정한 비율로 피를 채울 수 있는 스텟을 가진 얼마 안돼는 아이템이다. 전장 내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탱커이기에 저 스텟을 갈 여유도없고 의존하기에도 애매하다.

 많은 것을 기대한 자신에게 소리없는 웃음을 날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려는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와의 접촉이 일어났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감촉이 일어난 곳을 조심스럽게 되짚어보았다. 좌우로 둘러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면서, '어디서 그런 감촉이...'라고 중얼거렸다. 사방에서 남녀노소 불문없이 서있는 이 자리에서 그 느낌이 든 곳은...

 

뒤.

 

 그리고 그 감촉은 그녀의 하체 어딘가에서 이뤄졌다... 엘리스는 뒤를 돌아봤다.

'누구지.'

 전쟁 학회의 자료실에서도 그녀에 대해서 기록되었던 자료를 봤기 때문에 엘리스도 자신이 남들에게 여겨지는지 대충은 알고있다. 자신이 의도하지않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혹하고만다. 그때나 지금이나 엘리스의 외모의 변화는 없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예전의 그녀는 그런 시선과 분위기에 스스로 도취되었다면 지금은 원하기는 커녕 의식하지않는데도 그러한 매력을 풍기는 것.

 뒤를 돌아보자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여자들이 몇명 서있었다. 남자는 그 여자들 뒤에있었기에 엘리스와의 접촉이 까다로웠다. 하지만 같은 부위에 또다시 그 감각이 이어지자 그녀는 그 자리를 피하고싶다는 생각만 들정도로 머리속이 혼잡해졌다. 그녀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를 피해 어딘가로 급하게 달려갔다. 자신이 원하지않는데도 지속되는 접촉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곳이 감시카메라조차 설치하기 힘들정도로 좁은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대체 누구지?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려했는데, 그런 감촉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의도적인데.'

 자신의 몸 어딘가를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는듯한 느낌. 그녀가 보통의 여자와 같았다면 즉시 누군가의 손을 잡아내거나, 이런 외진 곳으로 이동하진 않았을텐데...

"윽?!"
 갑자기 그녀의 등뒤에서 거센 포옹이 일어났다. 자신의 몸을 순식간에 감쌀 수 있을 정도의 위력으로보아 보통이상의 힘을 가진 남자인듯...

"안녕하십니까, 여왕님."

 정체모를 누군가의 포옹에서 벗어나려는 그녀의 격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엔 평소 이상의 힘이 들어가지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하신 분께서 이러한 곳에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날'이후로 좀 연약해보이시는군요."

'?!'

 '내 상태에 대해 알고있는 사람이 있단말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수상쩍은 발언이었다.

"잘됐습니다.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여왕님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지는 당신도 알고있죠?"

"어떻게 나를..."
"아, 그렇군요. 여왕님께선 알리가 없으니. 지금 자운에서 당신에 관련한 책이 나와서 관심이 좀 오른 상태거든요."
"크윽..."

"왜그러신가요?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우아함을 뽐내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에는 남자에게 그러한 양보도 해주시는건지요?"

 남자의 순수한 근력은 엘리스를 제압할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있었다. 엘리스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이해하고있지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 남자가 힘으로 자신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려는듯한 의도가 있음을 느꼈다. 자신의 무력함을 알고있는 강자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미 형태로 변환하는 것밖에 없지만 머리가 판단하기 이전에 서투르게 소모해버린 힘은 돌려낼 수 없었다.

"그럼, 저와 같이..."

"저와 같이 가줘야겠습니다."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남자의 뒤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계속>

<글쓴이의 말>

 

2주만의 업로드에 대해서 죄송하단 말을 드립니다.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라... 물론 그래도 시험은...

어쩌면 '이번 편은 너무했다, 억지전개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 반응이 나올 여지가 다분합니다만...

원작에서도 엘리스는 무투로 승부를 보는 챔피언이 아닐뿐더러, 오리지널 설정로 엘리스를 충분히 약체화시킨 상황이고, 무엇보다 '엘리스 특유의 매력이 남아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하면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