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이전부터 내 칼럼을 봤으면 알겠지만 난 골수 라이엇 지지자임. 라이엇 게임즈가 하는 개편, 삭제, 신규 시스템 등등에 거의 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음. 스토리 바꾸는 것도 한 90%는 좋다고 생각함. 오히려 스토리는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하고.

하지만 여태 롤 패치 중에서 '밸런스'에 치중되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최근 스웨인 VGU도 있었고, 그 반응이 썩 좋지 않으니 라이엇 게임즈의 리메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음.

리메이크가 성공인가 실패인가 말하기 전에 일단 챔피언 리메이크를 대체 왜 하냐라는 근본적인 부분부터 들어가보자.


2. 리메이크의 이유

기존에 있던 게 구리니까.

긴 말 필요 없음. 저게 다임. 기존에 있던 게 구리니까 없애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거야. 아니면 고치던가. 이 구리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긴 할 거임. 그러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라이엇 게임즈 기준에서 구린 걸 리메이크 하는 거지.

그리고 이 라이엇 게임즈의 기준에선 구리다의 기준은 '컨셉이 구리다'지 '성능이 구리다'는 절대 아님. 성능이 구린 건 컨셉이나 구성 등등이 구려서 오는 부차적인 현상이지 리메이크의 원인이 되진 않지.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 쉔 같은 경우 가장 최근 리메이크 이전에 '쉔은 구리다'라는 의견은 거의 나온 적이 없는 것 같음. op였던 기간이 아주 길었고, 너프받은 다음에도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이 있어서 쓸 놈들은 알아서 썼음. 리메이크 직전에도 그랬어. 왜 리메이크 하냐는 반응이 많았고, 리메이크 이후에 더 늘었어. 리메이크 직후의 쉔이 좀 쓰레기였거든.

뭐 어떤 의미로는 '라이엇 게임즈는 유저들 의견과는 상관없이 지들 좆대로 리메이크한다.'라는 얘기인데. 난 솔직히 동의해. 라이엇 게임즈는 자기 주관이 아주 확실하지. 좋게 말하면 우직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존나게 센 거임. 그래도 코그모 롤백, 렝가 롤백 등 이전의 자기들 결정을 틀렸다고 인정하고 되돌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전보단 조금 나아진 걸까.

좀 얘기가 샜다. 그 구린 것의 기준을 말하겠음. 이전 칼럼에서 주구장창 이야기했던 거라서 어떤 사람들에겐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 점은 양해해줬으면 함.


2.1. 대응할 수 있는 여지

정말 여러번 들었던 말이지. 이거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인 것 같아. 어쨌든 이거임.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서 리메이크 하는 거야.

가장 쉬운 예는 리메이크 이전 뽀삐. 그 때 뽀삐 궁은 적 챔피언을 지정하고, 지속시간동안 그 챔피언에게 피해를 가할 때 피해량 증폭, 그리고 그 챔피언 이외에 어떤 챔피언에게도 피해도 cc도 받지 않는다는 효과였는데 효과를 보면 알겠지만 롤이 아니라 도타에서나 나올 법한 말도 안 되는 궁극기임. 뽀삐는 이 궁극기 때문에 최약의 라인전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어쩌다가 잘 크면 그 어떤 방법으로도 막지 못하는 게임 최강의 암살자. 못 크면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 챔피언이었음.

그래서 정말 나쁜 챔피언이었는데도 상향을 못했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쁜 챔피언들은 그냥 적당히 수치 올려주면 되지 않나~''라는 의견이 나오는데, 그렇기엔 뽀삐의 컨셉 자체가 너무 도박성이 짙었다. 뽀삐가 크면 이기고, 뽀삐가 못크면 져.

승률이 게임의 전부는 아님. 게임에서 중요한 건 재미야. 요컨대 어떤 챔피언이 게임을 시작하면 50% 확률로 게임을 바로 이기고, 50% 확률로 게임을 바로 지는 패시브가 있다고 치자고. 이 챔피언의 승률은 판수가 늘을수록 거의 50%에 수렴하는 궁극의 황금 밸런스를 맞이하겠지만 이게 재밌어? 얘 때문에 이기고 지는 걸 납득할 수 있어? 못하지? (구)뽀삐는 그런 챔피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리메이크된 다른 챔피언들도 그런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리메이크 됐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성능과는 관계없이 말이지. 난 그런 점에서 현재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궁극기를 가진 카밀도 궁극기를 교체하는 리메이크가 이뤄질 걸 거의 확신함. 뭐 그 때 명분은 이럴 거야. '카밀은 디자인과 스토리와는 달리 게임 내에서 단단한 전사와 같은 입지를 지니고 있었고 궁극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습니다~ 웅얼웅얼. 그래서 면도날과도 같은 다리로 적 딜러를 척살하는 암살자로 리메이크합니다!' 뻔해.


2.2. 단조로움.

한마디로 플레이가 재미가 없다는 거야. 이것도 큰 의미에서는 컨셉이 구리다는 점하고, 위의 내용하고 맥락이 같음. 위에서 언급한 (구)쉔과 같은 건데. 옛날 쉔에게 재미를 느꼈던 수많은 사람을 위해 라이엇 게임즈를 대신해 해명을 하겠음. (구)쉔 플레이를 보자.

타게팅 기술인 q를 적 챔피언에게 던져서 견제하던가 cs 먹고.

즉발 실드 기술인 w를 켜서 피해 막고.

지금과 별 차이 없는 e를 맞춰서 적에게 도발 걸면 라인전 승리 한타 대승. 실패하면? 라인전 패배 한타 폭망.

그리고 각보다가 타게팅 궁 켜서 아군 돕고.

이런 상태였지. 스킬 4개 중 3개가 타게팅 아니면 즉발스킬임. 일단 대응할 여지가 없는 것도 맞는데 그보다는 쉔 플레이어의 실력이 드러날 만한 부분이 좀 적었다. 거리조절과 스킬쓰는 심리전으로 실력이 갈렸다~ 라고 말하기엔 그건 다른 챔피언들도 다 하는 거잖아? 논타겟 스킬을 맞추니 피하느니 시전 시간이 있는 기술을 어떤 시점에 쓰느니 조건부 기술을 어느 상황에 써야 가장 효과가 좋은가 등등. (구)쉔은 객관적으로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 좀 적었다.

그래서 기의 검 같은 닌자도 아니고 무협도 아닌 근본없는 요소를 넣고 기의 검이랑 상호작용하게 한 거임.


2.3. 연계성이 없음

요즘 챔피언 보셈. 스킬들이 죄다 연계성 있고 맥락이 있음. 조이의 경우 패시브qwe가 전부 따로 노는 것 같은데 궁극기 하나로 연계성이 생겼음. 사거리를 일시적으로 늘려주는 것과 차이가 없는 궁극기를 가졌기 때문에 멀리 날아갈수록 대미지가 세지는 q가 의미가 있고, 벽을 통과하면 사거리가 길어지는, 그리고 지연형 cc라는 특수성을 지닌 e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지. 이동했다가 바로 돌아오는 황당한 메커니즘이지만 그 덕에 w가 남긴 스펠 구슬을 집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고, 그렇게 주운 스펠을 쓰면 이속이 빨라져서 추가적인 기동성을 확보함. 그리고 궁극기가 딜스킬이 아니라는 점은 패시브로 소소하게 보완하지. 평타와 상호작용하는 패시브도 궁극기 덕에 더 잘 쓸 수 있음.

이건 진짜 서튼리티가 천재적인 챔피언 디자이너라서 나오는 거긴 함. 요컨대 카밀은 시발 스킬간의 연계성도 없이 그냥 센 스킬 주렁주렁 달아둔 무근본 챔피언임. 아무튼 이런 연계성. 챔피언 스킬간의 당위성은 상당히 중요함. 하지만 옛날 챔피언들 간에는 연계성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리메이크하고 수정한다. 위에서 언급한 쉔도 그런 케이스라고 봐도 될 거임. 다른 예로는 갱플랭크를 들 수 있겠군. 버프기에 불과한 기존 e를 대신해 들어온 화약통은 원거리 온힛 기술을 가진 갱플랭크가 아니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스킬이야. 그래서 스킬간에 연계성이 생겼고. 화약통으로 인해 평타 막타를 광역으로 칠 수 있게 되어서 q스킬의 골드 수급도 의미가 강해졌고, 바다뱀 은화라는 것도 생겨서 궁극기와도 연계됨.

귤조차도 근거리 광역 딜러라는 갱플랭크의 플레이 스타일을 뒷받침해줘서 나름의 당위성이 생겼음.


2.4. 의도했던 것과 다름

사람이라는 게 참 오묘해서 현실에 맞춰서 인식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식에 맞춰서 현실을 수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건 집단이라고 달라지는 게 아니야. 까놓고 말해서 라이엇 게임즈의 챔피언 개발진들도 그런 실수를 상당히 많이 저지른다.

챔피언의 개발 의도가 AD챔피언이었으니까. 탱커였으니까. AP 누커였으니까. 암살자였으니까. 개발진들도 개발 과정에서 그런 방향의 테스팅만 한 거야. 다른 트리는 아예 시험하지 않거나, 아니면 시험해봤는데 별로 좋지 않다고 착각하고 말았지. 가장 유명한 건 AP~~ 같은 이색 트리. 아니면 렝가라는 챔피언 그 자체. 정글로 쓸 거라고 예상한 다이애나. 탱에코. 반짝하다가 묻힌 정글 이즈나 수많은 약들.

난 이 부분에서 라이엇 게임즈를 비판하고 싶진 않음. 왜냐면 이건 인간인 이상 존나 당연한 거거든. 빈도가 적었으면 좋긴 하겠지만 매 패치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까지 비난할 건 아닌 것 같음.

하지만 이게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 문제가 있어. 보통 의도했던 것과 다르다~ 라는 명분으로 리메이크 할 때는 챔피언이 터무니없이 강한 경우가 많거든? 의도대로 쓰지 않았으니 약한 건 당연한 거고. 의도대로 써도 약하다면 그냥 의도대로 쓸 수 있도록 상향을 해주거든. 그런데 강하면 이걸 너프하자니 의도대로 쓰면 더욱 약할 거 아니야, 그렇다고 패치를 안 하거나 그쪽 트리를 장려하자니 개발 당시에 의도했던 챔피언 약점이 사라지거나 예상했던 장점이 너무나도 뛰어난 등의 일이 이미 일어난 상태야.

그러니 그냥 리메이크를 하는 거임. 지금 상태로는 답이 없거든. 


2.5. 컨셉/정체성이 모호함

지금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구)그레이브즈를 생각해보자. 먼저 난 그레이브즈는 리메이크하는 게 일단 맞았다고 봄. 애초에 잘 만들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긴 했지만 어쨌든 리메이크를 하는 게 옳았어.

그레이브즈 제작 당시 컨셉은 남자다운 인파이터 원딜이었음. 근데 현실은? e로 카이팅하는 개졸렬 원딜이었다. 더 졸렬한 건 얘가 붙으면 더 센 건 사실이라서 지가 싫을 때는 멀리서 싸우고 지가 유리할 때는 붙어서 패는 졸렬 그 자체였음. 성능 자체의 논란과는 상관없이 컨셉 자체가 모호했다. 든 무기도 더블배럴 샷건인데 샷건 같은 느낌을 가진 건 q스킬밖에 없고.

그런데 사실 이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였느냐? 라고 하면 그건 또 그렇지가 않아. 왜냐면 컨셉엔 안 맞아도 그레이브즈는 독자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긴 했거든. 그런데 루시안이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두 챔피언 컨셉이 비슷한 거야. 카이팅. 인파이터. 라인 주도권 잡고. 등등. 플레이 스타일이 꽤나 흡사했음.

물론 차별화할 수 있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음. 그레이브즈는 시야 제거라는 cc가 있었고 루시안은 그레이브즈보다 긴 사거리를 가지고 있었음. 하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두 챔피언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좋다면 다른 하나를 쓸 이유가 딱히 없었고, 두 챔피언이 둘 다 좋으면 한 챔피언이 뺏기면 다른 하나를 가져가면 그만이었음. 사실 이 당시에 원딜들은 죄다 이랬어. 후반 캐리냐 초반 강캐냐 cc기반이냐 정도밖에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원딜 패치로 원딜간의 개성을 아주 확실히 나눠주었음. 그레이브즈는 새롭고도 참신한 개성을 손에 넣었고 다른 원딜들도 마찬가지. 이런 패치를 라이엇이 이후로도 여러 번 했음. 암살자, 전사, 마법사, 탱커, 등등. 전부 성능보다는 정체성 문제에 가까웠지.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 이 정체성 부분이 챔피언 리메이크에서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거임. 스토리와 연관되는 경우도 많아. 스토리가 좋고 나쁘고와는 관계없이 그냥 그렇다는 거임.

챔피언 리메이크의 불만으로 가장 많은 것이 내가 하는 챔피언들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삭제해버렸다. 라는 건데, 난 좀 다르게 생각함. 챔피언이 완전히 버려지고 방치되지 않기 위해서 리메이크 하는 거야. 구 뽀삐는 그냥 냅두고 망치 쓰는 새로운 탱커를 내도 되긴 함. 하지만 그런다고 구 뽀삐의 문제가 사라지나? 언젠가는 구 뽀삐를 상향해주고 스킨도 내주고 할까? 아니거든.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건전한 게임 환경을 파괴하는 그런 챔피언에게 관심을 가져줄 수는 없단 말이야. 물론 그 건전한 게임 환경을 누가 정의하느냐.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게 정말 건전한 게임 환경 맞느냐....... 라는 비판을 할 수는 있겠지. 허나 적어도 난 라이엇이 생각하고 있는 건전한 게임 환경이 진짜로 건전한 게임 환경 맞다고 생각함. 그 점에서 과거의 리메이크 말고 미래의 리메이크 이야기를 해보자.


3. 리메이크가 남은 챔피언.

내가 롤을 처음 시작했던 시즌 2때부터 이블린 트위치 신 짜오 리메이크를 했었고. 그 뒤로도 리메이크를 해마다 10개, 혹은 그 이상씩 건드려서 현 시점에서 정말 구린 애들은 몇 남지 않았음. 비주얼 업데이트 정도는 모두가 받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가 필요한 애들은 좀 남아있긴 해. 의도되지 않은 플레이는 거의 없애긴 했는데 위에서 말했던 카운터 플레이라던가, 정체성이라던가 하는 부분에서 부족한 애들이 많은 게 사실이거든.

공식적인 언급은 http://www.inven.co.kr/board/lol/3338/6334 이 링크 참조. VGU는 스토리부터 모델링 스킬구성 다 갈아엎는 가장 큰 규모의 리메이크고, 그 기준에서 보면 목록을 좀 납득할 수 있음. 아직도 구식 모델링을 사용하고 있던가, 스킬 사용이 단조롭던가, 아니면 리메이크를 하긴 했는데 처참하게 실패했던가 하는 애들임. 솔직히 말해서 두세가지 정도의 요소가 겹치는 것도 있고. 티모가 저 목록에 없는 게 이상하긴 한데 뭐 마스코트니까 그냥 내버려두려는 건지, 아니면 나중에 밴들 시티 업데이트 할 때 바꾸려는 건지는 모르겠다.

물론 저 목록에 있는 애들이 바로 리메이크 된다는 건 아님. 저기 없다고 리메이크 계획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픽 바꿀 때 챔피언 요소를 조금 바꾸거나 추가하는 정도로만 이뤄질지도 모르지. 리메이크한다고 무조건 다 바꾸는 건 아니거든.

여기서 이 부분에 주목하자. 리메이크를 할 때 남기고 바꾸고 하는 것의 기준이 대체 무엇인가?


4. 다 바꾸더라도 남기는 것

1)남기는 것의 기준에 첫째는 디자인과 스토리임. 이게 가장 중요해. 리메이크하면서 사이온과 뽀삐는 가장 많이 바뀐 챔피언인데 얘들 옛날 스킬들 중에서 남은 거 한개씩밖에 없음. 심지어 그것조차도 꽤 달라졌어. 하지만 스토리는 꽤 많이 남았다. 사이온은 과거 녹서스의 전사를 부활시킨 언데드고, 뽀삐는 망치를 든 데마시아의 요들임. 물론 위에서 언급한 '과거' '녹서스' '전사' '언데드' '망치' '데마시아' '요들' 도 지금 시점에선 죄다 설정이 바뀌었다는 오묘한 문제는 넘어가자고. 어쨌든 스토리와 디자인적으로 보면 꽤 많이 남았음. 아무리 바꾸더라도 이 챔피언을 옛날 그 챔피언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론 해야 함.

2)그 다음 남기는 건 챔피언의 핵심 스킬임. 이 핵심 스킬이라는 말은 잘 생각해야함. 챔피언의 스킬들 중에서 가장 좋은 스킬이 아니야. 이 챔피언을 이 챔피언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임. 그리고 그 스킬이 (구)뽀삐 궁처럼 심각한 문제가 없어야해.

3)그 다음에 하는 건 기존 스킬 요소의 계승임. 컨셉은 달라져도 좋아. 사이온도 뽀삐도 원래 탱커가 아니었는데 탱커가 됐음. 허나 사이온의 경우 구 궁극기를 패시브로 계승함. 흡혈량과 막대한 평타 대미지. 그리고 옛날에도 있었던 무한한 체력 상승은 보호막스킬 쪽에 넣었고, 단일타겟 원거리 기절은 조건부 원거리 광역 기절로 바꿨지. 그리고 플레이스타일도 좀 남겼음. 사이온은 지금도 탱커지만 원거리 견제력이 꽤 강하고 라인전에선 마법 대미지를 주는 e스킬이 주력인 느낌이잖아? 다른 스킬들은 죄다 AD 계수인데 말이야. 과거 사이온이 AD나 탱보다는 AP 누커처럼 쓰였다는 걸 이런 식으로라도 계승한 거임. 뽀삐의 경우 탱킹력을 주는 버프기를 완전 다른 메커니즘이긴 한데 w로 구색이라도 맞추는 방향으로 계승했음.

4)그 다음은 존재감 약했던 스킬의 삭제 및 변경. 왜냐면 새로운 스킬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거든. 역시 성능이 아니라 컨셉 우선이고, 이전 스킬을 완전히 삭제할 필요는 없음. 대표적인 예로 (구)신 짜오의 W스킬인 전투의 외침을 들 수 있겠군. 전투의 외침이 나쁜 스킬은 아니었음. 유지력, 피해량, 거기에 막대한 공속 버프까지 안겨줘서 신 짜오의 맞다이 능력을 올려주었지. 사실 신 짜오는 W선마하는 게 정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솔직히 그거 티가 안 났어. 사용 방식도 단조로웠다. ewq는 그냥 연달아서 쓰는 스킬이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3타마다 회복, 추가 대미지는 패시브로 옮기고, 공속 증가는 돌진 스킬인 e에 달아준 다음 w에는 새로운 딜스킬인 풍전참뢰를 달아줬음.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 패시브는 완전 사라져버렸지. 이 역시 성능에 문제가 없었던 데다가 최초의 리메이크 당시에 이제 신 짜오의 패시브는 이겁니다! 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도 생각나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음. 그 과정에서 맞다이가 약해지고, 들어가지 않으면 공속 버프조차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기존의 요소를 남기면서도 새로운 스킬을 넣는데 성공했다.

5)그리고 불만이 있었던 요소 개편. 역시 신 짜오를 예로 들자. 신 짜오의 궁극기에는 리메이크 이전에 때린 놈들 수에 곱해서 방마방 증가가 달려 있었는데 이거 수치가 낮았던 건 아닌데 티가 안 났다. 그리고 활용하기도 힘들었음. 신 짜오가 5명을 다 밀쳤다고? 그러면 이제 다섯명한테 두들겨 맞을 일만 남았는데 그러면 방마방 증가한 게 거의 의미가 없음.

그래서 아주 티가 나도록 변경해줬지. 범위 밖에 있는 적들의 공격에 무적. 사실 이게 중요해. 도타와 롤의 가장 큰 차이가 이거거든. 도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버프나 오오라)면 눈에 보일 정도로 스펙을 올려줘서 개성을 주는데, 롤은 그냥 그거 빼고 눈에 보이는 스킬 달아줌. 최근 리메이크 방향이 다 그래. 애들이 무슨 스킬 쓰는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엔간하면 다 보여. 스웨인 리메이크의 이유 중 하나는 그 스웨인 딜스킬인 e가 평타인지 스킬인지도 구별이 안 가는 미묘한 스킬이었다는 것도 이유가 있을 걸?

6)기존 단점 계승. 단점도 계승해야 옛 챔피언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지. 사이온은 여전히 보호막 터지면 대미지가 잘 안 나오는 수동적인 디자인임. 뽀삐는 여전히 라인 유지력이 없음. 신 짜오는 들어가서 나올 방법이 적들 다 죽이는 것밖에 없어. 요릭, 다리우스, 모데카이저, 가렌. 리메이크를 받았는데, 아직도, 돌진기가, 없어. 얘들 정체성이고 얘들 업보임.

7)완전한 신규 스킬. 작은 리메이크의 경우 신규 스킬이 아니라 신규 메커니즘을 넣기도 하지만 어쨌든 계승만 하지 새로운 게 없으면 리메이크는 왜 해? 무엇보다 스킬들에 연계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는 게 중요함.

자. 이게 라이엇 게임즈 기준이고. 롤 챔피언 리메이크 기준이다. 그렇다면 위 기준에 따라서 리메이크를 해보자.

지금 리메이크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리메이크가 필요해 보이고, 성능도 그렇게 좋지 않은 볼리베어를 예시로 삼겠음. 사실 볼리베어는 지금 상태가 너무 나빠서 상향할 예정이지만 어쨌든 얘를 지금 당장 리메이크할 거임.

일단 나는 내가 생각하는 리메이크 방향성을 쭉 말해보겠음. 예를 들기 위한 뇌피셜이니 결론을 보고 싶다면 이하 써놓은 5장은 그냥 보지 않아도 좋음 만약 내 제안을 수긍할 수 없다면, 혹은 다른 챔피언이 리메이크가 필요하다면 위 기준에 맞춰서 님들도 한 번 생각해보셈.


5. 볼리베어 가상 리메이크

5.1. 정체성

볼리베어는 스토리 개편이 이미 됐지. 오른의 형제이자 프렐요드의 반신. 그래도 갑옷 입은 곰이어야함. 그리고 번개도 써야해.


5.2. 핵심 스킬

볼리베어의 핵심 스킬. 성능만 보면 당연히 w지. 공속버프. 막대한 대미지. 추가체력 계수. 볼리베어의 최주력기 아니야? 하지만 솔직히 그거 볼리베어 안 하는 사람들은 뭔 스킬인지도 모름. 앙 하고 깨무는 그 스킬이 주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볼리베어하면 떠오르는 건 상대를 뒤로 떠넘기는 q하고 딸피가 되면 체력이 차오르는 패시브. 그리고 번개를 휘감고 평타를 쳐대는 궁극기임. 어떤 식으로든 남겨야겠지.


5.3. 기존 스킬 계승과 삭제

w는 좋은 스킬이지만 다른 스킬로 능력을 옮기자. 볼리베어를 탱커에 가깝게 만들지, 전사에 가깝게 만들지. 그것에 따라서 스킬 변동이 클거임. 하지만 맞다이가 강하다는 개성. 계속 패다가 약해져서 도망치는 적의 숨통을 끊는 디자인은 남겨야 한다고 봄.

3타 패시브를 볼리베어에게 주는 게 가장 편한 디자인인 것 같음. 3번째 평타는 현 궁극기처럼 체인 라이트닝을 쏘는 거지. 평타가 광역이 되는 거임. 그러면 정글링 속도도 개선이 되고 디자인 컨셉도 잘 살아나지 않을까? 그리고 번개가 묻은 적에게 추가로 기절, 혹은 잃은 체력 비례 추가 대미지.

아니면 신 배경에 있는 [번개 화살을 집어던진다]라는 문장과 연관지어서 3번째 평타를 원거리로 만들면 어떨까. 라인전 활용도도 생기고 좋을 것 같음. 아니면 번개 화살을 없어진 w대신 들어갈 액티브 스킬로 해도 되고.


5.4. 불만 있었던 요소 개편

볼리베어의 가장 큰 불만은 E임. 포효를 내지르고 대미지와 슬로우인데 이거 눈에 띄지도 않고, 워윅 e 같은 거 보면 무지막지하게 비참해짐. 기왕 워윅 e를 언급했으니 그것과 비슷한 스킬로 만들자.

볼리베어가 함성을 내지르고 함성에 적중당한 적들은 슬로우 및 입히는 피해 감소. 그리고 볼리베어에게서 등을 돌리면 공포. 미니언과 몬스터는 그냥 공포.

이전부터 생각했었음. 볼리베어도 적 챔피언에게 공포를 입힐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볼리베어에게 등을 돌리면 공포라는 메커니즘을 생각한 건데, 볼리베어는 상대를 뒤로 넘겨버리는 스킬이 있고, 맞다이가 강한 데다가 함성에 적중당하면 공격력이 약해져서 볼리베어한테 도망치지 않을 수가 없음. 하지만 그러면 공포가 걸리는 거임. 공포는 바로 걸리는 게 아니라 대응의 여지를 주기 위해 등을 보이는 시간에 비례해 게이지가 차올라서 끝까지 차오르면 공포로 하는 게 좋음. 오히려 볼리베어가 등을 돌리면 바로 스킬이 풀리고.


5.5. 기존 약점 계승

여전히 뚜벅이. 더 약점이 필요함?


6. 현재의 리메이크-스웨인

과거의 리메이크 사례들과, 그 기준을 본따 생각해본 미래의 볼리베어 리메이크를 써봤음. 적어도 기준은 납득되게 썼다고 생각하는데 독자도 그렇게 생각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 현재의 리메이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해서 말해보자. 당연히 스웨인을 말하는 거임.

난 성공이라고 생각함. 일단 변경된 디자인이 괜찮아. 스웨인의 가장 큰 컨셉인 녹서스의 지도자라는 점. 그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그 카리스마는 그대로 남아 있음. 그리고 스웨인의 정체성 중 가장 큰 게 대머리는 아니었잖아. 까마귀였지. 절름발이가 아니라 외팔이가 되고 악마의 손이 생겼지만 오히려 호평할 요소가 아닐까 싶음. 기존 스웨인은 장애인 요소가 들어가긴 했는데 그 요소가 잘 살아나진 못했거든.(절름발이라는 게 게임 내에서 살리기 아주 힘든 요소기도 하고)

스킬이 달라지긴 했는데 플레이 스타일은 유지됐다는 점에서도 좋은 것 같음. 근거리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딜탱형 마법사. 상대에게 속박을 맞췄을 때 가해지는 스킬 폭격. 까마귀로 변신하진 않을지라도 느낌이 비슷한 흡혈형 궁극기. 기존의 근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스웨인하고 달리 초장거리 스킬이 생겨서 타 메이지들과 차별화되는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음.

성능하곤 아무 상관없는 얘기임. 애초에 리메이크 초반엔 성능가지고 왈가왈부하면 안 됨. 리메이크 직후 말도 안 되는 사기였던 갱플랭크도 인벤에선 구리다 옛날 갱플이 낫다 그런 소리가 나왔음. 스웨인이 op로 밝혀질지 아니면 진짜 구린 걸로 밝혀질진 모르겠는데 진짜 구리면 상향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함. 지금 스웨인은 옛날 스웨인하고 달리 나쁘면 상향하고 좋으면 너프할 수 있음. 난 그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봄.


7. 리메이크에 관한 시각

롤이 요즘 개편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음. 스토리로 불만이 확 터진 것 같은데 나도 카밀 바루스 스토리가 구리다는 건 동의해. 아예 그걸 까는 칼럼도 썼지.

하지만 대부분의 변화는 긍정적이고,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게 사실임. 무턱대고 옛날 게 더 좋았다. 그립다 하는 건 보수주의도 아니라 새로운 요소를 배우기 싫은 꼰대와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함.

오히려 라이엇 게임즈는 개편의 속도를 늘려야함. 초창기 롤의 구린 요소들이 지금 시즌 8인데도 아직도 많이 남았어. 저 위에 링크에서도 리런치 대상으로 지정된 챔피언이 대체 몇임? 저게 다 개편되려면 언제가 되야 하는데? 정말 불만을 가질 부분은 그거겠지.

일단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지켜보자고. 자주, 많이 바꿔서 불만이 생기면 차라리 다행인 거 아님? 불만이 지속되면 나중에 또 바꾸겠지. 패치를 하긴 하는 건지 시급한 문제가 뭔지 알긴 아는건지 하는 게임보다 난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