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꼴딱 새우며 공략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긴 밤을 커피 없이도 꼴딱 새울정도로 즐거웠습니다.

화심에서 제대로 파밍이 안 된 상태로 검둥에 가려니 거절당하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소위 말하는 천민 클래스였어요.
하지만 받아주는 공대장 한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검둥에 참여했습니다.
예약시간에 검둥에 입던해서 공대원들을 보니 저처럼 부족한 분들도 몇분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참여하기라도 하는게 어디냐는 생각이었습니다.
공초시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1시간 반을 더 기다렸습니다.
구인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공대장 엔제리너스님 목소리를 들어봤는데
친절해서 믿고 따를만하다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기분나쁘게 공대가 파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이었어요.

1넴을 잡는데 트라이가 나왔습니다.
제 지인들은 화염아귀를 제외하고는 다 원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1넴드를 잡고 다음 넴드로 이동.

2넴드 벨라에서 수차례 헤딩을 했습니다.
잡을 수 있는게 맞나 싶었지만 어찌어찌 잡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3넴드는 그냥 닥딜이어서 원트에 잡았습니다.

4넴드 화염아귀에서 예상했던대로 트라이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모두 딜욕심을 버리고 공대장 오더에 따르니 생각보다 쉽게 잡혔습니다.

5넴드에서 화염아귀 이상의 트라이가 나왔습니다.
자꾸 피가 차올랐습니다. 이건 탱커들이 잘해야 하는거라 딜러인 저는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공장님 탱과 맨탱님이 알아서 하는 택틱으로 성공.

이 시점에서 저희 공대가 사사게에 갔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게 사사게 감이 되나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본인 이름은 오픈하지 않은 점이 비겁하다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 공대는 화염아귀도 잡았는데, 네파까지 잡아버려 조롱하는 사람들을 무색하게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여러번 죽고나서도, 잡고나서는 참 행복했습니다.

6넴드는 비교적 손쉽게 잡혔습니다.

7넴드 크로마구스는 모래개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트라이 횟수에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2트까지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원트에 잡을 수 있다는 택틱으로, 2트만에 성공했습니다.
중간에 나가신 분들이 계셔서 35인으로 성공해 더 기분 좋았습니다.
딜욕심을 버리고 크로마구스가 불을 뿜기 5초 전까지만 살짝 딜을 넣고 도망가는 택틱이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피를 깎다보니 공략 시간은 길었지만 결국에는 잡혔습니다.

마지막 넴드 네파리우스.
남자 오닉시아라는 별명이 있고 쉽다는 평이었었죠.
하지만 저희는 한분이 떠나가 34인뿐인 인원이었고
더구나 다른 공대보다 공대원들 스펙은 떨어졌었습니다.
이미 시간은 깊은 밤이었고
시간은 흘러 새벽 4시가 넘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첫주에 이 스펙으로 검둥 공략을 완료하면 얼마나 웃길까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딜러진을 양갈래로 나누어 각각의 문앞에서 처리하는 방법으로 1페를 손쉽게 넘기고 잠깐 전투가 풀린 사이 물빵탐을 했습니다.
그리고 2페에서 내려온 네파리우스에게 딜을 해서 20%정도 피를 깠죠.

3페에서 몰려드는 쫄들을 처리하고, 네파리우스의 피를 13%까지 깎았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탱 급사로 전멸했습니다.

40명이었으면 네파리우스를 잡는 거였는데
34명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공대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낼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 트라이가 종료된 시간은 아침 7시가 넘어서.
이미 동이 트고 있었죠.

수십명이 밤 9시부터 아침이 될 때까지 트라이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뭐 주는 것도 없는데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나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게 인간이고, 인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공대를 끝내고,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스펙이나 도핑은 공략을 좀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일 뿐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건 공대원들의 공략이행여부입니다.
본인 옆의 공대원이 본인보다 스펙이 안된다고 흘겨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 하나 하나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공대장님에게 공대원 뽑으실 때 뭘 보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 분은 로그를 참고하지만, 로그점수가 아니고 공략이행여부를 본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굉장히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화심에서 로그 점수 신경 안쓰고 공략이행을 주로 했기에 로그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거든요.
특성도 다른 분들에게 도움 되는 걸로 찍고..

그런데 그런 부분을 봐 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공략이행을 해왔던 게 헛짓거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