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돌리기는 확실히 비매너 행위이다. 이는 피파온라인4에서도 공식적으로 비매너 점수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게시판을 보다 보면 간혹 이런 의견을 보기도 한다.


'볼 돌리는 것도 전술이지, 실제 축구 안 보나? 이를 비매너로 규정하는 것이 잘못된 거지, 안 하면 손해야'


우선, 기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케이스를 비교할 때 서로의 상황이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동등한 조건이 선행적으로 준비된 후 비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서로의 상황이 맞지 않는 비교는 되도록 지양하는 편이다. 이는 비유를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여기고 있다.

실제 축구에서는 볼 돌리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에너지가 우선 매우 크게 소모된다. 패스 한 번과 동작 한 번의 움직임, 그리고 압박을 들어오는 상대 선수들을 탈압박하며 우리팀 선수들의 위치를 보는 시야까지, 이외에도 세밀한 볼 컨트롤 등 실제로 축구를 직접 즐기는 유저들이라면 볼을 돌리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 실제 축구에서는 패스 한 번과 움직임 한 번에도 막대한 에너지와 집중력이 요구된다.
(사진 출처 - FIFA.com)


반대로 피파온라인4의 볼 돌리기는 막말로 경기 전체를 모니터로 보면서 빈 곳으로 S, 혹은 A로 패스를 돌려주는 것만 집중하면 된다. 압박해오는 상대 유저 선수들의 움직임도 한계가 있고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여 작정만 하면 쉽게 볼을 돌릴 수 있다.

이처럼 피파온라인4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볼 돌리기를 충분히 악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피파온라인3 시절부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비매너 점수 시스템이 생기게 되었다. '볼 돌리기', '역주행', '백태클' 등의 비매너 행위를 하면 비매너 점수가 4점씩 오르며, 3번을 받아 12점이 되면 자동으로 경기에서 퇴장당하는 형태였다.

비매너 점수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유저들의 반응은 좋았다. 넘쳐나던 비매너 유저들에게 드디어 정의 구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비매너 점수, 뭐가 문제일까
사실 달라진 것은 없다?

■ 여전히 악용 가능한 볼 돌리기

확실히 자신의 진영 안에서 볼을 돌리면 비매너 점수가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자신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다가 잠시 상대 진영에 있는 공격수에게 패스 한 번 주고 다시 자신의 진영으로 패스를 돌리면 비매너 점수가 올라가지 않았다.

즉, 비매너 점수가 올라갈 때쯤 상대 진영 쪽 동료에게 단 한 번만 패스를 해주고 다시 뒤로 볼을 빼내는 것을 반복하면 여전히 볼 돌리기가 가능했던 것.

피파온라인4로 오면서 해당 시스템에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도 해봤다. 하지만 별도의 개선은 없었다. 해당 부분이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은 맞지만, 오래전부터 큰 문제로 남아있는 것에 대해 작은 부분도 수정이 없다는 것은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 이 방법을 반복하면 볼 돌리기는 여전히 가능했다


▲ 이 화면을 본 유저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결코 좋은 의미만 되는 것은 아니다


■ 진짜로 상대의 압박이 강해서 볼을 돌리거나 역주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예 반대의 경우에서도 문제가 있다. 정말로 상대의 압박이 강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볼을 돌리거나 역주행을 하면서 탈압박을 모색하는 상황이 바로 그렇다.

상대가 라인을 강하게 올려서 압박을 하다 보면 쉽게 패스 루트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진영에서 패스를 돌리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비매너 점수가 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도 있다 보니, 오히려 순수하게 탈압박을 위해 잠깐이나마 볼을 돌리는 입장에서도 플레이에 꽤 압박감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영문도 모르게 비매너 점수를 받는 등 해당 시스템에는 오류도 꽤 많은 편이다.


▲ '아니..정말 압박이 강해서 잠깐 그런건데..'



결국에는 유저들의 양심의 몫으로
유명무실한 비매너 점수 시스템

볼 돌리기도 강한 압박과 전술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볼 키핑 플레이를 정말 잘하는 유저라면 마음만 먹으면 볼을 거의 뺏기지 않고 볼 돌리기가 가능하다. 더군다나 어쩌다 한 두번 볼을 빼앗더라도 그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공식 경기 상위 랭크로 갈수록 이런 점유율 플레이를 잘하는 유저들은 더욱더 많은 편이다.

경기 시간 5~10분을 남겨둔 볼 돌리기라면 사실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20~30분, 심하면 40~50분 동안 볼을 돌리는 유저들도 매우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정말 볼돌리기를 잘하는 유저들은 대놓고 볼을 돌리기보다는 어중간하게 공격을 하듯이 플레이하면서 볼을 돌리기도 한다.

결국에 해당 문제는 오로지 유저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피파온라인4 인벤을 포함한 커뮤니티 유저들 사이에서는 양심에 따라 볼 돌리기를 지양하자는 의견이 많지만, 표면적으로나 그렇지 실제 공식 경기 게임에서는 '볼돌러'들을 정말 자주 만날 수 있다.


▲ 볼 돌리기는 사실 프로게이머들도 대응하기 쉽지 않을 정도이다



6년째 정체되어 있는 비매너 시스템, 방법은 없을까
개발사의 개선 의지는?

비매너 점수는 2013년 7월에 피파온라인3에 처음 도입된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약 6년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하지만 6년 전 도입된 해당 시스템은 지금까지 큰 변화나 개선 없이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유저들은 해당 부분에 대한 개발사의 개선 의지까지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축구 게임인 위닝 일레븐 역시 볼 돌리기에 대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다만, 위닝 일레븐에서는 게겐 프레싱 전술과 라인 올리기, 그리고 마크 설정 등의 다양한 시스템으로 피파온라인4보다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술 변경 후 선수들의 움직임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피파온라인4 역시 경기 도중 전술 변경이 가능하지만, 해당 전술들이 볼 돌리기에 크게 체감될 정도는 아니다. '강한 압박' 같은 전술을 사용해도 볼 돌리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 더군다나 전술 시스템의 체계 자체가 복잡하여 이를 직접 모두 이해하고 볼 돌리기에 맞는 전술을 설정하는 유저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 위닝에서는 게임중 게겐 프레싱과 마크 설정 등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변화도 체감되는 편

▲ 피파는 강한 압박 전술 등을 사용해도 크게 체감되는 정도는 아니며 볼돌러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6년의 시간이면 해당 부분에 대한 숙의가 이루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다음으로 넘어갔음에도 문제가 남아있던 이전 시리즈의 시스템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은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안타까운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테스트 서버에서 '커브' 능력치에 대한 체감을 더욱 확실하게 변경한 것처럼, 우선은 각 전술 수치 변경에 대한 체감을 더욱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기자 개인적으로 속도나 슛 관련 수치들의 체감은 잘 된다고 느끼지만, 수비에서 전술 수치들은 크게 체감될 정도가 아니었다. 정말 어떤 유저들의 말처럼 몇몇 전술 수치들은 감독 모드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유저들 사이에서 흔히 일컫는 '해골물'이라는 단어가 확실히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또한, 개인 전술 세팅도 A,B,C로 나누어 경기 중 한 번에 변경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30초씩 3번은 각 상황에 맞게 개인 전술을 변경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전술 변경 이전에 ESC(경기 중단)을 사용했다면 그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 이 화면에서도 한 번에 세팅을 A,B,C로 변경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서문에서도 말했지만, 축구가 아닌 피파온라인4에서의 볼 돌리기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을 넘어 확실한 비매너 행위가 맞다. 강한 압박으로 인한 볼 돌리기나 짧은 시간 동안의 볼 돌리기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긴 시간 동안 악용되는 볼 돌리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사에서도 그렇게 지정을 해두었다.

때문에, 게임의 문화를 함께 조성해나가는 유저들에게도 해당 행위들을 지양할 책임은 있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시스템적인 개선이다. 이것이 유저들이 올바른 게임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이니까 말이다.



▲ 피파온라인4의 가장 대표적인 분쟁인 이 문제가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