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톤베리 '후룩'입니다.
Vianae님을 대신해 사과를 드리기 위하여 글을 쓰게 됐습니다.
먼저, 피해를 보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Vianae님은 저희 할아버지시고, 저는 손자입니다.

할아버지께서 한평생 밭일만 하시다가 디스크 등 관절의 문제로 더 이상 밭일을 할 수 없게 되셨습니다.
그런데도 할아버지께서는 계속 밭일을 하려 하셨고, 저희 부모님은 할아버지를 말렸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노인 대학을 알게 되었고, 여러 설득 끝에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노인 대학에 입학하셨습니다.
그 수업 중 하나가 컴퓨터 수업이었는데, 검색하기, 동영상 보기, 블로그 하기, 메일 쓰기 등을 배우셨습니다.

그러다 고혈압으로 쓰러지셨고, 저희 부모님께서 몇 번 왔다갔다하며 보살펴드리다 집으로 모시게 됐습니다.
부모님과 저희 형, 누나는 직장에 다니고, 저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느라 주말을 제외하고는 서울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굉장히 무료해하셨고, 고민을 하다가 제가 초등학교 때 한 쉬운 게임들을 알려드렸습니다.
야채부락리나 쉬운 스팀 게임들을 즐기셨는데, 그러다 제가 파판을 하는 것을 보시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께서 하시기에는 어려운 게임이에요.' 말씀드렸는데 많이 서운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저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게임을 하니까 할아버지와 같이 해도 상관 없겠다 싶었습니다.
저희가 6명이었던지라 3명 + 할아버지 맞춰서 던전을 돌거나, 돌아다니거나, 쉬운 퀘스트나 채집을 했습니다.
동시에 제가 설명을 해드려도 이해하지 못하셔도 손자와 손자 친구들과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셨습니다.

일단 할아버지께서는 아직 조작이 완전히 익숙하지 않으시고, 말 그대로 클릭만 할 줄 아십니다.
채팅도 제가 F1에 초보자 채팅을 등록해드린 후, 혼자 하실 때 (돌아다니시거나 하실 때) 게임을 켜시면 F1을 누르시고,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면 여쭤보세요. 하고 말씀을 드렸는데, 다른 채팅으로 전환하는 법을 알려드리지 않아서 계속 초보자 채팅에 말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임무 찾기도 평소에 저나 다른 친구들이 파티장이 되어 임무 신청을 한 후, '할아버지 이거 클릭하셔요.'하고 입장 버튼을 알려드렸기 때문에 그 방법을 모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딱 한 번, 제가 파티장을 했을 때,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시기에 한 번 알려드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혼자 던전에 가실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제가 안일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와 던전을 도실 때도 할아버지께서 여기저기 움직이시면 따라가다 너무 벗어나시면 '할아버지 거기 아니에요.'하고 저를 따라가기 눌러놓거나 자동 달리기를 해놓은 뒤, 쭉 가면서 어그로가 끌리면 저희가 잡고, 또 방향을 틀어서 쭉 가면서 어그로가 끌리면 저희가 잡고 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조율 해제여서 제 캐릭터도 움직이고, 할아버지 캐릭터도 마우스로 움직이고 하는 것 빼고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혼자 던전에 가셨다는 사실도, 매크로로 유명하시다는 이야기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사사게 글을 보고서 먼저 '해킹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지 몰랐다. 라고 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이러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잘 압니다. 그래서 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할아버지께는 잘 말씀을 드려서 저와 제 친구들하고만 던전에 가실 수 있도록, 더 이상의 피해자가 안 나오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 매크로로 보신 것도, 추방 투표를 하신 것도 모두 이해합니다. 저였어도 할아버지같은 유저를 만나면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 전혀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저와 할아버지가 사과드려야 할 일입니다.
+ 단축바에 스킬을 순서대로 등록해 몇 번 알려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가끔 6.25 참전 이후 후유증으로 오른손을 저실 때가 있습니다. 가만히 계셨다고 하셨을 때가 아마 그 때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이런 이야기를 처음 알게되어 그 동안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1순위는 당연히 저와 친구들 없이 던전에 가실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2순위는 말씀해주신대로 검색 정보에 적어놓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링크셸과 자유부대 제의 정말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 말씀드리는 김에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 친구들이 말하기를 SNS에서 '손자가 할아버지를 격리시키려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라고 하신 분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절대 할아버지를 격리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도 할아버지와 함께 게임을 즐길 것이고, 제가 더 신경 쓸 것입니다. 다만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해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반면 받아들이기 힘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최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좀 더 신경 썼어야했는데, 죄송합니다.
+ 삭제된 댓글 중, 인증 이야기가 있었나봅니다. 사진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 다른 수단을 알려주신다면 인증하겠습니다. 피해를 보신 분들께 사과를 드리고,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어야한다는 생각에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댓글 모두 읽었습니다. 이해해주시는 분들과 도와주신다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할아버지 걱정을 해주시고, 마음을 헤아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걱정하신 점이 어떤 점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의논하여 최대한 좋게 말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