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자운.

룬테라 대륙에서 과학기술로 번성한 도시국가. 최고 통치기구는 자운자유의원회, 그중에서 우두머리는 의장 매그너스 던더스가 위치...

만! 이 곳은 자유를 중시하는 큰 메리트가 있다. 왕국통치로 유명한 데마시아, 힘을 상징하는 녹서스와 프렐요드를 생각하다가 자운을 생각하면 인류의 재구성 이후 들어선 국가중에서 가장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말이 과장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자유의 대가는 가혹했다. 이 자유를 악용해서 무분별적인 개발이 이루어졌고, 자운의 환경오염은 '인류의 재구성 이후 최악의 환경을 지닌 나라'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태. 그러나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자운이 부여해주는 최상의 '자유'에 만족하면서 자국에 대한 애국심이 높은 국가다.

 엘리스 역시 이 자운이라는 곳에 매우 애착이 갔는지 자신의 종교활동 거점지로 잡고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그녀도 이 자운의 메리트인 '자유'를 노리고 자신의 종교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이곳에 자신의 종교를 세운 것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성당으로 들어온다. 걷잡아봐도 남녀구분할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로 오고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종교에 순수한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다.

 문이 닫히고 잠시 후에 성당 내부의 모든 등불이 꺼지기 시작한다. 신도들은 애써 자신들이 만들어낸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정리했다. 얼마 뒤 스테인글라스가 붙여진 창문에 햇살이 비춰졌다.

"기도해, 얼른!"
"아, 저기있구나. 모두 저 빛을 향해!"
창문에 새겨진 그림은 괴이한 장면이었다. 분명히 십자가가 그려져 있지만 그 십자가 뒤에는 거미가 자신의 온 다리를 펼쳐서 십자가를 감싸안고 있었다.

"모두들, 이 교단이 왜 생겼는지 알고 계십니까?"
신도들은 거리낌없이 거미를 섬기기 위해서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엘리스는 애써 웃음을 참았다. 그녀는 자기가 준비한 멘트를 이어나갔다. 이 자그마한 노력은 언제나 그녀에게 큰 양분이 되어줬다. 비유의 양분이 아닌 진정한 양분으로써...

"인간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서까시 헌신한 자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학자들이나 역사가는 그 사람을 '예수님'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 신도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왜 거미교에 예수님을 언급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 리그의 창조자, 소환사의 조상은 '예수님'께서 살고 계시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모든 세상의 사람들이 알았습니다."

다른 종교에 가면 벌써 조는 신도들이 생길 타이밍이었지만 거미교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모두가 두 눈 똑바로 뜨고 귀담아듣고 있었다.

"...과거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고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살마들은 온갖 횡포와 학살을 일삼았지요. 당시 어린 나이의 예수님 역시 이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그 도망길에 예수님을 도와준 생명체는..."
신도들은 이미 답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엘리스의 말에 빠져들었다.

"거미입니다. 예수님의 은신처에 거미가 거미줄을 쳐서 예수님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훗날 예수님을 지킨 거미는 그 공을 인정받았고, 후손들이신 소환사 역시 거미만을 위한 단독적인 종교를 세우는데 허용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공을 세운 거미를 '거미의 신'으로 칭하면서 경배받고 있지요. 독실한 신도만이 거미의 신에게 선택을 받아 소환사들을 보호하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까?"

 엘리스, 거미 여왕, 또는 거미교의 사제.

수많은 신도들에게 존경을 받고 우러러보이는 그녀지만, 그 모습이 다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섹시하고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는 여자가 오히려 요조숙녀의 느낌을 풍기는게 위화감이 들 것이다.

 밤이 되면...

"..."
"..."
클럽에서 어떤 여자들보다 남자들의 시선을 받게끔 만드는 행동을 즐기는 사람이 된다. 어두워져도 엘리스 그 자체의 아름다움은 감춰지지 않는다. 오히려 골목길에서 좁게 비추는 가로등빛같은 조명이 엘리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그래서 챔피언 이외의 신분으로 어두운 거리를 활보할 시 온갖 불량배들의 목표가 된다.

"아가씨. 좀 예뻐보이는데?"
"우리랑 같이 어딜 좀 가주지 않겠어?"
놀랍지는 않겠지만 한가지 사실을 언급하자면, 엘리스는 늘 자신을 목표로 삼는 폭력배들에게 끌려간다.

그리고...

"아아아악!"
"살려주세요 누나... 다시는 이런 짓 안하고 다닐게요..."
거짓말같이 폭력배들은 전멸당한다. 언제나, 늘 그래왔듯이.

 엘리스는 자신의 발을 우아하게 들어올린 다음, 힐로 상대의 가슴을 찔렀다. 가슴이 찔린 남자는 신음소리를 내질렀지만 이미 수없이 질러댄 목이라 소리마저 작았다.

"남자들은 다리예쁜 여자들을 좋아한다지?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생각이지. 다리는 남자들을 위해 있는게 아니거든?"

다른 하이힐과는 다르게 앞꿈치에 붙어있는 엘리스의 힐은 다리와 신장을 길어지게 하는 시각효과를 부여한다. 엘리스의 우아한 다리는 사실 앞꿈치의 힐에 한 술 더 뜬 까치발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불량배들은 그런 엘리스를 목표로 삼았다. 엘리스의 신도들이 어떻게 죽어나갔는지를 생각하면 억수로 운이 없는 경우다.

"..."
엘리스는 단 한명의 남자를 빼고 모두 죽인 상태. 나머지 1명의 남자라고 해봐야 치명상을 입었으니 치료가 제 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을 목숨이다. 그 남자를 향해 엘리스는 측은한 눈길을 던져주고 가로등 밖의 시야로 걸어나갔다.

"저기요 누나, 궁금한게 있는데요, 힐을 앞에다 붙이면 발 안아픈가요?"
순간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불쑥 질문을 했다. 가로등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있던 엘리스는 발걸음을 멈췄다. 남자는 뒤늦게 자신의 입을 원망해하며 손을 들었다. 엘리스는 그 남자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또각또각 들려오는 엘리스의 발걸음에 의해 깨졌다.

 

"죽... 죽을 뻔했어. 휴우..."
 피로 가득찬 골목길에서 한동안의 공황상태에 빠져있던 그 남자는 힘겹게 몸을 겨누고 걸었다.

"아프지 않아. 오히려 편하게 해줄 뿐이지."
"?"
앞뒤에 어울리지 않는 대사가 남자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가로등불 시야 밖에서 사각사각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더 가까이. 가로등은 그 실체를 페이드 인처럼 천천히 밝혀줬다. 남자가 말했던 앞꿈치의 힐은 거미의 발끝이 되어있었다.

 남자는 살고 싶어했다. 그래서 달리려고 했다. 그 순간 남자는 발밑에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다. 새끼거미들이었다. 그 거미들은 남자를 향해 거칠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남자는 재빨리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는, 뒷걸음질을 치던 남자는 어느 경사로에 넘어졌다. 넘어진 것에 상관하지 않고 일어나려고 하는 남자의 의문. 경사로라고 치기에는 길이 너무 울퉁불퉁했다. 다급한 순간에도 밀려오는 호기심을 뿌지치지 못해 남자는 자기가 넘어졌던 바닥을 만져보았다.

"아..."
남자는 거미의 몸에 기대어있었던 것... 아니, 성인 여성과 맞먹는 크기를 가진 거대 거미는 자신의 몸에 쓰러진 남자를 위로 세게 던졌다. 그리고 유난히 시뻘건 이빨들을 내밀었다.

"끄아아아악!"

"야, 오늘 한 잔 하러 가자!"
"어제도 한 잔, 오늘도 한 잔? 돈은 네가 내라!"
자운의 어느 술집. 예배가 끝난 이후 거미교신도들이 모였다. 그것도 남자만. 곳곳에서 풍겨오는 악취와 정체불명의 쓰레기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다.

"아줌마, 여기 맥주 아무거나 주세요!"
"에휴 등신. 이런 곳에서 많이 먹으려면 이렇게 말해야지. 누나, 여기 버터맥주 주세요!"
"누나! 음... 저도 같은거 부탁해요!"
 신도들은 몇 십분동안 잡담을 하고 술을 마셔댔다. 취기가 어느덧 절정에 달하는 무렵,

"으... 부토르러... 넌 왜 거미교에 들어왔어?"
"나? 거미가 그리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제님의 말을 듣고 감회가 새로워서 들어왔어."
"쳇 시시하군. 조나단, 넌?"
"나? 거미는 싫지만 사제님 보는 맛으로 가는 거지!"

"하하하. 사실 나도 그렇단 말이야. 엘리스님은 사제라 부르기에도 아까운 분이지 않냐? 차라리 여왕님이라 부르자!"
"그정도 존칭밖에 못부르냐? 난 엘리스 여신님과 한 번 자보면 소원이 없겠다!"
"웃기지마, 그전에 내가 먼저 할거야!"
술집의 신도들이 남자로만 가득차있는지라 분위기는 밝아도 주제는 다소 음란한 대화가 계속되었다.

"저기요, 목소리좀 낮춰주세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얘기를 왜 그렇게 크게 하시나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말리지 마십시오. 어차피 그들을 말릴 방법은 없습니다."
순간 신도들은 뚱딴지같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니, 그 시선의 끝에는 보라색 옷만 입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결국 그들의 믿음은 헛된 것이고 죽게될 것이니까요."
<계속>

 

P.S : 3D 랜더링을 해본 결과 정말로 엘리스의 힐은 앞꿈치에 붙어있고 까치발로 다니고 있더군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그런 생각 안듭니까? 발 아플거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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