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일종의 먹잇감이자 추종자들을 만들어준 것은 이유로 자신의 신에게 은총을 받아서 행복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예전이었다면 그렇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의할 수 없는 감정과 의문투성이인 과거의 기억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나는데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오히려 신이 엘리스 자신에 대한 고찰을 방해하고 있는 상태이니, 절대부정 이외의 답변이 나올 수 없었다. 엘리스는 힘겹게 입을 열어서 '아니'라고 말하려 했다. 이유모를 힘겨움은, 매정하게도 그 에너지마저 뺏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

'엘리스여, 생각하지 말라. 저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없는 기억까지 떠올릴 필요는 없다. 네 종교는 나를 섬기기 위한 표면적 성과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머랏속의 엘리스는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아니, 머릿속이 아닌 바깥의 엘리스라 해도 별로 다를바 없다. 소환사들은 엘리스의 행동을 보고 질문이나 응답을 촉구하는 말을 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소환사나 재판따위에 신경을 쓸 수 있을 리가...

"다...필요없습니다 소환사님."
반응이 없는 질문을 계속하다가 지친 나머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소환사들의 고개가 절로 들려지는 대사였다. 그런데 영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은 말이다.

"저는 정말로 그것밖에 없습니다. 제 신을 섬기기 위한 활동으로요. 저 옆 동네의 종교처럼 세상의 종결을 예언하여 혹세무민하는 것들과는 달리, 저는 순수한 종교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챔피언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통찰하실수 있는 소환사라면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질문할 필요도 없을테죠. 그런데..."

엘리스의 말이 끊겼다. 소환사들은 이미 그녀의 말에 기분이 상당히 상한 상황. 그들은 더 이상의 재판은 무모하다는걸 깨닫고 엘리스의 입을 강제로 닫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들으라는듯이 중얼거리던 태도를 고쳐 소환사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똑똑히, 한 자의 웅얼거림없이 말을 이러갔다.

"고 작 그 런 것 도 헤 아 려 주 시 지 못 한 단 말 입 니 까 ?"

붉은 눈동자에서 나오는 사악한 빛깔을 내뿜으면서.

 

 엘리스의 붉은 색 눈빛이 재판실을 비추었다. 재판실의 분위기를 바꾸어주긴 했다. 훨씬 혐오스러운 분위기로, 엘리스를 마녀로도 칭할 수 없는 미친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로.

 눈빛과 입을 제외한 그녀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드러나는 이질감이 엘리스의 본의지로 말하는게 아니라는걸 알려주었다.

"틀렸어. 지금 이 챔피언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
소환사들은 잠시 무언가를 의논하다가 엘리스를 향해 판결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그들이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엘리스는 공허교와 충돌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해명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엘리스는 유죄를 선고한다... 형벌은 6개월간 챔피언 자격박탈, 챔피언이 누릴 혜택, 복지들을 제공받지 못하고... 또한 거미교 활동을... 금지하고... 혹세무민하여... 폐단..."

"...악!"
엘리스는 자신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새끼거미가 깨운 것도 아니다. 같은 소속의 챔피언이 깨운 것도 아니다. 그러 나쁜 꿈을 실감나게 꿔서 스스로 일어난 것이다. 스스로. 그녀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반어적인 단어였다.

 팔이 간지러웠다. 고개를 돌려보니 오늘도 새끼거미들이 아양을 떨고 있었다. 악몽때문에 잠시 불안했던 마음도 서서히 풀려졌다. 그 느낌을 엘리스도 알아차렸고, 일부러 더 졸음을 재촉해서 눈을 붙였다. 눈을 감아도 잠이 곧장 올리는 없다. 그 대신 마음이 안정되고 자기가 전날에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거미 여왕 나름대로의 고찰을 할 수 있었다. 전날에 겪은 일들은 거의 그녀의 꿈 속에서 재현되고, 그 꿈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곱씹을 수...

'그런데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문뜩 든 생각, 그 생각은 그녀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엘리스는 온 힘을 다해 어제 일어난 사건이나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회상을 하려고 했으나 실패. 그리고 포기했다.

"오늘이 내가 작업을... 하러 가는 날인가?"
악몽이 너무 심했는지 현재, 지금의 날짜개념을 통째로 까먹었다. 하는 수 없이 TV를 켜서 보기 시작했다.

"TV."
엘리스의 시야 맨 끝에서 파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루마리처럼 말려진 빛에서 들리는 전원소리.

ㄴ시작합니다. 원하시는 채널은 손가락을 위아래로, 음량은 좌우로 밀어주세요.ㄱ

'거미여왕, 네 삶... 행복하...아안가...'

또다시 머리속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 이제는 이런 잡생각마저 무시하고 채널을 돌리는 엘리스.

ㄴRGN 뉴스입니다...ㄱ
"6월 23일이군. 시간은 8시... 원래 쉬는 날이니 다행..."
ㄴ네, 오늘 뉴스는 처음부터 떠들석한 사건에 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바로 자운시에서 일어난 종교대립인데요...ㄱ
"그래, 말자하라는 녀석이 있었지.  맞다. 재판을 받는다고..."
엘리스는 할 말을 잃었다. 재판 날짜는 6월 22일, 어제였다. 어젯동안 일어난 일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지금, 그녀는 당황해하면서 스크린에 온 힘을 기울여 집중을 했다. 어제의 기억을 찾기 위해 오늘의 소식을 들려주는 뉴스에 온 힘을 주고 있는 엘리스의 행동이 아이러니한건 기분탓인가?

ㄴ네... 엘리스와 말자하 챔피언은 '거미교','공허교'의 사제, 우두머리로서 이 대립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제 6월 22일, 전쟁학회에 참여했습니다.ㄱ

'그런 건 제게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호호호. 재판의 결과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예정된 결말을 직접 체험하고 싶군요.'

자운에서 말자하와 의장을 상대로 허세를 마음껏 내뿜은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엘리스는 비록 자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재판에서 승리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걸었다.

ㄴ재판 결과, 소환사를 말자하 측의 무죄를...ㄱ
"음?"
ㄴ그리고 엘리스 측의 유죄로 판명했습니다. 이 재판으로 인해 엘리스는 6개월간 소환사의 자격을 박탈당했고, '거미교'를 폐단하라는 조치를 받았습니다.ㄱ

툭, 무슨 소리일까. 엘리스가 충격을 받은 나머지 팔을 바닥에 떨구는 소리같지만, 동시에 내면적 충격이 가해지는 소리일 것이다.

 이어서 짤막하게 보여주는 엘리스와 말자하의 재판장면. 첫 질문부터 재판의 분위기는 크게 기울어졌다. 말투나 대화내용에서부터 물씬 사이비 교주의 느낌이 풍겨나오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답변을 이어가는 말자하와 달리, 엘리스의 재판은 첫 질문부터 말문이 막혀가면서 결국 기운을 잃어가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ㄴ다...필요없습니다 소환사님.ㄱ
자신의 목소리에 다시 시선을 돌린 엘리스. TV 속의 그녀는 마지막 발악을 시도하는듯이, 거침없이 소환사에 대한 감정호소와 비하어를...

자신감이 잃은채 기운을 잃어가는 얼굴과 달리 붉은색 눈동자를 빛내면서 내뱉어냈다.

ㄴ고 작 그 런 것 도 헤 아 려 주 시 지 못 한 단 말 입 니 까 ?ㄱ

무기력함, 가련함, 동시에 느껴지는 소름.

"엘리스에 대한 재판이 힘들어지자, 소환사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습니다. 엘리스의 내면으로 들어가 내면의 엘리스를 상대로 재판을 시도했는데요, 이 방법마저 재판을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펼쳐지는 참혹한 광경. 수많은 사람들이 검은색 실루엣에 뒤덮여져갔고, 그 현상은 끝없이 반복되는듯 했다. 그 때 나타난 한줄기의 빛, 그리고 낯익은 대사가 흘러나왔다.

ㄴ거미 여왕, 네 삶은 행복한가?ㄱ

'이 목소리는... 잠깐 저 실루엣은?'

하얀 빛 속에서 등장하는 남자라고는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극명한 명도대비로 인해 분간하기 힘든 얼굴. 그 사람의 정체는 얼굴이 아닌 권총 두자루로 알아내는게 더 쉬웠다.

"루시안..."
<계속>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