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엘리스님의 승리다!"
거미교 신도들이 소리높여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자신의 양분들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어주고 쓰러져있는 챔피언에게 다가갔다. 온 몸을 강제로 떨게 만든 전율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웃을 수 있었다.

'내 승리다. 마무리를...'

"엘리스 챔피언."
자신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엄중한 목소리. 엘리스는 남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아쉬워했다.

'이런이런. 의장이라도 나서신 건가. 일어나라는 말이나 하고 먼저 가 있으마.'

"일어나."
"그래."
채...챔피언이 일어났다. 신기하게도, 쓰러진 당시의 모습을 되감기하는 것처럼 일어났다. 반동없이 자연스럽게 등이 곧게 서기 시작했다. 상대 챔피언이 통증호소도 내보이지 않는 이 와중에 엘리스는 자신의 중상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소진되어있음을 느꼈다. 그제서야 알게 된 사실.

'내 패배다.'


 자운 의회에서 엘리스와 상대 챔피언은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들었다. 이 사건을 자운이 먼저 알았다면 단순한 분쟁처리로 끝낼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전쟁 학회가 더 빨리 알아챈 관계로 일이 커졌다는게 서두, 결국 각 종교의 우두머리인 두 챔피언이 모두 전쟁 학회에 재판을 받으러 가야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말자하 챔피언, 그쪽은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이제서야 알게 된 상대의 정체. 그러나 엘리스는 이름에 연연해하지 않고 상대방의 복장과 위엄을 보았다. 싸우느라 정신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한 보라색 아우라가 말자하의 주변에 둘러쌓여 있었고, 보라색 두건 속의 얼굴은 아직도 볼 수 없지만 시선이 이동할 때마다 목격되는 파란색 눈빛은 소름을 끼치게 만들었다. 엘리스는 다시 고개를 돌린 뒤 혀를 조용히 찼다. 어째선지 이 챔피언과는 계속 꼬일 것 같은 예감이 증폭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엘리스 챔피언."

의장의 부름에 엘리스는 재빠른 눈마주침으로 응했다.

"그 쪽이 살짝 버거울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엘리스 챔피언에게서 만든 종교에 대해 익히 들어는 봤지만 이 말자하 챔피언의 '공허교'와 대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을 가지고 있거든요... 혹시 그 쪽은 뚜렷한 종교관 같은 것이 있는지요?"
'상관없다.'

엘리스의 머리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눈을 찌푸린 엘리스. 그러나 지금은 의장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어떻게 말해야 답을 하는 동시에 말자하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줄...

"그런 건 제게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호호호. 재판의 결과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예정된 결말을 직접 체험하고 싶군요."

말을 끝내자마자 엘리스는 손으로 자신의 입주변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직 자신은 무얼 말할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불쾌함이 엄습했다. 그러나 발언 자체는 굉장히 패기가 넘쳐났기에, 엘리스는 자기의 발언으로 얻으려는 이득을 모두 얻었다. 의장은 발언 직후의 엘리스의 행동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말자하는 큰 반응은 없었지만 두건 속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잠시 나왔다.

 종교관, 그리고 싸움 전에 언급된 신념이라는 단어에 엘리스는 공허함을 느꼈다. 자신에게 있어서 그 단어의 개념은 정의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무시했다. 종교관이나 신념이 정의되지 않은 자신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살아왔으니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별탈 없을거야. 그러겠지.'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의장과 얼굴을 마주할 때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한 것 같은 불쾌감은 지울 수 없었다.


 일주일 뒤, 엘리스와 말자하는 전쟁 학회에서 일어날 재판을 받으러 갔다. 전쟁 학회 내에는 이곳저곳마다 각 나라의 국기가 어지럽게 걸려있었다. 그리고 크게 써져있는 문구.


Fair Play, Fair Duel. 룰과 매너를 지켜, 즐거운 듀얼을 하자!


'대전을 좀 유식하게 말한게 듀얼인가? 그렇다고 해도 살짝 우습네.'

"자신이 이길 것 같나?"
말없이 걸어가는 엘리스의 귓전에 이 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렇다. 말자하의 말을 엘리스는 무시한 것이다.

'오랫만이군, 전쟁 학회...'

전쟁 학회. 새로운 챔피언이 리그에 입문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등용문이자 리그를, 아니 신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거대 단체다. 룬테라 대륙에서 이 세계의 지배자인 '소환사'가 지상에서 활동하는 본거지가 이곳이다. 그렇게 전쟁 학회를 둘러보면서 옛일을 떠올리려 할 때.

'여기 오기전에 무슨 일을 했었지?'

좋은 일로 찾아온 전쟁 학회는 아니었지만 감회가 새로워 회상을 하려고 하는데... 엘리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왜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단순한 사건사고조차가 아닌 어렸을 때의 내 모습조차도...'


 법원에 들어서자마자 엘리스와 말자하는 집행의원의 안내에 따라 흩어져서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한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2개의 재판을 열어논 셈이다.

'간단하게 말해라 엘리스. 나에 대한 복종은 무조건적이고, 그렇게 정해져있었다.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불쾌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것 같다. 자신이 섬기는 신의 목소리이다. 단 한번도 듣지 못한 신의 목소리지만, 거미교와 신에 대한 숭배에 대한 언급을 구술이 아닌 내면의 대화로 할 수 있는건 오직 신 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가 곤경에 빠졌을 때 자기의 신이 후방에서 서포트를 해준다는 그 든든함을 믿고 엘리스는 당당히 재판실로 들어갔다.

"당신은 왜 '거미교'를 만들었죠?"
어쨌거나 재판은 시작되었고 의자에 앉아있는 엘리스의 주위로 소환사들이 자리를 잡은 채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저의 신을 섬기기 위해서입니다."
 답은 간단하였다.

"그것이 전부입니까?"
순간 엘리스는 당황했다. 정말로 자신의 신을 섬기기 위해 만들었다. 그 이외의 목적이 있어야하는가? 물론 없지는 않다. 자신의 젊음을 유지해주는 양분들을 모으기 위한 이유도 있다. 그러나 그 얘기를 꺼내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고 기억도 나지 않는 자신의 과거에 온갖 미사여구를 덧붙이고 싶지도 않았다. 엘리스는 반강제적으로 침묵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의 거짓말로 인해 잡아먹힌 신도들과 젊음을 증가시켜주는 그 거미의 체액에 관련된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이유나 목적은 없습니까?"
아뿔싸. 저 말이라도 해야 했다. 엘리스는 이제 침묵 외에 할 수 있는 선택이 없다. 머리를 굴려서 열심히 생각을 해봤지만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기억을 하려 하거나 깊은 생각에 잠길 때 자기가 섬기는 신이 등장해서 모든 것을 가로막으려 하는 것이다. 머릿속의 기억들이나 생각들이 모두 자기의 신이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녀의 머리속에서...

'신이시어... 왜 제 생각을 방해하는 겁니까...'

소환사 앞에서 대놓고 말할 수 없었기에 애만 타고 있는 상황. 3년이란 시간동안 맹목적인 충성을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스의 신은, 도움은 커녕 방해만 주고 있었다. 뇌리에서 신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 갑자기 떠오르는 하나의 사건이 엘리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최근에 신도들을 잡아먹을 때 느꼈던 기묘한 감정. 기쁨도, 행복도, 쾌락도 아니었다. 그렇다. 엘리스는 그 당시 자신이 무슨 감정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그 감정을 느낌으로만 다가왔고 표현해내지 못했다. 엘리스는 지금껏 자신이 제한된 감정표현만 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상황이 상황인만큼 그런걸 지금 인지해서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엘리스에게 더없는 혼란을 안겨주기에는 딱 좋은 충격이었다.

"다음 물음에 답하십시오. 공허교와 거미교 신도들의 무력충돌에 대한 해명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한쪽 귀에 들어가고 바로 맞은편으로 흘러나간 소환사의 질문.

'내 기억이 안나는 이유? 신도들에게서 느낀 감정? 내가 거미교를 만든 또다른 이유?'

정신이 빠져나간다. 동시에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그 나른함마저 인지하지 못한채 의식을 잃고 있다. 엘리스는 마침내 당황 이상의 충격을 받아서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레드필드, 안되겠어. 내가 저 머리속에 잠깐 들어가서 대화해보지."
"좋아 더글러스. 이 상태로는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으니, 부탁한다."
더글러스라고 불리는 소환사가 책상 위의 수정구를 들어올려서 엘리스를 비췄다. 무색이었던 수정구가 뿌옇게 변해 엘리스의 머리속을 보여줬다.

 어린 소녀, 그림자 군도, 신도, 거미교, 말자하, 좌절, 혼란 등 다양한 생각들이 어지럽게 즐비해있다만... 소환사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검은색 실루엣?'

여러 기억들이 둥둥 떠다니다가 검은색 실루엣에 모든 것이 가려진다. 그리고 그 현상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실루엣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실루엣 뒤에서 화사한 빛이 퍼져나왔고 그 속에서 한 남자가 등장했다.

"거미 여왕, 네 삶은 행복한가?"
그리고 빛을 마주보고 있는 엘리스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머리속 자아의 엘리스로 추정된다.

"나,나는..."
<계속>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