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엘리스는 자신의 몸으로 하여금 폭력배들을 유혹했고 모조리 자신의 양분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포식을 끝내고 자운의 어떤 숙소에서 잠을 취하고 일어났다.

"어제 야식은 만족스러웠니?"
그녀는 자신의 옆에 있는 새끼거미에게 다정하게 물어봤다. 긍정을 뜻하는 답변을 새끼거미는 자신의 발을 구르는걸로 표현했다.

"...가자. 이제는 삼시세끼를 준비할 식사를 준비해야지."
아마도 사제로서의 종교활동을 뜻하리라. 엘리스는 새끼거미의 등을 톡 만졌다. 새끼거미의 위에서 포탈이 생성되고 새끼거미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사라졌다.

 그림자 군도. 엘리스의 거주 동굴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한쪽은 엘리스의 집이고, 다른 한쪽은 신도들을 잡아먹은 거미의 소굴이다.

"크르르..."
입인지 목인지, 발성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거미의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새끼거미가 수없이 모여있었다. 거대거미가 낳은 새끼거미들아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 거미들은 엘리스의 의지에 따라서 어디든지 소환될 수 있는 병력들이었다.

 

'응? 어째서 여기에 없는거지?'

자신이 건물에 사람 한 명도 없음을 목격한 엘리스는 매우 당황했다 그 많은 신도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그녀는 더욱 이 광경을 믿지 못했다. 그 때, 바깥에서 수없이 많은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거미교를 비하하는 저 사이비들을 물리쳐라!"
"진실을 가리고 거짓된 이야기를 퍼뜨리는 자들을 처리하자!"
'거미교'. 틀림없이 자신의 종교일 것이다. 엘리스는 그 함성이 들려오는 장소를 향해 빨려가듯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소리에 이끌려 도착한 장소는 자운 중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번화가. 엘리스는 네 갈림길에서 자신의 신도들과 어떤 무리들이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소리를 지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목만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거라. 나의 양분들에게."
엘리스의 다리 양 옆에서 새끼거미들이 포탈을 타고 등장했다. 2마리, 4마리, 8마리, 16마리... 끊임없이 불어나는 새끼거미들이 눈깜박한 사이에 백단위로 불어나 있었다. 엘리스는 손가락으로 신도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 휘하 밑의 새끼거미들이 일제히 거미교 신도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타나는 신도들의 후퇴.

"이건, 거미?"
"거미를 보낼만한 조종력을 가진 사람은..."
"사제님이 오셨다! 모두 후퇴해서 기다려라!"
신도들은 그림같이 대열을 맞춰서 뒤로 물러섰고, 엘리스는 그렇게 생긴 길을 거리를 활보하듯이 걸어왔다. 신도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고, 때마침 나타난 사제의 등장에 감격한 일부는 울기까지 했다. 그러나 엘리스는 그 시선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신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간단히 보고하세요."
"네 사제님. 술집에서 저희들이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저들이 우리의 종교를 비해했습니다."
"뭐라고 비하했나요."
"저들의 믿음은 헛된 행동이고, 곧 죽게될 거라는 말과, 우리들의 공허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풉."
"...웃음이 나오십니까, 윌러?"
"후브브브. 죄송합니다. 저들은 자신에게 다가올 공허를 맞이하여 영광스럽게 죽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스는 신도의 말이 끝나자 입을 손으로 가리는 척을 하면서 기분나는대로 웃기 시작했다.

"...사제님?"
"의미없는 종교로군. 결국 어떻게 죽느냐만 다를 뿐... 저 신도들은 단체적으로 허무주의에 빠진 군중들인가?"
똑똑히 들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 엘리스의 독백을 들은 무리들은 그녀를 향한 욕설을 퍼부었다.

"저 창녀가 거미교의 우두머리다!"
"공허에 파묻힐 어리석은 인간들의 대장이 나타났다!"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깊은 분노를, 엘리스는 그 분노에 자신을 수용했다. 엘리스가 뒤를 바라보자 신도들에게 붙어있던 새끼거미들이 일제히 그녀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검붉은 새끼거미에게서 풍기는 어둠의 기운은 상대 신도들의 기운을 이미 압도했다.

"공허에 죽는다? 내가 그런 시간을 너희들에게 줄거라 생각하시나?"
거미들은 한껏 독기를 내뿜으며 상대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때!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상대 종교의 한낱 신도가 구현해낼 수 없을 정도의 차가운 느낌을 주는 대사가 들렸다. 그리고 상대 신도들에게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도들이 조용히 발걸음을 옆으로 돌려서 중앙에 길을 터주기기 시작했다! 엘리스가 자신의 신도가 터준 길을 걸으면서 등장을 한 것처럼, 저 멀리서부터 뚜렷한 윤곽을 내보이며 등장하는 한 사람.

"당신이 이 교단의 우두머리인가요?"
남자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나 한참동안 이어지지 않는 대화.

"말없이 서 있다고 해서 폼이 나는건 아닌데... 무슨 말이라도 해보시죠."
"..."
보라색 두건을 얼굴 전체에 둘러쓰고, 또한 옷조차 보라색으로 통일한 패션. 그 사람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교주'...라고 불러야 하나요. 교주는 과묵한 태도를 가져야 좋습니다만... 이 사건을 마무리지어야 하지 않게습니까?"
"..."
"벙어리십니까?"
"아니."
엘리스는 애써 웃음을 억눌렀다.

"좋습니다. 당신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대강 알고 있겠죠. 할말 있습니까?"
"없다. 우리 신도들이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는게 가장 큰 이유지."
"초면인데 무례하시군요. 그리고 그말을 어떻게 믿죠? 그 논리에 따르면 제 신도들이 믿는 것도 거짓됨이 없을 텐데요."
"넌 네 종교에 과거와 미래가 있나?"
"?"
"나는 과거에 깨달았다, 이 대륙이, 혼돈에 휩쌓이고, 사람들은 반강제적으로 공허를 받아들이게 될 것을... 그리고 이 미래는 바뀌지 않을 거라는 진실이, 이 '공허교'를 만들게 된 것이다. 넌 그만한 과거가 있나? 그 정도의 신념도 없다면, 넌 네게 진 것이다."
'거미 여왕! 그 일에 종사해서 행복한가?'

난데없이 엘리스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진 말. 그러나 지금은 그것에 신경쓸 상황이 아니다.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반말부터 종교에 대한 간접적인 비하, 심지어 자기에게까지의 도발... 이쯤되면 그녀도 굳이 초면치레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 헛된 환상을 부숴주지. 나의 신이 그리 명령하니까."
엘리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새끼거미들이 그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계속>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