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허튼 짓을."
그 사람은 짧은 말을 내뱉은 뒤 자신의 전방에 원형 보라색 공간을 만들어냈다. 새끼거미들은 그 공간의 의미를 모르기에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순간 그 공간의 양 끝에서 렌즈로 보이는 물체가 나타났고, 그 사이의 공간을 향해 빛을 쏘아냈다. 보라색 공간에 있었던 새끼거미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갔다!

"... 챔피언인가?"

아까부터 낮이 익은 '공허'라는 단어와 교회, 그리고 이정도 위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이 불러낸 새끼거미들이 대량으로 학살된 장면을 본 뒤에야 엘리스는 자기가 싸우고 있는 상대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했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느낀 상대의 강함. 이는 상대가 필시 리그의 챔피언이라는 것이다. 전장 바깥에서 챔피언과 처음으로 실력을 겨룰 기회가 생긴 것을 엘리스는 감사하게 여겼다. 엘리스는 자신이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힌 다음, 다시 앞으로 상체를 굽히면서 입안의 독을 상대에게 내뿜었다.

"신경독!"
엘리스의 입에서 날아간 빨간색 독이 상대에게 적중했다. 그리고 나타난 신경독의 효력. 상대방의 움직임이 현격하게 둔화되어 있었다. 잠시 당황해하는 제스처와는 달리 상대방은 웃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네 진짜 스킬이군."
"날 알고있나보군. 챔피언이 맞나?"

"그래... 하지만 넌 날 알지 못한다. 반면에 난 널 알고 있지, 엘리스..."
엘리스는 그 말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이 둘의 관계는 지금 이 싸움에 아무것도 보태주는게 없다. 차라리 이 번화가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이 싸움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운에서 엘리스의 명성은 나름 유명한 존재. 게다가 이런 시시콜콜한 말을 주고받는 사이 새끼거미들은 녀석을 앞뒤로 포위한 상태.
"잘가라."
새끼거미 몇십마리가 챔피언을 향해 달려들면서 물어뜯기 시작했다.

"나의 부하들아, 날뛰거라. 너희들의 힘을 모아서 상대방을 압도적으로 격파해라! 광란의 질주!"
엘리스가 제어하는 모든 새끼거미들의 주변에 붉은색 오오라가 돌기 시작했다. 그 오오라는 공격을 할수록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챔피언이라고 해도 엘리스가 제어하는 압도적인 거미들의 물량을 견뎌낼 수 업섰다. 그 챔피언은 자신의 어깨에 있는 새끼거미들에게 천천히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주문은 새끼거미들 중 극히 소수인 한마리에게 시전하는 마법이라, 여전히 다수의 새끼거미들은 지속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엘리스는 거미에게 둘러쌓인 상대 챔피언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그 때 처음 대사와 같은 느낌의 말투가, 챔피언에게서 들려왔다,

"뭐가 그리 우습나?"
엘리스는 그 말을 들은 직후에도 이 말을 챔피언이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입가에 미소가 사라져가는걸 느꼈다. 새끼거미들이 회색빛에 뒤덮여가면서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 빛이 다른 거미들에게 확산되면서 떼죽음을 당한 것.

 성가시게 공격했던 새끼거미들을 몰살시킨 챔피언은 가만히 서서 엘리스가 있을 정면을 응시했다. 자신의 역습을 시작할 목표를 정하기 위해서...

'...?'

그러나 그곳에 엘리스는 없었다. 뒤에서 거대한 생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스의 거미상태였다.

"끅."
영혼없이 들려오는 신음소리. 그렇다고 챔피언이 등 뒤에 거미의 독이빨리 꽂혀진걸 막아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충격으로 상대가 어디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챔피언은 자신의 체력이 일시적인 충격에 비해 지속적으로 떨어짐을 느꼈다.

"무의... 지대."
거미형태의 엘리스와 챔피언 발밑에 새끼거미들을 몰살시킨 구형공간이 다시 만들어졌다. 독이빨을 계속 찔러넣고 있던 엘리스에게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력화.

발에 담긴 지지력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도, 심지어 자기 신체의 일부인 독이빨에 힘을 실을 수 없게 되었다.

"나와라, 공허의 부름을 받은 생명체여!"
반면 엘리스에게 공격받은 챔피언은 아무런 영향이 없는듯 꿋꿋이 스킬을 시전햇다. 챔피언의 고함이 끝나자 보라색 엘리스 발밑의 보라색 공간에서 기괴한 형태를 가진 벌레 1마리가 등장했다. 그 벌레는 엘리스의 몸 구석구석을 타격해서 자신에게 가한 엘리스의 공격을 취소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스킬 범위에 있어서 무력화되는 도중에 귀찮은 벌레 1마리가 판을 뒤엎으려 하는 것이다.

"크윽, 이 벌레가..."
서둘러 상대 챔피언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벗어난 거미형태의 엘리스. 엘리스는 거미형태에서 백덤블링을 하면서 인간형태로 몸을 바꿨다. 맨 앞에 있는 2개의 발은 5갈래로 나누어져서 손가락으로, 맨 뒤에 있는 2개의 발은 가느다란 다리로, 4개의 발은 크기가 작아져 엘리스의 등 뒤로 모아졌다.

"봤어?"
"봤어. 우아한 모습으로 모습을 바꾸시네..."
"역시 거미의 신에게 선택받은 사제님이야. 그리고 아름다우셔..."
그 와중에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거미교 신도들은 엘리스에 대해 끊임없는 감상에 젖었다.

"고치."
엘리스는 벌레를 향해서 팔을 뻗은 다음 양손에 깍지를 끼고 자신의 가슴에 붙였다. 깍지 낀 손 주변에서 분홍색 기운이 나타났다. 그 기운 속에서 거미줄이 튀어나와 벌레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시켰다.

"그 벌레가 그렇게도 두려웠나?"
엘리스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벌레에서 챔피언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챔피언이 두르고 있는 보라색 두건에서 무언가가 비춰진다는 걸 보았다. 두건속에서 보라색 빛이 그녀의 온몸을 비추었다. 엘리스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상대 챔피언이 내뿜는 빛이 연결되었다.

"끄악! 끄으으아..."
빛은 엘리스에게 있는 모든 기운을 빼앗아버리는 것처럼 말자하를 향해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엘리스와 공허교의 신도들은 그 장면을 소리높여 지켜보고 있었다.

 스킬에 당하면 당할수록, 엘리스의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고 있었다.

'이 느낌은 전장에서의 사망보다 큰 고통... 이러다가 정말 죽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엘리스는 현재 자신의 체력에서 낼 수 있는 최대의 마력을 오른손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 전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엘리스의 손바닥에 소환된 새끼거미가 점점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위험한 새끼거미!"
현재 그녀의 전력을 담아낸 새끼거미가 챔피언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그리고 나타난 대폭발. 엘리스와 챔피언 모두 폭풍으로 인해 뒤로 나가 떨어졌다. 대폭발이 일어난 장송는 1M 크기의 구덩이가 깊게 파여져 있었다.

 

 두 챔피언은 모두 번화가에서 조용히 쓰러져 있었다. 승부가 뚜렷하게 결정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지금은 먼저 일어나는 챔피언이 승자취급을 받는 것 같다.

 엘리스가 먼저 일어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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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