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오브페이트
2016-02-06 15:52
조회: 784
추천: 0
여왕의 정체성 -30화- <답답함 IV>
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엘리스는 이 글을 읽고 매우 큰 충격에 빠졌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 잘 이해가 되버린게 문제였다. 자신은 그동안 썩은 아귀에게 놀아나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면서 자신은 그동안의 만행을 저질러오고도 떳떳하게 다닐 수 있었다.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전에 드는 생각이 많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살았다고...' 그동안 자기가 행동했던 당당함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매그너스 던더스와 말자하에게 보였던 이유모를 패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 질문의 해답을 마침내 찾아냈다. 보는 내내 경악을 금치못해 입을 쩍 벌리고 본 엘리스였다. 기억을 봉인당했다라... 그녀 머리속에 있는 기억중 일부가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억을 찾기 위해 어딘가를 돌아다니는게 아니라 봉인을 풀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한다는 뜻. 그러나 그 계획은 당연하게도, 세우지 못했다.
엘리스는 자신의 머리가 지끈거리는걸 느꼈지만 아직 한 명의 소환사가 쓴 글이 남아있어서 그냥 무시해버리려 했다. 그런데 되지 않는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썩은 아귀의 정신 기생도 없는 지금 자기의지대로 손을 못움직이는건 무슨 상황일까. '눈이 따가워...' 그림자 군도에서, 녹서스에서 무언가가 계속 나타나는 이 느낌은 말로 형언할 수 없지만 굉장히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느낌이 여기에서 또다시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그전에... 눈에 고통이 찾아온다. 최대한 마음을 추스르고 손을 움직여서 스크린을 만졌지만 코로나크의 말을 떠올릴수록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그녀의 내면이 거칠게 요동치는듯했다. 통증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은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떨리고 있다는걸 알아챘다. 그 떨림이 얼굴에서 상체로, 손으로, 하체로, 결국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는 것도. "젠장... 이럴 시간이 없다고... 대체, 뭐때문에 이런 고통이!"
거미교. 썩은 아귀. 정신 기생. 정신 제어. 코로나크. 그리고 기억.
이 모든것이 엘리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다. 이 고통의 원인을 알아도 좋아질 것은 없지만 알지 못하는 엘리스에게는 그것만이라도 알고싶어했다. 그러나 알아내지 못했다. 자신의 생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자신의 주체로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허탈함과 허망함은 분노로 표현해낼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침내 엘리스는 소리를 지르면서까지 이 마음을 떨쳐버리고 싶어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면 소환사가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서 이곳으로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때문에 그리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단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잠시 미쳐 날뛰고 싶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바닥에 얼굴을 맞댄채로 엘리스는 소리없이 비명을 질렀다. 바닥에 얼굴을 맞댄 상태로 조용히 입을 벌렸지만 그 고요함이 오히려 많은 것을 내포했다.
시간은 전쟁 학회의 도서관 클래스 S 자료실이나 룬테라 대륙을 구분하지 않고 흘러간다. 그러나 시계를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시간이 흘러간다고 느낄 수 없는 곳이 있다. 쿠몽쿠 정글? 그림자 군도? 시계가 없는 곳? 그런 답변을 원했다면 청자가 정해져있지 않은 물음을 할 이유는 없다. 그 장소는 클래스 S 자료실 단 한 곳밖에 없을 것이다. 엘리스는 다음 책장을 넘길 자신을 잃은채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1시간동안 멍을 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끝났어. 내 기억을 더 이상 찾는 모험을 할 수 있겠냐고. 상처와 고통으로 남겨진게 뻔한 기억따위... 보고싶지 않아.' 대자로 누워보니 형광등이 엘리스의 눈으로 직접 들어왔다. 눈을 감았으나 잔상을 이겨내지 못했다. 앞으로 엎어져있자니 불편해서, 엘리스는 일어섰다. 그러나 일어서도 그녀의 마음은 그대로였다. "...나갈까." '그럼 내가 그림자 군도를 떠나서 겪은 일들을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하는거지?' 자료실 앞에서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엘리스. 엘리스도, 그녀 자신도 이 여정을 멈추처서는 안된다는걸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여정에 제동을 걸게끔 한다. 그림자 군도에서 가정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는걸 넘어서 숨겨진 진실마저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있다 해도 엘리스가 그 사람들과 같은 부류일까? "아니야..." 무슨 질문에 대한 부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좋은 내용의 대답은 아니었다. "이곳에 오자마자 이런 사실을 알게되다니, 녹서스에서의 일도 그랬고, 르블랑의 말 그대로야..." 엘리스는 지금 이 상황이라면 르블랑은 뭐라고 말할지 조용히 상상해보았다. 그 때, 클래스 S 자료실의 컴퓨터 화면에 전자북이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변화가 일어났다.
"하... 르블랑, 네 말이 맞았다. 시작부터 순탄한 일이 하나도 없네." 한숨을 쉬면서 문을 열려는 엘리스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기억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나?" "그래." "겁나나?" "르블랑?"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있는 엘리스는 르블랑의 안부겸 질문을 깔끔히 무시하고 말을 걸었다. "하나 묻자 르블랑. 네가 '검은 장미단'의 재건 과정에서 여러 난관들에 부딪혔을 텐데... 어떻게 일을 끝낼 수 있었지?" "어이 엘리스. 설마 너 벌써 내게 보인 각오가 사라진거냐?" "그럴리가. 그 배짱이 없으면 이곳까지 오지도 못했지." "어이, 어째서 그런... 이곳을 나가서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소환사에게 잡히고 다시 그림자 군도로 끌려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까지 생각할 수 있는 네가 어째서 그런 태도를..." "... 미안해 르블랑. 그러기가 너무 힘들어." "...너 뭐야 엘리스. 그림자 군도에 빠져나온걸 후회하지 않으면, 이런 사실을 알아도 네 여정에 온 힘을 쏟아붓겠다는 그 '마음'이 있으면, 네 자신의 '결정'에 대한 후회가 없다면! 그런 태도를 보일리가 없잖아!" "이 느낌을 어떻게 나타낼지 모르겠어..." "느낌이라니... 기억 외에도 무언가를 잊었다는거냐?" 썩은 아귀의 '정신 기생'이 그림자 군도의 기운과 같이 제거되면서 엘리스의 감정을 모두 빼앗아가버렸다. 전부터 감으로 눈치는 챘지만 그 원인이 자신의 신때문이었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엘리스는 르블랑에게 자신이 봤던 기록을 말했다. 말을 마치자 그녀는 스르르 힘이 빠져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모니터 속의 르블랑도 할 말을 잃었는지 한동안 엘리스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이런 정적은 정말 싫어... 고요하마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아. 그런데 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거지?' '이건 엘리스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닌가. 난 또다시 격려의 말을 해줘야 하는 건가. 엘리스와 대화를 하다보면 침묵이 너무 많아. 이런건 내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둘은 서로에게 할 말이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참 묘한 느낌을 줘서 서로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엘리스." "먼저 말해도 돼?" "그럴 때는 그냥 쉬는게 어때?" "물론 네 여정을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지. 다만 네가 심리적, 육체적 피ㅗ를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엘리스는 르블랑과의 대화 도중에 느낀 편않마에 몸을 맡기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컨디션이 좋아짐에 따라 주변이 밝게 보이는게 주요했다. 모니커 속의 르블랑은 엘리스가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침묵으로...내주었다. "어때, 다시 한 번 진실과 마주할 마음이 생겼어?" "그런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거지?" <계속>
P.S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ㅎㅎ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
EXP
185,131
(0%)
/ 210,001
콜오브페이트
|
인벤 공식 앱
댓글 알람 기능 장착! 최신 게임뉴스를 한 눈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