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지적되어왔고, 현재 북미에서도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로아의 문제는
일일 컨텐츠, 즉 소위 카던가토가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다른 rpg에 비해 유독 로아에서 일일컨텐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큰 이유가
대다수의 유저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단순히 편의성 문제 아닌 거 같기에, 이에 대해 건의를 드리려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게임에서 일일컨텐츠의 역할을 살펴보면,
일일컨텐츠는 플레이어를 게임에 붙들어놓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플레이어를 붙들어 놓는다' 말을
인게임 재화로 플레이어를 게임에 매몰되게하는 방식으로만 실현시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컨텐츠의 보상이 얼마나 좋던 간에, 재미를 얻기위해 게임을 시작했던 유저가
현질을 덜하기 위해, 즉 돈을 아끼기 위해 매일 게임을 하게 한다는 본질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매일 반복해서 하는 컨텐츠를에서사람들이 계속 재미를 얻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mmorpg라는 게임 장르의 특성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게임 장르와 구분되는 rpg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잘 아시겠지만 바로 플레이어가 다른 세계를 탐험하고,
그 세계의 일원이 되어 세계 속의 역할을 수행하며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하는 미용도 위쳐 속의 세계에서 하면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매일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적어도 플레이어가 그것을 아크라시아에서 한다고 느낀다면,
그러한 반복되는 일상이 최소한 노동처럼 느껴지진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한 예시로, 메이플스토리의 '배고픈 무토'를 보겠습니다.
배고픈 무토에서 플레이어는, 무토에게 줄 음식을 만들어 괴물을 무찌르게 한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몬스터를 잡고, 게임 내에서도 플레이어가 츄츄 아일랜드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도움에 대한 보상으로 npc는 심불이라는 아이템을 주며 컨텐츠는 마무리됩니다.

이와 비교해 로스트아크의 카오스 던전과 가디언 토벌을 보면,
일단 대부분의 유저는 도대체 '왜' 내 캐릭터가 매일매일 카오스던전에서 들아가서 
몬스터들을 대량학살하고 가디언을 잡는지 전혀 모릅니다.

특히 카오스던전은, 그곳에 가는 이유는 고사하고 자신의 캐릭터가 
거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지조차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스토리상에서 명백히 재앙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의 연출은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화만 강조하고 있어, 오히려 세계관 몰입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죠.

또한 맵과 음악을 계속 재활용해 
플레이어가 자신이 아크라시아의 어떤 장소에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레이드를 할 때를 제외하곤
전혀 달라지지 않는 플레이어의 아크라시아 속 경험은 플레이어의 성장동기를
일주일에 단 한번 있는 레이드로 제한시킵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로스트아크의 일일 컨텐츠 상황은 상당히 심각합니다.
인게임 재화로 사람들을 게임에 매몰시키는 것을 제외하면 그 어떤 역활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세계관 몰입을 방해해 게임성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rpg의 어떤 컨텐츠라도 유저가 '언제''어디서''어떻게''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포나 퀘스트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비교적 적은 이유엔
편의성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런 조건들이 최소한으로나마 충족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적어도 카멘 레이드 출시 이후엔
레이드 개발 일정을 미루는 한이 있어도 일일 컨텐츠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카오스던전을 아예 갈아엎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건 무리더라도,
최소한 각지역의 특색에 맞는 던전맵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삽입되는 정도는 이루어져야합니다.

로스트아크의 레이드는 하나하나가 역대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지니지만,
레이드는 아크라시아 모험의 하이라이트지, 그 전부가 아닙니다.
높은 퀄리티의 레이드를 출시하기 위해 일일컨텐츠를 등한시해 
유저들의 아크라시 속 경험을 망치는 안타까운 마음에 일은 없었으면 하기에, 이러한 긴 글을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