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앞서 간단하게 필자를 소개하자면 4~5년 가까이 길드/연합(현재 길드 레벨 29/27, 부캐 길드 2개 운영 중) 운영진으로 플레이 중인 유저인 점을 밝힙니다. 또, 이 글은 최근 지하수로 컨텐츠 추가 등 대규모 길드 시스템 개편 이후의 문제점을 다뤄볼까 합니다. 그리고 제가 운영진이다보니 운영진의 관점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소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ㅠㅠ

 현재 메이플에서 우선 길드의 성장이라 함은 보통 '노블레스 스킬 총합 포인트가 높다' 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길드 성장이 노블레스 스킬 대량 획득에만 한정되는 것, 그리고 노블레스 스킬 포인트 획득에 있어서 개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확인 및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지표가 전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노블레스 스킬 포인트의 획득을 위해서 아래의 세 가지 컨텐츠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높은 길드 순위를 요구합니다.
   1. 플래그 레이스
   2. 지하 수로
   3. 기여도 랭킹

 세 가지의 컨텐츠가 존재하지만 세 가지 모두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나 하나 짚어보겠습니다. 각 컨텐츠가 어떤 건지는 대부분 아실테니 컨텐츠에 대한 설명은 생락하겠습니다.

  1. 플래그 레이스
 현재 메이플 시스템 상 플래그 레이스는 하루 3회(12시/19시/21시)만 참여할 수 있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플래그에 숙달되어 있는 유저들은 아무 상관 없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은 숙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 투자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시간 투자를 요구하는 컨텐츠지만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으니 그저 실전에서 연습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길드 컨텐츠 자체가 처음인 유저라면 시간 고정 컨텐츠라 부담스러울 겁니다. 그런데, 뭔가 하려고 하면 끝나버리니 이게 뭐지 싶으신 분들도 많을 테죠.

 결국, 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본인이 플래그 레이스를 해서 얼마나 기여 되는지 직관적으로 보이진 않고, 이게 뭔가 싶은 와중에 길드에선 참여해달라고 권장 혹은 필수라고 하니 머리만 아플 겁니다. 본인이 잘해지기 시작하면 성취감을 느껴야 계속해서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들텐데 그 성취감을 느끼기에 너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퇴근/하교하고 플레이 타임이 3~4시간 이하인 분들은 더욱 그렇겠죠. 하고 싶은 컨텐츠를 하기에도 길지 않은 시간인데 잘하지도 못하고, 잘 할 수도 없는 컨텐츠에 짧은 시간이라도 투자하기는 더욱 싫을 겁니다.

  2. 지하 수로
 지하 수로는 컨텐츠 기획부터 잘못됐습니다. 창의적인 요소는 단 한 개도 없이 단순 딜 넣기 놀음이죠. 성취감이라곤 그냥 수로가 끝난 후 점수 확인하는 것 혹은 개인적으로 전투 분석 켜고 본인 딜 확인 하는 것 말곤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다 못해 서버가 너무 불안정해서 딜조차도 매주 일관되게 넣을 수가 없습니다. 딜이 전 주보다 높아진 게 본인이 스펙업 때문인지, 서버렉이 덜 해서 그런건지 판단조차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본인이 얼마나 기여하는지 객관적 지표가 없으니 참여 자체에 회의감이 들 수도 있겠죠. '에라이 딜 얼마 들어가지도 않던데 가서 시간만 뺏기고 뭐하냐'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수로 참여 자체는 매주 투표로 정하시는 길드도 있고 고정적으로 하는 길드도 있을 겁니다. 또, 매주 참여해주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접속하고 있어도 절대 수로 안오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런 부분을 변경/확인/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전무합니다. 그러니 재차 물어보는 운영진, 재차 대답하는 길드원 서로 피곤하게만 될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3. 기여도 랭킹
 길드 레벨 30렙에 도달하면 개인 기여도가 쌓이지 않는 것도 어이가 없습니다. (아마 기여도가 ㅁㅌ, 교불템 거래의 신뢰도로 사용되는 수치인 만큼 그걸 막아보려 이러는 거 같지만... 특히 교불템 거래를 게임 공지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정말 골 때리는 일입니다. 교불템 시장 형성은 유저들이 한 거고 그에 따른 위험성을 유저가 감수하고 구매/판매를 하겠다는데 그걸 운영진이 직접 막는다? 코미디 그 자체입니다. 스펙업, 컨텐츠 소비 속도를 줄이기 위해 별 짓을 다 하네요. 삼천포로 빠졌네요 ㅠㅠ)

 많은 길드들이 30렙을 안찍었으면 하고, 30렙을 찍고 나면 신규 길원 모집이 안돼서 고민인 길드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게도 노블레스 스킬 포인트 획득을 위해선 기여도를 안올릴 수가 없죠. 30렙을 안찍는 걸 바라지만 당장의 포인트 때문에 기여도를 안올릴 수도 없는 웃긴 상황이 생깁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변수가 있습니다.

 길드 이탈자가 나오면 그 길드원이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주의 기여도 에서 차감됩니다. 그럼 길드 기여도 랭킹이 하락하고 길드만 손해를 고스란히 받습니다. 랭킹이 하락한다는 건 노블레스 스킬 획득 포인트가 낮아진다는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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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열거한 문제점이 전부 얽혀서 복합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길드 레벨은 높아져야 좋을 게 없으니 노블 포인트에 신경 쓸 수 밖에 없고 그럼 이런 악순환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길드 성장 위해 수로, 플래그 요구 → 수로, 플래그 참여 의사 없는 유저들의 이탈 → 기여도 랭킹 하락 → 그 주의 노블 포인트 획득량 감소 → 신규 길원 유치 애로(현재 많은 분들이 길드 가입할 때 노블 포인트 몇 점이냐 물어보는 게 일반적입니다..본인 생각보다 낮으면 안오시죠.) → 길드 성장 정체


 길드 성장 위해 수로, 플래그 요구 수로, 플래그 참여 열심히 하는 유저들의 잔류 → 위의 악순환을 직접 체험 → 길드의 성장 가능성 의심 → 이미 자리를 완벽히 잡은 랭커 길드로의 이적


 결국 게임 내 길드의 양극화로 이어집니다. 랭커 길드는 기여도가 쌓이지 않으니 신규 길드원이 유치되지 않고, 이제 막 치고 올라오는 길드들도 저런 이유로 신규 길드원이 유치되지 않습니다. 길드에 진득하니 남는 길드원 없이 계속해서 더 큰 길드로 이적하지 않으면 길드 콘텐츠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인 노블레스 스킬을 빵빵하게 쓸 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길드 양극화의 고민은 고스란히 운영진에게만 주어집니다. 물론, 길드를 차릴 생각이 없고 길드원으로만 가볍게 활동하며 게임 즐기겠다는 분들이 잘못 된 건 아닙니다. 다만 게임이라는 본질엔 재미를 추구해야 하고 그 재미는 사람마다 각각 다릅니다. 길드 운영에 재미를 두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지금의 길드 시스템은 무엇 하나 동기 부여도 되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길게 문제점을 나열했으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개선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짧게 요약해서 적어보겠습니다.
  1. 지하 수로, 플래그 레이스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객관적, 직관적 시스템 신설
   - 수로 참여 시 총합 점수 이외 개인 점수 UI 신설, 플래그 레이스 랭킹에서 본인이 쌓은 기여도 직관적 확인 가능
     (운영진은 전 길드원 플래그 획득 포인트 열람)
  2. 길드 영웅의 전당 활용하여 플래그 레이스 연습 가능 컨텐츠 신설
   - 매 주 길드원 당 몇 회 연습 가능 혹은 길드 레벨에 따라서 총 연습 횟수 증감
  3. 길드 이탈자 발생 시 기여도 차감 삭제
  4. 30레벨 도달 이후에도 개인 기여도 상승 가능

 제일 처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길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쓰다 보니 공감이 안가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길드 운영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나름 정리한다고 했으나 워낙 긴 글이 되어버려서 읽는 데 불편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ㅠㅠ 많은 길드 운영에 재미를 느끼고 고군분투하며 게임 즐기는 길드 운영진 분들 모두 힘내시고 또 좋은 길드를 찾아서 찾아보고 계신 많은 유저분들 모두 즐겜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