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자극적이었는데 제 생각으로는 클레릭에게 힐은 단지 선택일 뿐, 힐을 전혀 안해도 됩니다.

요즘 딜레릭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솔직히 클레릭 육성하는 입장에서는 클레릭이 힐러 역할을 자처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정말 마지막 콘텐츠들을 제외하고는 힐러 없이도 클리어가 가능한 콘텐츠가 대부분이죠. 이런 상황에서 굳이 클레릭이 아군의 체력을 책임지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나요?

힐 스킬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직업군이 클레릭인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걸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클레릭을 육성하는 유저의 몫이지 다른 직업군을 육성하는 유저들이 강요할 것은 아니라는 거죠.

예를 들면 '도발'을 가지고 있는 소드맨 직업군에게 '도발'을 강요하거나, '이동속도 증가'를 가지고 있는 위저드 직업군에게 '이동속도 증가'를 강요하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물론 탱커, 딜러, 힐러, 서포터 등 역할군을 나눠서 진행해야 콘텐츠를 위한 파티를 모집한다면 이러한 특정 스킬들을 가진 직업을 모집하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스킬 사용의 자유는 전적으로 유저 개인에게 있잖아요.

또 예를 들어보자면 만약 닥사를 한다고 합시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도발'을 가진 소드맨 직업군 혹은 '조인트-행낫'으로 이어지는 도발에 준하는 콤보를 가진 위저드 직업군, '이동속도 증가'를 가진 위저드 직업군, '힐'을 가진 클레릭 직업군이 기본으로 3자리를 차지하겠죠. 하지만 이렇게 이상적인 파티를 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탱커가 빠지거나, 서포터가 빠지거나 혹은 힐러가 빠진 채로 어떤 직종이든지 파티를 모집해서 사냥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에게 한가지 역할을 전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파티원 모두가 분담해서 역할을 맡게 되겠죠. 탱커가 없으면 몹을 쳐서 몰아서 사냥하든지, 서포터가 없으면 개인 보조 버프를 활용가든지, 힐러가 없으면 각자 알아서 물약을 마시든지 하잖아요.

또한 이 게임은 유저가 원하는 콘셉트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을 장려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콘셉트를 지닌 직업들이 존재하고요. 이렇게 유저 자신의 선택에 따른 자유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탱커, 힐러, 서포터를 선택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제작이나 상점을 위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클레릭 유저들이 굳이 힐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겁니다. 클레릭 직업군이 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걸 굳이 사용 안해도 되는 거죠. 심지어 안배워도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콘셉트에 힐이 필요없다면 안배우는 거죠. 클레릭 직업군의 '딜 상향'을 외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힐' 스킬만이 클레릭의 '아이덴티티'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최근 테스트 서버에서 이루어진 패치를 보면 개발진은 이러한 자유도를 내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쓸만한 스킬이었던 딜링 스킬들의 계수를 극단적으로 깎아버리고, 심지어는 힐 스킬의 힐량도 깎아버렸죠. 이렇게 되니 클레릭 유저들은 혼란스러운 겁니다. 그래서 도대체 '클레릭 직업군은 왜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힐도 되고 딜도 되면 사기 아니냐"하고요. 그렇죠. 사기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RPG 게임들에서 '힐도 되고 딜도 되는' 하이브리드 캐릭터들은 대부분 그 능력들을 100%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성능을 지녔지만 그래도 힐과 딜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좋은 거죠.그러나 순수 힐러나 순수 딜러에 비해 이러한 '하이브리드' 캐릭터들은 힐에서 탑이 되기도 힘들고 딜에서 탑이 되기도 힘듭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딜레릭들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캐릭터나 혹은 순수 딜러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직업군들도 마찬가지잖아요. '도발'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선택한 트리들, '빠른 이동속도'를 포기하고 다른 것을 선택한 트리들. 클레릭도 '힐'을 포기하고 딜을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힐도 되고 딜도 되는 클래스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플닥'이라고 정말 훌륭한 클래스가 있었죠. 딱 이것 하나 뿐입니다. 이마저도 '아그니 목걸이'와 함께 날아오른 것이고 예정되어 있는 목걸이의 너프, '소각'의 오버히트 삭제 등으로 힘을 많이 잃었습니다. '플닥' 외에는 현재 클레릭 계열 딜러 중에 어디서 감히 '딜러'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직업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은 겁니다.

글이 정말 길어졌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을 요약하면
1. '힐'이 클레릭 직업군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이것은 '도발'과 '이동속도 증가', '조인트-행낫' 등이 강요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이다.
3. 또한 딜을 원하는 '딜레릭'들은 딜러에 준하는 딜을 원하고 있다.
4. 그러나 '힐'이 발목을 잡고 있어 '딜레릭'들은 의견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5.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사가 밸런스 조절을 잘 해야 하는데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것도 영 탐탁치 않다.


* 건설적인 토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은 환영합니다. 다만 원색적인 비난이나 공격 등은 적절히 대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