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약 한달가량을 당시 유행하던 알방무한작업 속칭 알트라이더를 하면서 검투사셋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있었다.

 당시 캐릭터는 블러드엘프 사냥꾼 이었는데 악마추적자세트에서 색깔만 검정색인 이 검투사셋은 룩이 정말 불타는 성전이라는 확장팩분위기에 걸맞는 멋진 템이었다. 그날도 열심히 알방을 돌고있었는데 길드 챗창에 초보길원들을 위해 카라잔 레이드를 간다는 애기가 나왔다.

 레이드를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궁금하긴 했지만 그다지 관심있던 것이 아니라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냥꾼님도 같이 가시는게 어떻냐는 권유가 나왔다. 시간이 대략 오후 11시 쯤이었는데 나는 고등학생 신분인지라 조금 망설이게 되었다. 자세히는 몰랐지만 레이드라는 것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가보겠냐는 생각에 가겠노라 승낙하였고 그렇게 첫 레이드인 카라잔을 가게되었다.

 영던과 알방외에는 아무 경험이 없던 나는 제대로 된 딜사이클이니 쿨기니 공략을 알고 있을리 만무했고 그나마 딜러 입장으로 참가했던 것이라 큰 실수는 없었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연극무대에서 빨간모자가 걸렸는데 하필이면 처음으로 미끼가 되서 아무것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누워버렸다. '도망쳐라! 꼬마야, 달아나라' 지금도 이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 것은 아마 이 사건때문이었던 것 같다.

 무난하게 네임드를 눕히고 나온 템중 눈에 띄는 아이템이 있었다. '늑대잡이 저격용 총' 당시 알방 검투사 석궁을 끼고 있던 나는 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각진 장총디자인의 룩에 놀라고 말았는데 당시에 공대원 중 냥꾼이 혼자였기 때문에 첫 레이드템으로 멋진 무기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 장총은 불타는 성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레이드템들을 봐왔지만 추억보정때문인지 몰라도 단연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되는 무기 1위에 당당히 각인되어 있다.

 

     <알트라이더의 검투사 셋>                  <극강의 포스-늑대잡이 저격용 총>

 

                    <딜러님 튀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