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WOW 1.7패치로 외국 서버에 새로 등장하게 된 레이드 던전 줄구룹(Zul'Gurub)

이 곳에선 신규 아이템과 탈것 등등 와우 유저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아이템들이 잔뜩 드랍되었습니다.
와우저라면 특히 탈것에 매우 강한 집착을 보이지요.

게다가 기존 40인 레이드에서 20인 레이드로 전환되서 나왔기 때문에 그동안 레이드에 한번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던 라이트 유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이 줄구룹 던젼에는 많은 보스들이 등장합니다.

  ▲ 줄구룹 던젼에서 만날 수 있는 보스들입니다. 제법 많죠?


  ▲ 드디어 등장하였습니다. 이 글의 시발점이자 주인공. 줄구룹 던젼의 최종보스 혈신 학카르



줄구룹 던전의 최종보스 혈신 학카르는 <오염된 피>라는 전염성이 있는 디버프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 디버프에 걸리면 지속적으로 200~300의 체력피해를 입게되고 주변에 있는 인접한 캐릭터에 디버프를 전염시킵니다.
플레이어 스킬로 해제할 수는 없고 학카르가 흡혈을 시도할 때 이 디버프가 걸려있다면 학카르의 HP가 회복되면서 디버프는 풀리는식이였습니다.


본디 <오염된 피> 디버프는 줄구룹 레이드 던젼을 나가면 자동으로 해제가 되도록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처구니 없게도 사냥꾼 펫에게서 발생하였습니다. 사냥꾼 유저가 줄구룹 레이드를 하다가 <오염된 피> 디버프에 걸린 상태의 펫을 소환해제 하였다가 던전에서 나온 후 감염된 펫을 마을에서 소환시키면서 이 전염병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소환된 펫이 <오염된 피>에 걸린 상태로 등장하게 된것이지요.
원래는 던젼에서 나오면 해제되어야 하는건데, 버그로 인해 해제가 안된 상태로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아까 설명했다시피 학카르의 <오염된 피> 기술은 걸린 대상에게 지속적인 피해와 대상주변 인접한 캐릭터에 디버프를 전염시키게 됩니다. 사냥꾼의 펫은 <오염된 피>를 도시 주변에 돌아다니는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감염시키며 무지막지한 전염병을 퍼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와우의 대표적인 두 동맹인 "호드""얼라이언스"의 대도시인 [오그리마][아이언포지]의 NPC들까지 전염이 되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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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는 전투상태가 아니면 체력이 지속적으로 회복이 되지요. <오염된 피> 디버프에 감염되어 있어도 죽지 않기 때문에 계속 감염된 상태로 있는것입니다. 특히나 NPC들 중에 일부 걸어다니는 NPC들이 있는데, 이들이 보균자 역활을 하면서 지나다니는 유저들을 감염시키며 전염병이 매우 빠른속도로 퍼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대도시인데 죽지않는 NPC가 보균자가 되어 돌아다니면서 전염병을 퍼트리기 시작하니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NPC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감염되기 때문에 대도시로 찾아온 다른 플레이어들이 감염되고, 체력이 낮은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습니다. 





학카르(전염원)  → 사냥꾼의 펫(1차 전염자) → 대도시 NPC(보균자) → 플레이어(2차 전염자)

[신종플루][에볼라바이러스]마냥 번져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도시 두곳에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합니다.


  ★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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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당시 대도시 아이언 포지의 모습, 채팅창 WTF?을 외치는 유저의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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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규환 생지옥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흥미로운 행동양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1. 드루이드, 사제, 주술사. 성기사 (힐러 계열 유저들) 직업은 자신 외에 주변사람들을 치유하면서 생명을 연장할수 있도록 끊임없이 힐을 넣어줍니다. 어차피 죽는건 마찬가지이지만 1초라도 더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줌.

2. 전염병에 걸린 플레이어는 다른 캐릭터들에게 전염병이 옮겨갈까봐 마을 밖으로 나가서 혼자 유유히 죽음을 맞이함.

3. 대도시를 오가는 길목에 사람들이 뭉쳐서서 통제를 하며 들어오지 말라며 마을을 격리하고자 하는 부류들.

4. 전염병이 걸린 플레이어들을 찾아다니며 해독제가 있다면서 가짜약을 팔아 사기를 치며 돈을 챙기는 부류들.

5. 물귀신, 억울하게 전염병에 걸리자 '혼자 죽을수는 없다' 라는 심정으로 도시로 막 진입해오는 플레이어나 방금 막 접속한 감염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함. 몇몇 고렙 유저들은 다른 마을로 날아가 전염병을 퍼트림.


위 내용처럼 플레이어들은 현실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 경우 사람들에게서 나올법한 행동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현실세계 언론과 인터넷 포럼, 연구기관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아래쪽에 상세히 적겠습니다.





  ▲ 상황이 계속해서 심각해지자 유저들은 GM을 찾아나서며 현재상황을 알리어 문제해결을 요구합니다.

뒤늦게 GM이 나타나 플레이어 격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 할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계속되는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는 없었고,  블리자드는 상황의 중대성을 깨닫고 서버 리셋까지 하며 수습에 나섭니다. 서버 롤백과 패치를 통하여 학카르의 기술을 <오염된 피> 대신 다른 종류 디버프로 전환시키며 사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 게임에서의 사건은 여기서 마무리 되었지만 이 사건은 언론, 연구기관, 행동심리 분야에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 별도의 실험 없이 전염병이 퍼졌을때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질병역학이랑 행동분석학은 물론이고 심리학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 사건은 BBC 뉴스 + CNN 뉴스에서도 보도가 되고 의학저널에 " 가상 세계의 전염병 발발" , "전염병의 실제적인 확산경로의 예"로서 실릴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논문도 여러개 나왔습니다. 논문의 주제들은 주로 행동심리학에 관한것으로 가상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한 내용들이 많았고, 결론은 대체로 사람들의 통제불능에 대해 저술했다고 합니다.



▲ BBC 기사


▲ 미국 테러정보연구센터 테러리스트 전술 연구모델로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