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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 생일일까? 아니라면 언제, 왜 이날이 예수의 탄생일이 됐을까?

12월 25일은 원래 페르시아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와 로마의 태양신(미트라) 축제일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훗날 기독교의 축제일로 바뀌면서 오늘날의 크리스마스가 됐다.

그렇다면 예수 탄생일은 언제일까? 이에 대해선 아무도 모른다. 다만 초기 기독교가 1월 6일을 탄생일로 지켜왔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신학자 이상성(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씨는 "역사적 기록으로 봐 12월 25일은 예수 탄생일이 확실히 아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종교의 속성을 '상징' 차원에서 바라본다. 종교가 상징에 의해 태어나고 상징에 의해 몰락한다는 거다. 새 종교가 유포될 때 기존 종교의 상징이 너무 크면 그 상징을 받아들여 자기 상징으로 대체하면서 깊숙이 파고든다는 얘기다.

기독교의 크리스마스가 그렇다. 로마시대를 풍미하던 조로아스터교의 태양신 축제일을 새로 전파된 기독교가 빼앗아 성탄절로 만들었다. 최대 라이벌이던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을 자기 것을 만듦과 동시에 상대의 상징도 없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석이조의 효과는 세례의식에서도 거뒀다. 당시 그리스의 신비종교들의 중요 상징의식이 세례의식이었는데, 이를 세례요한이 차용해 기독교의 상징으로 삼았다. 물론 상징을 빼앗긴 그리스 신비종교는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태양신 숭배는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 인도에서 유럽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로마시대에는 곳곳에 미트라 신을 숭배하는 신전이 있었고, 태양신 숭배는 특히 로마 군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렸다.

태양신 숭배 종교는 삼위일체의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미트라가 태양의 아들로 태양이 성부라면 미트라는 성자였다는 것. 이 미트라의 생일이 12월 25일로, 그는 처녀에게서 태어나 신과 인간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만인의 죄를 용서받도록 하기 위해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했다.

다시 말해 미트라 종교의 교리가 기독교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부활절마저 둘이 서로 겹친다. 이씨는 "이런 사례들로 미뤄 기독교가 태양신의 교리와 상징을 가져다 기독교화했음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한 종교가 다른 종교의 요소를 받아들여 커가는 건 기독교만이 아니다. 불교도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기존의 전통종교의 요소를 가미해 오늘의 모습이 됐다. 샤머니즘과 유교이념의 혼합인 셈이다. 그래서 한국불교를 들여다보면 샤머니즘과 유교의 요소가 쉽게 발견된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크리스마스는 상징의 이전과 종교의 혼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할 때 세계의 모든 종교는 따로 떨어져 있기보다 많게든 적게든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ㆍ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끼니마다 먹는 김치의 역사가 사실은 500년밖에 되지 않은 것처럼. 임진왜란 무렵에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뒤에야 지금의 김치가 생겼다고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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