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인 레저렉션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가 9일 새벽,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국민 게임이라 불렸던 스타 크래프트1, 그리고 워크래프트3 사이에는 항상 디아블로2가 있었는데요.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래픽이 한층 개선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어 감개무량합니다.

현재 알파 테스트 버전에서는 7개의 영웅 중 아마존과 바바리안 그리고 소서리스까지 총 3명의 영웅을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영웅을 플레이 할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저의 주력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바바리안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지금은 룬워드 시스템을 비롯하여 여러 패치를 거치면서 위상이 내려갔다지만, 제 추억속의 디아블로2의 최강 영웅은 단언코 터질듯한 근육과 마초미를 자랑하는 대머리 남캐 바바리안이었기에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고민 없이 골랐습니다.


▲ 보이는가 울퉁불퉁한 근육과 매끈한 대머리를 과시하며 도끼날을 갈고 있는 상남자가!



네팔렘들이여! 다시 성역으로 떠날때가 왔도다! - 첫 접속

시작과 함께 정겨운 로그 캠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 그래픽이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모습으로 어릴때 내가 봤던 그 동네가 맞는가 잠시 혼란이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G]키를 눌러 레거시 버전으로 화면을 바꿔보니, 익숙한 4:3의 비율과 날 것(?) 그대로의 그래픽에 바로 기억이 살아났습니다.


▲ 감격의 첫 화면! 눈부시게 발전된 그래픽으로 반겨주는 로그 캠프 전경


▲ [G]키를 누르면 실시간으로 (구)디아블로2 그래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먼저 낯선이를 반겨주는 와리브를 뒤로 하고 바로 몸이 기억하는대로 우측에 있는 아카라에게 말을 걸어 첫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분명 20년만에 접하는 디아블로2인데, 첫 퀘스트 수주와 해당 퀘스트를 수행하는 덴 오브 이블까지의 동선을 본능적으로 기억하는걸 보면서 '내가 밤 세우며 했던 그 게임이 맞구나' 싶은 감동이 살짝 몰려옵니다.

이후 출발하기에 앞서 [H]키를 눌러 단축키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을 안의 NPC들에게 한 번씩 말을 걸어 어떤 기능이 있는지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아카라 외에는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말을 걸면서 무엇을 파는지 살펴보자마자 20년 전의 제 기억이 소환되더라고요. 특히 9시 방향에 있는 기드에게서는 gamble이라는 메뉴는 보자마자 '아! 뽑기!'를 절로 외치게 만들었죠.


▲ 시작한 지 20초만에 퀘스트 수주, 그리고 보이는 익숙한 명칭인 덴 오브 이블


▲ 생각해보면 이때부터 가챠 중독자의 증세가 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안다리엘 잡기까지가 이렇게 길었던가? - 액트1

마을 NPC들의 바뀐 외형과 발전된 그래픽을 잠시 감상 후, 곧바로 덴 오브 이블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퀘스트는 받았지만 위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기에 콜드 플레인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NPC를 먼저 만나거나, 블러드 무어에 다녀오는 등 전 맵을 훑고 다니다 힘겹게 덴 오브 이블로 진입했습니다.

사실 덴 오브 이블은 원작에서는 그다지 큰 인상을 주는 던전이 아니었습니다. 크게 위협될만한 몬스터도 없고 금방 밀면서 지나가는 튜토리얼로 기억하는데, 막상 레저렉션 버전에서의 덴 오브 이블은 분위기부터 다르더군요.

무엇보다 던전이 정말 어두웠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굴 안에서 좀비떼를 잡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뛰어난 광원 효과와 더불어 효과음이 추가되어서인지 정말 동굴 안에서 악마를 마주치는 기분이 들었죠.


▲ 덴 오브 이블이 어디오? 워낙 오래되서 엉뚱한 곳에 먼저 도착하기도...


▲ 마을 나가면 코앞에 있었던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했다


▲ 이게 내가 기억하던 그 동굴이 맞나? 그래픽 상향 덕에 분위기부터 압도하는 덴 오브 이블



그래도 새로운 그래픽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굴 안에서 드문드문 설치된 횃불을 지나가며 생기는 그림자 효과나 주변의 몬스터를 타격하며 생기는 반사 효과 등 눈이 즐거워지는 전투였죠.

바바리안이기에 초반에 화려한 공격 스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격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원작 생각은 나지 않을 정도로 발전된 광원 효과에 아무 스킬을 배우지 않은 맨몸 사냥을 벌였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더라고요. 과거의 연출 그대로 동굴의 마지막 몬스터를 해치우면서 빛이 내리쬐는데, 그제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 태양 만세! 사실 해상도 차이인지 (구) 버전의 내리쬐는 연출이 더 강렬했던 것 같다



덴 오브 이블을 한 번 돌파하고 나자 이후로는 일사천리였습니다. 블러드 레이븐을 처치하는 임무부터 데커드 케인을 구출하고 수도원을 돌파하여 배럭까지 순조로웠습니다.

특히 블러드 레이븐을 처치한 뒤, 온 몸에서 체인 라이트닝 이펙트를 흩뿌리는 연출은 이번 레저렉션을 경험하면서 처음으로 감탄사가 나오는 장면이었죠. 해당 연출을 보고 레저렉션은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리마스터가 아니라 충분히 새로 플레이 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죠.

더불어 데커드 케인이 구속이 풀리자마자 혼자 냉큼 포탈을 열고 도주하는 모습은 20년이 지나고 봐도 얄미웠습니다.


▲ 이 정도면 다시 플레이 할 가치는 충분! 불꽃 이펙트와 광원 효과에 감탄


▲ 트레일러에서 이미 나온 장면이지만 실제로 보니 박력이 장난이 아니다!


▲ 아저씨 혼자 어디가? 나 좀 도와주고 가!



다만 지하 감옥을 거쳐 안다리엘이 숨어 있는 카타콤을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더라고요. 유저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만 이전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듯, 단순히 과거의 기억만으로 길을 바로 찾아내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죠. 다소 밝은 톤과 색감을 자랑했던 디아블로3나 광원 효과가 거의 없어 기본적인 음영만 져 있던 원작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특히 지하 감옥과 카타콤은 시야각이 좁고 수많은 통로와 문이 겹쳐 있어 미니맵을 자세히 살피지 않는다면 금방 길을 잃는 장소였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전진하다 코앞에 적이 나타나서 깜짝 놀란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BGM도 좀 더 음산하게 바뀐지라 혼자 새벽에 하다보니 이게 액션 게임인지 공포 게임인지 분간이 안가는 순간도 종종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과거에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였던 몬스터가 이제는 어떻게 생겼는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색감이 어두워진만큼 BGM의 퀄리티도 상승하여, 그만큼 디아블로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연출하여 몰입감은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 미니맵을 끄고 하면 사운드 플레이로만 길을 찾아야 하는 수준으로 어둡다


▲ 공포 게임 하듯 사운드에 의존하거나, 코앞에서 조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역시 블리자드 퀄리티라고 할까요. 화면이 전체적으로 더욱 어두운 톤으로 칠해졌지만, 눈에 피로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중간 중간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밝은 이펙트가 튀었지만, 오래 플레이해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조절을 잘해놨습니다.

물론 너무 어둡다거나 혹은 밝게 느끼는 유저라면 원작에는 없었던 각종 그래픽 옵션을 통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개인차가 있겠지만 어두운 것에 비해 밝은 이펙트가 발생하더라도 눈이 아프지 않았다


▲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두운 탓에 길찾기는 너무 힘들었다


▲ 아오! 훨윈드 마렵네! 격렬한 전투 중에도 몹과 사물 구분이 잘 되는 편이다



지하 감옥과 카타콤을 모조리 밝히며 들쑤신 탓인지 액트1의 보스인 안다리엘은 비교적 손쉽게 첫 트라이에 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떤 패턴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온몸이 녹색으로 독범벅이 된 상태였지만, 노멀 난이도라 그런지 큰 위협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얼굴 마담인 디아블로나 대표 앵벌이 보스였던 메피스토와 비교하면 존재감이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추가로 여전히 별도의 등장 연출이 없어, 플레이어 입장에서 깜박이도 키지 않고 안다리엘이 달려오는건 살짝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 과거는 스타크래프트의 캐리건 같은 인상이었는데, 레저렉션에서 보니 확연히 다르다


▲ 그래도 명색이 액트1의 보스인데 전조 연출도 없이 달려오는건 살짝 아쉬웠다



훨윈드도 필요없다! 쌍수 바바의 정수 더블 스윙으로 모든 것을 해결 - 스킬 및 스탯

기자의 경우 레벨업을 하면서 스탯은 주로 바이탈에 투자했으며, 힘과 민첩은 장비 착용 조건에 따라 추가로 찍어주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스킬의 경우 바바리안을 육성하면서 다들 머리속에 떠올렸을법한 스킬인 '훨윈드'는 30레벨에 배울 수 있어 사실상 첫 날에 익히기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바바리안은 그 강인한 육체 하나만으로도 초반 모든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스킬은 전투 스킬의 첫 번째 스킬인 '배쉬'와 바로 뒤에 있는 '더블 스윙'입니다.

초반에는 몬스터의 대미지가 위협적이지 않기에 쌍수 무기가 효율이 더 좋은데요, 쌍수 무기 전용 스킬인 더블 스윙은 대미지 상승치는 적을지 몰라도 연타속도가 빠르고 마나 소모량이 적어 부담없이 난사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훨윈드를 배우기 전까지 우직하게 더블 스윙만 쓰고 다녀도 크게 불편함은 없고, 그래도 좀 더 편하게 사냥하기를 원한다면 장비한 무기에 따른 마스터리와 인크리즈드 스태미너 혹은 아이언 스킨같은 패시브 스킬에 투자하면 30레벨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스킬들 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액트1 클리어가 가능했으니, 디아블로2 레저렉션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에서 상남자 바바리안을 첫 캐릭터로 점찍은 유저분이라면 참고해도 좋습니다.


▲ 기자의 경우 더블 스윙 1레벨에 패시브 스킬 2종만 찍으며 액트1을 깼다


▲ 어차피 주력은 훨윈드니 다른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할 필요는 없다



액트2에 도착했으나 갈 길은 멀었다

결과적으로 워낙 길을 헤메고 다닌터라 첫 날에 남들은 다 잡는다는 액트2의 보스인 두리엘을 만나보진 못했는데요, 비록 첫 날 목표는 채우지 못했지만 레저렉션을 통해 바뀐 그래픽과 타격감, 화려한 연출 등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길을 헤메는 것과 별개로 퀘스트의 동선이나 순서, 그리고 특정 네임드 몬스터의 디자인은 정말 충실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원작을 즐겼던 유저라면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초반에 조금만 플레이 하더라도 대략적인 흐름이 기억날 정도입니다.

물론 디아블로 시리즈를 레저렉션을 통해 처음 접한 유저라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퀄리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래픽 한계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디아블로2 특유의 음울하고 고어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변한 것이 없이 그래픽만 상향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바뀐 그래픽과 과거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타격음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리마스터라는 것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알파 테스트에서는 액트2까지만 체험할 수 있으나, 앞으로 액트3의 메피스토나 액트4 지옥의 성채의 그래픽이 얼마나 멋지게 뽑힐지 그리고 대망의 디아블로 등장씬은 얼마나 웅장할지 벌써부터 많은 기대가 됩니다.


▲ 워낙 길을 헤멘탓에 하수도에서 라다먼트를 사냥하다 날이 밝았다


▲ 이대로 리마스터가 진행된다면 액트 4의 지옥의 성채는 얼마나 멋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