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로스트아크에 발을 들인지 약 반년이란 시간이 지났을 무렵, 우여곡절 끝에 아브렐슈드 노말 6관문을 클리어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중고 뉴비의 아브렐슈드 도전기를 다루며, 지난 반년간의 시간과 아브렐슈드 클리어에 대한 감회를 했었는데, 어느새 아브렐슈드 하드 난이도까지 도전하게 됐다.

난이도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브렐슈드 하드 1관문부터 4관문까지는 생각보다 일찍 숙제처럼 소화하는 단계까지 올랐었다. 1~4 관문에서 고대 등급의 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수급하며, 5관문과 6관문에 대한 도전을 잠시 미뤘다. 실제로 장비 레벨을 올리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아브렐슈드 하드 5관문과 6관문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울 만큼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 그 어느 때보다도 험난한 여정이었던 아브렐슈드 하드 난이도


하드 5, 6관문 도전 계기
미뤄둔 과제를 해야 할 때, 새로운 도전의 시작

사실 아브렐슈드 하드 5, 6관문 도전은 레벨을 핑계로 미뤄둔 것도 있었다. 고대 장비 계승 시 아이템 레벨엔 변화가 없었고, 초기에는 강화에 필요한 재료값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후발 주자 포지션이었던 만큼, 성장이 더뎠고 고대 장비 계승 이후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관문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도 사실 조금 부족했다. 1~4관문에서 획득한 보상으로 고대 장비를 제작, 계승하기에 충분했고, 기존 노말 난이도와 격차가 앞선 1~4관문에 비해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점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도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틈틈이 공략을 챙겨보기도 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떨어질 정도로 악명 높은 난이도를 자랑했다.


▲ 하드 난이도는 문양 관리에 리스크를 더하는 가시 등 까다로운 패턴들이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협동 기믹의 큰 틀은 유지되어 큰 차이가 없는 듯 보였지만, 실상 함정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있었고, 이에 따른 리스크가 크게 느껴졌다. 특히, 6관문의 경우, 기존 노말에서 사용했던 택틱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야 했기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또한, 기존 노말 난이도 대비 두 배가 훌쩍 넘게 상승한 보스의 체력, 짤 패턴이라 우습게 넘길 수 없는 피격 시 피해량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체감되는 난이도는 더 어려울 것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결국, 숙제처럼 진행해오던 아브렐슈드 하드 1~4관문과 노말 5~6관문 일정이 지루해질 때, 아브렐슈드 하드 5관문부터 트라이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특히, 올겨울에 진행된 로아온에서 하드 난이도 클리어 시 아브렐슈드 펫이 지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하루빨리 클리어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 기존 노말 5관문 아브렐슈드의 체력은 100억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를 가지고 있다


얼마나 트라이 했을까
결국 클리어에 성공한 아브렐슈드 하드 5, 6관문

기본적인 공략을 숙지한 채로 아브렐슈드 하드 5관문부터 트라이가 시작되었다. 사실 노말에서 단련한 숙련도가 있으니, 변경된 일부 기믹만 조심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실수로 패턴에 스치기만 해도 절반에 가까운 체력이 사라졌고, 패턴을 두 개만 겹쳐 맞아도 사망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패턴 숙련도를 올리고 택틱을 정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죽음으로 여러 가지를 배워가며, 시간을 투자했다.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패턴에 대한 숙련도가 오르고, 택틱에서의 큰 실수가 줄어들었지만, 이와 반대로 깎여나가는 집중력 때문에 자잘한 실수로 재시작 버튼이 눌리곤 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문양 패턴에서의 실수나 카운터 패턴 실수로, 재시작이 눌리는 일도 잦았다. 6관문을 더 많이 경험해보기 위해선 5관문의 클리어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했는데, 결국 숙련도 이슈를 쉽게 이겨내진 못했다.

여러 번의 트라이 끝에 5관문은 어느 정도 숙련도가 쌓인 뒤엔 실수를 줄이기만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 물론, 이마저도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있었기에 언제나 '원트원클'을 할 수는 없었다. 숙련도나 집중력 문제 이외에도 협동 기믹의 끝판왕에 가까운 구성을 가진 관문인 만큼, 작은 실수가 겹치고 겹치면 트라이 시간은 무한정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 광폭화를 보는 일도 있었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꽤 빠르게 클리어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앞서 말했듯 5관문을 클리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마지막 과제인 6관문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었다. 관문이 올라간 만큼, 난이도에 대한 체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노말 난이도에선 대수롭지 않게 맞고 넘겼던 패턴에 사지가 분해되고, 장판이라도 겹쳐 맞는 순간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회색 화면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특히, 피자 패턴에서 실수로 금을 밟았는데, 그 자리에서 체력 12만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노말 난이도에서 위협적인 패턴은 낙사 정도였던 것에 비해, 하드 난이도에선 모든 패턴이 위협적이었던 만큼 작두 위를 걷는 기분이 들 정도의 긴장감이 유지되기도 했다.

택틱을 정비하기에 앞서, 5관문과 마찬가지로 죽음에서 깨달음을 얻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찬미 패턴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마저도 찬미 패턴 수행 중 사망자가 속출하며 재시작 버튼이 눌리기 일쑤였다.


▲ 최우선 목표는 '8찬미', 이후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패턴을 어느 정도 몸으로 직접 익힌 뒤, 최우선 목표를 '8찬미'로 잡았다. 찬미까지 모든 공대원이 남아 있으면, 두 번째 문양 패턴까지 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찬미 전후로 인원이 부족해 딜이 부족할 경우, 두 번째 문양 패턴에서 이난나를 사용하지 않고 패턴을 넘기는 등의 시도도 있었는데, 이마저도 쉽게 흘러가진 않았다. '정석'으로 굳어진 택틱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뒤, 생존률을 올려 정석대로 트라이를 거듭했다.

두 번째 문양까지 넘긴 뒤, 이제 처음 해보는 7줄 카운터 패턴에 맞닥뜨렸다. 하드라는 난이도에 걸맞은 새로운 기믹을 직접 겪어보니,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상황 대처가 쉽게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힘들게 7줄 패턴까지 도달해도 실패하는 일이 잦았고, 여전히 클리어는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채 침착하게 7줄 패턴을 무사히 넘기고 나니, 0줄 패턴은 그리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0줄 패턴에서 등장하는 구슬을 파괴했을 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간 트라이에 투자한 모든 시간을 돌려받는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 던전 클리어 화면이 이렇게까지 반가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낭만을 느끼기엔 충분
보상과 별개인 성취감에 대한 감회

사실 첫 번째 클리어 당시의 기분은 오묘했다. 일사천리로 클리어까지 이어진 5관문, 곧바로 진행한 6관문에선 첫 번째 시도 만에 전원 생존으로 무난하게 60줄까지 가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버 이슈로 접속이 종료되며, 클리어에 가깝게 갔던 판이 날아갔고, 이후 진행된 트라이에선 몇 차례 재시작이 진행되기도 했다.

몇 가지 이슈가 있어 클리어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탓일까. 클리어 했을 때의 기쁨은 더 컸던 것 같다. 실제로, 당시에 절로 나왔던 탄성이나 함께 트라이를 진행했던 공대원들의 신남 섞인 목소리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만큼 어려운 여정이었기에, 이 정도의 성취감을 느낀 게 아닐까 싶다.


▲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렇다. 말 그대로 '어려운 여정'이었다. 사실 아브렐슈드 펫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전까진, 리워드에 대한 메리트가 딱히 없었다. 이미 1~4관문을 통해 고대 장비 계승은 이루어진 상태였고, 6관문을 클리하더라도 새로운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상 크게 동기 부여가 되진 않았다.

또한, 기존에 경험했던 레이드에 체력이나 피격 시 대미지 조정 등 난이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통해 난이도만을 대폭 상승시킨 던전이었기에 피로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두 배가 넘게 증가한 체력 덕에, 배틀 아이템엔 '암흑 수류탄'을 모든 공대원이 필수로 챙겨야 했고, 그마저도 비는 시간 없이 '암흑 수류탄'을 던져야만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물론, 이러한 작은 변화가 때리고 피한다는 기본 메커니즘과 정공법 대로의 진행, 엔드 콘텐츠에 걸맞은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용을 하기도 했다. 레이드 공략이 어렵고, 힘들어도 명실상부 '엔드 콘텐츠'인 점을 감안하면, 버틸만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 강제된 배틀 아이템의 소모는 그닥 반갑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첫 번째 클리어 이후 느낀 감정은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트라이에 대한 가치는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보상 이외에도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던 대목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새로운 레이드가 기대된다.

2022년은 일리아칸을 시작으로, 절망적인 난이도를 선사할 것이라 예고된 카멘이 등장할 예정이다. 두 레이드 모두 과정은 힘들겠지만, 이번에 아브렐슈드 하드 6관문을 클리어하고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도전해주겠다.


▲ 앞으로 등장할 군단장 레이드를 기대하며, 로스트아크 생활을 이어가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