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인터뷰 자리였다. 축구 온라인 게임 이야기가 나왔는데, 당시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님, 총 22명의 선수가 경기 흐름 맞춰가며 자동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그거 만들기 되게 어려워요. 이런 노하우를 단기간에 쌓는다는 건 더 말이 안 되고."

결국 축구 게임의 성패도 이걸 얼마나 잘 만드냐에 달렸다는 게 그 개발자의 생각이었다.

기자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세계 수많은 게임사 중 축구 게임 개발 노하우를 가진 곳은 극소수다. '피파'의 EA, '위닝'의 코나미, 'FM'의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대표적. 특히, EA는 주요 축구 리그 라이센스를 독점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런 장점은 '피파 온라인4(이하 피온4)'에도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피온4는 우리나라 축구 게임 시장을 넘어 LOL, 배틀그라운드 등과 함께 국내 최대 팬층을 보유한 온라인 게임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물론, 높은 인기에 비례해서 크고 작은 문제도 많이 터졌다.

피온4는 '축구'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스포츠 게임이다. RPG 류 온라인 게임의 BM이나 운영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긴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피온4 유저들은 '축덕'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온라인 게임 유저들과는 꽤 성향 차를 보였다. 즉, 어느 게임보다도 많은 운영 공부가 필요했던 피온4였지만, 넥슨이 볼만한 참고서는 전작인 피온3 정도밖에 없었다. 서비스 초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이슈가 나온 원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4월은 가히 절정이었다. 기자는 바닥 아래 지하가 있다는 말이 주식뿐 아니라 게이머 민심에도 적용된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이후 민심 그래프는 널뛰기 타듯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최저점에 가까웠던 작년 4월의 그 날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올라온 건 사실이다. 올해 4월 1일 만우절에 나온 '박정무' 콘텐츠를 보자. 이러한 분위기를 넥슨도 안다는 방증이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은 건 사실이나, 넥슨에서 가장 욕 많이 먹는 게임 중 하나였던 피온4의 민심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킨 점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지난 1년을 장식한 주요 키워드를 돌아보며 피온4 유저들과 함께 생각해보려 한다.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2020년 4월 20일
피온4 불매운동 시작

기자는 웹진 소속이지만, 피온4 담당자 못지않게 열심히 게임을 즐겨왔다고 생각한다.

닉네임은 '파워한국'. 공식경기 티어는 챌린저 2부 정도로, 가끔 1부에 가기도 한다. 가슴에 손을 얻고 스스로 물었을 때 순수한 내 실력은 챌 2부~3부 정도 같다. 아주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피온4 아예 안 해본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렇기에 피온4 유저들과 최대한 비슷한 눈높이에서 말하고자 한다는 걸 먼저 전하고 싶다.

▲ 2021년 4월 21일 기준, 기자의 티어와 시즌 등급


자, 유저 입장에서 본 '4.20 사건'... 어땠을까?

굳이 기자가 더 설명할 것도 없다. 감추려야 감출 수 없었으니까. 3월 26일 출시된 LH 클래스는 한때 논란이 있었던 TT 클래스... 아니 그 이상의 오버 스펙을 보여주며 피온4 유저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냉정히 말해 피온4 유저들이 화낼 만 했다. 그들은 피온3에도 있었던 라커룸 도입을, 툭툭 끊겨가며 사람 열 받게 하는 게임플레이의 개선을 원했지, 개선된 성능의 신규 클래스 출시를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신규 클래스 출시가 너무 잦다'라는 의견이 팽배한 상황에서, 급여 대비 성능이 이전 클래스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LH 클래스가 출시되니 기존 유저들의 구단 가치는 폭락할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이 "구단 가치와 성능을 보존하려면 현질을 하세요"라고 해석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유저들의 불만은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2020년 4월 20일부터 피온4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과금 운동'이 퍼졌고, 피온4 인기 BJ와 프로게이머들도 이에 동참하며 판이 커졌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넥슨이 21일부터 23일까지 세 차례 공지를 띄우며 불타오른 여론을 식히려 했지만... 글쎄, 당시 분위기에 큰 반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유저들은 바닥에 누웠다


당황한 넥슨은 허겁지겁 수정에 들어갔다. 먼저 4월 28일, 논란이 됐던 LH 클래스 선수 51명의 급여가 조정됐다. 피온4 좀 해본 유저라면 다 안다. 선수 급여 조정이 타 온라인 게임의 서버 롤백 못지않게 경제적 영향이 크다는 걸. 유저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조처를 했다는 것은, 넥슨도 '이번엔 정말 장난 아니구나'라고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사건을 기점으로 박정무 그룹장의 직접 노출 빈도가 크게 늘었고, 공식 홈페이지에선 게임플레이 만족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4월 20일 이후로 넥슨은 6월까지 2달간 6차례의 공지를 냈는데, 귀속매물 처리 개선안 도입, 서버렉 TF 구성 등 대부분 시스템 개선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빌드업 프로젝트
"무너진 신뢰,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쌓는다"

2020년 6월 18일 공개된 빌드업 프로젝트는 넥슨이 4.20 사건 이후 2달간 어떤 고민을 했는지 보이는 결과물이었다. '유저들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자평했고, 이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자체 제작한 ●▅▇█▇▅▄▇ 조형물까지 공개하며 각오를 내비쳤다.

▲ 조형물은 넥슨과 EA 사무실에 각각 하나씩 배치됐다


피온4 유저들이 오랫동안 바라 왔던 '라커룸' 시스템, 타 게임의 '길드'에 해당하는 클럽 시스템이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간 진행해 온 설문조사 결과, 이 두 시스템에 대한 유저들의 요구가 예상보다 크다는 걸 확인한 넥슨 입장에선 더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주 뒤 진행된 여름 대규모 업데이트는 게임플레이 개선을 방향성으로 잡았다. 테스트 구장을 운영하며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크로스와 중거리, 감아 차기, 개인기 시전 속도, 로빙 스루 궤적, 자동 스탠딩 태클 발동 범위 등 다방면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4th Next Field’ 업데이트를 적용했다. 특히, 패스 리시버 옵션 도입으로 패스 감도를 유저 개인의 성향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전까지 밸런스 업데이트 때마다 특정 메타가 지나치게 잘 통하는 문제가 매번 반복되다 보니, 기자도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피온4는 언제나 당시 메타에 맞는 인기 선수가 정해져 있었다. (호나우두, 호날두, 굴리트 빼고) 실축에서도 응원하는 팀 선수들로 '애정 스쿼드' 꾸린 게 아니라면 백이면 백 초보부터 고수까지 해당 메타에 어울리는 선수로, 해당 메타에 맞춰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게임은 이겨야 재밌는 거니까.

이전에도 테스트 구장을 운영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테스트 구장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 정식 서버에 적용되면서 체감 차가 커진 것도 이때쯤부터다. 이후 감아차기 메타가 한 차례 오기도 했지만, 2020년 말부터 막 크로스와 중거리 슛의 성공률이 낮아지면서 이전만큼 밸런스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은 걸 보면, 꾸준한 테스트 구장 운영이 어느 정도 소득을 거둔 건 사실이다.

▲ 물론, 이분은 메타고 뭐고 그런 거 상관없다


공식경기 2.0
경기 끝나고 볼 게 생겼다

소통에 담긴 진심이 유저들에게 전달되려면, 그간 해온 약속의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넥슨은 이후로도 11차례에 걸친 공지를 통해 게임에 적용된 개선사항과 중단기 과제들을 안내했다. 추상적인 약속보단 '수수료 쿠폰 지급 확대' 및 '구단주 레벨업 보상 시스템 개편' 등 근시일 내 효과를 보이는 현실적인 내용이 많았고, 다행히 전부 실현됐다.

물론, 이런 단기적 효과에만 기댄 것은 아니었다. 2020년 9월 17일에 적용된 '공식경기 2.0'은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냈다. 피온4의 핵심인 공식경기에 붙은 일종의 '애드온' 시스템으로, 주간 리그 도입과 유저 등급 세분화가 핵심이다.

특히, 주간 리그는 기자가 참 좋게 본 시스템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피온4 서비스 이래 최고의 업데이트로 꼽는다. 내 선수가 이번 주 공식경기에서 몇 골을 넣었는지, 어시스트가 어느 선수에게 몰려 있는지, 골키퍼 선방 횟수가 어느 정도이며, 같은 리그 내 다른 팀 골키퍼와 비교해 선방률이 어떤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

누적 스탯을 직접 보여주고, 월 단위로 진행됐던 공식경기 안에 주간 단위로 작은 리그를 쪼개 넣은 셈이다. 선수가 쌓은 기록에선 성취감이 느껴졌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우리 팀 순위를 보며 조금 더 진지하게 플레이하는 습관이 생겼다. 덤으로 뛰어난 실적을 거둔 선수와 팀에겐 소정의 FC가 보상으로 지급됐다. 시스템 구조상 특별히 피온4 유저들의 반감을 살만한 부분도 없었다.

등급 세분화는 '만년 월딱'도 챌린저 유니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거의 '물챔' 유저는 챔피언스의 보라색 유니폼 받기 더 어려워졌으니 몇몇은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기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ㅠㅠ

▲ 경기 후 스탯 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소통
결국 다시 발목을 잡았다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졌으면 했지만... 2020년 말, 피온4는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이한다. 이번엔 LH 클래스로 확 타오른 4.20 사건 때와는 결이 달랐다. 유저들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서버렉, 경기마다 들쭉날쭉한 선수 체감 등을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끝자락에 진행한 업데이트 이후 간헐적으로 게임이 튕기는 버그까지 발생했다.

경기 한 판에 승격이 되냐 안 되냐가 걸린 피온4에서 튕김 버그는 아주 큰 문제지만, 답답해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신속히 해결해주지 못한 게 더 큰 문제였다. 형식적인 공지는 유저들의 궁금증을 모두 풀어주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넥슨이 소통을 안 한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

넥슨은 빌드업 프로젝트 발표 당시 소통을 엄청나게 강조했다. 유저와 박정무 그룹장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대화하는 '정무네 민박'도 기획했지만, 코로나 문제로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그 대신 피온4 공식 유튜브나 BJ, 프로게이머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현 상황 공지 및 개선책을 설명했다. 아예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이 역시 유저들 입장에서 '소통'이 아닌, '통보'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변화를 느끼지 못한 유저들의 불만은 결국 한계선을 넘고 말았다. 피온4 커뮤니티의 온도가 다시 높아졌고, 유저들은 쌓이고 쌓인 문제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요구했다.


2021 라이브 간담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이후 달라진 모습은 보였다

결국 새해가 밝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온4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온라인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2021년 1월 15일 열린 간담회 현장에는 넥슨 박정무 그룹장 외에도 EA 코리아 스튜디오의 주요 개발자 다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간담회 역시 유저와 직접 대화하는 자리로 보긴 어려웠다. 그래도 유저 입장을 대변하는 BJ와 프로게이머들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왔고, 그 결과 지금까지 열린 피온4 간담회 중 가장 많은 질문이 나왔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꼽힌 소통에 관련해 박정무 그룹장은 "어떤 개선사항도 없이 막무가내로 소통하다간 더 큰 문제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영상으로 나오니 유저 입장에선 '그냥 유튜브 때문에 나오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준비된 상태를 떠나 좀 더 직관적인 소통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약속했다.

다소 아쉬운 점도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약 50여 개의 질문이 나왔지만, 실제 전화 연결을 통해 유저에게 직접 받은 질문은 10개가 채 되지 않았다. 피온4 BJ와 프로게이머들이 현 문제점을 꼼꼼하게 지적한 것은 기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일부 질문은 다수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웠고, 이미 답이 정해진... 다소 뻔한 질문도 있었다. 간담회 성격에 맞지 않는 질문 대신 유저들의 질문 비율을 조금 더 늘렸으면 어땠을까. 실제로 당시 전화로 연결된 유저들의 질문을 보면 개발자가 놓친 버그는 물론, 실제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현실적인 불편함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답변에도 문제가 있었다. 질문을 대놓고 회피하는 모습은 없었지만, 일부 답변자들은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결국 질문의 논지를 흐려버리고 말았다. 당시 생중계 채팅창에도 '답변이 잘 이해가 안 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경우, 해당 문제와 관련해 비슷한 수준의 이해도를 가진 다른 답변자가 유저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해준다면 어땠을까. 성승헌 캐스터가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주긴 했지만, 뜻이 100% 전달된다고 보긴 어려웠다.


다만, 이것으로 간담회가 실패했다는 말은 아니다. 이날 이후 넥슨과 EA 코리아 스튜디오는 개선의 고삐를 더 바짝 죄었다. 박정무 그룹장은 피온4 인기 BJ 두치와뿌꾸와 프로게이머 박준효 선수, 신보석 선수의 유튜브에 핫라인을 개설하고 유저와 직접 소통하는 창구를 마련했다. 비정상적인 시세 조작 대응 및 CP 공급 확대 등 개선의 움직임도 신속해졌다. 팀컬러 시스템도 전면 개편해 상당수 상위 랭커가 적폐 선수 모음집이 아닌, 특정 국가나 클럽으로 단일팀을 맞추기도 했다.(물론, 적폐 선수가 많이 소속된 단일팀으로...)

3월 12일엔 '선수 카드 강화 확률'이 공개됐다. 넥슨이 '회사 내규상 밝히기 어렵다'며 끝까지 숨겨왔던 마지막 비밀의 문이 열린 것이다.

기자도 고작 3카 붙이는 데 5번 연속 실패한 경험이 있다 보니 넥슨이 공개한 81%란 강화 성공확률이 믿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서 던진 동전들이 모두 뒷면 나왔다고 다음번에 무조건 앞면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이 의심은 냉정히 말해 '도박사의 오류'일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몇몇 유저들이 수백 번 강화를 반복하며 완성한 '추측 데이터'와 넥슨이 공개한 '공식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의외로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넥슨이 공개한 선수 강화 확률표. 일부 유저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괏값과 거의 동일하다.


박정무짱짱짱
유저와 함께 만우절을 즐기다

1월 라이브 간담회 이후 박정무 그룹장은 유저들에게 조금은 친숙한 인물이 됐다. 커뮤니티에선 '간담회에서 가장 성의껏 답변해준 사람'이라며 그간의 노력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후 박정무 그룹장이 유튜브에 나오는 빈도가 늘어나자 '욕하다가 정들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조금씩 쌓아 올린 호감 이미지는 피온4의 대표 '탱커'였던 박정무 그룹장을 2021년 4월 1일 만우절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공식 홍보 영상 속 박정무 그룹장은 일인다역으로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본인의 이름과 얼굴을 본뜬 임대 선수를 선보였다.(키와 나이는 본뜨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가능하다'란 내부의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행보다.

4월 1일 공개된 '박정무짱짱짱' 영상은 4월 30일 기준으로 조회 수 90만 회를 넘겼고, 8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재밌다', '요즘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박정무 그룹장은 피온4 운영진의 '탱커'로서 수많은 욕을 먹었지만, 뒤로 숨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역으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조금이나마 유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21년 4월 20일
벌써 1년, 여전히 출발선이란 마음 잊지 않기를

4.20 사건 이후 약 1년이 지난 현재, 유저들의 불만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본가 시리즈에 맞춰 신형 엔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가고 있으며, 특정 선수만 선호되는 분위기도 언젠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팅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포지션 가출 문제도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서버렉과 체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피온4의 평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서비스 초기부터 지적된 문제이고 넥슨도 지난 1년간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아직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넥슨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20일 사건 이후,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공식 유튜브나 BJ의 방송을 통해 설명하는 빈도가 많이 늘어났다. 박정무 그룹장은 "내부 운영 시스템부터 전면 개편해 유저들의 요구를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4월 20일 방송된 소통 영상엔 ●▅▇█▇▅▄▇ 조형물이 다시 나왔다. 박정무 그룹장은 그날의 과오를 잊지 않았다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크로 답변만 한다'는 고객센터 문제 해결 방안, 경기중 포메이션과 전술을 실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함께 설명했다. 모두 유저들이 항상 지적해왔던 문제다.


기자는 피온4의 운영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말 훌륭한 운영은 애초에 사과할 일이 없어야 하니까. 다만, 최소한 책임을 회피하진 않았다는 점, 한 번 큰 이슈를 겪고 난 후 나름의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 팀의 리더가 게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점에선 피온4 운영진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이게 유저 입장에선 당연한 거다. 그런데 기자는 게임 업계를 약 10년간 지켜봐 오면서, 이런 당연한 것도 안 하는 게임사들을 너무 많이 봤다.

피온4 하면서 화난 적 참 많았다. 게임에 져서 화난 적도 있고, 게임이 내 뜻대로 안 되어 화난 적도 있다. 피온4 해본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알 것이다. 가끔 '뭔가 불합리하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게임 좋아하고 축구 좋아하는 유저 입장에서 대체재가 없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넥슨도 알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피온4 하는 걸 넥슨이 당연하다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넥슨이 지난 1년간 해온 본인들의 노력을 4.20 사건의 '땜질'이 아닌, '원래 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겠다. 내년 만우절에 유저들이 먼저 박정무 그룹장 찾는 모습 보고 싶다면, 넥슨은 언제나 출발선에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