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그를 분석하는 임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경기의 전술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메타' 라는 큰 그림에 대해서 분석해보겠습니다.

맵은 호라이즌 달기지를 예로 설명 드리겠지만 대부분의 거점 맵에서 통용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점 맵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뭘까요??

여러 자원들이 다 중요하겠지만 거점 맵 조합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자원은 '시간'입니다.


양 팀 모두 4분이라는 시간을 갖고 공격을 시작하게 되고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합의 색깔이 결정됩니다.


'시간' 관점에서 조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잘게 쪼개어 여러번 싸움을 할 수 있는 '빠른 템포' 조합과

시간을 길게 잡아 최소한의 싸움을 유도하는 '느린 템포' 조합이 그것입니다.

각 조합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볼까요,

가장 대표적인 빠른 템포 조합은 윈디겐트 돌진 조합이죠. (폭풍저그 홍진호가 간다!!)

윈디겐트의 빠른 기동성을 바탕으로 전장에 빠르게 진입해서 상대의 포지션을 무너뜨리고 난전을 유도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포지션이 무너진 상대는 손쉽게 포커싱 대상이 되어 하나씩 죽어나갑니다. 빠른 템포 조합이 노리는 이상적인 그림입니다.

또 난전 상황에선 변수가 많이 발생합니다. 

상황이 극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즉흥적인 상황 판단과 피지컬, 팀합이 뛰어날수록 난전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 팀간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있다면 뛰어난 팀이 빠른 템포 조합으로 압살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이죠.

난전 특성상 짧은 시간동안 많은 한타를 치루게 되고, 서로 킬을 교환하더라도 소수 대 소수 싸움으로 한타가 이어지기 때문에 리스폰이 가까운 쪽이 점차 유리해 지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 결과 돌진 조합 미러전이 펼쳐진다면 리스폰이 가까운 공격이 점차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A 거점)


느린 템포 조합은 정 반대입니다. (프로토스의 한방 러쉬)

대표적인 조합은 오리사 수비 조합이나 포킹 조합이 있습니다.

느린 템포 조합은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한타를 신중하게 준비하고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많은 시간 투자로 인해 한타 기회가 적은게 흠이지만 그만큼 한타가 강력하죠. 

또한 궁 싸이클이 돌게 되면 쉽게 공략하기 힘들어지는 것이 느린 템포의 장점입니다.

그래서 리스폰이 느리지만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는 수비에서 많이 쓰이게 됩니다. (A거점)


실제 호라이즌에서의 공/수 조합 변화를 보시면 리그가 시작되기 전이나 리그 초창기엔 돌진 vs 돌진이 많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이 빠른 템포 vs 빠른 템포는 리스폰이 가까운 쪽이 점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합니다.

따라서 A 거점에서는 공격이 유리해지는 것이죠. (반대로 B거점에서는 수비가 유리해지겠죠?)

실제로 몇몇 팀들이 A거점 수비에서 돌진 조합을 고수하다가 같은 맞돌진 조합에 깨지는 경기가 많습니다.
(그만큼 리그 팀들끼리는 피지컬이나 팀합 부분에서 수준 차이가 심하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그래서 수비측에선 포지션 선점이라는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느린 템포 조합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초창기 쓰였던 조합은 호리사 조합입니다.


(오리사 수비 조합 운영법: http://www.inven.co.kr/board/overwatch/4680/18864)

이 조합은 꽤나 큰 성공을 거둡니다. 거의 한 스테이지 내내 쓰이게 되죠.

특히 호라이즌 같이 윈디겐트가 한번에 거점으로 뛸 수 없는 맵의 경우 오리사 진영으로 뛰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윈디겐이 함께 뛰어도 오리사 호그 정크랫 부조화 폭딜에 녹아버리는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조합의 치명적인 약점이 얼마가지 않아 드러나는데요,

트레이서가 혼자 우회해서 거점을 밟게 되면 격돌을 띄우기 위해 수비측에서 정크랫이 진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크랫은 레드존 형성에 가장 중요한 영웅이고 윈디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영웅입니다. (이전 글 참고)

그래서 트레이서가 거점을 밟아주면 윈디의 움직임이 편해지면서 호리사 진영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리그 팀들은 호그를 빼고 디바를 넣게 됩니다.




정크랫, 오리사, 위도우, 젠야타 딜만으로 충분히 윈디가 뛰는 걸 녹일 수 있으니, 트레이서가 거점을 밟게 되면 이제 디바 혼자 격돌을 띄우면서 트레이서 마킹을 하는 것이죠.

이제 트레이서가 아무리 진영을 흔들려고 해도 (경쟁전에서는 이 방식에 많이 흔들리죠...) 디바만 내려와서 격돌 띄우고 오리사는 내려올 생각을 안하니 돌진 조합이 뚫을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은 솜브라 조합입니다.



오리사-토르비욘이 유행했던 시절에 극카운터로 불렸던 솜브라죠.

실제로 오리사 조합은 솜브라 EMP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젠야타도 끔살이 나고 방벽, 스킬 다 막히면서 윈디겐트 포커싱에 죽어나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이 공격 조합은 뭔가 이상합니다.

돌진 조합은 빠른 템포 조합이죠. 그런데 솜브라 EMP를 채우고 그 한방을 노리고 들어가는 운영은 느린 템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모양새는 빠른 템포 조합이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느린 템포 조합의 운영을 따르고 있는 거죠.

기회가 적은 느린 템포에서 한타 패배는 치명적이겠죠?

실제로 EMP를 채우고 들어간 한타가 성공하면 오리사 수비를 뚫을 수 있지만 삐끗해서 EMP가 실패하면 거의 대부분 완막 상황이 많이 나왔습니다.

더구나 솜브라 힐팩이 궁으로 환산되지 않는 패치가 되면서 느린 템포가 더욱 느려지며 하이-리스크 조합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리그팀들이 찾아낸 해법은 3탱/4탱 조합입니다.



4탱 2힐 조합은 탱커들의 단단한 맷집과 모이라 폭힐, 루시우의 장판힐과 이속을 이용하는 조합입니다.

애들이 덩치가 커서 느린 템포 같아 보이시겠지만 이 조합은 빠른 템포 조합입니다.

오리사 조합의 레드존을 탱커들의 피통과 이속으로 빠르게 통과해서 거점에서 난전을 벌이는 형식이죠.

오리사 기동성이 느리기 때문에 수비측이 미처 자리 잡기 전에 거점에 도착하게 되면 유리하게 싸울 수 있습니다.

또 모이라가 중첩 힐이 되기 때문에 거점에 도착할 때 쯤 궁극기 융화가 찹니다 ㄷㄷ... 



마지막 스테이지4에서 거의 모든 팀들이 사용했던 조합은 3탱 3힐 조합입니다.

호그 대신 브리기테를 넣은 조합인데요, 그 이유는 브리기테의 장판 힐과 순간 힐&방어구로 유지력을 좀 더 높이고, 

오리사 방벽을 무시하고 딜링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완성된 오리사 조합과 3탱 3힐 조합의 싸움이 최근 메타에서 쓰이게 되었고, 

스테이지 4에서의 양상은 모이라 융화로 이득을 보느냐, 정크랫 타이어가 빨리 도느냐가 싸움의 핵심이었죠.

아마 이번 플레이오프에선 오리사 조합이 상대적으로 오래 쓰인 만큼 깔끔한 파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후.... 전술 분석이 아니라 메타 변화를 분석하려니 글이 길어졌는데요, 

자세한 설명과 실제 경기에서 쓰인 예시를 함께 보고 싶으신 분들은 맨 위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코멘트 언제나 환영입니다!


<세줄 요약>

거점 맵에선 시간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수비는 느린 템포, 공격은 빠른 템포가 정석이 되었다. (A 거점)

(공) 3탱 3힐 vs (수) 오리사 수비  가 가장 최근 메타인데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바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