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에 있는 어느 시장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을 정도면 이미  번화가에 가까운 이곳.

"뭐지? 평소에는 이정도로 사람이 모여있지 않았는데..."
"아, 거미교하고 공허교하고 무력충돌이 일어나서 그렇다는군."
 두 종교의 수장들은 타 종교를 배척하는 태도를 권하지 않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예상외의 결과를 맞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무리지어 서있기만 하는데?"
"그건 각 교단의 우두머리가 나타난 이후라서 그렇다고 해."
 이 사실을 알아차린 엘리스는 곧장 현장에 도착, 열띤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이윽고 공허교의 교주가 등장으로 인해 폭력적인 분위기를 가라앉히는줄 알았으나 또 마찰이 빚어졌다. 공허교의 교주가 엘리스마저도 공허교의 사회활동의 대상임을 드러내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져버린 것이다.

 "나는 거미교의 사제이며 이 종교의 우두머리야. 나를 모욕하는것은 나를 따르는 신도들에게도 모욕을 준것과 같아. 그 신도들에게서 원망소리가 들리지 않아?"

 자신의 앞에서 자기의 험담을 들은 엘리스가 내세운 감정적인 해결책은 둘 사이의 대결. 어떻게든 저 녀석의 얼굴에 독 한바가지를 쏟아붓고싶다는 악의의 적나라한 표현이다.

 공허교의 교주는 그녀의 도발에 반응했다.

"네가 날 이길 수 있을까?"

 

 두 사람이 인파의 가운데에 서있다. 이리저리 정곡을 찔러댔던 교주의 말도, 화라는 감정에 이끌려 흥분한 엘리스도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는 상태. 현재 말은 곧 빈틈을 보이는것과 마찬가지기에.

'엘리스님...'

'거미교따위 우리의 아래에 있다는걸 보여주세요!'

 신도들의 응원조차도 침묵속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엘리스가 먼저 손을 움직였다. 그녀가 오른팔을 유연하게 들어올리자 손바닥에서 붉은 액체가 발사되었다. 색이 색인만큼 붉은색 잔상을 남기면서 날아갔다.

 그러나 교주는 미동도 않은채 액체가 날아오는걸 지켜만 보고있었다. 그 액체가 교주의 얼굴 바로 앞으로 오기 전까지.

"뭐지?"

 교주의 얼굴을 가릴만큼의 보라색 노이즈가 일어났고, 그 노이즈 속에서 생물체 하나가 등장해 액체를 대신 맞아줬다.

"'공허충'으로 방패막이... 하지만 상대도 챔피언이기에 한번의 공격에 판이 뒤집혀질수 있으니까."
  공허교 신도들은 그럴줄 알았다는듯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내보였는데 이는 거미교 신도들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반응이었다.

"저것은 또 뭐냐는 표정을 짓고있으면 곤란하다, 엘리스. 그런 얼빠진 표정은 싸움이 끝난 뒤에나 실컷 취하라고."

 두건에 감싸진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교주의 말이 살짝 울려퍼졌다.

'저 울림... 두건을 둘렀다고해도 저런 울림은 나타나지 않아. 저녀석의 안은 뭘로 가득찬거지?'

키익-

 목소리에 정신이 나갔을 무렵 공허충이 엘리스를 향해 달려왔다. 엘리스는 소리를 듣고도 빈틈을 너무 많이 제공해준 나머지 녀석의 뾰족한 다리에 찔려버렸다.

"공허의 부름."
 교주가 스킬의 이름을 말하자 엘리스의 양 옆에서 보라색 구체가 나타났다. 2개의 구체는 서로를 하나로 이어주는 줄을 만들어내는 탄도체를 발사했다.

'!'

 투사체가 느렸기에 몇 발자국만 신속히 움직이는걸로 데미지는 면했다. 스킬을 피한 지금, 그녀의 공격타임이 주어졌다. 그러나 무릎에 그녀의 다리를 물고 늘어져있는 방해꾼의 훼방은 짜증날 정도로 방해되었다. 엘리스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은 뒤 공허충에게 스킬을 날렸다.

"신경독!"

 엘리스는 얼굴을 전방으로 들이밀면서 입속의 붉은 독을 내뿜었다. 발밑에서 요란스럽게 움직이던 벌레가 몸이 마비되어가는듯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틈을 타서 엘리스는 자기 발밑에 있는 징그러운 생명체를 교주의 방향으로 차버렸다. 교주는 자기에게 날아오는 공허충에 눈길도 안준채 다시 스킬을 시전했다.

"공허의 부름."
"느려!"

 방해꾼에게서 자유로워진 엘리스는 다시 입에 있는 독을 내뿜었다. 엘리스가 손에서 내던진 액체보다도 더 빠르게 나아갔기에, 그리고 스킬의 시전이 막 끝난 때라 큰 움직임을 내지못한 교주는 이번 공격을 막거나 피하지 못한채 그대로 받았다.

"한번맞으면 계속 맞게된다고? 얼른 피해봐!"

 엘리스는 옆으로 뛰어다니면서 끈임없이 입에서 독을 내뿜었다.

"이름값을 하는 스킬이군."

 교주는 그녀의 독에 맞은 이후로 전보다 굼뜬 동작을 취해 앞으로의 독도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공허충이 소환사를 위해 열심히 맞아주고는 있지만 전부 맞지도 못했고, 자기 또한 움직임이 더욱 둔해져서 방패막이 구실도 하지 못할 지경까지 이를렀다.

 몇 걸음 이동할때마다 입에서 쏘아내는 독으로 민첩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플레이가 지속될수록 교주는 신경독으로 인해 거의 제자리상태에서 스킬만 쓰고있었다. 끝내는 교주도 공허충도 움직일수 없게 되자, 엘리스는 싸움을 진압하기 위해 소환해놓은 새끼거미들을 모두 모아서 교주를 향해 돌진시켰다. 수백마리의 새끼거미들이 교주의 몸 구석구석에 올라타서 이빨과 다리로 마구 찔러대었다.

"역시 사제님이다!"

"잘하고 있어요 엘리스님!"
 이정도의 상황까지 리드한 이상 거미교의 신도들은 약속이나 했듯 엘리스의 건투에 목이 떠나라 응원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응원의 목소리가 자신을 향해 들려오고 있었다. 싸움 전에 눌려있었던 기세가 살아나기라도 한듯 그녀는 자기가 낼 수 있는 일격을 마련하려 두 손을 모았다.

"위험한..."

 이유가 어쨋든, 싸움이 벌어지는 장소가 번화가든간에 신도들은 열띤 응원과 함성을 외치고 있었다. 대결이 시작되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승부가 벌써 결정되어가는것처럼 보였다.

"아우~ 시끄러워. 저녁메뉴 좀 사러왔는데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그러나 두 챔피언과 신도들 이외의 사람들은 그 난장판에 질색을 했다.

"이거 얼른 경찰이라도 불러야되는거 아냐?"
"그래! 우리도 장사좀 하자고. 사람들이 저 싸움판에 정신이 팔려서 아무도 음식을 안시키잖아!"

 음식점 종업원, 가게 점원들 모두 저 난리가 끝나길 빌었다.

"경찰서에 신고좀 해주세요! 여기서 뭐하는짓거리인지 참!"
"한곳으로는 저 인파를 막을 수 없어! 주변에 있는 여러 곳에 연락을...!"
"아니, 경찰에서 몇명을 지원하더라도 저들을 막을 순 없을것이네."
 순간 야유하는 사람들 틈에서 차분하고 연륜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TV나 인터넷에서 들어본듯한 목소리인데...'

"아아...!"
<계속>

<글쓴이의 말>

 

 싸움의 스타일을 빠르고 스피디있게 전개시키고 싶은데 게임 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릿느릿함때문에 상상이 안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