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은 다 했는가."
"그래."
"말투가 많이 달라졌군그래. 너도 나에게 실망한건가?"

 여관의 문앞에서 마주한 둘은 이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대응할법한 말을 생각하는 와중에 마오카이는 기다림없이 건물 바깥을 향해 걸어나갔다.

"..."
 자신에게 뚜렷히 남겨진 3년동안의 기억에 의하면 이런 때에 한숨을 쉬거나 한탄을 하는게 정상이지만 지금 왜 그렇게 행동해야하는지 엘리스는 개연성을 느끼지 못했다.

 엘리스가 여관밖을 나갔을 때 마오카이는 손에 가루를 잔뜩 쥐어진 채 서있었다. 그녀의 힐이 대리석을 밟자 짧은 울림이 나온다. 마친내 그녀가 마오카이의 등 뒤까지 다다르자 무덤덤하게 그는 말했다.

"왔나."
"어."

 마오카이는 가루를 엘리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내민손의 목적을 알아채는데 몇 초의 딜레이가 요구되었다. 그러다가 이 가루가 역으로 이동하는데 이동수단으로 생길수단일거라 생각할 무렵,

"비전 에너지를 가루화한거다."
 마오카이의 설명이 이루어졌다.

"비전 에너지는 유틸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나같이 이 에너지를 다룰줄 아는자는 이동기로 활용하는 편이지."
"나는 그 에너지를 모르는데? 써본적도 없고."
"... 하지만 사용해본적은 있다. 바로 내가 이 여관까지 이동하는동안에. 내 몸뿐만 아니라 너에게도 비전에너지를 이용했지. 덕분에 너와 나 사이의 접촉에대한 자료나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내 여관의 위치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도시의 숙박시설에 모두 찾아가서 일일이 물어봤다. 다행히 늦은 시간대에 이동했기 때문에, 이 소식이 널리 퍼져나갈즈음엔 이곳에서 우리는 이미 없겠지."
"음... 그런데 말이야. 나는 이 에너지를 다룰 줄 모르는데?"
 마오카이의 말을 들으면서 무심코 가루를 받는 도중에 엘리스가 물었다.

"그래서 준 것 아닌가. 그 정도의 양의 가루면 역까지 이동하는데는 충분할거다. 그 가루를 온몸 구석구석에 발라라."
"뭐? 가루인데?"
 엘리스는 상식을 벗어난 비전에너지의 사용법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에너지를 가루화한 기술에비해 사용법은 구닥다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로션처럼 쓰는건 인정하겠다만 왜 하필 지금이어야하는가'라는 궁금함이 그녀의 머리속을 꽉 채웠다. 그녀가 복잡하게 지은 표정은 마오카이에게도 여러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걸 과연 어디서 바를것인가.'

"비전에너지가루를 지금쓰지않으면 어떻게 역까지 도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가자고했으니 지금주는건 당연한 일이지. 다른 사람앞에서 가루를 묻히는게 창피하면 그 육감적인 복장부터 갈아입어야하지않나?"
"갈아입었는데 네가 날 숲으로 집어던졌잖아."

"...아."

 마오카이는 잠시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음... 다른 사람에게 안좋게 보여 부끄러운걸 창피하다고 얘기하는건가?'

 엘리스에게 있어선 '창피함'이라는 단어가 최근에 있었던 일중에서 느꼈던 비슷한 무언가를 떠올리게했지만 아직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좋아. 그럼 네 등을 내주겠니? 주저할 시간이 없잖아.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모습은 아닌것 같거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우아한 자태와 동작으로 사람들을 잡아먹었나.'

"좋다."

 마오카이는 두말없이 그녀의 요구를 들어줬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할 정도면 그냥 화장실에서 하는게 나을텐데 왜 이곳에서 할 생각을 하는거지? 그냥 대놓고 바르는것도 아니고.'

라는 말은 차마 못했지만, 그녀의 등 뒤에서 여관을 나오려는 커플을 포함해서 여러 사람들이 그녀의 수상한 몸동작을 보고 지나간 사실은 마오카이조차 알지못했다.

 

'저 검은 옷 입은 여자는 뭐하고있는거지.'

'저자리에 나무가 있었나? 그나저나 그 뒤에서 무슨짓을 하는거야.'

'로션이라도 바르는건가? 그런데 로션은 맨살에 발라야하는건데 저 여자는 왜 옷입은채로 문지르고있대?'

'자기 몸을 만지고있어! 애무하는건가? 나르시시즘?!'

 ...와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지나가거나, 혹은 지켜보거나...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로써 거미 여왕만 모르는 흑역사가 하나 생성되었다.

 

 마오카이는 뒤를 돌아서 엘리스가 얼마나 골고루 가루를 묻혔는지 봤다. 그가 준 가루는 노란색이었지만 몸에 바름으로써 빛이 많이 퇴색되는 특징이 있는데, 검은색을 위주로, 간간히 신체부위 끝마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복장을 입은 엘리스에게는 그 가루를 바르는 행동이 '여왕'이란 칭호를 퇴색시키는듯했다.

'때늦게 꽃가루를 뒤집어 씌웠나.'

"지금 네 몸은 전보다 많이 가벼워졌을 것이다. 한번 뛰어올라보지그래."
 그의 말을 듣고 엘리스가 뛰어오르자 그녀의 몸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공중에 올랐다. 직후에 곧장 착지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이 감각은 지워낼 수 없을정도로 생생한 경험일테다.

"비전에너지는 그런 것이다. 그렇게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일반인도 쓸 수 있지. 하지만 네가 쓰는 방식은 한단계 위다."
"한단계위?"
"비전에너지를 활용하는 주체는 결국 마법사, 그 수단은 당연히 마력이다. 그 마력의 방향성을 강하시키면 내가 선보였던것처럼 이동이 가능하지."
"어떻게?"
"이렇게. 우리 시선의 정면에서 45도의 각도로, 마력의 발산 방향을 정하면..."
 순간 나무의 몸이 분홍빛 가루로 변하더니 티끌만한 광원 하나만 남긴채 전방으로 나아갔다.

'잠깐, 방법이 아니라 요령을 알려달란 말이었다고. 그리고 먼저 가는 법이 어딨어.'

<계속>

<글쓴이의 말>

공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