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의 해가 뜨자, 엘리스는 리신이 부른 사람에 의해 치료를 받으면서 5일을 지냈다. 치료하는 사람과 리신의 말에 의하면 이 의술은 인간의 회복력을 한정적으로 촉진시키는 방식이라면서, 결과적으로는 수명을 단축시키는 치료법이라 말했다.

'그래봤자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기 때문에 그다지...'

 자신의 본 나이대를 생각해보면 이미 신도들을 잡아먹은 거미의 혈액으로 젊음을 유지하는꼴이기에 그다지 개의치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것은 치료를 받는동안에는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것이다.이곳에서 먹는 음식이 식당가에서 먹는 메뉴와는 단조롭고 싱거울뿐더러, 볼일을 보러갈때도 스스로 일어나서 갈 수가 없었다.

'여기 화장실은 왜 이리 더러운거지? 물로 내리는거같지도않고 무엇보다도 비위생적이야.'

 참고로 그녀가 푸세식 화장실을 처음으로 쓴 시기가 이때였다. 그녀의 마음속에 새겨진 푸세식 화장실은 친환경적일지는몰라도 가장 비위생적이라 여겨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엘리스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의식을 되찾았기때문에 자신의 부상을 경시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았다. 리신의 말에 의하면 갈비뼈가 몇개정도 부러졌다고하니... 무엇보다도 남몰래 자신의 복장을 풀어보니 양팔에 피멍이 들어있음을 목격했을 때 리신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복장은 이곳에서 수련하는 제자들의 도복을 입고 생활한다. 르블랑과 만날때도, 필트오버에서 하루를 묵으려할때도 그렇지만, 엘리스가 그림자 군도를 벗어날 때 챙긴 옷은 당시 자신이 입고있는 챔피언 복장 한벌뿐. 그 한벌마저도 녹서스에서, 필트오버에서, 아이오니아에서 한번씩 크게 굴리고 더렵혀진 옷이라 다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차피 대부분을 누워서 생활해야하는 그녀에게있어서 가장 흔한 대체복장은 도복. 그러나 그녀의 완전체에 가까운 그녀의 몸매에 맞춰진 도복은 없었기에 한사이즈 큰 헐렁한 옷을 입고있는건 비밀아닌 비밀.


 5일을 보낸 다음날인 26일부터 엘리스는 리신의 수련을 받기로했다. 그리고 그 날은 다름아닌 오늘. 보통사람보다 조금 나을지도(...)모르는 신체스펙을 가진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잘도 이런말을 했다.

"아... 며칠간 누워있더니 얼마나 근질거렸는지몰라."
 시간은 아침 6시 반.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지만 엘리스는 6일동안 충분히 미인의 수면시간을 가진덕분에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흐음... 음?!"
 수도원의 문을 열고 넓은 마당으로 나갈 때 리신이나 마오카이가 먼저 눈에 띌 줄 알았지만 의외의 인물이 그녀의 앞에 있었다.


 고전적인 악마의 뿔형태를 가진 투구이자 가면을 쓴,


 찡그러진 모양의 눈매 밑에 어지럽게 연결되어있는 호흡기,


 숨김없이 드러나있지만 생기를 잃은 푸른색 피부,


 그리고 보라색 치마...


 리그의 챔피언 중 공허소속을 지닌, 과거 S 랭크에 속했을정도로 강력함을 지닌 챔피언이 서있었다.


"카사딘... 네가 여긴 왜?"
"..."

 그 챔피언의 이름은 '카사딘'. 같은 소속이라는것 이외에는 점점이 없는 엘리스와 마오카이간의 관계보다 훨씬 더 소원하고 연이 없는 챔피언이다.

"어, 엘리스. 왜그런가."
 한박자 늦게 등장한 마오카이.

"왜 이 사람이 여기있는거야?"

 순간 카사딘의 가면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그 때 못본건가? 그당시 나와 카사딘이 너에게서 리신의 공격을 막느라 고군분투했었는데..."
"...맞다. 검. 손에 검이 있었지... 그래 맞아! 아~ 맞다맞아. 그 때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런데 왜 며칠동안 내게 모습을 안보인거야?"

 마오카이에게 묻는건지 카사딘에게 묻는건지 가늠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네가 치료받는 도중에 만나면 뭐 별다른 얘기를 할 게 있었을겉 같나?"

"그러네."
 생각보다 간단한 대답에 바로 수긍한 그녀는 당시의 또다른 은인에게 말했다.

"고마워. 그 당시의 날 도와주다니, 정말 의외였어."
"크게 신경쓰지마라. 마오카이가 아니었으면 내가 그 때 거기있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살짝 울려퍼지는듯한 목솔리로 답한 무심한 대답은 다음 말을 꺼내보려는 엘리스의 입을 무겁게했다.

"제 시간에 맞춰 일어나신듯하군 엘리스."
 카사딘의 등 뒤에서 리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스는 카사딘의 옆을 지나가서 리신이 서있는 마당을 봤다.

'근데 왜 저 사람은 문앞에 서있는거지?'

 차마 하지못한 말한마디를 가슴에 품고서,

"수련에 앞서서 그대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아야 하오. 강한 몸에 강한 마음이 깃드는 법, 당신의 그릇이 얼마나되는지,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 알기위해선..."
 리신이 말하는도중에 엘리스와 등을 마주하고 서있는 카사딘이 뒤돌아보지않은채 무언가를 뒤로 휙 던졌다. 그것의 모습이 엘리스의 시야에 들어왔을 땐 돌맹이 크기만한 물체가 아닌 이미 하나의 공간을 표시할 정도의 부피를 갖춰가는 그물망의 형태를 가진 뒤였다.

"...겨뤄봐야한다는거겠지?"
 이정도되면 어떤 의미인지 대충 짐작이 간듯한 엘리스는 그물망의 안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소. 카사딘이 제대로 작동시켰다면 소인이 서있는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10m의 간이 스파링 시스템을 가동했소. 챔피언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힘으로 겨루는 전장과는 달리, 이 시스템에선 힘의 제약은 없지만 대신에 자신의 체력을 백분율로 환산되어 나타나오. 소인의 경우엔 음성안내로 현재의 체력을 통보받을 수 있게 사전에 설정을 해놓았다만. 그리고 피격시 통증을 느끼지 않게 설정되어있소."

'이런 시스템이 있는데도 어째서 소환사들은 저런 기기를 널리 배급하지 않은걸까?'

"듣고있소?"
"아, 응. 리신."

"아까도 말했듯이 이 공간에서도 힘의 제약은 없지만, 소인은 일종의 페널티를 가지는 의미로, 스킬은 사용하지않은채 그대와 싸우겠소. 물론 엘리스, 그대에겐 아무런 제약이 없소. 과연 순수 근력으로 승부하는 소인에게 얼만큼의 타격을 입히게 될지, 전직 챔피언에게 기대를 걸겠소."

'음...'

 솔직히 스킬을 쓰라고 허용을 해줘도 아직도 불안불안하게 쓰는 엘리스 입장에선 그다지 선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고 그녀는 리신앞에 자세를 갖춘채 섰다.

<계속>


<글쓴이의 말>


공백입니다.